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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물의 망나니 공작영애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봉급날
그림/삽화
봉급날
작품등록일 :
2022.09.22 02:14
최근연재일 :
2022.10.29 23:5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146
추천수 :
88
글자수 :
275,051

작성
22.10.07 23:55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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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30화

DUMMY

귀여운 한편 자낙이 짠하다.


사실 제국은 긴 세월 동안 이종족 차별 의식이 있었다.


신의 외형이 인간과 흡사하기 때문에 이종족을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특히 자낙 같은 수인족들은 수인화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다른 이종족도 배척하는 종족이었다.


‘저렇게 귀여운데······.’


색안경을 끼고 있으니 자낙의 매력이 들어올 리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덕분에 자낙을 독점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좋았다.


그나저나 나는 아직 친구로 안 끼워주는 건가.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낙. 나는 우리가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자낙이 움찔 놀라자 쫑긋 서 있던 귀가 뒤로 젖혀진다.


강아지가 놀라서 귀를 젖히는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그거 아는가.


새끼 늑대는 시고르자브르종을 닮았다.


약간 그 시골 갈색 강아지 있지 않나. 괜히 로판 여주들이 늑대를 강아지로 오해해서 키우는 게 아니었다.


수인화한 자낙 보고 싶은데 언제쯤 볼 수 있으려나.


자낙은 도리질하며 황급하게 변명했다.


“오해다!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넌 이미 본녀의 친구다.”


눕혀진 귀가 너무 귀엽다.


감촉이 부들부들 몰랑할 것 같다. 나는 괜스레 입맛을 다셨다.


'다음에 시도해봐야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자낙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근데 교수도 가버렸는데 다들 어쩔 거야?”

“음. 교수가 간 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


자낙은 이해를 전혀 못 하는 눈치였다.


이래서 모범생들이란······.


“그런 게 있어.”


동료가 돼줘라. 헤럴드.


나는 아직도 혼란에 빠져있는 헤럴드 앞에 손을 휘저었다.


흐린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온다.


“어?”

“헤럴드. 교수님 가셨는데 어떻게 할래.”

“으음······.”


헤럴드는 손바닥으로 뺨을 누르며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어차피 난 수업 끝나면 던전 동아리 오티 가야하거든. 레베카도 같은 동아리라 나라도 가서 듣고 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보니 오늘 동아리 오티가 있었지. 자낙을 만난다는 설렘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자낙은 호박색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난입했다.


“뭐라? 그런 게 있단 말이냐. 본녀도 던전 공략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다.”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가까이 다가서자 헤럴드는 부담스러운 듯 뒤로 물러난다.


“어떻게 가입하면 되는지 네놈이 알려다오.”


헤럴드는 비스듬히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투가 독특하네.”

“음? 그런가.”


헤럴드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


“난 헤럴드다. 네놈이 아니라 부디 이름을 불러다오.”

“그러마. 본녀는 자낙이라고 한다.”


둘은 악수를 했다.


헤럴드는 해탈한 듯한 눈으로 중얼거린다.


“본녀······. 그래. 좋을 대로 해라.”


하여튼 헤럴드는 포기가 빨라서 좋다.


둘 사이에 정적이 감도는 틈에 얼른 대화에 참여했다.


“나도 던전 공략 동아리인데 같이 갈래?”

“좋은 생각이구나.”


헤럴드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수락했다.


"그럼 각자 할 일 하고 모이는 거로 하자."

"그래."


연무장을 도는데 얼핏 짚인형이 스쳐 지나간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연무장 한쪽에 짚인형이 간격을 두고 놓여 있었다.


'재미있어 보이네.'


연무장을 마저 돌고 목검을 챙겨 짚인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낙과 헤럴드도 이쪽으로 왔다.


나는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목검으로 짚인형을 내려쳤다.


손목이 찌르르 울린다.


'아, 아까 손목 뼜나 봐.'


어쩐지 아프더라.


인상을 찡그리며 손목을 주무르다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마침 아공간에 낱개로 넣어둔 포션이 있었다.


혹시 곧바로 쓸 일이 있을까 해서 챙겨둔 건데 잘한 것 같다.


