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7,708
추천수 :
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6.13 21:00
조회
177
추천
1
글자
11쪽

36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1)

DUMMY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잘못을 인정하는 강수를 보며 현무진인의 입가에 따뜻한 미소가 그려진다.


“그런데 강수야! 만약에 네가 진실하고 정중하게 방 숙수에게 요리하는 방법을 알려달라 부탁하였다고 해도 방 숙수가 요리를 안 가르쳐줄 수도 있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 숙수를 탓하거나 나쁘다고 하면 그 또한 안 되는 일이란다. 왜냐면 그 사람의 요리비법에는 그 사람만의 피와 땀이 녹아 있기 때문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할아버지. 지금까지 숙수님에게 좀 차갑게 대하고 했는데. 이제 안 그러려고요. 헤헤헤!”

“강수야! 우리는 지금 매우 특이한 환경에 처해있단다. 쉽게 말해 이전 세상이었으면 남에게 절대로 가르쳐주거나 전해줄 수 없던 것도 지금은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이 진심을 담아 부탁한다면 한 번쯤 고민해보고 상황만 된다면 가르쳐줄 수 있는 그런 환경 말이다.”


현무진인의 말에 강수가 왠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전 이전 세상과 이곳이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는데, 왜 다들 다르다고 이곳은 나쁘다고만 하는 걸까요?”

“나쁘다 좋다는 차후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은 다르다는 것부터 이야기해 보자 꾸나. 예를 들어 지금 이곳에서 네게 일어난 일을 한번 생각해 보거라.”

“음∼ 누나와 같이 지내는 것이 바뀌었고요. 식당 일을 안 해도 되고, 그리고 송현 사부님한테 검술을···. 아∼ 이제 알겠네요. 할아버지! 이전 세상이었으면 전 송현 사부님한테 검술을 배울 수가 없었겠네요. 그리고 마검 할아버지한테도 그렇고요. 맞죠?”

“그렇지. 이곳이 아니면 절대 이전 세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 강수야!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감정을 내면에 가지고 있단다.”

“우리 못 돌아가는 건가요?”


순간 말문이 막히는지 현무진인이 먼 허공을 바라본다.

그러다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그건 나도 확답을 할 수는 없구나.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 말이다.”

“그럼 할아버지도 불안하세요?”

“물론 나도 인간이니 당연히 불안하지. 왜 그렇게 안 보이냐?”

“네. 하나도 불안하거나 걱정이 있는 사람처럼 안 보이세요.”

“늙으면 말이다. 피부가 두꺼워져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아 그렇단다.”

“에이 거짓말.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디 있긴 인석아! 여기 있지. 하하하!”


즐거운지 현무진인이 오랜만에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린다.


“할아버지! 근데 불안한 것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것을 가르쳐주는 것하곤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요?”

“불안한 감정 때문에 그런 것보다는 이곳 장소가 주는 상관관계가 더 크지 싶구나. 예를 들어 이전 세상이었으면 너에게 나나, 마검 그리고 송현은 아마도 무공을 가르친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공이라는 것은 외부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가르쳐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네. 무림인들에게 있어 무공은 생명과 같은 거라서 함부로 알려달라고 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전에 누나한테 들어 저도 잘 알고 있답니다. 할아버지.”

“그래, 하지만 외부인에게 무공을 알려주지 않는 이유는 그게 전부가 아니란다.”

“그럼 또 다른 이유가 있나요?”

“음∼ 만약에 말이다. 한 문파의 무공이 실수로 외부로 유출되고 그 유출된 무공을 다른 문파가 입수한다면 어찌 되겠느냐?”

“배우겠죠. 좋은 무공이라면.”

“그래 배우겠지. 하지만 혹시나 사용하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무공을 잃어버린 문파와 문제가 생길 텐데, 그래도 배워야 할까?”

“그럼 그냥 버려야 하나요?”

“아니지. 무공을 익히고 분석을 해야겠지. 나중에 그 문파와 사이가 나빠질 것을 대비해서.”

“할아버지! 무공을 분석하다니 그게 무슨 뜻인가요?”

“세상에 완벽한 건 없거든. 해서 무공을 익히고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자연스레 그 무공이 가지는 성질과 약점이 보이고 이를 이용해 그 무공을 상대하는 방법을 역으로 만들 수 있단다. 그럼 만약에 세월이 흘러 무공을 유출한 문파와 이를 입수한 문파 간 싸움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 당연히 무공을 알고 그에 상응하는 방법을 만들고 숙지하고 있는 쪽이 싸움에서 이기겠죠.”

