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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MITT :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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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19.07.10 12:43
최근연재일 :
2019.09.27 0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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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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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증명의 시간 (7)

DUMMY

목슬리는 다시 타석에 들어오는 영규를 보고 이를 갈았다. 한편으로는 허벅지에 신경을 쓰는 것이 진짜인지 블러핑인지 고민해야 했다.


‘역시 블러핑이겠지?’


올해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다. 그리고 전반기 영규는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위저즈 전에는 한 번도 나오지를 않았다. 사실은 전반기를 거의 날린 셈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저 동료들의 입으로 최영규가 어떤 선수인가를 듣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기록. 그것 밖에는 알 길이 없었다.


언제나 동료들은 득점 허용 상황에서는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어느 투수는 차라리 1점을 줘도 되는 상황이면 그냥 밀어내기라도 보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들 중에서도 거의 압도적인 신뢰를 받는 존재. 심지어 코칭 스태프마저 이 상황에서 껄끄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안 이상, 그의 모든 것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시작되는 긴 인터벌. 확 맞춰버릴까 고민도 됐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몸에 맞는 공을 던지면 누가 봐도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느껴질 것이기에 함부로 할 수도 없었다.

승부. 승부에만 집중하자. 그 생각을 하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적은 그렇게 쉽게 목슬리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계속 눈앞에서 나 뛸 거다, 하는 식으로 살랑살랑 몸을 흔들어대는 최한. 그리고 묵묵히 있지만 역시 리드를 크게 잡는 두용.

두 주자마저 그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배합을 바꿨다.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했지만, 일단 상대의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었다.

제구는 나쁘지 않다. 그러므로 초구를 바깥쪽으로 빼서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

그리고 영규는.


당연히 그것을 예상하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와인드업 자세로 들어갔을 때 마치 포수와 심판 들으라는 듯 비교적 큰 목소리로 바깥쪽 빠진다!를 말해버렸던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들어오자 심판은 그냥 허탈한 웃음을 지었지만 포수는 달랐다.


‘빌어먹을! 벌써부터 다 읽히고 있잖아!’


불안하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안절부절하던 포수는 잠시 타임을 걸고 투수에게 갈까 생각했지만, 일단 참았다. 대신 한 번 더 바깥쪽을 요구해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수 놈이 고개를 젓는다. 소용없다는 뜻 같았다.


‘그렇지. 소용없지.’


주자를 살핀다. 여전히 리드는 크다. 하지만 이제 목슬리는 견제구를 던질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2구째. 첫 공을 던질 때는 그래도 퀵모션을 사용하던 목슬리가 이번에는 주자는 아예 신경 쓰지 않고 크게 와인드업 자세를 취해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전광판에 찍힌 속도는 157.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공이 또 빠져 버렸다.


“어이구. 되게 빠르네.”


영규는 그렇게 너스레를 떨면서 다시 인터벌을 길게 가져갔다. 목슬리는 이제 짜증이 끝까지 왔다. 그리고 방금 공은 확실히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공이 살짝 빠졌다.

손가락을 조물거리는 목슬리를 본 영규는 다시 최한에게 사인을 보냈다.


‘아니, 정말로?’


최한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일단 목슬리의 행동을 살폈다. 그리고 목슬리는 역시 공을 받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다가 역시나 로진백을 쥐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때였다. 최한은 정말로 죽을힘을 다해 홈을 향해 달렸고,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지만 두용도 역시 같이 달렸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목슬리가 고개를 들어보니 이미 주자는 3루와 홈플레이트의 중간 지점을 이미 넘어선 정도까지 와 있었다.

당황한 목슬리는 공을 재빨리 3루에 던졌다. 그러나 그것마저 실투가 되어 포수가 제대로 한 번에 잡지를 못했다. 겨우 몸을 날려 공이 뒤로 빠지는 것을 가까스로 막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어이없는 홈스틸이 성공하고 말았다. 최한은 주먹을 번쩍 들어 기쁨을 표현하면서도, 내심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영규형은 이걸 알고 처음부터 그렇게 준비를 하라고 했던 거야?’


그리고 3루에 안착한 두용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체 어떻게? 그냥 우연인가? 아니면 전부 계획대로? 벌써 머리에 다 짜놓고 계셨던 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영규는 싱글벙글. 그리고 주자는 아직 3루에 있다.

이상군은 감독에게 말했다.