자연스럽게 포션을 꺼내고 뚜껑을 열고 마셨다.


약간 화한 맛이 났다.


순식간에 고통이 가라앉는다.


‘하급 포션인데 효과가 금방 나타나네.’


문득 시선이 느껴져서 쳐다보니 헤럴드가 날 신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목검을 들어 올렸다. 짚인형의 어깨를 내려치자 경쾌한 소리가 울린다.


헤럴드가 다가오더니 말했다.


“티아. 내가 자세 좀 봐줄까?”

“그래 주면 고맙지.”


헤럴드는 자세를 잡고 검을 사선으로 내려 벤다.


파공음이 날카롭다.


무게가 실려있는 게 소리로 느껴지는데 자세가 안정적이다.


'오.'


호기로 중급 검술을 신청한 건 아닌가 보다.


눈을 감고서 헤럴드의 검로를 되감았다.


'이런 느낌이었나.'


나는 신중하게 검을 들어 올려 짚인형을 내려 벤다.


헤럴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보다 잘 따라오네.”


뿌듯하게 헤럴드를 보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설마. 그럴 리가 없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왠지 알 것 같다.


안 믿는 사람에게 정정해줘봤자 입만 아플 뿐이니. 잠자코 입을 다물기로 했다.


* * *


던전 공략 동아리 오티가 진행되는 강당에 도착했다.


단 위에는 동아리의 주요 멤버들이 서 있고 벽에는 영상을 크게 비춘다.


동물 모자를 쓴 여학생이 아티팩트에 대고 말했다.


“아아. 잘 들리시나요?”


소리가 크게 울린다.


“네!!”


우렁찬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학생은 뿌듯하게 웃더니 옆에 있는 남학생에게 아티팩트를 건네준다.


바톤터치를 하듯 남학생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시간이 되었으니 던전 공략 오티를 시작하겠습니다.”


엄숙하게 선언하고.


여학생은 보드판 위에 종이를 두 장 붙인다.


영상이 확대되며 보드판을 비춘다.


“저희가 이번에 공략할 곳은 고블린 던전, 놀 던전 마지막으로 오크 던전 총 3곳입니다.”


남학생인 긴 막대기로 첫 번째 종이를 가리켰다.


꼼꼼히 읽어보자 던전의 위치 등의 정보가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흐음. 어디가 좋으려나.'


고민하고 있는데 남학생이 이어서 설명했다.


“던전은 각자의 능력에 맞춰서 지원해주시면 되고 공격조와 탐지조, 해체조, 백업조 중에 선택해주시면 됩니다. 관련 설명은 이쪽에 있으니 읽어봐 주세요.”


남학생이 두 번째 종이를 막대로 가리켰다.


백업조가 무엇인가 했더니 병참 담당. 즉 보급 담당이었다.


상당히 본격적인 느낌이다.


“물자를 구매하기 위해 참가비를 받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몬스터를 잡아서 벌어들인 수익금은 파티 별로 정산해드립니다.”


남학생은 뒤이어 정산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뭐. 정산은 크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적당히 흘려듣자 어느덧 정산 이야기가 얼추 정리된 모양이다.


“수요일에 강당으로 오셔서 신청서를 제출해주세요. 신청서는 앞에서 받아가시면 됩니다.”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아티팩트를 전해 받더니 앞으로 나왔다.


"혹시 궁금한 점 있으면 질문 주세요. 네. 거기 여학생 질문하세요."


머리를 짧게 자른 여학생이 큰 목소리로 물었다.


"수준에 맞춰서 신청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기준이 있습니까?"


마침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질문이었다.


"고블린은 다들 아실 테니 생략할게요. 놀은 체격도 크고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실전에 익숙하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오크는 가죽이 질겨서 최소 오러유저 이상 신청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여학생은 그 뒤로도 몇 개의 질문을 받고 대답해주었다.


학생들이 하나둘씩 신청서를 챙겨 빠져나간다.


자낙은 입부 신청서를 작성했고 나와 헤럴드는 신청서를 챙겼다.


입부 신청을 끝내고 돌아온 자낙 말했다.


“오크가 좋겠구나.”


반면 헤럴드는 신중하게 신청서를 읽는다.


