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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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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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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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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글자수 :
4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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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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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3화. 강수와 돼지 괴물의 혈전. (3)

DUMMY

과거(어제의 마교 수련장.)


죽은 돼지 괴물의 시체만이 널브러져 있는 수련장, 그 옆에 강수가 쭈그려 앉아 있다.


꼬르륵!


배에서 배고프다고 비명을 지르자 강수가 퉁퉁 부은 눈을 비비곤 주변을 돌아보다 멀리 저녁 식사 시간을 나타내는 횃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곤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참! 난 이렇게 힘든데 배는 왜 고픈 걸까? 내 몸인데. 나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나. 바보 당연한걸. 아 참! 누나가 저녁 같이 먹자고 했지. 하∼ 힘들다.”


어제 했던 미려와의 약속이 떠오르자 천천히 일어나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곤 식당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조리도구와 내일 사용할 식자재를 한곳에 잘 정리해놓곤 강수를 기다리는 듯 일을 하면서도 미려가 잠깐잠깐 문 쪽을 쳐다본다.

하지만 올 때가 지나도 강수가 보이지 않자 미려의 얼굴에 살짝 근심이 어리다 언제 왔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주방 앞에 선 강수의 모습에,


‘하∼ 걱정했는데, 다친 곳은 없어 보여 다행이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강수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선다.

주방 문 앞에 뻘쭘하게 서 있다 미려가 다가오자 순간 차오르는 눈물에 강수가 고개를 숙인다.


“누나 늦어서 미안해. 내가 일찍 오려고 했는데···.”

“알아. 아무 말 안 해도.”


변명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는 듯 다가선 미려가 강수를 꼭 안아준다.

그래서였을까? 따듯한 미려의 온기에 참아왔던 강수의 눈물샘이 터진다.


“으앙! 흑흑! 돼지 괴물이 너무 불쌍해 누나. 난 정말 죽이기 싫었는데···.”


얼마나 지났을까? 꼬르륵! 지금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강수의 배를 뚫고 나오자 미려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안겨 있던 강수와 눈을 맞춘다.


“그만 울고 우리 밥 먹을까? 강수야! 누나도 배고픈데.”


창피한지 강수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어. 누나가 배고프니까 먹어야겠지.”

“그래 그럼 누나가 밥 차릴 동안 강수는 얼른 씻고 와.”

“어! 알았어. 씻고 올게. 근데 저기서 씻으면 되는 거지? 누나!”


강수가 주방 밖에 있는 커다란 물통을 가리킨다.


“그래 맞아. 거기서 씻으면 돼.”


강수의 엉덩이를 토닥인다.


“그럼 어서 씻고 오세요. 우리 예쁜 동생.”


강수가 씻으러 나가자 미려가 주방 한쪽에 천으로 덮여 있던 커다란 쟁반을 들고 식당으로 걸어가 앞에 있는 식탁 위에 내려놓고는 천에 덮여 있던 먹음직스러운 반찬들을 식탁 위로 하나씩 옮겨 놓는다.


수건으로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으며 식탁에 앉은 강수가 슬그머니 미려의 눈치를 보며 무슨 말을 하려 입을 실룩이자 미려가 수저로 밥을 커다랗게 한술 떠 강수의 입속에 집어넣는다.


“자 밥 먹자. 밥 먹고 그다음에 이야기하는 걸로. 알았지?”


이번엔 젓가락으로 간장에 졸인 고기를 집어 강수의 입 앞에 들이민다.


“이거 오늘 누나가 널 생각해서 특별히 만든 거니까. 먹어봐. 아∼”


미려의 성화에 말을 하려다 말고 강수가 입을 벌려 반찬을 받아먹는다.


“어때? 맛있지?”

“어 맛있어.”

“그럼 이 누나가 우리 예쁜 동생 주려고 얼마나 정성 들여 만든 건데. 당연히 맛있어야지. 자∼ 또 아!”


다시 반찬을 집어 강수의 입에 가져간다.


“누나 나 괜찮아. 이러지 않아도 돼. 그냥 밥 먹자 응.”

“알았어. 그럼 이것만 먹어. 자 어서.”


누나가 한번 고집을 부리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강수는 한숨을 내쉬며 미려가 내민 반찬을 받아먹는다.


“자 그럼 나도 먹어볼까. 음 이거 내가 했지만, 진짜 맛있다.”

“누나! 나 오늘 돼지 괴물 죽였다.”


잡아든 반찬을 미려가 다시 내려놓는다.


“근데 지금 난 배가 고파서 밥을 먹어. 다른 생명을 죽여 놓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누나!”

“그럼 난 어떡해야 하는 거야? 괴물도 아니고 사람을 죽였는데. 그것도 열 명도 더 넘게.”

“알아 아는데, 자꾸 마음이 아파 누나!”

“강수야! 중요한 건 내가 살아있다는 거야. 그리고 살아있으니까 배도 고픈 거고, 가슴도 아픈 거야. 그뿐인 거야. 다른 대단한 이유 없어. 그리고 다들 그렇게 살아.”

“진짜 다 그렇게 살아. 다른 사람을 죽여가면서.”

“어!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은 다 그렇게 살아. 물론 다른 일반인들은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무림인들은 다 그렇게 살아. 그것이 그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니까.”

