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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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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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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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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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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2,474

작성
22.05.1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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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1화. 정찰조.

DUMMY

#11화.



암동 여기저기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식사하고 있고 한쪽 구석에는 두 눈을 천으로 가린 남자아이가 어렵지 않게 밥을 떠먹는다.

이에 신기한 듯 미려가 남자아이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너 왠지 이렇게 밥 먹는 게 익숙해 보인다.”


쑥스러운 듯 남자아이가 뒷머리를 긁적인다.


“전에 아주 어렸을 때도 눈 가리고 밥 먹고 그랬거든. 어지러워서.”

“그게 무슨 말이야?”

“전에 말했잖아. 내가 여섯 살 때인가 하여간 그쯤부터 갑자기 어지러워졌다고.”

“그럼 이런 게 처음이 아닌 거네?”

“어! 전에도 적응하기 전까지는 심하게 어지럽고 그랬으니까. 두 번째지.”

“그럼 이전처럼 좋아질 수 있다는 거네. 그지?”

“아마도 그렇겠지. 물론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얼마나 걸릴까? 좋아지려면.”

“어∼ 그게 그러니까 혼자 걸어 다니는데···. 한 육 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근데 누나?”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환자의 상태를 보다 미려와 남자아이가 나누는 대화가 조금씩 들리자 취웅이 자신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운다.


“여기 지금 우리가 있는 곳 말이야. 누나가 보기에 이전에 우리가 살던 곳하고 같은 것 같아? 아니면 다른 것 같아?”

“다를 리가 있겠니. 이 바보야.”

“아니야 누나! 분명 달라.”

“뭐가 다른데?”

“시간이!”


순간 취웅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시간? 시간이 왜?”

“나도 잘 몰라. 하여간 달라.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전보다 훨씬 더 느리게 보여. 그리고 무엇보다 배가 안 고파. 분명히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파야 하거든. 근데 안 고파. 확실히 이상한 게 틀림없어.”

“그러니까 너 말은 이곳의 시간이 이전 세상보다 더 느리게 흐른다는 거야?”

“어! 확실히 느려.”


순간 남자아이의 머리를 미려가 수저로 딱! 소리 나게 때린다.


“어디서 농간질이야. 누나한테. 시간이 빨리 갔다 느리게 갔다 하는 뭐! 그러니까···. 하여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 바보야!”

“아니 물론 그렇긴 한데···.”

“그리고 그런 걸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못 느끼고 너만 느끼는 건데?”

“그건 나도 모르지. 관심이 없나 보지.”


남자아이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미려가 콧방귀를 뀐다.


“너 여기 같이 온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지?”

“알거든. 저 사람들 사람 막, 개 닭 잡듯이 죽이는 사람들이라며. 저번에 누나가 그랬잖아. 누굴 바보로 아나.”

“그만.”


강수의 입을 막고는 미려가 혹시 주위에 무림인이 있지 않나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핀다.

이에 취웅이 재빠르게 뒤돌아서서는 멀찍이 떨어진 다른 환자에게 걸어가는 척 연기를 하고 이 모습에 미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남자아이의 머리를 다시 딱! 소리 나게 수저로 때린다.


“그런 말을 막 하면 어떡해? 누가 들으면 어떡하려고.”

“아이 정말. 듣기는 누가 들어. 주위에 아무도 없구먼.”

“너 지금 눈 가리고 있거든.”

“아 됐고, 확실해! 여기 시간 느리게 흘러.”

“확실은 개뿔, 말 같지 않은 소리 그만하고 밥이나 처먹으셔.”

“근데 누나! 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하지. 왜 너는 못 돌아갈 것 같아?”

“아니 그게 내가 이곳으로 올 때보니까. 군인들이 동굴 안에 폭약을 설치하고 있더라고. 그것도 엄청 많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폭약이라니?”


좀 전과 달리 어딘지 모르게 표정이 굳는다.


“그건 나도 모르지. 근데 하여간 폭약의 양이 장난 아니게 많았어.”


미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핀다.


