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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296,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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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작성
06.06.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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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엘루엘(124)

DUMMY

다른 검술선생들은 나처럼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

강도를 높게 가르치는 선생도 있긴 했지만, 체력의 한계 이상을 끌어내도록 학대하지는 않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축제고 뭐고, 준비할 시간도 없을 뿐 아니라, 축제 기간에도 땀을 흘리며 검을 휘둘러야했다.

일주일간의 축제는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들 뜸에 끼어 논건 아니었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어 행하는 연극이나 연주, 놀이 등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것이다.

이미 70이 넘어버린 나이였고, 결혼도 하지 않은 총각이었다.

자식이나 손주가 있을 리 없고, 아이들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생기발랄한 아이들이 노는 걸 구경하면 재미있는 것이다.

나의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올해만 있는 축제는 아니다.

내년에는 구경 좀 시켜줄까? 라는 생각도 해 본 것이다.

축제가 끝나고 기본제자를 제외한 어중이떠중이 제자는 4명만 남아있었다.

악착같이 검을 휘두르고 구르며 구타당하면서도 버티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들이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며 한 가지를 배워나가고 있었다.

녀석들이 휘두르는 검의 길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구타하면서 휘두르는 검술이 녀석들의 몸에서 행해지는 걸 자세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론 녀석들을 가르치는 재미가 생겼다.

한 놈 한 놈, 몸의 자세와 검의 자세를 잡아주고 검의 길을 제대로 펼치게 봐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입 아프게 말로 하는 게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말 보다 행동, 육체에 직접 타격을 주는 게, 의외로 빠른 성장을 가져왔다.

소냐의 스파르타 훈련 방식이 빛을 내는, 생생한 현장에 내가 있는 것이다.

여름방학도 없는 저택의 강도 높은 교육은 계속되었고, 가을이 되었다.

헤이온 왕국의 최대 축제인 4개 학교의 통합 축제가 다가왔다.

수도 시민을 위한 축제는 아니었다.

귀족들의 자제들이 다니는 유명학교끼리의 축제인 것이다.

그러나 몇 백년간 이어온 전통은 덩달아 시민들에게도 축제가 되어버렸다.

한 달에 걸친 각 학교의 대표선발 무투회!

그리고 4개 학교의 대표들이 펼치는 피 터지는 싸움!

서로 간에 양보가 없었다.

이 대단한 축제에도 나의 제자들은 피땀을 흘리며 훈련을 받아야 했지만 말이다.

한 달 보름간의 축제가 막을 내리고 학교는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왜?

마법이나 검술 중, 16강에 오른 학생이 겨우 한명이었던 것이다.

약체로 평가 받는 학교이긴 했지만, 작년에는 4명이 16강에 들었었는데, 올해는 겨우 한명만 올라간 것이다.

그것도 마법 쪽에서 말이다.

막말로 32강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못한 검술대회였다.

내가 볼 땐 메추리 하이스쿨의 학생들이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메추리 학생들은 대결을 임함에 있어 주눅부터 들었고, 그것이 패배의 원인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데 어찌 이긴단 말인가.

이상하게 메추리 학교의 학생들은 타 학교에 비해 투기가 없었던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7명의 제자들을 다그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당연히 그렇지 않다.

쳇바퀴 돌 듯 정해진 시간을 소일삼아 하는 내가, 시간 가는 줄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너무나 심심했다.

그래서 오프라인의 시간을 좀 더 투자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버린 것이다.

오프라인상 때가 봄이었다.

틈만 나면 유나와 연아를 대리고 나물을 캐러 다녔고, 쇼핑을 했으며, 밤거리를 헤맨 것이다.

도시락 싸들고 놀러 다니자고, 쇼핑도 할 겸 점심은 밖에서 먹자고 하는데, 마다할 그녀들이 아니었고, 신나게 나를 끌고 다닌 유나와 연아였다.

