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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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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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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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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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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68화. 인연(因緣). (1)

DUMMY

한 줌의 빛도 허락하지 않는 순수한 어둠만이 자리한 암흑의 세계에 갑자기 번개가 치듯 여기저기서 번쩍거리며 강한 빛이 아주 짧은 순간 번쩍였다 사라지기를 수십 번, 두 인영의 모습이 빛이 번쩍일 때마다 흐릿하게 남아 인식되지만 워낙에 짧은 순간 빛이 번쩍였다 사라지기에 누구인지는 확인할 수는 없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억만 번의 번개가 치고 처음과 다르게 거친 숨을 내뱉는 한 존재와 차분하게 평소와 같이 숨을 내쉬는 존재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다.


“나의 물음에 답하라.”


얼핏 마검의 목소리가 공간에 울리고 이에 반응하듯 거친 숨을 내쉬던 존재가 말을 내뱉는다.


“싫다. 내가 왜 너의 의문을 풀어줘야 하지? 흥 난 그러고 싶지 않다. 인간!”

“그럼 하나만 묻지. 왜 지금 너와 내가 말이 통하는 것이냐?”


아무런 대꾸 없이 거친 숨을 내쉬기를 몇 번 말할지 말하지 않을지 고민하는지 새의 부리 모양의 입을 달그락! 달그락! 움직이는 존재, 바로 아몬이다.


“너의 의식 속에 나와 내가 함께 있기에 의사가 통하는 것이다. 이제 되었나?”

“음∼ 그럼 이미 나의 의식 속에 너라는 존재가 속해 있다는 뜻이군.”


시선을 회피하는 아몬의 모습에 마검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그렇군, 나의 의지에 달린 문제였군. 그럼 시작하지.”

“안돼. 그만! 내 말 할 테니. 제발 그만하자. 어차피 너에게 흡수될 거 더는 고통받기 싫다.”


공손진이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마검의 숙소, 강수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마검의 앞에 앉아 명상에 잠겨있는 마검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다 갑자기 마검의 입꼬리가 마치 미소를 짓는 양 미세하게 올라가자 이에 손가락으로 마검의 입꼬리를 가리키며 급하게 공손진에게 말을 건넨다.


“어어 단주님! 마검 사부님이 웃으세요. 봐요. 맞죠? 웃으시는 거.”

“음 그렇구나. 일이 잘 풀리시는 것 같구나. 근데 강수 너! 계속 이곳에 있어도 되는 것이냐?”

“아! 맞다. 누나가 빨리 오라고 했는데. 저 그럼 이만 가볼게요. 사부님 깨어나시면 꼭 알려주세요. 알겠죠?”

“그래 알았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단주님.”

“그래 가보거라.”


공손진에게 인사를 하곤 바로 숙소 밖으로 나와 빠르게 경공을 펼쳐 식당을 향한다.


쉭! 쉭! 화르르! 화르르!


발로는 연신 풀무를 밟아 시퍼런 불꽃을 일으키고 그 위에 커다란 무쇠로 만든 웍을 떡두꺼비처럼 생긴 손과 울퉁불퉁한 팔 근육을 이용해 방 숙수가 힘차게 돌린다.


“에이고 이 원수 하여간 오기만 해봐라. 내 가만두나.”


입술을 씰룩거리며 누군가에 대한 불만을 작게 투덜거린 미려가 다 깎은 채소를 다시 바구니에 던져 넣다가 순간 날카롭게 변한 눈빛으로 쪽문을 바라보며 방 숙수에게 말을 건넨다.


“숙수님! 강수 다 온 거 같은데 현무진인님 식사 준비할까요?”

“그래 나도 다 됐으니, 그렇게 하자.”

“네 숙수님.”


대답과 동시에 미려가 채소를 깎던 칼을 내려놓고 빠르게 밥과 국 그리고 몇 가지 찬을 커다란 쟁반에 가지런히 올려놓는다.

이때 허겁지겁 주방에 나 있는 쪽문을 잡고 강수가 멈추어 서선 거친 숨을 몰아쉰다.


“헉! 헉! 누나 미안, 내가 빨리 오려고 했는데. 글쎄 마검 사부님 표정이 명상 중에, 씩 하고 미소를 짓는 거야. 해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공 단주님하고 사부님을 살펴보다가 늦은 거니까. 나 너무 뭐라 하면 안 된다. 알았지?”

“너 지금 그게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현무진인님 식사 늦으면 안 된다고 말했어? 안 했어?”

“알아 아는데. 진짜야 누나 마검 사부님 입꼬리가 이렇게 올라가면서 미소를 지었다니까. 정 못 믿겠으면 이따가 공 단주님한테 물어봐.”