“너 그거 여기 와서 누구한테 말한 적 있어?”

“아니 없는데. 왜?”

“그럼 앞으로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알았지?”

“왜? 누나.”

“너 말에 다른 사람들이 나쁜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음∼ 그러니까 좀 전에 너부터가 못 돌아갈 거라, 생각했잖아. 그럼 다른 사람들도 네 말을 들으면 어떻게 될까?”

“나랑 비슷하게 생각하겠지.”

“그럼 이곳에서 생활이 그만큼 힘들어지겠지.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런가. 알았어. 누나.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는 말 안 할게. 그럼 되는 거지?”

“응. 자 마저 먹자 아 해”

“응! 아∼”


미려가 떠주는 밥과 반찬을 남자아이가 맛있게 받아먹는다.

밝게 미소를 지었다가 자신도 모르게 좀 전에 남자아이가 해준 말 때문인지 서서히 미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이때 멀리 암동의 두 입구 중 한쪽에서 정찰을 나갔던 정파 무림인들이 암동에 들어선다.


동굴 끝에서 발견된 남자가 허겁지겁 음식물을 집어 먹는다.

그런 남자를 좀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는 현무진인과 취웅 그리고 각 소속의 책임자들, 그중에는 삼십 세 초반에 딱히 특출나 보이지 않는 제갈명이 조심스럽게 현무진인에게 눈짓으로 양해를 구하곤 남자에게 말을 건넨다.


“저기 그러니까 밖에 나갔더니 달이 두 개고, 꽤 오랜 시간 지났지만 계속 밤만 지속하였다. 그리고 자네 빼곤 모두 괴물들한테 잡아먹혔고?”

“네. 그렇사옵니다.”

“음∼ 마지막으로 뭐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괴물들이 동굴 안까지는 쫓아오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말인 건가?”

“네 그렇습니다.”


입안에 가득 찬 음식물을 목구멍 뒤로 힘겹게 넘기며 말을 내뱉곤 다시 음식물을 집으려 뻗는 그의 손을 제갈명이 툭! 친다.


“그럼 괴물의 수는 얼마나 되어 보이던가?”

“저, 제가 숫자를 몰라서···. 하지만 엄청 많았습니다요. 정말입니다.”

“밖에 날씨는 어떠한가? 덥든가? 아니면 춥든가?”

“그게 항시 파란 달이 떠 있었습니다요. 근데 파란 달만 떠 있을 때는 엄청 추웠고 그나마 붉은 달이 뜨면 그런대로 견딜 만하였습니다요.”

“지금 자네 달이 두 개라 말하는 것인가?”

“네. 좀 전에도 분명 두 개라 말씀드렸는데요.”

“그랬지. 하지만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이네. 달이 두 개라니, 허허 이 사람 안 되겠구만 혼이 좀 나야지.”

“제발 살려주십시오. 전 정말 사실대로 말한 것 뿐입니다요. 제발!”


이때 정파 사람들이 정찰하고 온 곳과 반대 동굴에서 상처를 입은 다섯 명의 마검대와 마검대 단주 공손진이 들어선다.

상처를 입은 마검대에게 뭐라 지시를 하곤 공손진이 현무진인이 있는 곳으로 탁! 땅을 차 두세 걸음 만에 도착해 살짝 고개를 숙이곤 품속에서 서찰을 꺼내 건넨다.


“부교주님의 서신입니다.”


뭔지 알 수 없는 공손진의 표정에 현무진인이 아무런 말 없이 서신을 받아들고, 펼치는 순간 와락! 서신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준다.


‘달이 두 개 뜨는 곳’


현무진인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냐고 묻듯 공손진에게 시선을 움직인다.

이에 공손진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이고 현무진인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하∼”


달이 진짜 두 개인지 확인하기 위해 현무진인과 금의위의 임호연 장군, 그리고 몇몇 정파의 인물들이 마검대 공손진의 인도 아래 동굴 입구로 떠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취웅이 이곳 암동의 책임자가 되었다.

