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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물의 망나니 공작영애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봉급날
그림/삽화
봉급날
작품등록일 :
2022.09.22 02:14
최근연재일 :
2022.10.29 23:5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144
추천수 :
88
글자수 :
275,051

작성
22.09.22 02:17
조회
284
추천
2
글자
10쪽

1화

DUMMY

──────────────────

제목 : < 완결 공지 >



그동안 [아카데미의 천재였다]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0

──────────────────


나는 몇 번이고 공지를 다시 읽었다. 다른 내용이 더 있는 거 아니냐며 스크롤을 당겨보지만 내용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설마 이게 진짜 완결이겠냐며.


1부 완결 아니냐면서 애써 희망회로를 돌려봤지만, 결과는 보다시피 이랬다.


고작. 한 줄짜리.


성의 없는 완결 공지에 산산이 부서졌다.


나는 의자에 몸을 기대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갑자기 200화를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이거 뭔가 이상한데 싶더니, 작가가 주요 인물들을 거침없이 죽이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주인공까지 사망에 이르렀다.


아카데미의 천재였다더니 맞는 말이네. 쳐맞는 말. 괜히 과거형이 아니었어.


‘미친 거 아냐?’


평소 잘 보지도 않던 무료 연재 사이트를 손 댄 것이 잘못이었을까. 그때 당시 아카데미 물에 꽂혀서 잡히는 대로 읽다 보니 더는 읽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


문X라에 들어가서 아카데미 키워드를 찾아서 읽는 게 바로 이 소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기대가 없었다. 100화 가까이 무료 연재 중이던 소설에 무슨 기대를 하고 봤겠는가.


단지 작가의 끈기와 작품 대한 애정.


그거 하나로 읽기 시작했던 거였다.


작가가 다른 건 몰라도 캐릭터 하나만큼은 매력 있게 잘 뽑았다. 하필 최애캐가 생겨버린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연재작을 따라가면서 매일 같이 읽은 건 이 소설이 처음이었다. 혹시 연중 할까 봐 매화마다 후원금까지 바리바리 챙겼다.


그 댓가는 성의 없는 완결 공지하나.


‘빨리 완결 내고 싶었다고 해도 결말이 멸망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차라리 그럴 거면 연중을 하고 앞으로의 스토리를 풀어주는 게 낫다.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올라온다.


나는 흘러내리는 옆머리가 거슬려 짜증스럽게 쓸어올렸다.


혹시 달라진 게 있지는 않을까 다시 공지를 눌렀다.


──────────────────

제목 : < 완결 공지 >



그동안 [아카데미의 천재였다]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7

──────────────────


내용은 여전했고 속에서부터 화가 울컥 올라왔다.


도저히 참지 못한 나는 댓글란으로 들어갔다. 중간중간 격한 말이 나오는 것을 고치면서 댓글을 썼다.


[aeklfan : 무료 연재였으니까 빠른 완결은 이해하는데 결말이 멸망이라니요. 이건 아니잖아요.]


작가를 욕하는 댓글이 벌써 여러 개 달려 있었다.

스크롤을 내려 댓글들을 읽고 있는데 내 밑으로 작가의 댓글이 달렸다.


[무료 연재라서가 아니라 원래 멸망하는 내용입니다.]


이걸 진짜 말이라고 하는 건가.


작가의 댓글이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로 헛웃음이 피식 나왔다.


나는 작가의 댓글 밑에 또 다시 댓글을 남겼다.


[aeklfan :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후원금도 보내면서 읽은 독자입니다.

결말도 황당하지만, 작가님의 성의 없는 후기도 그렇고 솔직히 뒤통수 맞은 기분이네요.

차라리 연중을 하면 연중을 했지.

독자들이 이런 결말을 원하고 후원금을 보냈을까요? 요즘 해피 엔딩 아니면 누가 소설 읽나요.]

작가는 열심히 여기저기 댓글을 쓰고 있느라 바쁜지 반응이 없었다.


한결같은 작가의 주장에 다른 독자들도 뿔이 나 있었다.


-댓글-

[sayia778] : 이거 빛길 엔딩이랑 다를 게 뭐냐ㅋㅋㅋㅋㅋ

[hx1] : 독자 인생 10년차에 이런 결말은 처음이네....

[오발개발] : ㄹㅇㅋㅋㅋㅋㅋ

[뚀잉] : 근데 빛길 엔딩은 뭐임?

[밝은미래] : 작가님....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결말이....

[만년설] : 앜천엔딩 어떰?

[코코앜] : 아니 진짜로 멸망이 결망이었다고? 말이 되냨ㅋㅋㅋ +2

──────────────────


코코앜 밑에 달린 대댓글을 확인하고 클릭했다.


[코코앜] : 아니 진짜로 멸망이 결망이었다고? 말이 되냨ㅋㅋㅋ

ㄴ 작가 : 네. 원래 그런 내용입니다.

ㄴ 코코앜 : 그럼 주인공은 대체 왜 회귀했음?


내 말이 그거였다.

코코앜의 말에 공감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어차피 끔살 시켜서 죽일 거였으면 굳이 왜 회귀를 시켰냐고.’


심지어 이거 빙의물도 아니고 회귀물이다.




《아카데미는 천재였다》의 내용은 이러했다.


백작가의 막내아들인 레오나드는 타고난 천재였다.


하지만 장남인 게드릭이 있었고 자신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면 형님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레오나드는 재능을 숨기며 조용하게 아카데미를 다닌다.


하지만 점차 제국에 드리우는 암막.