이때 방 숙수가 먹음직스럽게 잘 볶아진 고기 채소볶음을 밥과 국이 담긴 쟁반 위에 툭! 올려놓는다.


“네놈 말대로라면 부 교주님께서 좋은 방법을 찾으셨다는 건데. 하∼ 정말 그랬으면 좋겠구나.”

“네 저도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코를 벌렁거리며 쟁반에 담긴 고기 채소볶음 앞으로 강수가 다가간다.

“와∼ 오늘 고기 채소볶음 냄새가 장난 아닌데요. 숙수님! 빛깔도 반지르르한 게 엄청 먹음직스럽게 보이는데···. 혹시 제 것도 좀 있나요?”

“그래 저기 남겨뒀으니까 얼른 현무진인 식사 가져다드리고 와서 먹도록 해라.”

“네. 항상 이 못난 저에게 이리 신경 써주신 점 진심 감사드립니다. 숙수님. 그리고 잘 먹겠습니다. 헤헤헤!”

“그래 알아줘서 고맙구나. 요 녀석아!”

“누나 쟁반 싸줘야지 가지. 빨리 싸줘.”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응 누나.”


이곳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곳에 올 때 가지고 온, 옷과 천들이 낡고 헤져 지금은 대부분 사람이 짐승의 털로 만든 옷을 입고 생활하였다.

미려가 쟁반을 싸고 있는 포대기도 여러 남은 천을 얼기설기 이어붙여서 그런지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색을 띠고 있다.

포대로 꼼꼼하게 싼 쟁반을 미려가 조심스럽게 강수에게 내민다.


“괜히 가다 엎지 말고 조심히 가 알았지?”

“응 갔다 올 게 누나.”

“저기 잠깐만.”


막 나가려는 강수의 손을 잡은 미려가 주방 옆 한적한 곳으로 가 주위를 살피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강수에게 말을 건넨다.


“강수야! 내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금의위 형들이나 누나들하고 있을 때는 표정이나 말투를 조심해야 한다. 알았지?”

“당연히 알지. 근데 누나! 어젠가 현무 사부님이 그러셨는데. 아무리 상황이 힘들고 나쁘더라도 아이는 아이답게 행동하는 거래. 알아?”

“알아 아는데, 그래도 상황이 너무···. 에이 나도 모르겠다. 네가 알아서 해 그럼.”

“헤헤헤! 누나가 무슨 걱정하는지 다 아는데, 나 그렇게 눈치 없지 않거든요. 그럼 전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요.”


혀를 삐쭉! 내밀고는 빠르게 동굴 입구를 향해 달려 나간다.

기특한 강수의 모습에 미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지다 이내 처음 강수를 만났을 때가 갑자기 생각나자 피식! 헛웃음을 짓는다.


“하긴 그때는 정말 아이였는데, 이젠 정말 다 컸네! 우리 강수.”


사색에 잠긴 듯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던 미려를 주방에서 나오던 방 숙수가 보곤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아이고 또 저런다. 미려야! 그만 정신 차리고 아침 준비해야지.”

“아! 네 숙수님.”


창피한지 미려가 고개를 숙이곤 후다닥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리 동생이 좋을까? 하긴 강수가 귀엽기는 하지.”


기지개를 켜곤 잠시 무릎과 팔목 기타 관절을 이리저리 돌려 뭉친 근육을 풀어주곤 주방으로 들어간다.


휙∼휙! 바람 소리를 내며 강수의 양옆으로 빠르게 주위 사물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속도에도 어지럽지 않은지 눈도 감지 않고 시선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주위를 살피던 강수가 동굴 입구에 도착하자 서서히 속도를 줄여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살짝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쇠사슬에 묶여있는 임호연 장군이 있는 곳을 보지 않으려는 듯 시선을 살짝 반대 방향으로 돌리곤 조심스럽게 현무진인이 있는 천막을 향해 다가간다.


“으아악! 안돼! 으악! 제발! 으아악!”


현무진인이 머무는 천막으로 다가갈수록 임호연 장군의 외침과 절규가 더욱 크고 또렷하게 강수의 귀를 파고든다.


“안돼 강수야 보면 안 돼. 그냥 가는 거야. 그냥 현무 사부님에게 식사만 전해주고 바로 가면 되는 거야. 보지 말자.”


절대 보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하며 걷다가 현무진인이 머무는 천막이 일장(3m) 정도의 거리에 이르자 탁! 경공을 써 빠르게 달려가려다가.


“제···. 발···. 도···. 와주겠니. 강수···. 으악!”


임호연 장군의 마지막 외침에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임 장군을 바라본다.

시뻘건 피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도 강수를 보려 임호연 장군이 두 눈을 부릅뜬다.