취웅은 먼저 암흑을 지나 이곳으로 오면서 대부분 죽거나 다쳐 일손이 많이 모자란다는 일반 사람들의 의견에 금의위와 정파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금의위는 일손이 급한 식당에 가장 우선하여 여섯 명의 여성 경호대를 보냈고 부상자 치료에는 이곳 경비 임무에 배정된 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을 파견하였다.

정파는 서로 눈치를 보다 금의위가 알아서 일하자 굳이 자신들까지 나서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하고는 자신들끼리 모여 소소하게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이에 화가 난 취웅은 각파의 수뇌부들을 바로 자신의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의무실에 불러들였다.


“지금 자네들 무엇 하는 것인가? 내가 우스운가? 그래서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인가?”

“아니 그런 것이 아닙니다. 취웅 장로님. 오해십니다. 그러니 노여움 푸시지요.”


제갈명이 대표로 변명을 늘어놓는다.


“오해? 지금 오해라 말하는 것인가?”

“아니 그것이 아니라···.”


이때 송현이 일어나 취웅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인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러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취웅 장로님.”


취웅이 슬쩍 고개를 돌려 송현을 쳐다본다.


“자네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는가?”

“장로님의 명을 어겼으며, 지금의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보았습니다. 하여 일반인들의 일을 나누려 하지 않았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장로님. 용서해주십시오.”

“자네가 점창파의 송현인가?”

“네 그렇습니다. 장로님.”

“그렇군, 점창파라···. 안타까운 일이군. 하여간 이제 다들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알았는가?”


모용청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송현의 옆으로 다가가 취웅에게 고개를 숙인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장로님 저희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모용청이 송현의 옆에 서서 취웅에게 고개를 숙이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취웅에게 용서를 구한다.

취웅이 한숨을 내쉬며 모두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됐고, 알았으면 어서 가서 금의위를 돕게.”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쉬십시오. 장로님.”


송현이 뒤돌아서자 급하게 모용청이 취웅에게 인사를 한 후 송현을 따라나서고 나머지 수뇌부들도 하나둘씩 취웅에게 인사를 하고 취웅의 숙소에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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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1) 22.06.13 177 1 11쪽
35 35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2) 22.06.11 177 1 10쪽
34 34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1) 22.06.10 187 1 11쪽
33 33화. 미려의 정체. (5) 22.06.09 184 1 16쪽
32 32화. 미려의 정체. (4) 22.06.08 188 2 11쪽
31 31화. 미려의 정체. (3) 22.06.07 189 0 10쪽
30 30화. 미려의 정체. (2) +2 22.06.06 189 1 9쪽
29 29화. 미려의 정체. (1) 22.06.04 191 1 9쪽
28 28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4) 22.06.03 189 1 12쪽
27 27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3) 22.06.02 196 1 10쪽
26 26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2) 22.06.01 201 1 11쪽
25 25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1) +1 22.05.31 223 2 10쪽
24 24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3) 22.05.30 213 2 12쪽
23 23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2) 22.05.28 214 1 10쪽
22 22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1) 22.05.27 223 3 11쪽
21 21화. 이름을 갖다.(9) 22.05.26 221 2 10쪽
20 20화. 이름을 갖다.(8) 22.05.25 226 4 10쪽
19 19화. 이름을 갖다.(7) 22.05.24 229 3 9쪽
18 18화. 이름을 갖다.(6) 22.05.23 235 3 9쪽
17 17화. 이름을 갖다.(5) 22.05.21 238 2 12쪽
16 16화. 이름을 갖다.(4) 22.05.20 239 1 10쪽
15 15화. 이름을 갖다.(3) 22.05.19 246 2 12쪽
14 14화. 이름을 갖다.(2) 22.05.18 248 3 10쪽
13 13화. 이름을 갖다.(1) 22.05.17 254 3 10쪽
12 12화. 변화의 시작 +1 22.05.16 271 2 13쪽
» 11화. 정찰조. 22.05.14 264 2 10쪽
10 10화. 정찰조. 22.05.14 27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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