“그렇지, 무공을 유출된 문파는 당연히 싸움에서 지겠지.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자파의 사람들이 죽고 문파는 멸문당하겠지. 무공이 외부로 유출되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 이제 알겠느냐? 외부 사람에게 무공을 전수한다는 것이 이전 세상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강수의 고개가 끄덕이다 순간 멈추곤 의문이 가득 담긴 눈으로 현무진인을 쳐다본다.


“네. 근데 할아버진 왜 저한테 그런 중요한 무공을 가르쳐주시는 거예요?”

“음∼ 심심해서!”

“에! 심심해서라고요?”

“그래 이곳 생활은 너무 무료하거든. 그리고 나보다는 네가 더 오래 살지 않겠느냐? 그렇다는 것은 나보다 네가 이전 세상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뜻이고, 해서 무료함도 달랠 겸 나의 무공을 너를 통해 남기고 싶은 나의 욕심 아닌 욕심 때문에 너를 가르치는 것이란다. 이제 되었느냐?”

“결론은 앞에 말씀하신 대로 심심해서 가르친다는 거네요?”

“왜 서운하냐?”

“네. 서운합니다.”

“너무 서운치 말거라. 아마 강수 너와 금의위 군인들 말고는 다른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다들 나와 같이 무료함에 힘들어할 테니 말이다.”

“아닌데요. 우리 누나도 바쁘던데요.”

“그래 네 누님도 요즘 취웅 선배한테 무공을 배우느라고 바쁘겠구나.”

“네. 헤헤헤! 아 맞다. 할아버지! 그럼 이곳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워 두는 것이 좋은 거네요. 아무래도 배울 수 있는 확률도 높고요. 헤헤헤!”

“그렇지. 이곳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살게 될지는 모르지만. 항시 배움의 자세를 바로 하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고 너의 삶에 필요한 것이라면 꼭 배우거라. 알겠느냐?”

“네 할아버지.”


이야기가 대충 끝이 났다고 생각한 현무진인이 습관처럼 허리를 주무르며 일어선다.


“그래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보자꾸나.”

“벌써 가시게요.”

“오랜만에 말을 많이 했더니 입안이 까끌까끌해서 안 되겠구나. 어여 가서 차나 한잔해야지.”

“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할아버지”

“그래 너도 오늘 고생했구나. 그만 숙소로 가서 쉬어라.”


이때 식당 천막이 있는 곳을 바라보던 강수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저기 할아버지 저쪽 식당에 지금 횃불이 몇 개 켜져 있나요?”

“어디 보자 그래 여덟 개 켜져 있구나.”

“그럼 전 식당에 가서 누나 도와주다가 일찍 저녁 먹고 송현 사부님한테 가야 할 것 같네요. 헤헤헤!”

“네가 이곳에서 제일 바쁘구나. 가만! 그럼 같이 가자꾸나. 나도 어차피 그쪽으로 가야 하니.”

“헤헤! 네 할아버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이 식당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마치 할아버지와 손자처럼···.


강수는 오전에는 마검에게, 오후에는 현무진인에게,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는 송현에게 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세 사람의 무공 지도는 서서히 보이지 않는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강수를 통해 표출되어 매일 강수는 지옥의 맛을 보아야만 했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동안 내공이 부족해 절정의 벽을 깨지 못하던 많은 무림인의 몸에 조금씩 변화가 생겨났다.

다시 동굴에 온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처음으로 절정의 벽을 깨고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이전 삼재검법을 펼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빠르기로 강수가 사방으로 검을 휘두르자 빠른 속도 때문에 소맷자락 휘날리는 소리가 공터에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퍼벅! 퍼버벅! 퍼버벅! 퍼벅!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강수가 검을 갈무리하고는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으며 몇 번의 호흡을 하곤 사부 송현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사부님 왜 속도가 더 늘지 않는 걸까요?”

“지금도 충분히 빠르단다. 너무 서두르지 말거라.”

“네 사부님. 아! 참 사부님 질문이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그래 해보거라.”

“저기 그러니까 경지가 한 단계 올라가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강수의 질문에 송현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지어진다.


“음∼ 세상이 달라진단다.”

“네. 세상이요?”

“그래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이전과는 미세하지만 다르게 다가오더구나.”

“우와∼ 엄청나네요.”

