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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물의 망나니 공작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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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날
그림/삽화
봉급날
작품등록일 :
2022.09.22 02:14
최근연재일 :
2022.10.29 23:5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159
추천수 :
88
글자수 :
275,051

작성
22.10.0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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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5화

DUMMY

안경 아티팩트를 벗으니 시야가 맑아진 느낌이었다. 실없이 허전한 눈가를 쓸어본다. 로브도 마저 벗어서 아공간에 챙겨넣었다.


준비가 끝나서 골목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걸쭉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거기 아가씨! 위험하게 골목길에 왜 들어오고 그래.”

“쫄았나 본데? 죽기 싫으면 빨리 주머니 내놔라. 서로 편하게 가자고.”


어떻게 들어도 불량배들의 대화였다.


실험대상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다니 오늘은 운이 좋다. 반대편으로 돌아보자 껄렁해보이는 패거리가 보인다.


콧등에 칼자국이 난 놈.


홀쭉하고 야비하게 생긴 놈.


갈색 머리의 평범하게 생긴 놈.


총 세 명이었다.


칼자국은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으며 다리가 풀린 듯 뒤로 넘어진다.


“허억!”


두 명도 입을 쩌억 벌린다.


무슨 심장마비라도 온 줄 알았다. 티타니아의 파괴적인 미모에 당하기라도 한 듯하다.


입을 너무 오래 벌리고 있더라니 갈색 머리가 추잡스럽게 손바닥으로 입가를 훔친다.


칼자국이 물고기처럼 입을 뻐끔거린다.


“너, 너, 너무 이쁘다······. 내, 내가 헛것을 보는 건가.”


칼자국은 거친 손길로 눈을 비비고 나를 보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무슨 신기루라도 본 것 같은 반응이었다.


칼자국이 옆에 있는 둘을 주먹으로 퍽퍽 때렸다.


“야, 야 너도 보이냐? 내가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지? 어?”

“미쳤다······.”


칼자국은 땅을 짚고 상체를 세우더니 힘 빠진 다리를 흔들거리며 겨우 바로 선다.


첫 실전이라고 긴장했는데 완전히 조무래기들이다.


기괴스러울 수준으로 입꼬리 끌어올리고 눈은 가늘어지다 못해 실눈이 된다. 칼자국이 수줍은 모양새로 손을 소심하게 흔든다.


"아, 안녕하세요?"


비굴하게까지 비치는 미소로 손바닥을 비빈다.


"와, 진짜. 너무 이쁘시다. 결혼했어요? 아, 아니다. 남자친구가 있으시겠구나. 야, 야 가자."


패거리들을 채근하면서 앞코로 툭툭 차다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차! 실수. 실수!”


대답이 없으니 머쓱하게 뒤돌아선다.


눈앞에서 먹잇감을 놓치게 생겼지만 붙잡을 의욕은 나지 않는다. 벌써 매료에 걸려버린 것처럼 구는데 실험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만히 떠나가는 패거리의 뒷모습을 지켜보는데 칼자국이 멈칫한다.


“아씨, 잠깐만. 나 왜 이러냐. 멍청하네.”


혼란이 온 듯이 머리를 탈탈 턴다. 드디어 잊고 있던 불량배의 본분이 떠오른 건지 주춤거리며 돌아선다.


“이봐. 아가씨. 얌전히 날 따라올 생각은 없나? 아, 너무 예뻐서 때리기도 그래서 그래. 내가 잘해줄게. 어때?”


원래 목적에서 묘하게 멀어진 것 같은 칼자국을 떨떠름한 표정으로 본다.


뜬금없이 잡으라는 듯 손을 내민다. 정신 사납게 발을 떠는 것도 모자라 미세하게 손까지 떨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더니 갑자기 방울 도마뱀에 빙의라도 한 것처럼 양팔을 활짝 벌리고 뛰어온다.


“으하하하. 넌 내꺼다!”


무방비하게 달려오는 칼자국의 명치를 발로 강하게 밀어낸다.


“억!”


얻어맞은 부위를 부여잡고 한쪽 무릎을 꿇는 순간 머리를 내리꽂자 그대로 무너진다.


“크으······.”


가만히 보고 있던 패거리들도 가세한다. 재빨리 아공간에서 목검을 꺼내 들자 주춤거린다.


“어이! 다쳐. 위험하다고.”

“근데 저건 어디서 꺼낸 거야?”


긴장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나를 걱정하는 듯한 태도에 열이 오른다. 싸움은 선빵 필승이라던데.