‘세상 많이 좋아졌네?’를 연발하며 아침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며, ‘오늘은 오데?’ 라는 눈빛으로 묻는 그녀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골프면 골프, 테니스면 테니스, 등산이면 등산, 낚시면 낚시 등, 해볼 건 다 해보자, 라는 동의하에 열심히 쫒아 다녔으니, 몇 달의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게임을 접고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심각한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잔치가 없다고, 나이도 많은 데다 건강도 챙기지 않은 나에게, 현실의 나들이는 건강을 극속도로 약화시켰고, 또 다시 게임 속으로 내몰고 말았다.

잔병치레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젊어서 건강을 챙기지 않았기에 나의 몸은 볼품이 없었다.

그나마 게임을 하면서 몸이 좀 더 좋아졌다는 품평을 하는 유나와 연아였기에,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만 외출을 하기로 합의를 봤다.

물론 내가 가고 싶을 때만 말이다.

인생은 60부터? 개소리다.

몇 개월 동안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또 다시 방콕인생을 사는 나야 그러려니 했지만, 젊은 유나와 연아에겐 너무도 미안한 일이었다.

국보위 비밀요원이란 몸으로 때우는 일이 많아, 활달한 성격의 유나였고, 연아는 세상을 제집처럼 누비던, 잘나가던 의학박사였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이런 시골에 처박혀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감옥이요, 지옥일 수도 있었다.

가정부를 두던지, 다른 비밀요원과 교대로 경호를 하라는 말에도, 눈썹하나 끔벅하지 않는다.

그녀들에겐 임무이기도 하지만, 나에게서 하루도 떠나지 않겠다는 강경함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좋은 일 해 본적이 없는데, 말년에 이런 복이 생겼다는 데 감사한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항상 미안했다.

마음이 이러니 게임 속에서도 마음이 여려졌고, 5월의 축제에 참여할 수 있게 제자들을 풀어주었다.

처음엔 긴가. 민가 하던 표정을 짓던 모습에 ‘그럼 계속 훈련이나 할까?’ 라는 말에 고개가 떨어져라 흔들며 축제를 즐길 거라며 악을 써대던 제자들이었다.

학교에서의 제자들은 여전히 여섯이었고, 백작가에서 홀로 수련하는 마리까지 7명이었다.

적당한 수준에 오르면 떠날 거라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나의 수발을 꼼꼼하게 챙기는 마리였다.

여섯 명의 제자들은, 나와 같이 구경하자는 제의를 한마디로 일축해버렸다.

지금껏 교육 같지도 않은 교육을 받느라 내 얼굴만 봐도 경기가 일어날 지경인데, 즐거운 축제를 눈치 봐가며 보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역시나 키우는 보람이 없는 제자들이었다.

그러나 마리만은 나의 옆에 붙어서 학교 축제라는 호기심에 들떠 열심히 따라다녔다.

평민으로 태어났지만 돈이 없어 노예로 팔렸고, 팔려가는 중에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노예상인이 죽자, 용병들 틈에서 자라게 된 마리였다.

10살을 갓 넘긴 마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용병들의 뒷바라지를 하는데도 힘에 부쳤단다.

그리고 용병들이 어려운 일에 나설 때면, 여관 일을 도우며 이제나 저제나 용병들을 기다렸고, 돌아오는 용병들은 갔을 때보다 숫자가 적어져도 돌아왔다.

정에 목마른 마리는, 돌아오지 않은 용병들을 찾으며 많이도 울었단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니, 죽음에 무감각해졌고, 어느새 자신도 용병이 되어 검을 휘두르고 있었고, 나를 만난 것이란다.

소드마스터를 할아버지를 둔 귀족자제에, 후작 딸이라는 아가씨가 한명의 늙은 검사에게 죽을 뚱 살 뚱, 검술을 배운다는 데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귀족들의 일에 관심 없던 마리는, 친자식처럼 키워준 용병 리더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있는 돈 탈탈 떨어서 두 달의 기간 동안 배움을 청했고, 지금은 이렇게 나의 곁에서 좀 더 많은 배움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꿈은 별거 아니었다.

자신을 키워준 용병들을 개인 용병파티가 아닌 용병단으로 만드는 것이란다.

그러기 위해선 오러소드 상급 이상의 실력이 되어야 가능했기에 지금껏 무던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란다.


