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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물의 망나니 공작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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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날
그림/삽화
봉급날
작품등록일 :
2022.09.22 02:14
최근연재일 :
2022.10.29 23:5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158
추천수 :
88
글자수 :
275,051

작성
22.10.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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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0화

DUMMY

레베카와 함께 남문으로 향했다. 이미 남문 밖에는 나머지 멤버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들은 로브를 둘러쓴 채로 은밀하게 시선을 교환했다. 말없이 고개를 까닥이며 마차에 올랐다.


마차가 목적지로 출발한다.


검술 멤버가 두 명씩 마주 앉았다. 다들 똑같은 푸른색 로브를 둘러쓰고 있었다. 참고로 로브는 내가 제공해준 것이었다.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그새를 참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던 한 인물이 로브 모자를 뒤로 넘겼다.


와인 컬러의 푹신한 두 귀는 눕혀져 있다가 쫑긋 섰다.


“모자가 조금 답답하구나.”


내 옆에 앉아 있던 레베카가 투덜거렸다.


“조금 전까지 엄청나게 두근두근한 느낌이었는데! 뭔가 김이 팍 식네······.”

“······응. 들킬까 봐. 긴장감이 있긴 했지.”

“아니, 막, 막! 비밀 스파이 같은 거 말이야!”


누가봐도 헤럴드인 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낙의 한쪽 귀가 레베카쪽으로 기울여졌다. 마치 강아지가 소리에 집중을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호박색 눈동자를 깜빡인다.


“비밀 스파이는 무엇이냐?”

“으으음. 그러니까 말이지. 막, 비밀 업무를 수행 중인 기사! 비밀스러운 의뢰를 받은 용병! 막 그런 거 있잖아. 뭔가~ 비밀이 가득해 보이는 그런 거.”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반응이 시원치 않자 레베카가 나를 팔꿈치로 쿡쿡 찔렀다.


“뭐······. 은밀하게 활동을 해야 하는 건 맞지. 신분이 드러나면 좋진 않을 테니까.”


레베카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맞아, 맞아! 우리 다들 조심하자!”


헤럴드는 마차 벽에 머리를 기댄 채로 중얼거렸다.


“내가 잘하는 짓인가 모르겠다······.”


자낙은 귀를 쫑긋 세우더니 헤럴드를 보며 말했다.


“음. 몬스터도 잡고 용돈 벌이도 하면 좋지 않으냐? 나쁠 건 없다.”

“그거야 그렇다만. 들키면 큰일 나지 않을까 싶다.”


그러자 레베카가 갑자기 손뼉을 크게 쳤다.


“아! 그러면 우리 가명 쓰자!”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본명을 부르고 다니는 것보다야 낫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레베카의 의견에 동의했다.


“좋아.”


마차가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며 덜컹거렸다. 헤럴드의 머리가 속절없이 흔들리며 벽에 부딪혔다. 아무 생각도 없는 듯 계속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헤럴드는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쿵쿵 부딪치는 머리가 웃겨서 혼자 키득댔다.


무슨 일이냐는 듯 레베카가 날 보길래, 헤럴드를 손짓하며 가리켰다.


레베카는 헤럴드를 발견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핫, 헤럴드. 뭐 하는 거야?”

“······명상.”

“아, 진짜. 빨리 가명이나 정하자. 너는 그러면 헤드할래? 어때? 괜찮지.”

“······어?”


나는 레베카의 해괴한 작명 센스에 웃음을 삼켰다. 이름만 들어도 굉장히 강력한 용병일 것 같다.


“헤럴드는 헤드로 하고, 자낙은 뭐가 좋으려나. 아! 쌍귀 어때?”


아니. 레베카. 미친 거 아냐?


작명 센스 왜 이렇게 웃기지. 엄청 강력해 보이는 이름이긴 한데······. 뭔가 자낙이랑 미묘하게 어울리긴 한데······.


생각하면 할수록 웃겨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눈물까지 쏙 뺐다. 나는 겨우 진정하며 눈가를 소매로 훑었다.


“레베카······. 너무 가명인 티가 나는 거 아냐?”

“아차! 그런가? 그러면. 티아는 니아로 하고, 나는 베키! 자낙은 리지, 헤럴드는 헤드로 하자!”


뭐야. 헤럴드는 그대로 헤드야?


자낙은 가명이 마음이 들었는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음. 괜찮은 이름이구나.”


뒤늦게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 헤럴드가 되물었다.


“뭐라고?”


나는 그에 반응하지 않고 레베카에게 물었다.