냅다 검으로 찌르자 대번에 비명이 터져 나온다.


“으악! 내 눈!”


한 손으로 눈을 부여잡고서 허우적거린다. 완전히 가드가 풀려있다. 다리 사이를 올려 찼다.


“······!”


그 모습을 휘둥그레하게 보는 홀쭉이의 눈을 노리고 검을 찌르자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악, 잠깐. 비겁하잖아!”


우습지도 않다. 여럿이서 몰려와서 다굴하는 너희들보단 네가 낫지 않겠니.


재차 눈깔을 노리고 찌르니 목검을 덥석 잡아낸 홀쭉이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다.


“흐흐, 내가.”


목검을 그대로 놓아버리고.


입을 다무는 순간 곧장 중심으로 발차기를 날린다. 다급하게 아래를 방어하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떨어트린 검을 회수하고 바닥에 쓰러진 패거리들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다.


칼자국과 갈색 머리에게서 곡소리가 난다.


“억!”


얼마나 쥐어팼는지 칼자국은 단말마를 끝으로 혼절해버렸는지 움직임이 없다.


유일하게 정신줄을 붙잡고 있는 갈색 머리는 찔린 눈과 다리 사이를 감싸고 있다. 앞에 무릎을 접어 앉았다.


“으윽”


턱을 잡고 돌리자 눈을 질끈 감는다. 뺨을 손바닥으로 툭툭 때리자 바들바들 떤다.


“야.”


조금 더 힘을 실어 때리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듯 번쩍 한쪽 눈을 뜬다.


“네, 네?”

“나 봐.”


눈을 계속 깜빡거리면서 제대로 보질 못한다. 목까지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흙바닥에 고개를 묻는다.


“저······. 자꾸 그렇게 보시면 부끄러운데······.”

“······.”


혀를 차며 몸을 일으키고 곧바로 골목을 빠져나왔다.


‘저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운수 좋은 날이라도 된 것 같다.


그 있잖아. 설렁탕을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냐고 하는 거. 제 발로 걸어들어와서 옳다 구니 했더니 말짱 도루묵이다.


세상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매료안이 쓸모가 없다니.


골목을 나서자마자 따라붙는 시선.


홀린 듯 보면서 걷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여자. 계속 근처를 얼쩡거리며 힐끔거리는 남자. 성별도 가리지 않고 꽂힌 시선은 접착제처럼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이쯤 되니 매료안이 패시브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눈도 마주친 적 없는 것 같다만.


고소한 커피 향기에 걸음을 멈췄다. 화이트를 기본 골자로 해서 파스텔 톤으로 꾸며진 세련된 느낌의 카페였다.


문은 열고 들어가 보자 손님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채우고 있다. 주로 젊은 여자 손님들이 보인다.


일부러 안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가지 머리의 여직원이 다가왔다. 내 낯짝을 뻔히 보더니 깜짝 놀라 자리에서 튀어 오른다.


어떻게 하면 펄쩍 뛰면서 놀라는 건지 신기하다. 본인도 민망했는지 볼을 붉힌다.


“아, 안, 안녕하세요.”


말을 더듬으며 메뉴판을 앞에 놓더니 직접 넘겨주는 친절을 발휘한다.


“어······이게 제일 잘 나가고요. 이거랑 이것도 진짜 맛있어요.”


메뉴를 콕콕 찍으면서 계속 힐끔 보길래 쳐다보자 눈이 마주친다.


“그냥 차가운 커피는 없나요?”


뺨을 복숭앗빛으로 물들이고서 눈매를 반달로 휜다.


“헤헤······아하······.”


아하가 아니라 대답을 했으면 좋겠다. 내 눈빛이 어떻게 보인 건지 깜짝 놀란다.


“아! 빨리 준비해올게요.”


빠르게 호다닥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자니 벌써 피로감이 드는 기분이다.


“와······진짜 너무 이쁘다.”

“나도 저렇게 생긴 사람 처음 봐.”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쳐다보니 안 본 척 시선을 돌린다.


바람처럼 다시 나타난 여직원은 커피와 얼음이 담긴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쿠키와 조각 케익이 담긴 접시도 놓는다.


내가 대체 언제 저런 걸 주문했나 혼란스럽다.


“디저트들은 주문한 적 없는 것 같은데요.”

“헤헤. 죄송해서 드리는 거예요. 맛있게 드세요!”


대체 뭐가 죄송한지. 커피값보다 훨씬 더 비싸 보이는 디저트들을 찝찝하게 바라보았다.


