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물의 망나니 공작영애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봉급날
그림/삽화
봉급날
작품등록일 :
2022.09.22 02:14
최근연재일 :
2022.10.29 23:5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161
추천수 :
88
글자수 :
275,051

작성
22.10.05 23:55
조회
50
추천
2
글자
12쪽

28화

DUMMY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평일 오전 수업.


레베카는 책상에 엎드려서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나는 그런 레베카를 보다가 의자를 끄는 소리를 내며 앉았다.


“안녕. 레베카.”


인사를 건네자. 레베카의 반응이 한 박자 늦게 나온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이쪽을 힐끗 보고는 손을 휘적휘적 흔들었다.


“으응, 안녀엉······.”


마지막 단말마처럼 레베카는 다시 고개를 맥아리 없이 푹 꺼트리고 다시 늘어졌다.


레바카의 생소한 모습에 호기심이 솟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뭐야. 무슨 일 있었어?”


대꾸 없이 꾸물거리길래 이야기를 안 해주려나 싶었더니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아니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무슨 일이 있어 보이는데.


대답해주기가 싫은 건지 의욕이 없는 건지.


미적지근한 레베카의 반응을 보고서도 억지로 추궁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하필 눈에 들어오는 적금발 뒤통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뭔가 아는 게 있으려나.


“레오나드.”


이름을 호명당한 레오나드는 움찔하더니 몸을 틀었다.


레오나드는 나를 부른 거냐며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응?”


나는 레베카를 검지로 콕 가리켰다.


"얘, 왜 이런데?"


레오나드는 얼빠진 얼굴을 하더니 침착하게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저런 상태였어.”


레오나드는 눈동자를 허공으로 옮겼다가 의자를 돌리더니 마주 보며 앉았다. 차분히 레베카를 살피는가 싶더니 말했다.


“혹시 어디가 아파?”

“어······.”


레베카의 대답이 나오자 레오나드가 곁눈질하며 나를 슬쩍 보더니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어째 눈치라도 보는 모양새였다.


“괜찮아?”

“으응······모르게써······.”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점차 사그라들더니 곧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수면 부족인지 뭔지 모르겠다만. 언뜻 봤을 때 레바카의 얼굴이 핼쑥해 보이긴 한다.


갑자기 들려온 큰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어이! 레오나드!”


못 보던 얼굴이었다.


큰 소리에 레베카가 깼을까 봐 확인해보니 고롱고롱 잘 자고 있다.


그 짧은 순간에 숙면에 들어갔나 보다.


반갑게 레오나드의 이름을 부른 남학생은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감상을 말해보자면 묘하게 존재감이 흐릴 것 같은 인상이다.


‘아. 기억났다.’


주인공 옆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알려주는 친구가 있지 않은가?


바로 그 친구 포지션으로 나오는 게 바로 저 남학생인 토레스였다.


그나저나 레오나드······.


드디어 친구를 만든 건가? 이상하게 내가 다 감격스럽다.


레오나드는 그를 보며 웃으며 친근하게 인사했다.


남학생은 자연스럽게 레오나드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갈색 눈동자를 굴리며 잠시 상황을 살피는 듯하더니 나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안녕. 근데 지금 얘 자니까 좀 조용히 해줄래?”


토레스는 합죽이가 된 것처럼 입을 다물더니 미어캣처럼 목을 빼고서 고개를 돌렸다.


초식동물이 적이 오나 안 오나 긴장하며 확인해보는 모습이라 어쩐지 웃기다.


남학생은 목소리를 죽이며 소근소근 말했다.


“근데 곧 수업 시작하는데 깨워야 하지 않아?”

“얘가. 몸이 별로 안 좋은가 봐.”

“그렇구나······.”


토레스는 수긍한 듯 앞을 바라봤다. 그러자 레오나드도 다시 의자를 돌려 바르게 앉았다.


잠시 뒤 교수가 들어온다.


교수는 인자한 느낌이 나는 노인으로 신선 같은 분위기가 났다. 교수의 연륜 덕분인지 수업을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요.”


1시간 일찍 끝내준 것도 모자라서 과제까지 없다.


최고다.


레베카는 결국 도저히 안 되겠다며 먼저 기숙사로 돌아가고 레오, 토레스. 나. 셋이서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조별 과제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었는데 주요 멤버가 빠져서 아쉽게 되었다.


같이 앉아서 조용히 식사하던 중.


토레스가 레오나드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보니 소개도 아직이었네. 저쪽은 누구야?”


샐러드를 씹고 있던 레오나드는 꿀꺽 삼키더니 대답했다.


“이쪽은 티타니아야.”


분명히 레베카가 티아라고 소개했던 것 같은데, 명단 제출할 때 이름을 봤나 보다.


“그렇구나. 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까닥거리며 대답하던 토레스가 화들짝 놀란다.


“티타니아라고? 왠지 이름이 낯설지가 않다. 왜지?”


나는 찜찜한 얼굴로 토레스를 바라봤다. 그리고 보니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은 서부 특징이었던가.