“근데 왜 이름이 다 두 글자야?”

“외우기도 쉽고! 같은 파티니까. 통일성도 있고 괜찮지 않아?”

“본녀가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레베카는 한쪽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좋아. 그럼 결정!”

“야, 야. 잠깐만. 방금 뭔가 이상한 이름이 하나 끼어 있는 것 같다?”


헤럴드는 뒤늦게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결정이 끝난 상태였다. 그러게. 아까 잘 듣고 있지 그랬어. 그래도 뭐 나름 강해 보이고? 괜찮지 않나.


마차가 크게 덜컹거리며 멈춰 섰다.


“내리자.”


밖으로 나오자, 곧장 빛바랜 녹색 페인트가 발라진 건물이 보였다. 건물 앞에 붙은 명패에 창이 교차하는 엠블럼이 그려져 있다.


마부는 친절하게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용병 길드입니다.”


고맙다며 고개를 까닥여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갑옷을 차려입은 사람부터 로브 차림을 한 각양각색의 용병들이 모습이 보였다.


한편에 마련된 커다란 게시판이 보인다.


투박하지만 깔끔한 내부였다. 마치 은행처럼 앞쪽으로 데스크가 줄줄이 놓여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 테이블이 마련되어있다.


데스크로 다가가자 녹색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이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어떤 용무를 처리하러 오셨나요?”


앞으로 나서서 직원에게 말했다.


“여기 넷 다. 용병 등록을 하려고 하는데요.”

“아. 그러시군요. 등록비가 10실버가 필요한데 괜찮으실까요? 네 분 다 등록하시면 40실버 되겠습니다.”

“네.”


나는 군말 없이 직원에게 다른 멤버의 몫까지 지불했다.


“등록비 받았습니다. 작성해주셔야 하는 게 있는데, 혹 글자를 쓰실 수 있으신가요?”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양피지를 네 장 꺼내줬다. 살펴보니 이름과 특기를 쓰는 정도였다.


이름을 작성하고 일괄적으로 검술을 써넣고 직원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직원은 제출한 등록지를 가지고 가더니 잠시 뒤 다시 나타났다. 데스크에 동색 배지와 나무 되어있는 넓적한 카드를 올려뒀다.


나는 카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둥글게 처리된 끝부분. 녹색 테두리가 들어가 있고 이름과 특기, 등급이 적혀있었다.


“실적을 채우면 등급을 올릴 수 있어요. 처음에는 무조건 쿠퍼 등급부터 시작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배지와 카드를 챙겨 각자에게 나눠주면서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파티를 만드는 절차라든지 그런 것도 필요하나요?”

“네. 맞아요. 잠시만요.”


직원은 허리를 굽혀 서랍에서 양피지를 꺼내줬다. 내용을 훑어본 나는 멈칫했다.


그리고 보니 정작 파티 이름을 생각 못했다.


이제 와서 이름을 정하자니 번거롭고, 적당히 생각나는 대로 적어야지.


직원에게 등록을 마치고 함께 게시판 앞으로 향했다.


게시판에는 의뢰들이 쓰인 양피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게시판 옆으로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서 있었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직원에게 물었다.


“이보쇼. 이건 뭐라고 적힌 건가?”

“어디 보자, 이건 고블린 가죽을 모아오는 의뢰네요. 질을 좋을수록 값을 비싸게 쳐준다고 쓰여있어요.”


글자를 잘 모르는 용병들에게 의뢰 내용을 알려주는 것 같다.


레베카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게 좋아 보여?”

“잠시만······.”


게시판에 적힌 의뢰들을 하나씩 눈으로 읽었다. 수도 인근 지역이라 그런지, 몬스터를 잡는 의뢰가 적었다.


말만 용병이지. 잡일을 부탁하는 의뢰가 주를 이뤘다. 그나마 아까 전 직원이 말했던 의뢰가 무난해 보였다.


고블린 의뢰가 적혀있는 양피지를 챙겨서 직원에게 다가갔다.


“여기. 위치가 카보시아 덤불 근처라고 되어있는데, 여기가 혹시 어딘가요?”

“다른 령에서 오신 분인가 보네요. 용병 길드 옆으로 흐르는 강물을 보셨죠? 거길 따라 쭉 가다 보면 숲으로 이어져 있는데, 그 부근이에요.”

“걸어가면 얼마나 걸리나요?”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에요.”


직원에게 고맙다며 고개를 까닥이고 일행에게 돌아왔다.


“이거 어때?”


양피지를 가까이 있던 레베카에게 건네줬다.