“계산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커피도 서비스에요.”

“네?”

“맛있게 드세요. 언니!”


여직원이 부끄러운 듯 휙 가버린다. 언제 봤다고 갑자기 언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괜히 빨대를 휘적거리며 턱을 괴었다.


직원이 가져다준 케익은 레드 벨벳 케이크처럼 생겼다. 오늘따라 붉은 컬러를 많이 보는 기분이라며 포크로 의미 없이 쿡쿡 찌르다가 끄트머리를 조금 잘랐다.


포크로 찍어 입으로 가져가자 입안에서 케이크가 뭉개진다.


까슬한 촉감과 부드러운 크림.


평소 즐기던 맛은 아니었지만 달콤한 게 들어가니 기분이 좋아진다. 커피도 한 모금 마셔본다. 고소하고 묵직한 느낌의 맛이었다.


적당한 상대가 없을까.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자 아까 그 옆 테이블 무리가 보였다.


아카데미 교복을 입고 있는 여학생들이었다. 무리에서 떠밀려 나온 듯한 고동색 머리 여자애가 말했다.


“저, 저기요! 혹시 뭐 하는 분이세요?”

“······.”


한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고 커피잔을 보며 물방울이 맺힌 잔을 검지로 툭툭 건드린다.


“초면에 그런 걸 묻는 건 실례 아닌가요?”

“저희는 그냥 나이대가 비슷해 보여서 묻는 거예요. 혹시 아카데미 학생 아니세요?”

“그걸 왜 대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


정적이 흘러서 고개를 들어보니 여학생이 찌릿하게 본다. 반감을 품은 눈빛이었다.


“그냥 가자! 말해주기 싫다잖아.”

“맞아. 쟤 아카데미 학생 아닌가 봐. 그러니까 대답을 안 하지.”


두 명은 말리는 듯이 신경을 긁으면서 고둥 머리를 데리고 간다. 고동 머리는 마지막까지 나를 흘겨보는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돌린다.


‘근데 이거 마침 딱 좋은 상황 아니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네?”

“거기 고동 머리. 잠깐 나 좀 보자?”


한 명을 꼭 찝으니 고동 머리의 동공이 떨리더니 눈썹을 찌푸린다.


“제가 왜, 왜요?”


걸음을 옮겨 여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주춤거리며 물러난다.


매료안을 발동한다는 느낌으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보자 고동 머리가 순간적으로 눈빛이 멍해진다.


“아······.”


머리를 숙이려고 하기에 턱을 가볍게 들자 저항 없이 들린다. 여학생의 얼굴이 빨갛게 익어 있다.


잘 통한 것 같다.


“이름이 뭐야?”

“저······저는 미셸이에요.”

“아카데미 학생이라고 했지.”

“네에. 저는 3학년이고 경영학과에 다니고 있어요.”


묻지도 않았는데 대답이 술술 나온다. 그나저나 선배였나보다.


여학생 둘은 나와 미셸을 보고 황당해하며 자기들끼리 눈빛을 교환하며 입을 벙긋거린다.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싶지만 보는 눈이 많았다. 나는 거리를 벌리며 물러섰다.


“미안한데, 너희들 이제 가줄래?”


그러자 미셸이 결의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 불편하다잖아. 빨리 나가!”


억지로 여학생 둘의 등을 밀면서 카페 밖으로 나간다. 잠시 뒤 미셸이 나타난다.


“제가 처리하고 왔어요!”


마치 칭찬해달라는 듯이 반짝거리며 보는 미셀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거 너도 포함이야.”

“아······.”


시무룩한 얼굴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이름만이라도 알려주세요!”


친구 앞에서 갑자기 행동이 달라지면 의심을 받을 테니 신중한 게 좋다.


‘매료안의 지속 시간은 얼마나 되려나.’


조금 더 실험이 필요하다. 마침 아카데미 학생이라 접촉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다음에 알려줄게. 곧 다시 볼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오늘은 이만 가줘.”

“아······.”


망설이던 미셸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운 없이 처진 뒷모습으로 밖으로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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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22.10.18 3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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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22.10.16 41 1 13쪽
38 38화 22.10.15 41 1 12쪽
37 37화 22.10.14 42 1 12쪽
36 36화 22.10.13 4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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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22.10.11 40 1 11쪽
33 33화 22.10.10 46 1 12쪽
32 32화 22.10.09 51 2 12쪽
31 31화 22.10.08 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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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22.10.05 5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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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22.10.03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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