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久渗

MITT : 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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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久渗)
작품등록일 :
2019.07.10 12:43
최근연재일 :
2019.09.27 08:05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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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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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0,696

작성
19.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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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글자
13쪽

조종과 조언(3)

DUMMY

정근은 잠깐 말을 멈췄다가, 영규에게 질문을 했다.

한국 야구계의 선수 육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

그러나 영규는 그가 그것을 묻는 의도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혹사 말입니까?”

“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야구라는 건 결국, 아니 뭐 야구 말고도 대부분의 운동은 결국 자기 몸을 갉아먹는 것들이니까요.”

“하지만 한국의 지도자들은 여전히 일본식 야구의 그늘 아래에 있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팬들도 잘 알고 있고.”

“물론 제도적인 성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프로 구단의 행태와, 학생야구 지도자들의 행태가 제도의 변화에 비해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게 문제지요. 제가 미국에 있었을 때는······.”

“행태라······. 미국이요? 미국도 사람 사는 동네 아닙니까? 물론 종주국이고 최고의 리그를 가지고 있는 나라죠. 그렇다고 해서 딱히 완전무결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예를 들어, 서비스 타임. 말만 그럴 듯 하게 붙였지, 그건 솔직히 말해 신인들의 연봉 상승을 막기 위한 구단끼리의 담합 아닙니까?”

“그렇죠.”

“그리고 그 서비스타임을 조절하기 위해, 1군 콜업을 가지고 박봉의 장기 계약을 강요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그럼 뭐 딱히 대단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미국에서 혹사 문제가 나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입시비리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으십니까?”

“없죠.”

“그럼 굳이 미국과 한국을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미국에 계셨었습니까?”


정근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나스 코퍼레이션 아십니까?”

“조나스? 혹시 그 조나스? 스티브 조나스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스티브 조나스.

최고의 명성과 최고의 악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최고의 에이전트.

물론 선수들에게는 그들에게 많은 돈을 안겨주는, 그리고 구단과 갖가지 자료와 법리적, 제도적 허점을 찾아 싸워주는 든든한 우군임과 동시에, 구단들에게는 호환마마보다 더 징그러운 존재.

영규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조나스 쪽에서 이미 몇 년 전 최선수와 계약을 맺고 싶어 한 것으로 아는데요.”

“그랬죠. 설마 거기서 일하셨습니까?”

“네. 제가 법을 공부했거든요. 야구도 해 보았지만, 저는 제 형 만큼 재능이 없었지요. 대신 공부하는 머리는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에이전트를 시작하려 하는 것인가. 조나스 코퍼레이션에 있었다면, 보통 남자는 확실히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었다.


“그런데 왜 나오셨습니까? 그쪽 연봉이면 굳이······, 한국으로 오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이렇게 된 거 숨길 필요는 없겠죠. 그리고······ 최선수 역시 사실 제가 영입하고 싶은 분 중의 한 명이니까.”

“영입이요? 전 내일 모레 은퇴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 독립리그라도 보내실 겁니까?”

“선수로 계약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요.”

“그럼.”

“저도 선수를 보는 눈은 아주 정확하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현장에서 오래, 그것도 한 때 재활공장장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최선수에 비해서는 부족할 수 있겠죠.”

“그래서요?”

“당연히 독자적인 선수 선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선수 선발?”

“네. 미리, 재목을 선점하는 거죠. 이왕이면 아직 주목받지 못한, 그런 선수이면 좋겠지요.”

“그것과 지금 말씀하시는 혹사가 관계가 있습니까?”

“당연합니다. 그래서, 최선수께서는 어쨌든 이런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규는 자신을 힘들게 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물론 이제는 모두 털어낸 후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영규의 잠재력, 실력을 모두 죽일 만큼 그때의 아픔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 덕분에 오랜 기간 친구를 오해하고 그들과 만나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그 대학 진학 시에 끼워 넣기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대가성 금전을 받는 지도자 역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다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고졸 출신의 드래프트 지원자가 많고, 또한 구단에서도 대졸 출신보다는 고졸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 타의적으로 그런 나쁜 일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점에서 한국의 2군과 메이저리그 산하의 마이너리그의 차이가 난다.