전염병의 창궐과 자연재해.


몬스터 웨이브의 준동.


제국에 일어나는 괴현상들.


영지에 일어난 몬스터 웨이브를 겨우 버티고 있던 주인공의 가문. 레오나드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돌아온 주인공.


레오나드는 형님인 게드릭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함정에 빠트렸다고 생각하며 복수의 칼날을 서늘하게 세운다.


《이번엔 손 놓고 당하진 않을 거다.》


결의에 찬 레오나드는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인재들을 영입한다.


『용병왕』윈터

『암살자』노엘

『메이드』리사

『성녀』아리엘

『여기사』자낙

『마공학자』로렌스

『가문의수치』티타니아


총 8명의 인재들을 동료이자 가신으로 영입한 레오나드.


알고 보니 범인은 게드릭이 아니었다.


《함정으로 밀어 넣은 건 베스 후작이었나?》


그리고 밝혀지는 진짜 배신자.


다년차의 독자 생활로 추측하건대 은은히 깔린 복선은 멸망의 징조였다.


솔직히 멸망은 어차피 주인공이 막을 거라며. 별생각 없이 봤다.


내가 궁금했던 건 지금까지 나온 4명의 히로인 중에 누구랑 이어지는지였다.


개인적으로 나는 여기사 자낙파.


참고로 자낙은 늑대 수인족으로 웃으면 송곳니가 보이는 귀여운 캐릭터다.


그리고《아카데미는 천재였다》의 결말은 멸망을 막지 못하고 다 같이 몰살엔딩.


비난할 생각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코코앜의 댓글에 댓글을 달았다.


[aeklfan : 차라리 내가 쓰는 게 나을 듯ㅋㅋㅋ]


그렇게 댓글을 남기고서 스마트폰을 침대 위에 던지고 털썩 누웠다.


빈혈이 온 것처럼 시야가 컴컴해졌으나 종종 있었던 일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가물가물한 시야가 회복될 때까지 가만히 천장을 응시한다.


* * *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컴컴해진 시야가 점차 회복된다.


흐린 하얀 빛이 점점 선명해지고 시야가 밝아지자 낯선 천장이 보인다.


은은하게 빛나는 백색 벽지에 푸른색과 은색으로 이루어진 고급스러운 문양이 섬세하게 그려진 천장.


하얗고 커다란 샹들리에 밑으로 늘어진 투명한 크리스탈들이 빛을 받아 화려하게 반짝인다.


뒤늦게 느껴지는 부드럽고 편안한 감촉에 놀라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백색과 은제 장식으로 꾸며진 우아한 방이었다.


손끝에 닿는 감촉과 은은하게 퍼지는 은방울 향기까지 너무나 디테일하고 생생했다.


갈고 닦은 독자의 예감이 빙의를 가리키고 있었다.


너무나도 세밀한 방 풍경.


애초에 상상이나 꿈속에서 이렇게 오감이 생생하고 화려한 벽지의 무늬를 하나하나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내 경험상 말하건대, 자각몽일지라도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걸 어떻게 착각하겠어.'


놀랍도록 아무런 감흥이 없다.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현생에 애착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매일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던 이유는 어쩌면 그에 맞닿아있으리라.


갑작스러운 빙의를 납득하고 일어섰다.


‘일단 여기가 어디인지부터 파악해야지.’


차례차례로 시야를 옮기며 여태 읽었던 소설들과 매치해본다.


하얗고 고운 손. 길게 흘러내린 은발.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두꺼운 안경.


이를 조합해봤을 때 떠오르는 인물은 하나였다.


'설마 아니겠지.'


희미한 희망을 품으며 거울 앞으로 향했다.


긴 타원형의 거울에 소녀가 비친다.


백옥처럼 하얗고 고운 피부와 분홍빛 입술, 은빛 머리카락 길게 늘어트린 소녀가 푸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에 서린 촉촉한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외모에 넋이 나가 한참이나 시선을 떼지 못하고 보다가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


최근에 읽은 소설이 이것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억울하다.


《아카데미의 천재였다》에 댓글을 달긴 했지만 설마 진짜로 빙의를 시킬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내가 더 잘 쓸 것 같다고 그랬지, 언제 빙의하고 싶댔어!‘


은발에 푸른 눈동자, 두꺼운 안경의 조합이라면 《아카데미의 천재였다》의 히로인 뿐이다.


장르가 멸망이 예정된 아포칼립스 물이라는 것도 문제인데, 하필이면 고르고 골라도 이 캐릭터에 빙의한단 말인가.


'작가님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는 거 아니고서야 이럴 수가 없다.


그래도 내가 꾸준히 후원금을 보내준 게 얼만데 그 보답이 이거야?


상황을 파악한 나는 입을 틀어막으며 절망했다.


억울해하며 다시 거울을 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소녀의 하얀 손가락은 섬세하고 우아했고 살포시 찡그려진 미간은 청초하고 가녀린 분위기마저 났다.


누가 히로인 아니랄까 봐. 예쁘긴 엄청 예뻤다.


내가 생각해볼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개였다.


첫째, 편안한 인생을 보내다가 죽는다.

둘째, 주인공을 도와 멸망을 막는다.


솔직히 멸망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최애캐인 자낙을 실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설렌다.


'그냥 자낙과 레오나드가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말이지.‘


어차피 생고생하고 어차피 멸망할 거라면 전자가 낫지 않을까?


그렇다고 죽고 싶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주인공을 도와 멸망을 막아야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티타니아 르웰은 좀 아니잖아!’


내적 비명을 지르며 은발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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