퀵바

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7,748
추천수 :
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5.21 21:00
조회
238
추천
2
글자
12쪽

17화. 이름을 갖다.(5)

DUMMY

이 말에 취웅이 슬쩍 현무진인의 눈치를 살핀다.


“이곳에서 자네 말고는 현문정종 내공심법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그러니 제가 해야겠지요.”

“허 허! 이 아이와 자네는 아무래도 특별한 인연이 있나 보네, 그려.”

“이곳에 온 사람들이 다 인연이겠죠.”

“하긴 그렇긴 하네만. 근데 왜 이 아이에게만 현문정종 내공심법을 전수해주었나? 내가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태극신공의 입문단계를 알려주던 것 같던데.”


전에도 궁금해 묻고 싶었지만, 딱히 묻기도 뭐해 묻어두었던 말을 취웅이 은근슬쩍 현무진인에게 묻는다.

씨익!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취웅의 모습에 현무진인의 얼굴에 얼핏 장난기가 어린다.


“이유가 궁금하십니까?”

“흠! 아니 뭐 궁금하기보다는 그냥 호기심이 생겨서 묻는 것이네. 왜? 말해주기 그래서 그런 건가?”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하하하!”

“어허 오늘따라 이 사람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구먼. 흠∼”


취웅의 뾰로통한 표정에 현무진인이 얼른 웃음을 지우곤 입을 연다.


“환자들과 다른 이들에게 태극신공을 알려준 이유는 선배님도 잘 알다시피 태극신공이 양의 무학이기에 빨리 모자란 양기를 받아드리라 전해준 것이고, 이 아이에게 현문정종 내공심법을 전해준 이유는 우선 음양의 조화가 양호하여 급하게 양기가 필요치 않았고, 이곳엔 전에 세상에는 없었던 순수 마기가 넘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려 준 것입니다.”

“아! 그렇군, 순수 마기가 있었군, 그래. 그럼 현문정종 내공심법은 순수 마기에서 자유로운 것인가?”

“자유롭기보다는 안정적이라고 봐야겠지요. 어차피 이곳에서 살게 되면 순수 마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혹시 이 아이가 나중에 인연이 되어 더 높은 공부를 하게 되면 현문정종 내공심법은 다른 그 어떤 심법과도 충돌 없이 배울 수 있는 이점 또한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허 허! 자네 여러 가지로 고민을 많이 했군, 그래”


지금까지 아무런 말 없이 앉아 있던 미려가 불쑥 일어나 현무진인에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 꼭 갚겠습니다.”

“은혜는···. 저기 그럼 내 부탁 하나 들어주겠는가?”


갑작스런 현무진인의 말에 미려가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어금니를 꽉! 깨문다.


“네! 무슨 일이든 꼭 들어 드리겠습니다. 말씀만 해주십시오.”

“그게 그러니까 말이네···. 내가 왜 그런지는 모르네만. 요즘 이상하게 동파육이 그리 그립다네. 하여 자네가 주방에서 일한다고 하니 혹 가능하면 맛 좀 볼 수 있겠나 해서 말이네.”


‘뭐지? 이 상황은.’ 순간 갈길 잃은 미려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되묻는다.


“아∼ 동파육 말씀입니까?”

“그렇네. 어떻게 가능하겠나?”

“네 가능합니다.”


가능하다는 말에 입맛을 다시던 취웅이 불쑥 끼어든다.


“그럼 내 것도 좀 부탁해도 되겠나? 나도 동파육을 참 좋아한다네.”

“네 물론이죠. 오늘 저녁에 제가 주방장님께 말씀드려 꼭 만들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럼 나도 받은 게 있으니 자네가 이 아이에게 기를 느낄 수 있도록 기를 인도할 때 내가 호법을 서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자 그럼 아이야 일어나 앉거라.”


남자아이는 전진교의 내공심법인 현문정종 내공심법을 배우는 것도 모자라 마치 사부가 제자에게 기를 수월하게 느낄 수 있도록 외부의 기를 대신 받아 제자의 몸에 강제로 넣어 심법을 운용하는 위험하고 번거로운 일을 당대 최고 고수라 말하는 현무진인에게 받게 된 것이다.

물론 공짜가 아닌 동파육과 교환한 것이지만 말이다.


삼 일간 현무진인은 세 번의 강제적 일주천을 남자아이에게 시켜주었다.

그 결과 남자아이는 세 번째 일주천이 끝날 때쯤 처음으로 단전에 찌릿! 거리는 느낌과 함께 이것이 기라는 것을 현무진인에게 들어 알 수 있었다.

