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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물의 망나니 공작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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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날
그림/삽화
봉급날
작품등록일 :
2022.09.22 02:14
최근연재일 :
2022.10.29 23:55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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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0
추천수 :
88
글자수 :
275,051

작성
22.10.0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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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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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2화

DUMMY

빵을 우물우물 씹으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다가 누군가와 부딪쳤다.


튕겨 나가서 바닥에 넘어졌는데 민망하다.


바닥을 구르는 빵 쪼가리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너무 민망해서 상대 얼굴도 보지 않고 대충 고개를 까닥였다.


알아서 새가 주워 먹겠거니 빵을 치우지도 않고 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교복 치마를 털면서 화장실로 향했다.


‘아, 쪽팔려.’


아카데미의 화장실은 칸마다 공간이 널찍한 걸 제외하면 공용화장실과 거의 흡사했다.


클린 아티팩트를 꺼내 깔끔하게 정돈하고 다시 챙겨 넣었다.


손을 씻으려고 주머니를 뒤지는데 손수건이 없다.


“······.”


설마 아까 넘어지면서 떨어트린 건가.


공교로운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먹고 나올걸.


‘지각하게 생겼네······.’


한숨을 내쉬며 건물 밖으로 나가 바닥을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하얀 손수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망연히 바닥을 바라봤다.


‘미안. 마리. 잊어버렸다.’


기운이 쭉 빠져서 터덜터덜 걸으며 강의실로 향했다.


문을 끼이익 열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슬쩍 보니 이미 교수가 와 있는 상황.


왜 문이 앞에만 있는 거냐며 수치스러워하며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다음부터는 일찍 일찍 다니세요. 오늘은 첫 수업이니 봐 드리지만. 다음부터는 성적 반영합니다.”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평소 앉던 뒷자리로 가서 착석했다.


다행히 오늘 레베카는 안색이 괜찮아 보인다. 왜 이렇게 늦었냐며 레베카가 소리 없이 입만 벙긋거리며 말했다.


나중에 이야기해준다는 의미로 눈을 깜빡이고 앞을 봤다.


교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늦게 왔으면 그냥 앞에 앉으면 되지 뭐하러 뒤에 앉는지 모르겠네요.”


교수의 지적이 날아와 꽂히는데 오늘따라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대답하지 않으니 교수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거기. 방금 뒷자리 앉은 학생. 여기로 나와보세요.”


교수가 나를 콕 집었다.


학생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이쪽을 힐끔거린다.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조용히 나갔다.


안경을 착용한 단발머리 교수는 분필을 들더니 칠판에 숫자를 쭈욱 쓰기 시작했다. 한참을 쓰더니 내게 분필을 내밀었다.


“회계학 수업인 건 알고 있겠죠? 풀어보세요.”


교수가 내민 하얀색 분필을 착잡하게 받아들었다.


‘이거 틀리면 개쪽인데······.’


나는 신중하게 칠판에 쓰인 문제를 확인했다.


다행히 평범한 계산 문제다. 그냥 더해서 비율만 계산하면 끝이다.


혹시나 간단한 계산을 틀리진 않았을까 꼼꼼히 확인하고 분필을 내려놓았다.


뒤돌아보자 교수가 비켜보라는 듯 손짓했다.


뻘쭘하게 옆으로 물러나자 교수가 답을 확인한다.


“······맞네요. 들어가 봐도 좋아요.”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사실 비율 정도는 정말 기초적인 건데 모르는 학생들도 자주 보이더군요. 그래도 기본이니까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는 비율을 구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베카가 나를 팔꿈치로 툭툭 쳤다. 뭔가 싶어서 보니 레베카가 입을 벌리면서 ‘오~’하더니 웃는다.


표정이 웃겨서 따라 웃다가 다시 앞을 봤다.


“어때요? 어렵지 않죠.”


설명이 끝난 교수가 물었다.


“그러면 용어로 돌아가서 12페이지에······”


크로스백에서 교과서를 꺼내서 12페이지를 펼쳤다.


지루한 수업이 끝나고 어느덧 점심시간.


레베카는 활기차게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어우! 배고파서 혼났네. 빨리 밥 먹으러 가자!”


멀쩡해 보이긴 하지만 예의상 물었다.


“레베카 몸은 이제 괜찮은 거야?”

“헤헷. 푹 자고 일어났더니 쌩쌩해졌어. 나 잠이 부족했나 봐!”


어찌 되었든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레오나드가 건강해진 레베카를 보더니 말했다.


“오, 축하해.”