“생각보다 참가비가 비싸네.”


자낙은 헤럴드가 들고 있는 신청서를 확인하더니 눈썹이 까닥거린다.


“음. 뭐가 이리 비싼 것이냐?”


자낙의 반응을 보니 궁금해져서 챙겨온 신청서를 확인했다.


고블린은 25실버.

놀은 1골드 30실버.

오크는 3골드.


금액이 측정된 이유가 적혀 있긴 한데 다소 비싼 느낌이 들었다.


자낙은 뒤로 물러나며 투덜거렸다.


“차라리 용병 일을 하는 게 낫겠어.”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자낙이 용병 일을 했다던가.


세상 물정이 어두운 줄 알았는데 나보다 낫다.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애초에 안전하게 경험을 쌓기 위해서 동아리에 들어간 건데. 자낙과 함께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우리끼리 던전 공략을 해보면 어떨까?”


헤럴드는 입을 벌리며 놀란다.


“오! ······근데 아카데미에서 외출 허락을 해주려나 모르겠네.”


갑자기 걱정되는 지 미간을 찌푸린다.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거야 잘 둘러대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제법 괜찮은 생각도 떠올랐거든.


통행증을 위조하지 않고 평일에도 외출할 방법 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바로 관계자 출입 통행증을 사용하는 것.


경비도 따로 없으니 구할 수만 있다면 간단한 문제다.


‘그리고 내 추측일 뿐이지만. 아마 그거 마리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학생들이야 그렇다 쳐도 굳이 메이드들까지 출입을 금지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런가. 본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티타냐, 너는 똑똑한 인간이구나!”


자낙은 감탄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나저나 티타냐라니 혀라도 씹은 건가. 뭔진 모르겠지만 귀엽다.


자낙이 머슥하게 웃었다.


“헤럴드가 티아라고 부르길래 본녀도 한 번 따라 해봤다.”


나는 입을 틀어 막았다.


헤럴드는 그냥 이름을 그렇게 알고 있는 것뿐인데 애칭을 부르는 줄 알았나 보다.


무려 최애가 불러주는 애칭인데 기분이 나쁠 리가 없다.


“그거 귀엽다······.”


자낙은 뿌듯한 얼굴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다행이구나!”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억누르며 샛길로 샌 이야기를 돌렸다.


“레베카도 같이 꼬셔서 파티로 만들자.”

“그래. 레베카는 어디에 있지?”


자낙은 당장이라도 레베카에게 쫓아갈 것처럼 눈을 빛낸다.


“내일 내가 이야기를 해볼게.”

“알겠다.”


헤럴드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레베카 걔 괜찮으려나······.”

“얼굴색은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던데.”

“그래? 그나마 다행이네.”


어느 정도 이야기도 정리된 것 같다.


“어차피 같은 수업 들으니까 그때 다시 이야기해보고 오늘은 이쯤에서 해산하자.”

“그렇구나. 다음 주에 보자꾸나.”

“그래.”


작별 인사를 나누고 거처로 돌아왔다.


테이블 위에 편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마리가 가져다 둔 건가?’


근데 이상하게 기숙사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려보지만, 마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간에 어딜 간 거지.’


조금 의아했지만, 이유가 있겠거니 가벼이 넘겼다.


나는 커팅 나이프를 챙겨 소파에 앉았다.


편지 앞면에 노엘이라고 쓰인 글자를 발견했다.


‘오!’


근데 노엘. 글씨체가 되게······.


궁서체다.


교과서에 실릴 것 같은 예스러운 글자체였다. 묘하게 노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선물상자를 뜯는 기분으로 나이프로 상단을 개봉했다.


말끔하게 접힌 편지를 펼친 나는 감탄하고 말았다.


‘글씨 엄청나게 잘 쓰네······.’


심지어 글자 크기와 간격이 정확하게 맞는다.


굳이 편지를 활자로 찍었을 리는 없고 이걸 진짜로 손을 쓴 건가. 무슨 기계도 아니고 뭐가 저렇게 간격이 딱딱 일정한지.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이대로 액자에 걸어놔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다.


멋 부리지 않고 딱 정직하게 쓰여있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명필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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