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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물의 망나니 공작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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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급날
그림/삽화
봉급날
작품등록일 :
2022.09.22 02:14
최근연재일 :
2022.10.29 23:55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3,133
추천수 :
88
글자수 :
275,051

작성
22.10.01 23:55
조회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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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24화

DUMMY

답답하게 시야를 가리고 있던 로브의 모자를 뒤로 넘겼다. 마차는 흔들리지도 않고 매끄럽게 출발한다.


마차라고 하기 무색하게도 마차를 끄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마나, 즉 마력을 동력으로 움직이며 얼핏 지구의 자동차와 비슷하다.


운전하는 좌석은 지붕을 제외하고는 훤하게 뚫려있고 뒷좌석은 마차와 동일하게 앞뒤로 긴 쿠션이 달려있다.


마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본다. 주말을 맞이한 이른 아침, 아카데미를 돌아다니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동문.


낯선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과연 평민의 연구 성과를 빼먹은 것 하나로 조반니 교수를 매장하는 게 가능할까?


정답은 당연히 불가능.


파직은 가능할지라도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의 매장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수를 완벽하게 매장할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귀족이 엮여서 피해를 볼 것.


티타니아 르웰이라는 신선한 재료가 준비되어 있으니 잘 요리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다.


내 플랜은 두 가지.


둘 다 장단점이 있으니 무엇을 고를지 아직 고민 중이었다.


어느덧 마차가 멈춰서고 나 역시 후드를 다시 뒤집어쓴다. 마부가 직접 문을 열어준다.


마부라고 불러도 괜찮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갈색의 빵모자를 뒤집어쓴 남자가 말했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요금은 50실버 되겠습니다.”


남자에게 1골드를 주자 은색 동전 하나를 거슬러준다. 받은 동전을 들어보니 오십이라고 쓰여있었다. 돌려보니 앞면에는 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


확실히 삯이 저렴하진 않은 듯하다. 동전을 주머니 챙겨 넣고 접수처로 다가갔다.


“통행증을 받으려고 하는데요.”

“외출 목적이 어떻게 되나요?”


무성의한 직원의 물음이었다. 그나저나 외출하려면 이유까지 말해야 하는 건가. 상당히 번거롭다.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려고요.”


직원은 서류를 작성하더니 이쪽으로 내민다.


“여기에 성명 써주세요.”


이름을 적어내자 직원이 다시 서류를 챙겨간다. 잠시 뒤 나무패를 건네준다. 나무패에는 초록색 점이 찍혀있다.


“오늘 저녁 12시까지는 반납해주세요.”

“네.”


짤막하게 대답을 하고 문으로 다가갔다. 사각기둥을 사이에 둔 철장 문. 경비들은 따분한 표정으로 문을 지키고 있었다.


나무패를 건네주자 확인하고 다시 패를 되돌려준다. 밖에도 경비들이 있는 걸 발견하고 나무패를 아공간에 잘 보관해뒀다.


물줄기가 나오는 분수. 나무와 꽃들을 보기 좋게 조경해놨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상점가가 많이 보였다.


오늘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도 사고 매료안 시험도 해볼 생각이었다.


거리를 걷다가 비커 모양에 물약이 담긴 그림이 그려진 간판을 발견했다. 연금술 공방인 것 같았다. 커다란 건물을 보아하니 규모가 있는 곳 같다.


문을 열자 딸랑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하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환상적인 하루를 선사하는 체타노빌입니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네. 회복계열 물약, 회귀도 중 이상의 약초, 토르페의 물갈퀴랑 그 외 쓸모 있는 약초나 물약들을 대량으로 구매하려고요.”


참고로 토르페 물갈퀴는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치료제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줄 약초다.


쏟아내는 품목에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가격이 만만치가 않을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직원은 움찔하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안쪽의 문을 가리킨다.


“그러면 안에서 이야기를 하실까요?”


친절한 직원의 안내에 따라 접객실로 안내받았다. 푹신한 주황색 소파가 보여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직원은 다과와 쿠키를 준비해준다.


깃털 펜과 주문서를 챙겨온 직원이 맞은 편에 앉는다. 잉크통 뚜껑을 열고서 촉을 담그며 묻는다.


“수량은 얼마나 필요하세요?”

“여기 있는 거 다 주세요.”


직원이 이마에 주름을 만들면서 눈동자를 들어 올리더니 입을 달싹였다. 한숨을 내쉰 직원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커다란 책자를 하나 가져온다.