상황을 보던 토레스도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안녕~ 수면 부족은 괴롭지.”

“맞아. 맞아.”


레베카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그러니까 막 식은땀도 나고 머리도 뜨끈뜨끈한 거 있지?”


뭔가 조금 다른 거 같다.


그거 혹시 감기 아니냐며 속으로 웃는데 토레스도 끄덕거리며 동의했다.


“맞아. 맞아.”


저게 정말 수면부족 증상이었나 고민하고 있는데 레오나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거 그냥 감기 아니야?”

“무슨 소리야. 레오. 나는 건강 체질이라서 감기 같은 건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어.”

“너도? 나도 그런데. 야 반갑다.”

“······그래. 하하.”


어색하게 하하 웃는 레오나드.


레베카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토레스.


토레스와 레베카는 서로 통성명을 했다. 둘 다 얼마나 친화력이 좋은지 벌써 절친이 된 것 같다.


토레스와 낄낄거리던 레베카가 나를 보더니 물었다.


“티아야. 혹시 오늘 오후 수업 있어?”

“응.”


오늘 오후에 몬스터학개론 첫 수업이 있었다.


레베카는 마침 잘 되었다는 듯 눈을 빛내며 말했다.


“오~ 그럼 수업 끝나고 같이 과제 하자!”

“오늘은 저녁에 일이 있어서 못할 것 같은데. 내일 하지 않을래?”

“그래. 좋아!”


수업이 여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선택과목까지 합해지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빡빡하다.


‘뭐가 이렇게 할 일이 많은지······.’


그런 만큼 다른 일들도 빠르게 정리해두는 게 좋겠지.


* * *


어둠이 깔리고 복도에 불빛이 띵하고 들어온다.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걷는 여학생. 동그란 안경에 가려져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녀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


망설임 없이 나아가다가 문 앞에 멈추어 선다.


조반니 교수의 연구실.


소녀는 검지를 세워 노크한다.


똑똑―.


그리고 대답할 틈도 없이 문고리를 돌린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내부가 드러난다.


중년 교수는 의자에 몸을 기울이며 붉은 표지의 책을 읽고 있었다. 의자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위태롭게 푹 꺼져 있다.


음흉한 미소를 짓던 조반니 교수는 인기척을 느끼고 흠칫 놀랐다. 재빠르게 읽던 책을 덮고 다른 책 사이에 끼워 넣는다.


여학생을 확인한 교수는 미간을 종잇장처럼 구겼다.


“쯧쯧. 요즘 애들은 예의가 없어. 어떤 년이 노크도 안 하고 들어와? 정신머리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노크했는데요.”


교수는 짜증스럽게 귀를 후비더니 고함을 질렀다.


“변명 듣기 싫으니까 집어치워! 그리고 그랬다 쳐도 말이야. 들어오란 소리도 않았는데 왜 들어와? 네가 교수야?”


여학생이 두 귀를 막아서자 교수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는다.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의자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여학생의 앞에 선 교수는 손가락을 세워 어깨를 찌른다.


“야. 네가 교수야. 뭐야? 하필 새 부원이 들어와도 이딴 게 들어와!”


고개를 숙인 채로 흔들리던 여학생이 똑바로 고개를 들며 말했다.


“누가 보면 폭력이 예의가 있는 행동인 줄 알겠어요.”

“뭐, 뭐?”


조반니 교수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목덜미를 주무르면서 고개를 뒤로 젖힌다.


여학생을 위에서 아래로 훑으면서 실소를 터트린다.


“와. 이게 진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교수의 눈에 독기가 차오른다.


“보자 보자 하니까 이게!”


두툼한 손바닥을 들어 올린 교수는 맹렬한 손길로 여학생의 뺨을 내려친다. 자신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여학생의 안경은 아래로 떨어져 한 번 튕겨 오르고 다시 바닥을 굴렀다.


놀랍게도 안경은 깨지지 않고 멀쩡했다.


조반니 교수는 기울어진 몸을 세우고 손을 털고는 손바닥을 주물렀다.


뺨을 감싸며 고개를 돌리고 있는 여학생의 입가에 순간 미소 걸렸다가 지워진다.


손을 내린 여학생이 무릎을 굽혀 안경을 집어 들었다.


안경을 착용하려는 찰나 조반니 교수가 화들짝 놀라 여학생의 손을 덥석 잡아 내린다.


“아니······. 이럴 수가!”


얼굴을 뜯어보던 조반니의 입이 떡 벌었다.


‘그동안 애타게 찾았던 이상형이 어디에 있다가 이제 나타났단 말인가.’