한국은 2군을 육성하는 곳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고졸 출신 선수를 뽑고 일단 2군에서 담금질을 한 다음 1군으로 보낸다.

그러나 메이저 - 마이너 시스템은 아니다.

싱글부터 거쳐 트리플, 그리고 메이저까지. 그 모든 단계는 메이저라는 꿈의 무대를 밟기 위한 선수들을 혹독하게 거르는 시스템일 뿐이다.


“그만큼 미국은 선수가 썩어 넘쳐날 정도니까요.”


정근의 말. 영규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고교 팀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에이스가 팀의 중심타자까지 맡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미국과 한국의 인재 풀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의미다.

물론 그것은 일본도 비슷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갑자원이라고 하는,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야구는 그 갑자원에 서기 위해 엘리트 학원, 또는 평범한 공립학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수들이 고교시절 야구를 하며 보낸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중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엘리트 스포츠화 된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마이너리그가 가진 목적을 한국은 이미 중학교, 고등학교까지의 과정에서 이미 선수를 선별한다는 말이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은 성적을 위해, 눈에 띄기 위해 혹사를 겪어야 했다. 지금이야 투구수 제한이 생겨 사정이 낫지만, 투수가 아닌 다른 선수들도 무의미할 정도로 강력한 체력 훈련 따위를 여전히 받고 있는 곳도 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아이들만이 프로로 올 수가 있는 것이다.



“이미 프로로 넘어 올 때는, 반쯤은 망가진 선수들이 되고 말았지요.”

“과거에는 그랬죠.”

“네. 맞습니다. 과거에는요. 분명히 최근의 제도는 어린 선수들의 혹사를 방지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식 경기에서의 제한입니다. 하지만, 연습에 제한이 있습니까?”

“연습이라······.”

“제구가 안 되는 투수가 있다고 가정해 보지요. 공식 경기에서는 꼬박꼬박 투구수 제한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연습 시에 제구를 잡는다는 미명하에 200구, 300구를 던지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

“음······.”

“또 문제는 있습니다. 프로 구단이라고 혹사를 시키지 않습니까?”

“그건······.”

“아, 물론 최근의 지도자들은 그런 분위기를 지양하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지요. 인정하십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요.”

“재미있게도 가장 혹사를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곳이 바로 2군입니다. 2군에서 팀 성적을 이유로 선수를 갈아넣는 경우는 없지 않습니까?”

“네. 그렇군요.”

“그래서입니다.”

“네?”

“제가 철민이와 두용이를, 어떻게든 2군에 머무르게 계획했던 이유. 그들의 몸이 완전에 가깝게 성장할 때까지. 그리고 굳이 말씀드리자면, 이 계획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제 실험이었을 수도 있겠군요.”


그 말에 영규는 기가찼다. 실험이라니? 선수가 무슨 실험용 쥐라도 된다는 말인가?

욱하는 마음에 조금 날카로운 목소리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나 정근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보통의 미국 선수들처럼 대학 1,2학년 전까지. 최대한 혹사를 줄이고 반복된, 그리고 최적화된 근육 단련 및 밸런스 조정을 한다. 그 이후의 결과 말입니다.”

“그게 생각대로 되던 가요?”

“단지 신체의 성장과 트레이닝, 그리고 혹사 방지 이후의 선수의 활약만을 생각하면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지요.”

“오직 그것만이, 그 실험만이 당신의 실험이었습니까?”


정근은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험은 그저 곁다리일 뿐이죠. 재능 있는 선수를 최고의 선수로 만들기 위한 방법론과 시간. 그것뿐입니다.”

“그러면 대체 당신의 목적이 뭐였습니까?”

“제 직업이 무엇이지요?”