작년에 한번 보았던 축제이긴 하지만, 그 짜임새는 같을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한 것이다.

하루하루를 지루함 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3일째 되던 날, 사랑스런 나의 제자들을 볼 수 있었다.

‘약식 무투회. 1골드를 내시고 이기면 두 배를 드림. 단! 학생일 것!’

조그마한 공터에 깃발을 꽂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미인이 아이란이었다.

폴리모프가 풀리면서 본 날씬하고 탄탄한 몸매는 나의 타작으로 더욱 훌륭하게 변했고, 귀엽던 얼굴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으로 변해있었다.

항상 펑퍼짐한 무복을 하고 있었던 아이란이었는데, 하얀 드레스로 한껏 멋을 부린 그녀는 빛이 났다.

메추리 학교의 최고 미인이라 불리는 아이란이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많았지만 대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여기저기 시민들과 검술 선생들까지 보였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말이 들려왔는데 황당한 내용이었다.

‘오늘은 아예 신청자들이 없네?’

‘그럼 개 패듯이 패서 반병신을 만들어 놓는데 신청할 녀석들이 있겠냐?’

‘도대체 저런 허접한 목검 휘두르기에 얻어터지는 놈들이 무슨 검사고 기사 지망생들이야?’

‘그러면 네놈이 한번 나서보지 그러냐?’

‘음……. 나서보고는 싶은데 돈이 없어서 말이야…….’

‘돈 걱정은 하지마라. 내가 그냥 주마. 네가 이기면 이겨서 번 것도 너 가져라. 어때? 해볼래?’

‘흠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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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Lv.70 KIN서생
    작성일
    06.06.24 16:58
    No. 1

    1타의 즐거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KIN서생
    작성일
    06.06.24 16:59
    No. 2

    제 앞에 읽은 사람이 1 이어서 안타까움이...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하늘마루
    작성일
    06.06.24 17:15
    No. 3

    슬슬 재미가 붙기 시작하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데몬핸드
    작성일
    06.06.24 17:47
    No. 4

    이대로만 연재 계속..

    일반적인 파트와 변태스런 파트를 확연히 구분해서 쭉.~~~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데카다
    작성일
    06.06.24 19:57
    No. 5

    '돈걱정은 하지마라 내가 주마. 네가 이겨서 이긴 돈 까지 다 가져라!..'
    악마의 꼬임에 한명이 희생되가는건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NoVeX
    작성일
    06.06.24 20:08
    No. 6

    ㅎㅎ 단장님 너무 걱정마세요 글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떨어지는 겁니다. 이렇게 남아서 리플 다는 저희는 다 단장님 글이 좋고 재밌어서 읽는 사람들이니깐요 사회에 끼칠..... 악..... 영향은 신경 쓰시지 마시고 건필해주세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sia님
    작성일
    06.06.24 23:03
    No. 7

    이글은 변태적인 글이 아닙니다

    전 건전한 인긴입니다

    -ㅅ- 섭섭하군요 단장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chess84
    작성일
    06.06.24 23:14
    No. 8

    흠....건전은 건전인데... [불]건전.. 하핫..

    전이런 엘루엘이좋습니다ㅇㅅ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천악
    작성일
    06.06.24 23:16
    No. 9

    섭섭하군요.. 단장님이 저희를 그렇게생각하고계실준

    몰랐습니다.. 변태라니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발광
    작성일
    06.06.24 23:29
    No. 10

    큭큭큭 처음쓸때부터 봣지만... 변태기사단들 맘에드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Friday
    작성일
    06.06.25 01:44
    No. 11

    변태의 깊은 뜻은 <다음 사전 출처>
    변태:1. 모습이 변하는 일, 또는 그 변한 모습.
    의 의미로 쓰는 겁니다.

    변태기사단은
    그만큼 일신 우일신하는 기사단이라는 뜻이겠죠.

    설마 이 단어의 네번째 뜻을 궁금해하시는 분은 없으시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파란솜
    작성일
    06.08.22 11:38
    No. 12

    즐겁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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