너무나도 애잔한 표정을 짓고선.

비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강수가 휘청인다.


‘왜 나를 부른 걸까? 그리고 무엇을 원하기에 저리 간절하게 나를 바라보는 거지?’

“제···. 발···. 죽···.”


하지만 곧이어 들리는 임호연 장군의 절규에 강수의 두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왜 눈물이 흘러내리는지 모른 체 그렇게 임 장군을 바라보다 한발 한발 임 장군을 향해 다가간다.

더욱 간절한 눈빛으로 임호연 장군이 강수를 바라본다.

마치 애인을 바라보듯.

그 눈빛 때문일까? 흐느껴 울던 강수가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는다.


“제가 해드릴 게 없어요. 장군님! 그러니 그렇게 보시지 마세요. 전···.”

덥석!


누군가 강수의 어깨를 잡는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강수가 뒤를 돌아보자 현무진인이 따듯한 눈으로 강수를 맞이한다.


“강수야! 임 장군이 너에게 투정을 부리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제가 해드릴 게 아무것도 없는데···. 임호연 장군님께 죄송해서 어떡하죠?”

“죄송할 필요 없다. 너에게 무언가를 바라서 그러는 것은 아닐 테니까. 단지 지금은 힘드니까···. 들어가자꾸나.”

“네···. 네 사부님.”


강수의 손을 꼭 잡고 천막 안으로 함께 걸어가는 강수를 보며 임호연 장군이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미안···. 하구나···. 강···. 으악!”


다시 눈이 뒤집혀 하얀 흰자만 보이는 눈을 번득이며 괴성을 질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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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화. 인연(因緣). (2) 22.07.21 120 1 9쪽
» 68화. 인연(因緣). (1) 22.07.20 128 0 10쪽
67 67화. 마족과의 전투 그리고... (2-5) 22.07.19 127 2 14쪽
66 66화. 마족과의 전투 그리고... (2-4) +1 22.07.18 115 1 9쪽
65 65화. 마족과의 전투 그리고... (2-3) 22.07.16 130 1 11쪽
64 64화. 마족과의 전투 그리고... (2-2) 22.07.15 119 0 11쪽
63 63화. 마족과의 전투 그리고... (2-1) 22.07.14 125 0 10쪽
62 62화. 마족과의 전투 그리고... (3) 22.07.13 130 0 15쪽
61 61화. 마족과의 전투 그리고... (2) 22.07.12 132 1 14쪽
60 60화. 마족과의 전투 그리고... (1) 22.07.11 144 0 10쪽
59 59화. 새로운 마족 아몬(Amon). (4) 22.07.09 137 1 14쪽
58 58화. 새로운 마족 아몬(Amon). (3) 22.07.08 137 2 11쪽
57 57화. 새로운 마족 아몬(Amon). (2) 22.07.07 145 1 16쪽
56 56화. 새로운 마족 아몬(Amon). (1) 22.07.06 135 1 14쪽
55 55화. 다시 나타난 바싸고와 싸움꾼 취웅. (3) 22.07.05 138 2 14쪽
54 54화. 다시 나타난 바싸고와 싸움꾼 취웅. (2) 22.07.04 142 1 10쪽
53 53화. 다시 나타난 바싸고와 싸움꾼 취웅. (1) 22.07.02 145 1 11쪽
52 52화. 미려와 사일검법. (2) 22.07.01 143 2 11쪽
51 51화. 미려와 사일검법. (1) 22.06.30 150 2 12쪽
50 50화. 천강혈룡검법(天降血龍劍法)과 분광검법(分光劍法). (2) 22.06.29 151 1 10쪽
49 49화. 천강혈룡검법(天降血龍劍法)과 분광검법(分光劍法). (1) 22.06.28 158 3 10쪽
48 48화. 금의위. (2) 22.06.27 153 1 11쪽
47 47화. 금의위. (1) 22.06.25 154 1 9쪽
46 46화. 취웅과 임호연 장군. (2) 22.06.24 158 1 10쪽
45 45화. 취웅과 임호연 장군. (1) 22.06.23 177 2 10쪽
44 44화. 강수와 돼지 괴물의 혈전. (4) +1 22.06.22 172 0 14쪽
43 43화. 강수와 돼지 괴물의 혈전. (3) 22.06.21 166 1 10쪽
42 42화. 강수와 돼지 괴물의 혈전. (2) 22.06.19 173 3 9쪽
41 41화. 강수와 돼지 괴물의 혈전. (1) 22.06.18 176 2 10쪽
40 40화. 흐르는 시간과 강수의 성장 그리고 움직이는 금의위. (2) 22.06.17 18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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