“그럼 그냥 일반 사람들처럼 살면 되겠네. 굳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필요도 없고. 사이좋게 살면 되잖아? 그지 누나!”

“그럼 무공을 배우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너도 잘 알잖아. 평범하게 산다고 다들 사이좋게 지내며 살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아니다. 우선 밥부터 먹자 먹고 나서···.”


말끝을 흐리고는 이내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미려가 두 눈을 반짝인다.


“그래 이런 문제는 아무래도 나보다는 현무진인님과 이야기해 보는 것이 너에게 더 도움이 되겠다. 이해도 빠르고. 자 어서 먹고 같이 가보자.”

“그래도 될까? 누나!”

“음∼ 아마 나는 안 돼도. 너는 될걸.”

“왜 누나는 안 되고 나는 된다는데?”

“넌 현무진인님의 제자니까. 보통 사부가 제자에게 이런 문제가 생기면 올바른 길을 알려주고 그런다고 들었거든.”

“듣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누나도 이전엔 사부님 있지 않았어?”

“난 좀 특별한 사부라서.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어서 먹자”

“응 누나.”


강수와 미려가 다시 밥을 먹는다.


현무진인의 숙소 앞,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려운지 현무진인의 숙소 앞에 도착한 강수가 미려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자 미려가 그런 강수의 엉덩이를 살짝 천막 입구 쪽으로 민다.

미려의 힘에 밀린 강수가 천막 바로 앞에 겨우 멈춰서는 당황해 빨개진 얼굴로 미려를 돌아본다.


“왜 밀어!”

“강수냐?”


갑자기 들려온 현무진인의 목소리에 당황한 강수가 얼른 고개를 숙인다.


“네! 네 사부님.”

“차 식는다. 왔으면 어서 들어오거라. 그리고 누님도 들어오시라고 하고.”

“예 알겠습니다. 사부님.”


강수가 미려를 보며 빨리 따라오라며 손짓을 하곤 엉거주춤 현무진인의 숙소 안으로 들어가자 그 모습에 미려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강수를 따라 조심스레 천막을 젖히고 안으로 들어간다.


나무로 만든 찻상을 앞에 놓고 앉은 현무진인이 우려낸 차를 각각 두 개의 잔에 따라 앞에 앉아 있는 강수와 미려에게 건넨다.


“그래, 오늘 돼지 괴물을 죽였다고?”

“네 사부님.”

“힘들었겠구나!”

“네. 힘들었습니다.”


강수의 투정 아니 투정에 현무진인이 빙그레 미소 짓는다.


“이번이 첫 살상을 해본 것이냐?”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이전에 살 때 가끔 닭이나 쥐 뭐 이런 동물들은 몇 번 죽여보긴 했습니다.”

“그럼 그때와 지금 돼지 괴물을 죽인 것은 다른 것이겠구나? 그러니 지금은 이리 힘들어하는 것이고 말이다. 맞느냐?”

“그게···. 그럼 왜 그때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는데, 지금은 이리 죄책감이 생기는 걸까요? 사부님.”

“그것은 말이다. 강수 네가 무림인으로서 무공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좋으나 무림인으로서 삶과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는 지지 않으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구나.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아직 어리기도 하고 말이다.”

“죄송한데 너무 어렵습니다. 사부님! 그리고 어리다는 것도 만약에 이전 세상이었다면 전 스무 살이 넘었을 나이인데, 맞지 않는 것 같고요.”

“그렇게 생각하느냐?”

“네. 사부님.”

“어리지 않다. 물론 지난 시간의 양으로만 따지면 너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 우리 모두에게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이전 우리가 살던 세상과 많이 다른 곳이란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나 일반적인 생각 그리고 행동 등에 있어 이곳에 맞게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지 않을까 싶은데.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음∼ 그게 전 이전 살던 곳과 이곳이 뭐가 다른지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사부님.”

“바보!”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놀란 미려가 두 손으로 입을 막고는 현무진인에게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현무진인님! 너무 답답해서 저도 모르게.”

“괜찮네. 내 자네의 그 마음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니 너무 괘념치 말게나. 하하하!”

“사부님! 너무해요.”


강수가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너무하긴 욘석아! 난 네가 더 너무하구나.”

“제가 몰요?”

“에고 그래 좀 늦으면 어떠하랴.”


후루룩!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들이킨다.

그리곤 미려를 보며.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음∼ 전 많은 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그리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말해줄 수 있겠나?”

“네. 우선 달이 두 개고 해가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이곳에 존재하는 동물이나 생물은 이전 세상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개중에 생김새가 비슷하더라도 그 크기와 성향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특히 강수가 오늘 죽인 돼지 괴물은 이전 세상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괴물이고 말입니다.”


미려의 말이 끝나자 현무진인이 슬그머니 강수를 쳐다본다.


“어찌 이제 좀 알겠느냐? 강수야!”

“네. 많이 다른 것 같네요. 헤헤헤!”

“취웅 선배가 괜히 제자 자랑을 하고 다니는 것이 아니지, 싶네.”

“과찬이십니다.”

“아니네. 내가 봐도 그럴만해 보이는군, 그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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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화. 강수와 돼지 괴물의 혈전. (3) 22.06.21 166 1 10쪽
42 42화. 강수와 돼지 괴물의 혈전. (2) 22.06.19 17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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