귀족에게 결혼은 의무.


자신은 애정도 없는 결혼을 해야만 했다. 아내는 박색으로 도저히 예쁘게 봐줄 구석이 없었다.


무심코 아내의 얼굴과 비교를 하던 조반니가 눈썹을 모았다.


‘그런 여자와 비교하다니 실례지.’


정부를 두는 것은 흔한 일이지 않나. 거기다 이 아이는 평민이니 달콤한 말을 해주면 금방 넘어올 것이다.


조반니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흠. 많이 놀랐구나?”


여학생이 시선을 떨어트린다.


부끄럼을 타는 모습이 귀엽다며 웃음을 짓던 조반니는 뺨을 보고 안타까워 탄식했다.


“흠. 미안하구나. 내가 실수를 했어.”


조반니가 안쓰러운 듯 뺨을 만지려고 하자 여학생이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난 여학생이 안경을 착용한다.


조반니는 억울했다.


'저런 안경을 쓰고 다니까 이상형을 눈앞에 두고도 몰랐지.'


어떻게 생각해보면 안경 덕분에 자신이 먼저 발견하고 차지하게 된 것이니 운이 좋은 것이 아닐까.


조반니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조반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안경은 잘 끼고 다니는 게 좋겠구나."

"그거야 제가 알아서 할 일이죠."


딱 자르며 거절하는 여학생.


지금 보니 앙큼한 게 제법 귀엽다며 조반니는 속으로 웃었다.


헛기침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은 조반니가 물었다.


"흐음. 그래 네 이름이 뭐였지?"


여학생은 의뭉스러운 태도로 답했다.


"글쎄요. 제 이름이 뭘까요. 조만간 알게 되실 거에요."


여학생은 할 말이 끝난 듯 뒤돌아섰다.


조반니는 여학생을 붙잡을 듯이 손을 들어올리다가 머뭇거린다.


고민하는 동안 여학생은 떠나고 말았다.


‘근데 무슨 용건으로 날 찾아온 거지?’


이러나 저러나 마녀의 항아리 부원이니 어차피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조반니는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출근하여 시간을 때우고 있던 조반니에게 고소장이 날아들었다.


조반니의 조수는 머뭇거리다가 고소장을 공손히 두 손으로 건냈다.


“교수님······. 저······. 이게.”


조수의 떨리는 목소리에 조반니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저게 대체 뭐기에 저런단 말이야.’


조반니는 조수가 내미는 편지를 낚아챘다.


“쯧쯧. 고작 편지 가지고.”


조수를 못마땅하게 노려보며 욕을 퍼부으려던 조반니는 편지를 확인하고 멈칫했다.


고소장이었다.


조반니는 믿기지 않는 얼굴로 조수에게 물었다.


“정말로 이게 내 앞으로 온 건가?”


조수는 면목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네······.”


드디어 사태파악을 마친 조반니의 손이 덜덜 떨린다.


"내가 대체 뭘 했다고······제국 대법원에서 고소장이 날아오는 거야······."


보통 귀족이 법을 어기면 벌금 명령이 떨어지는 게 대부분.


고소장이 날아왔다는 건 상당히 심각한 일이었다. 재판을 치르고 심각하면 사형 판결까지 떨어질 수 있다.


‘침착하자. 침착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최근 귀족과 트러블이 생긴 적은 없다. 무언가 착오가 있는 거겠지.


조반니는 심호흡하며 편지를 뜯는다.


긴장한 탓이 봉투가 잘 뜯어지지 않아 반쯤 찢어발기며 내용물을 꺼냈다.


조반니는 제일 먼저 상단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조반니 마틴 자작······."


손바닥으로 이마를 내려치고 그대로 얼굴을 쓸어내리다 턱에서 멈춘다.


심각한 표정으로 마저 읽어 내린다.


"귀족 폭행죄로 재판에 회부 되었음을 알린다······일시는 내일이라고?!“


무슨 재판이 장난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빠르게 날짜가 잡힌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고소인을 확인한 조반니의 안색이 파랗게 질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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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22.10.18 3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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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22.10.16 41 1 13쪽
38 38화 22.10.15 41 1 12쪽
37 37화 22.10.14 42 1 12쪽
36 36화 22.10.13 43 1 11쪽
35 35화 22.10.12 39 1 12쪽
34 34화 22.10.11 40 1 11쪽
33 33화 22.10.10 46 1 12쪽
» 32화 22.10.09 52 2 12쪽
31 31화 22.10.08 45 2 12쪽
30 30화 22.10.07 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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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22.10.05 5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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