생소하고 처음 느껴보는 것이라 뭐라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남자아이는 자신도 무공을 익힐 수 있다는 생각에 하늘을 날 듯 기뻤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워낙에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혼자 운기조식을 취하며 외부의 기를 받아들이기에는 요원하여 이후에도 현무진인의 도움을 받아 운기를 취하며 기에 대한 이해와 감각을 키우는 데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와 같이 남자아이는 텅 빈 숙소에 홀로 앉아 운기조식을 취하였다.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개미가 몸을 기어가는 듯한 느낌에 운기를 더는 할 수 없어 현무진인을 찾아 자신이 경험한 것을 들려주기 시작하였다.


“분명 전 어제와 똑같이 운기를 취했는데 이상하게 여기랑 여기 그리고 여기가 막 간지러운 겁니다. 해서 제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그런 건 아닌지 걱정되어 이리 찾아왔습니다. 할아버지.”


남자아이의 긴 설명에 현무진인이 마치 제자를 바라보듯 따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축하한다.”

“무엇을 말인가요?”

“간지럽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근데 그게 왜 축하할 일인가요?”

“기를 느꼈으니 말이다.”


현무진인의 말에 무슨 소리냐며 남자아이가 뚱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간지럽다 느꼈던 게 기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지.”

“어! 전에 단전에서 느꼈던 기는 찌릿한 느낌이었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던 건가요?”

“잘못 느낀 것이 아니라 그것은 나를 거쳐진 기이기에 그리 느꼈던 것일 테고, 지금은 너 혼자 외부의 기를 느낀 것이기에 간지럽다 느낀 것이겠지.”

“아∼ 하 그런 거구나.”

“이리와 운기를 해보거라. 이 할아비가 봐줄 테니.”

“네. 할아버지.”


남자아이가 현무진인 옆으로 다가와 가부좌를 틀고 앉자 살포시 두 눈을 감았다.


혼자의 힘으로 기를 느낀 첫날이 지나고 다시 두 번의 저녁을 먹은 어느 날, 남자아이의 몸을 살피던 취웅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뇌에 기생하는 생명체에게 다른 영양분과 마찬가지로 심법을 통해 외부에서 받아들인 기도 대부분 빼앗겨 단전에 쌓는 것은 힘들다고 보았는데, 아주 미량이지만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아이의 몸과 얼굴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살이 붙어 보였기에 취웅은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또다시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운기를 취하는 남자아이의 호법을 서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현무진인의 머릿속에 느닷없이 어제 남자아이의 누이가 해다 주었던 돼지고기 가지볶음이 떠오르자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키다 밀려오는 자격지심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 신선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구나! 현무야.”


자책하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이제 운기조식이 막바지에 이른 남자아이가 눈에 어리자 이번엔 뜬금없이 아이의 이름이 뭐였더라? 라는 의문이 현무진인의 머릿속을 스친다.

이에 이리저리 생각을 해봐도 묻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다시 한숨을 내쉬며 자책한다.


“내가 이리도 여유가 없었단 말인가? 어찌 아이의 이름도 묻지 않고 심법을 전수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하∼ 안타깝구나! 안타까워.’


자신의 못남을 자책하며 현무진인이 눈을 감고 일각(15분)이란 시간이 흘러가자 아이가 운기조식을 마쳤는지 눈을 뜨곤 현무진인을 찾았다.


“할아버지 아직 계신가요?”

“음 그래 잘 마쳤느냐?”

“네 할아버지. 근데 어제보다 배속이 더 뜨거워진 거 같아요.”

“그래 잘했구나. 근데 말이다. 내 아직 수양이 부족해 너의 이름도 묻지 않았구나. 미안하구나.”

“헤헤 할아버지 안 미안하셔도 돼요. 저 이름 같은 거 없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이름이 없다니.”

“고아라서요. 아! 맞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제가 잘 넘어지고 비틀비틀 걷는다고 해서 다들 병신이라고 부르긴 했는데. 할아버지가 부르긴 좀 그렇죠? 헤헤! 안 부르셔도 돼요.”

“허허···.”


잠시 뭐라 말을 잊지 못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남자아이를 바라보다가 더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현무진인에 말을 잇는다.


“그래 네 누님은 지금쯤 주방에 있겠구나? 그렇지?”

“네. 주방에 있을 거예요. 근데 누나는 왜요?”

“아무래도 너의 이름을 지어야 하지 싶어, 너의 누나와 이를 상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어찌 같이 너의 누이에게 가보겠느냐?”

“네. 근데 이름이 꼭 필요한가요?”


괜스레 미려를 귀찮게 하는 건 아닌지 싶어 남자아이가 머뭇거리며 뒷머리를 긁적거린다.

그래서일까? 현무진인이 따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듯,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사람에게 이름은 꼭 필요한 것이란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다른 이에게 인식되는 것도 처음엔 이름에서부터 시작되고, 말이다.”