“그렇지 엄청난 일이지. 근데 강수야! 나는 그것보다는 나의 몸이 그런 큰 변화를 이삼일 만에 적응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더 신기하더구나.”

“어떻게 그렇게 금방 적응하죠? 그런 큰 변화를.”

“그건 나도 오늘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몰라 많이 답답해했단다.”

“그럼 지금은 아신다는 거예요?”

“그래 알고 있단다. 이곳에 오기 전에 현무진인님을 찾아뵙고 이유를 물어보았거든. 그랬더니 자세히 알려주시더구나.”

“이유가 뭐라 하시던가요?”

“듣고 싶으냐?”

“네. 말씀해 주세요. 사부님!”


떼쓰는 강수의 머리카락을 송현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헝클어뜨린다.


“그래 알려주마. 그러니까 현무진인님은 무공을 꾸준히 수련하게 되면 아주 미세하게 하루하루 몸은 성장하지만, 이것이 하도 미세하게 성장을 하기에 인간은 그걸 깨닫지 못한다고 하더구나. 그리고 이런 몸의 성장은 어느 순간 그 사람의 정신과 역량을 벗어나 앞서가게 되고 꾸준히 성장해 다음 단계의 경지에 다다라 있다가 수련하는 사람의 정신과 역량이 다음 단계로 진입을 하게 되면 그때 서야 비로소 몸의 변화를 정신이 인식하게 되고, 인식하게 된 그 순간부터 이미 오래전 성장해 있던 몸의 역량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하시더구나.”


껌벅! 껌벅! 강수가 두 눈을 껌벅이며 송현을 올려다본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선.


“사부님! 너무 어려워요. 하나도 모르겠어요.”


피식! 미소를 짓다가 멀리 식당 옆 시간을 알리는 횃불이 열 개에서 열한 개로 늘어나자 송현이 고개를 젓는다.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다시 이야기 하자구나. 자 그럼 오늘 수련은 이만 마치기로 하고 숙소로 가자꾸나.”

“네 사부님.”


송현이 손을 내밀자 자연스럽게 그 손을 강수가 맞잡는다.

강수가 그렇게 손을 잡자 송현이 천천히 산책하듯 걷기 시작하고 그런 송현의 발에 맞춰 강수가 종종걸음을 걸으며 속도를 맞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39화. 흐르는 시간과 강수의 성장 그리고 움직이는 금의위. (1) 22.06.16 177 1 11쪽
38 38화.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2.06.15 180 1 11쪽
37 37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2) 22.06.14 175 2 9쪽
» 36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1) 22.06.13 178 1 11쪽
35 35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2) 22.06.11 177 1 10쪽
34 34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1) 22.06.10 187 1 11쪽
33 33화. 미려의 정체. (5) 22.06.09 184 1 16쪽
32 32화. 미려의 정체. (4) 22.06.08 188 2 11쪽
31 31화. 미려의 정체. (3) 22.06.07 189 0 10쪽
30 30화. 미려의 정체. (2) +2 22.06.06 189 1 9쪽
29 29화. 미려의 정체. (1) 22.06.04 191 1 9쪽
28 28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4) 22.06.03 189 1 12쪽
27 27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3) 22.06.02 197 1 10쪽
26 26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2) 22.06.01 201 1 11쪽
25 25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1) +1 22.05.31 223 2 10쪽
24 24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3) 22.05.30 213 2 12쪽
23 23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2) 22.05.28 214 1 10쪽
22 22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1) 22.05.27 223 3 11쪽
21 21화. 이름을 갖다.(9) 22.05.26 221 2 10쪽
20 20화. 이름을 갖다.(8) 22.05.25 226 4 10쪽
19 19화. 이름을 갖다.(7) 22.05.24 229 3 9쪽
18 18화. 이름을 갖다.(6) 22.05.23 235 3 9쪽
17 17화. 이름을 갖다.(5) 22.05.21 238 2 12쪽
16 16화. 이름을 갖다.(4) 22.05.20 239 1 10쪽
15 15화. 이름을 갖다.(3) 22.05.19 247 2 12쪽
14 14화. 이름을 갖다.(2) 22.05.18 248 3 10쪽
13 13화. 이름을 갖다.(1) 22.05.17 254 3 10쪽
12 12화. 변화의 시작 +1 22.05.16 271 2 13쪽
11 11화. 정찰조. 22.05.14 264 2 10쪽
10 10화. 정찰조. 22.05.14 275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