“회복 포션만 해도 초급부터 다하면 5천 개는 되거든요. 그러면······.”


품에서 넓적한 아티팩트를 꺼내 숫자를 써넣는다.


“이것만 해도 얼추 36,000골드는 나오는 데 괜찮으시겠어요?”


초급도 섞여 있으니까 그렇겠지만 개당 7.2골드쯤이라니 예상보다 저렴하다.


“네. 상관없어요.”


직원은 당황한 눈치로 눈을 끔뻑거렸다.


“어······. 잠시만요.”


직원은 나가면서 제 발에 걸려 휘청거린다. 많이 당황한 듯하다. 잠시 뒤 새로운 사람을 데리고 나타났다.


보랏빛의 뾰족한 고깔모자에 짧은 망토를 입고 있는 금발 머리 여자였다. 옷의 재질은 고급스러운데 낡은 느낌이 들었다.


혼자 복장이 다른 걸 보니 점장쯤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여자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어우. 뭘 이렇게 많이 다 구매해요?”


직급만 높지 손님을 상대해본 경험은 적나 보다. 많이 산다는 손님한테 왜 툴툴거리나 모르겠다.


“아, 그럼 뭐. 사지 말까요?”


내가 그렇게 나올 줄 몰랐는지 당황하며 손사래를 친다.


“아니!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무슨 전쟁이라도 준비하나 그런 생각을 했달까요? 하하.”


어색하게 웃는 금발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게요. 바로 앞에 있어서 온 거였는데 저도 마음이 달라질 것 같네요. 어디에 쓰든지 말든지 그쪽이 참견할 건 아니잖아요."

“아앗, 미안해요······.”


풀이 죽어서 고개를 숙인 금발을 보고 비웃음을 날렸다.


“그럼 어디까지 조건을 맞춰줄 수 있는지 볼까요. 들어보고 결정해야겠네요.”

“잠시만요오······.”


축 처진 금발은 말꼬리를 늘리며 책자를 펼치더니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계산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따분하게 앉아서 차를 홀짝였다. 쿠키는 노란 베이지색의 버터 쿠키였다. 조금 퍼석하고 풍미가 강하진 않다.


“음, 유용한 약초랑 물약의 기준은 제가 알아서 골라도 되나요?”


일일이 설명을 듣고 고르기는 귀찮았던 나는 고개를 끄떡였다.


“어디 보자······.”


책자를 들어 올리더니 코를 박을 정도로 고개를 바짝 숙이며 열심히 목록을 훑고 옮겨 적는다.


“휴~ 전부 다 해서 121,738골드네요.”

“그런가요. 그래서 얼마에 해주신다고요?”


금발은 열심히 손을 꼽으며 계산을 하더니 물었다.


“10프로 할인 어떠신가요? 많이 쳐 드린 거예요.”

“30프로로 하죠.”

“네에? 그건 거의 마진도 안 남는데요오.”


연구가 오래 걸려서 그렇지 포션류는 아마 마진이 50프로도 훌쩍 넘지 않을까. 물론 품목에 따라서 다를 테고 나는 약초가 많으니. 금발의 이야기가 크게 틀리진 않을 거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낮출 필요는 없다. 잔을 탁 내려놓는다.


“어려우시면 어쩔 수 없죠.”


금방이라도 나가버릴 몸짓으로 보였는지 금발이 다급하게 말했다.


“저희도 운송료도 있고 또 이걸 다 팔아버리면 한동안 장사도 못 하고요. 그리고······.”

“아공간이 있어서 따로 운송은 필요 없어요.”

“······으으음. 그러면 깔끔하게 100,000골드 어떠세요?”


얼추 18프로 언저리쯤 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티타니아가 워낙 돈이 많은지라 깎고 뭐하고 할 필요도 없긴 했다. 약간의 심술일 뿐.


“뭐. 좋아요. 종류별로 하나로 포장해주시고 목록을 작성해서 주세요.”


말 한번 잘못해서 2만 골드가량을 날려 먹고도 기분이 좋은지 금발이 히히 웃었다.


“대금은 어떻게?”


나는 아공간에서 10만 골드 단위로 들어있는 상자를 하나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참고로 인벤토리 공간은 약 7,000칸이며 티타니아가 가진 금화는 조 단위다. 물론 아포칼립스에 접어들게 되면 골드도 큰 의미가 없어진다.