뚱딴지같은 질문에 영규가 살짝 짜증이 나서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수수께끼입니까? 아니면 스무 고개를 하자는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제 직업은 원래 에이전트 회사에서 일을 했었고, 지금은 이제 다시 에이전트가 되었습니다. 에이전트의 첫 번째 목표는 역시 선수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돈 문제부터 시작해서, 팀 까지요.”

“그래서요?”

“그 다음은 무엇입니까?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가 있으면, 최고의 리그에서 적합한 대우를 받으며 뛸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돕는 것? 최고의 리그? 메이저 리그 말입니까?”

“네. 그것 말고 있습니까?”

“누구를요?”

“최선수라면 대충 아실 줄 알았는데요.”

“둘 다 말입니까?”

“네. 한 명은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한 명은 최고의 재능이죠.”

“두용이를 말하는 겁니까?”

“네?”


영규의 물음에 정근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두용이라고?

분명 두용이도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근은 언제나 생각했다. 서양인의 체격과 타고난 파워를 동양인이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인식.

그것은 자신만의 고정관념이 아니라, 여태까지의 기록들이 그랬다.

당연히 동양인이 그나마 메이저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졌던 것은 대부분이 투수였다.

아니면 재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 혹은 선구안을 통한 출루율을 무기로 한 리드 오프 혹은 테이블 세터.


그런데 누구보다 선수를 잘 알아볼 것 같은 영규가 철민이 아닌 두용을 골랐다.

어째서?

두용과 한 팀이라 그냥 그렇게 말한 것일까? 아니면 미처 자신이 보지 못하는 철민의 단점이 있는 것일까?

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아니, 그 전에. 뭔가 순서가 바뀐 것 같은데요?”

“네?”

“그러니까 당신이 진짜 했던 일이 뭐냐고요. 두용이와, 그 철민이라는 친구한테.”

“음······.”


정근은 할 수 없이 그가 계획했던 것을 이야기 했다. 물론 두용을 위장 미끼로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다는 이야기는 쏙 빼놓고.

그러나 그 말을 듣던 영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 정도면, 두용이는 절대 투수로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을 이미 알았을텐데. 아닙니까?”

“공이 좀 밋밋하다고 해도, 90마일 후반의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를 누가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손이 작은 편이고, 손가락도 짧은 편이라 구종을 익히는 데 좀 어려움은 있지만······.”

“당신 진짜 몰라서 그러는 겁니까, 알면서도 나에게 숨기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정근은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그도 알고 있다. 축의 문제. 그것은 두용의 신체상의 특징 때문에 투수처럼 한쪽 다리를 든 상태로 90도 각도로 비틀 때 생기는 절대적인 문제였다.

영규는 처음 2군에서 두용을 만났을 때, 그 문제를 알아차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블래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샤크스에서의 훈련이 그것을 고치기는커녕 아예 고착화시켜 버렸기에 이제 손 쓸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정말로 당신과 도대수 감독이 두용을 왼손 투수로도 성공시키고 싶었으면, 오른쪽 다리가 아니라 왼쪽 다리의 축을 더 강화시켰어야죠. 그런데 반대로던데? 마치 우타석에 들어서서 힘을 주며 쭉 밀라고 만들어 놓은 것처럼?”


완전히 간파 당했다. 정근은 말을 계속 하지 못했다.


“역시 당신은 믿을 수가 없겠군.”

“잠깐만. 그런데 왜 최선수는 철민이 아니라 두용을 말한 겁니까?”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혹시······, 당신만 알아차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문제라······.”


영규는 속으로 자신이 나이가 들면서 참 짓궂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태연한 척 하면서 상당히 긴장하는 티를 애써 감추는 정근의 표정을 어느새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혹시 조언할 것이 있다면······.”

“조언? 아, 그거 좋네요. 조언. 당신과는 다르게. 내가 당신에게 조언 하나를 줘도, 당신은 역시나 조언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조종하려 들 겁니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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