레베카는 대강 훑어보고는 다른 일행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난 좋아!”

“본녀는 글자를 읽지 못한다. 뭐라고 적힌 것이냐?”

“고블린 가죽을 모아오는 의뢰네.”


헤럴드가 대답해주자, 자낙이 단호하게 말했다.


“음. 본녀는 더 강한 몬스터를 원한다.”


그거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정작 공격력은 형편없으면서 강한 몬스터를 잡으러 가잔다. 심지어 단호하기까지. 어쩜 이렇게 깜찍한 건지 모르겠다.


하기야. 고블린이 심히 만만한 몬스터긴 했다.


‘암, 자낙에게 성에 안 찰 수도 있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인근에 강한 몬스터가 없더라. 나중에 더 멀리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아쉽지만, 이번에는 이걸로 하자. 나도 실전은 처음이라서 조금 부담스럽네.”

“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알겠다. 티······. 니아.”


단호하게 말했지만, 금방 넘어오는 너란 쉬운 여자.


가만히 있던 헤럴드가 말했다.


“나도 상관없어.”

“그래. 그럼 가보자.”


일행과 함께 길드 밖으로 나왔다. 때마침 길거리를 지나가는 마차가 보여 손을 흔들었다. 마차가 금방 앞에 멈춰섰다.


“엥? 마차 타고 갈 거야?”

“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왕이면 시간을 아끼면 좋잖아.”

“오올~”


나는 감탄하는 레베카를 뒤로하고 갈색 빵모자를 눌러쓴 마부에게 다가갔다.


“카보시아 덤불까지 가려고 하는데요. 근처까지 가능할까요.”


마부는 조금 어리둥절해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숲 앞까지면 되겠나?”

“네.”


삯을 지불하고 마차로 올랐다. 뒤따라 일행들이 올라탔다.


마차를 타고 가니 목적지까지 금방이었다.


수풀이 우거진 숲 사이로 강이 이어지고 있었다. 숲 근처로는 금방 덤불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강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자.”


앞장서서 걸었다. 숲 인근에 왕래가 자주 있었던 듯 길이 나 있었다. 강가를 따라 숲으로 진입했다.


계속해서 걷고 있는데, 레베카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어, 저기 사람들 있다.”


그녀의 말처럼 몇몇 사람이 강 주변에 모여있었다. 멀어서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쪼그려 앉아 강물에 손을 씻고 있었다.


헤럴드가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가만히 보더니 말했다.


“같은 의뢰를 받은 용병 같은데, 한번 가보자.”

“그러자.”


그쪽으로 걸어가자 점점 그들이 자세히 보였다. 헤럴드의 말처럼 그들은 용병처럼 보였다. 낡은 가죽옷을 걸친 일행이었다.


강물에서 단검을 씻어내고 있었던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일행의 리더로 보이는 대머리 남자가 눈살을 찡그렸다.


“저기, 길 좀 물어보려고 하는데요. 혹시 카보시아 덤불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인상을 와락 찌푸리더니 짜증스럽게 왼쪽을 가리켰다.


“나 참. 신입이야? 바로 옆이 카보시아 덤불이잖아.”


뒤늦게 왼편을 바라보니, 삐죽하게 엉클어진 덤불이 보였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더니. 민망해져서 헛기침했다.


“아, 네.”


가만히 날 보던 남자가 인상을 풀더니 말했다.


“저기 길 나 있는 거 보이지? 저 안쪽으로 쭉 들어가서 주변으로 살펴보면 돼. 너무 열 내지는 말고 적당히 해. 적당히.”


생각보다 친절하시네.


남자에게 고맙다며 고개를 까닥거리자, 헤럴드가 재차 남자에게 감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파티 멤버들에게 눈빛을 보내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덤불 안으로 길이 나 있었다.


길을 따라 안쪽으로 걸었다. 한 20분쯤 걸었을까, 어느새 길이 끊겨 있었다. 여기 주변을 둘러보면 된다고 했지?


나는 미리 준비해놨던 검을 꺼내 들고 심호흡을 했다. 벌써 심장이 쿵쿵 뛰었다.


솜털이 쭈뼛 서면서 감각이 예리해졌다. 향긋한 풀냄새와 곳곳에서 울리는 풀벌레 소리, 바람에 수풀이 흔들리면서 나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게 진짜 뭔 고생인지 모르겠네.’


문득 어벙한 표정을 짓는 적금발이 떠올랐다. 괜스레 레오나드를 원망하며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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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22.10.16 41 1 13쪽
38 38화 22.10.15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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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22.10.10 4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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