금발은 고급스럽게 금색으로 치장된 상자를 보고 혀를 내두른다.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열자 휘황찬란한 황금빛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허어억!”


아무리 장사가 잘 되도 한 번에 10만 골드씩 구매하는 사람은 흔하진 않으리라. 100억 정도 되니까 말이지.


재빠르게 상자를 쿵 닫고는 허리춤으로 끌어 앉는다. 문을 벌컥 열어 재낀다.


“오늘 영업은 끝이야! 당장 1층으로 모여!”


직원들이 어수선해지더니 1층에 모이기 시작했다. 금발은 허리춤에 금화 상자를 꼬옥 안은 채로 직원들을 들볶는다.


금발의 지시에 따라 직원들이 약초를 꺼내오는 등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발은 상자를 금고에 넣으러 떠났고 나는 아까 그 직원에게 다가갔다.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네요. 다른 볼일을 보고 올게요.”

“네. 깔끔하게 포장해둘게요.”


깍듯이 허리를 직각으로 굽히며 인사했다. 문을 나서자 직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역시 자본 만만세다.


연금술 공방에서 나와 정처없이 걷는데 문득 대장간이 보인다. 안 그래도 목검밖에 없었는데 잘 되었다.


오래 쓸 무기를 구매할 것도 아니고 적당히 아무거나 샀다.


“아가씨가 참 통이 크네. 혼자서 무기를 1,000개씩 사가는 사람은 처음일세. 무슨 무기 상점이라도 하나 열려고 하는 건 아닌 감?”

“뭐든지 많으면 좋은 거죠.”


우락부락한 대장장이에게 어깨를 으쓱여주며 나왔다. 바로 옆에 마법 상점이 보인다. 아티팩트 같은 걸 파는 곳일까.


호기심이 동해 들어가본다.


‘오!’


상상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곳곳에 걸려있는 것은 다름 아닌 완드와 스태프였다. 심지어 둥근 공 같은 형태에 꾸며져 있는 오브도 보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형태가 다양하고 이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한다.


나는 주인장에게 끝에서부터 끝을 가리키며 외쳤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네?! 죄송하지만 다 판매 할 수는 없어요. 전시용만 남은 것도 있고 다른 손님분들께도 판매해야 하니까요.”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해보고 싶었는데 애석하게 되었다.


“아아. 그러면 되는 만큼 다 주세요.”

“네. 잠시만요.”


주인장은 서랍에서 종류별로 하나씩 꺼내온다. 어느 새 수북하게 쌓여있다.


“근데 이거 담을 건 없나요?”

“······보통 이렇게 한꺼번에 구매를 안 하셔서 잠시만요.”


주인장이 뒤로 나가더니 큼직한 가방을 두 개 들고 온다. 근데 누가 봐도 턱없이 모자라 보였다.


“이게 아공간 가방이거든요. 그래도 무기는 다 담을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쓰던거라 그냥 드릴게요.”


주인장이 쓰던 물건이라고 하긴 했지만, 외관상으로 깔끔하고 아공간이 흔한 아티팩트도 아니니 고마운 제안이었다.


“네. 고마워요.”

“음······. 다해서 139만 골드에 해드릴게요.”


역시 마법 무기라 그런지 가격이 세다. 주인장에게 대금을 치르고 혹시나 해서 가방을 아공간 목걸이 안에 넣어보니 잘 들어가진다.


무작정 충동 구매해버렸지만, 더없이 만족스럽다. 포장된 물품들도 챙겨온 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쓸만해 보이는 물건들을 족족 사들였다.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로렌스의 집안이 대대 운영해온 아티팩트 상점도 동문 쪽에 있지 않을까. 의뢰는 모르겠지만 구경은 가능하겠지.


그래도 일단은 매료안을 시험해보는 게 먼저다.


나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향했다. 인적이 보이지 않는 깊은 곳까지 들어갔다. 아공간에서 포션을 찾아서 꺼냈다.


금색의 액체가 찰랑거린다.


뚜껑을 열고 주저 없이 포션을 들이켰다. 포션은 무슨 맛인지 모를 밍밍한 맛이 났다.


잠시 뒤 머리카락을 확인해보자.


금색으로 물든 머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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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22.10.11 39 1 11쪽
33 33화 22.10.10 45 1 12쪽
32 32화 22.10.09 5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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