괜히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에 빨리 화제를 넘기로 했다.


“넌 이름이 뭐야?”

“아! 내 소개를 안 했다. 난 토레스야. 근데 이름이······.”


토레스가 물어보려고 하는 것 같길래 나는 재빨리 선수를 쳐서 물었다.


“근데 둘은 어떻게 친해진 거야?”


질문을 받은 토레스는 이를 드러내며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아, 주말에 외출 나갔다가 우연히 만났거든.”


오호라.


레오나드도 외출을 했었나 보다.


토레스가 레오나드를 팔꿈치로 쿡쿡 찌르자 마지못한 기색으로 레오나드가 말했다.


“실은 누나가 아카데미 쪽으로 왔다길래 보고 왔어. 생일 선물도 줄 겸. 그때 토레스를 만난 거야.”


토레스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낄낄 웃었다.


“아니. 쟤 누나가 엄청 이쁘더라고.”


참고로 레오나드는 위로 형이 두 명, 누나가 한 명 있으며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다.


저번에 경매장에서 목걸이를 사더니 그게 누나 선물이지 않았을까 싶다.


“근데 난 처음에 무슨 연인 사이인 줄 알았잖아. 가만 보니까 아니더라고. 그래서 내가 먼저 레오나드한테 접근했지.”


레오나드도 웃겼는지 피식 웃었다.


“막 겁나 친한 척하면서 그랬더니 누님이 같이 앉으라더라.”


상황을 떠올려본 나도 웃음이 나왔다.


레오나드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래서 누님이랑 안면 텄지. 싹싹하다고 좋아하시더라.”

“그때 엄청나게 당황했잖아. 갑자기 레오라고 부르면서 오랜만이다. 그러는데······. 내가 잊어버린 건가 하면서 온갖 생각이 다 들었어.”


토레스는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레오나드 첫날에 나님 등장이라는 느낌으로 나타났잖아. 딱 기억이 나더라고.”


그러자 수치스러운지 레오나드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제발 기억에서 지워주라.”


레오나드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웃음을 터트린 토레스는 어깨를 씰룩거리면 깐죽거렸다.


“크큭. 어쩔까나? 저쩔까나? 우짤까나.”


약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레베카와 조합이 상당히 기대된다.


‘둘이서 레오나드 개 팰 거 같은데.’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갑자기 불현듯 레오나드에게 물어보려고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저번에 열심히 쓰고 있는 게 뭐였는지 물어보려고 했었지.


어떻게 물어보는 게 자연스러울까 고심하다가 물었다.


“아, 주말 전날에 뭔가 쓰고 있더라니. 그거 혹시 편지였어?”


레오나드는 민망해하는 기색으로 뒤통수를 매만졌다.


“맞아.”


무슨 편지를 그렇게 빽빽하게 쓰나 모르겠다.


레오나드의 반응을 보니까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워낙 연기력이 좋으니 방심할 수가 없다.


한창 수다를 떨면서 식사를 하다 보니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웃느라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오르자 가슴이 뛴다.


오늘이 바로 중급검술 수업 첫날이었다.


‘드디어 자낙을 볼 수 있다니!’


감개무량하다.


조금 민망하지만. 소풍을 가느라 들뜬 아이처럼 설레서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자낙을 떠올리자 가만히 앉아 있기가 힘들었던 나는 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먼저 일어나 볼게.”

“어, 그래. 잘가.”

“내일 봐.”


미련 없이 보내주는 둘을 뒤로 한 채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로 돌아온 건 체육복으로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몰랐는데 체육복도 있더라.


교복을 맞춤 넣을 때 같이 주문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지급해주는 게 있어서 따로 추가로 맞추진 않았다.


거울 앞에서 서자 내 모습이 보인다.


포니테일 머리에 안경.


하얀색 튜닉과 남색 바지.


지급품이라 그런지 재질이 미세하게 거친 느낌이 난다.


갈색에 가까운 노란 실로 포인트 라인이 들어가 있다.


원래 체육복이 이런 디자인인지 맞춤이 아녀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솔직히 이건 좀······.’


꾸밈이 들어갔는데도 밋밋하다.


물론 체육복이니 편한 게 장땡이긴 했다.


어제 위치를 찾아보니 연무장이 실외에 있었다. 훈련을 하면 아무래도 더울 것 같다.


‘체온 아티팩트를 써볼까?’


마침 주말에 구매한 아티팩트도 있었고 시험해보기에 딱 적절한 것 같다.


구매한 체온 아티팩트는 종류도 다양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배지 타입을 꺼냈다. 아무 옷이나 배지를 달기만 하면 되니까 편하고 좋은 것 같다.


기능은 딱 체온 조절밖에 없긴 했지만.


검지 손톱만 한 크기의 은색 배지.


문양이 그려진 배지를 칼라 부분에 달자 쾌적한 느낌이 든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정도의 온도였다.


‘이거 괜찮네.’


나는 간만에 어빌리티 창도 확인했다.