“투수 교체하고, 최영규는 그냥 내 보내지요.”

“음······.”

“목가놈 저거 인자 제대로 공 못 던집니다. 오늘은 완전히 넋이 나갔어요. 이대로 가다가 더 맞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오늘은 지더라도 두고 봐야겠어.”

“포스트 시즌 대비해서 말입니까?”

“그래. 한 점 정도는 더 각오해도, 일단 봐야겠어. 아직 두 경기 더 있잖아? 그거 이길 수 있어. 우리가. 정한진이만 아니면 돼. 지금 우리 타격으로는 충분해.”

“음······.”


이상군은 감독의 결정을 수긍할 수 있었기에 고개만 한 번 끄덕이고 물러났다.



“잘했다.”


집으로 돌아온 최한을 보고 서감독이 격려했다. 최한은 서감독에게 영규가 나오기 전부터 계획했던 거냐고 물었다.

그리고 서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놈이 골 때리는 생각을 하는 게 이번만도 아니잖나?”

“이유는요? 들으셨어요?”

“내가 저놈이 무슨 작전 계획할 때 그 전에 이유 묻는 거 봤어? 첫 해 말고.”

“예? 아, 아니요.”

“영화를 미리 다 알고 보면 무슨 재미가 있어?”

“영화요?”

“그래, 인마. 보기도 전에 절름발이가 카이저 소제다. 이걸 들어버리면, 그게 재미있겠냐고.”

“하하하. 아니죠.”

“어쨌든 오늘 재미있는 장면 하나는 구경했으니 됐지. 거기다 점수까지 땄고.”

“네.”




- 아, 이건 큽니다! 홈스틸! 전혀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 성공시킨 홈스틸!


- 허허허. 이거 제 생각에는 최영규 작전인 것 같은데요.


- 최영규 선수요? 아니, 이걸 어떻게요? 저는 최한 선수가 센스있게 그냥 달린 것으로 봤는데요.


- 그 전에, 인터벌 중간에 제가 하는 것과 다른 것들이 있었거든요.


- 아, 네. 말씀하셨죠. 그게 사인처럼 보인다고.


- 네. 그 후에 주자들의 리드가 더 대담해졌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역시 히트 앤 런인가, 싶었는데. 홈스틸을 처음부터 염두에 뒀다는 생각이 드네요.


- 자, 그럼 이제 위저즈는 어떻게 나올까요? 아직 투수 교체는 없는데요. 목슬리가 이런 장면에서 많이 약하지 않았습니까?


- 결국에는 멘탈 문제이기는 한데. 사실 어떤 투수가 와도 이 상황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겠죠.


- 그럼 역시 또 실투나 폭투의 가능성이 있을까요?


- 음······. 글쎄요. 화가 나서 최영규를 위협하는 공을 던질지도 모르죠.



목슬리는 과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를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듯, 이번에는 그 긴 인터벌을 생략하고 원래의 영규의 것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홈스틸을 한 번 당했기에, 물론 최한보다 두용이 결코 빠르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자신의 루틴 따위에 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신경을 쓰니까 이번에도 넌 변화구는 못 던진다. 곧 죽어도 패스트볼. 머리쪽으로 던지면 퇴장이야. 그러니까 올 곳은 역시, 위협구 겸해서 몸 쪽으로 하나.’


영규는 이미 노림수를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정말로 몸 쪽으로 오는 공. 그리고 영규는 망설이지 않고 그 공을 잡아당겼다.

위협구의 성질도 약간 가지고 있었기에 굳이 손댈 필요는 없었지만 여기서 확실히 박살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 영규는 무리를 해서라도 당겨 치려 한 것이다.

그리고 영규의 생각대로, 그 공을 담장 밖으로 쫓아낼 수는 없었다. 다만 펜스 가까이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를 만들 수는 있었다.

그 사이에 두용은 다시 홈인. 그렇게 점수는 3점차로 벌어졌다.


홈을 밟고 들어온 두용을 선배들이 격하게 격려했다. 그리고 두용은 잠깐 영규를 쳐다보았다. 대주자로 바꾸지 않는다. 그 말은 이제 영규가 포수를 본다는 말과 같았다.


“두용이.”


서감독이 그를 불러 우익수 자리를 맡긴다고 했다.


“연습은 적당히 했잖아.” “아, 네. 네.”