“전 남길 게 없어 괜찮은데요.”

“앞으로 어찌 될지 네가 어찌 아느냐? 남길 것이 있을지 없을지 말이다. 하니 이름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그렇긴 한데, 제 이름을 지어줄 사람이 있을까요? 전 돈도 없거든요.”

“돈이라 참 오랜만에 듣는 것이구나. 하하! 돈이라.”


점심시간이 지나 텅 빈 식당 미려와 남자아이 그리고 현무진인이 식당 한편에 앉아 있다.


“저도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잘 아시겠지만, 저 또한 처지가 이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아 이름을 어찌 지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해서 지금까지 어찌어찌 지내오게 되었답니다.”

“음∼ 그럼 나에게 며칠 시간을 줘보시겠소?”

“그럼 할아버지가 지어주시게요?”

“그래, 내 한번 지어보마.”

“감사합니다.”


벌떡 일어나 현무진인에게 인사를 건네다가 남자아이가 멀뚱거리고 있자 미려가 팔꿈치로 남자아이의 옆구리를 툭 하고 찌른다.


“뭐해? 너도 감사합니다. 해야지 너 이름 지어주신다는데. 어서!”

“감사합니다.”

“너무 기대는 말게. 나 또한 이름을 짓는 일은 처음이라 어찌 잘 지어질지 모르겠구먼. 그럼 나도 이것저것 이름 짓는 법을 알아봐야 하니 이만 가보겠네. 수고하시게.”

“네 들어가십시오.”

“가세요. 할아버지.”

“그래 모레 보자꾸나.”


현무진인이 가자, 미려가 남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내 동생 드디어 이름도 생기고 좋겠네.”

“뭐 그냥 그래. 난 솔직히 이름 따위 뭐가 중요한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딱! 미려가 남자아이의 머리에 꿀밤을 한 대 쥐어박는다.


“바보! 너를 다른 사람들이 병신이라고 부르면 넌 사지가 멀쩡해도 병신이 되는 거야. 영원히! 그런데도 넌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지금!”


미려가 갑자기 화를 내자 기가 죽은 남자아이가 눈치를 보며 선뜻 뭐라 말을 못 한다.

한숨을 푹 내쉬며 남자아이의 머리를 흩뜨리고는 꼭 안아준다.


“이름은 정말 중요한 거야. 그러니 소중하게 생각하고 내일 현무 할아버지 만나거든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려, 알았지?”

“응 근데 내일은 현무 할아버지 안 만나는데.”


딱! 다시 남자아이의 머리에 큼지막한 꿀밤이 쥐어박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9화. 흐르는 시간과 강수의 성장 그리고 움직이는 금의위. (1) 22.06.16 177 1 11쪽
38 38화.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2.06.15 181 1 11쪽
37 37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2) 22.06.14 176 2 9쪽
36 36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1) 22.06.13 178 1 11쪽
35 35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2) 22.06.11 177 1 10쪽
34 34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1) 22.06.10 187 1 11쪽
33 33화. 미려의 정체. (5) 22.06.09 184 1 16쪽
32 32화. 미려의 정체. (4) 22.06.08 189 2 11쪽
31 31화. 미려의 정체. (3) 22.06.07 190 0 10쪽
30 30화. 미려의 정체. (2) +2 22.06.06 189 1 9쪽
29 29화. 미려의 정체. (1) 22.06.04 191 1 9쪽
28 28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4) 22.06.03 189 1 12쪽
27 27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3) 22.06.02 198 1 10쪽
26 26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2) 22.06.01 202 1 11쪽
25 25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1) +1 22.05.31 224 2 10쪽
24 24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3) 22.05.30 213 2 12쪽
23 23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2) 22.05.28 214 1 10쪽
22 22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1) 22.05.27 223 3 11쪽
21 21화. 이름을 갖다.(9) 22.05.26 221 2 10쪽
20 20화. 이름을 갖다.(8) 22.05.25 226 4 10쪽
19 19화. 이름을 갖다.(7) 22.05.24 230 3 9쪽
18 18화. 이름을 갖다.(6) 22.05.23 236 3 9쪽
» 17화. 이름을 갖다.(5) 22.05.21 239 2 12쪽
16 16화. 이름을 갖다.(4) 22.05.20 239 1 10쪽
15 15화. 이름을 갖다.(3) 22.05.19 247 2 12쪽
14 14화. 이름을 갖다.(2) 22.05.18 248 3 10쪽
13 13화. 이름을 갖다.(1) 22.05.17 255 3 10쪽
12 12화. 변화의 시작 +1 22.05.16 272 2 13쪽
11 11화. 정찰조. 22.05.14 264 2 10쪽
10 10화. 정찰조. 22.05.14 276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