──────────────────


[티타니아 르웰]

상태 : 오만불손

기품S 매료안S 침착함D 마나E 오러E



──────────────────



오러가 E까지 올랐다.


사실 이렇게 오른 뒤로 계속 변화가 없길래 요새 확인을 안 했다.


역시나 그대로였다.


‘그나저나. 이거 기준이 좀 이상한 거 같단 말이지?’


검술도 어빌리티에 들어갈 법도 한데 검술은 아예 어빌리티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술이 안 들어간다기엔 모호한 게 리사의 어빌리티에서는 ‘가사’ 능력이 들어가 있다.


‘레오나드한테는 심지어 천재가 능력으로 붙어 있잖아.’


근데 솔직히 티타니아 정도면 천재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지 않나.


도통 어빌리티의 기준을 모르겠다.


‘하긴 레오나드는 모든 방면에서 재능이 넘치니까. 이건 조금 다르긴 한가?’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라고 할까.


어빌리티는 그 사람의 모든 능력을 나타내주진 않는 것 같다.


나는 창을 끄고 중급검술 수업 장소로 향했다.


입구 위쪽에 붙은 나무 간판.


[그린 페일 연무장]


그린 페일 연무장은 가림막처럼 높은 벽이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고 입구는 개방되어 있었다.


나는 심호흡하고 연무장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교수는 아직 오지 않은 듯, 학생들이 시끌벅적하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학생들.


초급 검술을 거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미 무리가 형성되어 있는 느낌이다.


나는 매의 눈으로 자낙을 찾기 시작했다. 샅샅히 훑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저거 헤럴드 아냐?’


자낙은 머리카락 한 올도 안보이고 웬 헤럴드가 눈에 들어왔다.


그 있지 않은가 레베카 소꿉친구.


중급검술 멤버였다니 조금 반갑다. 사실 헤럴드는 B반이여서 그 이후로 본 적이 없었다.


헤럴드는 여기저기를 괜스레 기웃거리는 눈치였다.


누군가를 찾는 눈치였는데······.


‘설마 레베카도 중급검술 멤버야?’


레베카를 찾느라고 저렇게 기웃거리는 거 아닐까.


어쩐지 레베카가 달리는 속도가 범상치가 않더라니. 확실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해볼수록 그럴듯한 추론 같았다.


아무튼, 지금은 헤럴드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낙!!’


대체 어디 있는 거냐며 연무장을 샅샅이 훑었다.


나는 마침내 발견하고야 말았다.


큰 키로 뿜어내는 존재감.


쭉쭉 빠지고 빵빵한 몸매에 탐스러운 구릿빛 피부.


붕붕 뜨는 와인 컬러의 머리카락을 반 묶음한 스타일에 머리 위로는 귀여운 귀가 달려있다.


긴장한 듯 아래로 내려간 꼬리.


어딜 어떻게 봐도 자낙이었다.


차마 범접할 수 없는 섹시 누님 캐릭터. 심지어 자낙의 매력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사실 자낙의 본체는 무려 쪼꼬미.


늑대 수인족인 자낙은 로열 블러드를 짙게 받은 탓에 성장이 느렸고, 그게 자낙의 콤플렉스였다.


‘너무 귀엽지 않아?’


심지어는 저 모습을 유지한다고 힘을 쏟고 있어서 본체로 돌아갔을 때가 훨씬 강력하다.


나는 자낙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저지당했다.


뒷머리가 당기는 감각에 뭔가 했더니 누가 묶은 머리를 잡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조차 나지 않고 헛웃음만 나온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 머리채를 잡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물의 망나니 공작영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2 52화 22.10.29 43 1 12쪽
51 51화 22.10.28 36 0 13쪽
50 50화 22.10.27 33 0 12쪽
49 49화 22.10.26 34 0 12쪽
48 48화 22.10.25 29 0 12쪽
47 47화 22.10.24 41 0 12쪽
46 46화 22.10.23 36 1 12쪽
45 45화 22.10.22 38 1 12쪽
44 44화 22.10.21 37 1 12쪽
43 43화 22.10.20 38 1 12쪽
42 42화 22.10.19 44 1 12쪽
41 41화 22.10.18 38 1 13쪽
40 40화 22.10.17 39 1 12쪽
39 39화 22.10.16 41 1 13쪽
38 38화 22.10.15 41 1 12쪽
37 37화 22.10.14 42 1 12쪽
36 36화 22.10.13 43 1 11쪽
35 35화 22.10.12 39 1 12쪽
34 34화 22.10.11 40 1 11쪽
33 33화 22.10.10 46 1 12쪽
32 32화 22.10.09 52 2 12쪽
31 31화 22.10.08 45 2 12쪽
30 30화 22.10.07 45 2 12쪽
29 29화 22.10.06 49 2 11쪽
» 28화 22.10.05 51 2 12쪽
27 27화 22.10.04 49 2 12쪽
26 26화 22.10.03 55 2 12쪽
25 25화 22.10.02 50 1 11쪽
24 24화 22.10.01 49 1 12쪽
23 23화 22.09.30 49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