“걱정 마. 오늘 한진이 공이니까 거기까지 멀리 나갈 일도 없을 거야. 영규가 지시하는 시프트에만 잘 움직여. 알았나?”

“예!”


내심 교체될 것이라고 예상한 두용이었지만, 그대로 출장을 계속한다는 말에 기뻤다. 걱정도 있었지만, 그것이 솔직한 두용의 심정이었다.


후속타의 불발로 점수는 더 얻지 못했다. 돌아오는 영규가 포수 장비를 입으려 할 때, 최한이 대체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물었다. 당연하게도 선수들은 영규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 녀석 루틴. 그리고 오늘 날씨.”

“예?”

“오늘 덥지?”

“예.”

“땀도 많이 나고.”

“그렇죠.” “그럼 패스트볼로 오늘 경기를 풀어나가려 하는 녀석에게 제일 짜증나는 게 뭐야?”

“어······.”

“그것마저 제구가 안 되는 거잖아.”

“그렇죠.”

“그런데 저녀석, 오늘은 유달리 로진을 자주 바르더란 말이지.”

“아······, 설마 땀 때문에?”

“뭐, 어쩌면 그럴지도. 그런데 두용을 포볼로 보낸 후에, 더구나 도루까지 당하는 과정에서 좀 열을 받았는지 그걸 까먹은 것 같더라고.”

“예? 아니, 겨우 그걸로?”

“내가 왜 인터벌을 길게 가져갔을 거 같냐?”

“그거야 투수 열 받게 하려고······.”

“그것도 있지. 하지만 시간을 끌면 끌수록 로진을 안 바른 손이 어떨 것 같냐?”

“아······.”

“그리고 로진 위치를 하필 좀 멀리 던져 놓았어. 아니, 아까 저쪽 코치진이 왔을 때 누가 살짝 발로 밀더라고.”

“그것까지 본 거에요? 그래서 그때 바로 홈스틸 준비하라고?”

“원래 50, 50 확률이었는데 그 고마운 사람이 로진을 슬쩍 밀어내준 덕분에 한 20 더 올랐지?”

“어이가 없네. 리드를 크게 가져간 것도 짜증내는 게 아니라······.”

“초구를 내가 보낸 건 좋지 않은 공이기도 했지만, 나한테만 집중하라는 의도이기도 했어. 그래서 두 번째는 결국 와인드업을 크게 가져갔잖아?”

“네.”

“그런데 그 공을 던지고 난 후에 아주 아쉬워하더란 말이지. 자기는 제구를 완벽히 했다고 생각했겠지만, 빠졌거든.”

“아, 그래서 그때 바로 작은 사인을······.” “한이 너는 발이 충분히 빠르니까. 녀석이 로진백을 줍기 위해 꾸물거릴 시간에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거라 예상했지.”


순간 터져 나오는 여러 소리들. 와, 하는 감탄사. 혹은 정말로 어이가 없어 터져 나오는 헛웃음. 그리고 두용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사람까지.

그들을 뒤로 하고 영규는 늘 그렇듯 무심한 표정으로 장비를 다 갖춰 입고는 한진을 기다렸다.

한진이 웃으며 다가오자 그의 글러브에 자신의 미트를 한 번 툭 가져다 댄 후 영규가 말했다.


“가자. 아직 안 죽었다는 거 보여 줘야 할 거 아니야.”

“네가 보여줄 필요가 있냐? 내가 문제지.”

“오늘 내가 그렇게 만드는 거지.”

“네가?”

“내 지시가, 사인이 네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거야.”

“호오. 역시 최영규네.”

“그리고 네가 내 선택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거지.”

“내가?”

“내 사인에 맞춰서 제대로 꽂아 넣어. 그럼 내 결정이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겠지.”


영규의 말에 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용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역시 이 녀석과 함께하는 기대감, 고양감, 안정감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어깨도 안 아파. 너클, 마구 던져주지. 잘 잡을 수나 있겠어?”

“난 이제부터 패스트볼하고 변화구를 좀 더 많이 요구할 건데.”

“뭐?”


그러나 그 한 번의 물음 말고는 더 묻지 않았다. 영규가 할 수 있다고 말하면, 정말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진은 킥킥 웃으며 글러브를 교체하고 나오는 두용에게 말했다.


“두용아! 잠시 별거 생활이다. 뒤에서 열 받는 다고 공 놓치지 말고 잘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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