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296,552
추천수 :
1,270
글자수 :
966,534

작성
06.06.23 02:06
조회
4,324
추천
4
글자
10쪽

엘루엘(122)

DUMMY

지루한 두 달의 여행은 수도 입성과 함께 종지부를 찍었다.

조금씩 흩뿌린 비 때문에 애를 먹긴 했지만, 큰 장애는 아니었기에 제시간에 올 수 있었다.

상단은 그들대로 떠나고, 용병들도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갔다.

남은 사람들은 나와 아이란, 미토 등 검술학교에 들어갈 놈들과, 백작가의 기사 둘과 하인들뿐이었다.

한명 더 들자면 마리라 불리는 여자용병이었다.

좀 더 검술을 익히고 싶다는 바람으로 아이란의 시녀로 남은 것이다.

말이 아이란의 시녀였지, 결론은 나의 옆에서 수발들며 배우겠다는 말이었다.

아이란과 나는 한집에서 기거할 것이기 때문에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아이란이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면 어느 세월에 소드마스터로 키우겠는가?

우리는 가까운 곳의 여관을 잡고 백작가와 후작가로 인편을 보내고 기다렸다.

꼴에 마중을 나와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이니, 그냥 쳐들어가면 될 것을 무슨놈에 예의고 관습이란 말인가?

다음날 아침 백작가로부터 집사가 마중을 나왔고, 여관에 아이란에 대한 행로를 밝혀놓고 백작가로 향했다.

주인 없는 수도의 백작가에 소영주가 오니, 난리도 아니었다.

수도에 집만 사 놓았다 뿐이지, 1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데다, 와도 한 달도 체 묵지 않고 떠나는 주인들을 대신해서 집사와 하인들만의 세상이었는데, 이제 몇 년간 주인이 지낼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이라고 해도 학교 기숙사생활을 할 테니, 두 명의 기사와 늙은 검술선생이라는 작자가 주인행세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집사와 하인들의 얼굴은 똥 밟은 표정이었다.

백작가의 주택은 이이란과 미토가 다닐 학교와 지근거리였다.

나에겐 딱 좋은 장소인 것이다.

학교와 멀기라도 하다면 출퇴근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중세풍의 주택 뒤로 큼지막한 연병장, 높다란 담 뒤로는 우거진 숲이었다.

기사들은 여러 가지 일 처리에 바빴지만 아이란과 미투는 하루를 쉬고, 또다시 강행군에 돌입했다.

물론 마리라는 여자용병과 함께 말이다.

팔목과 허리, 다리에 무거운 각반을 체우고 좀 더 강력한 훈련을 시켰다.

선생인 나는 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며칠이 지나자 학교에서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고, 기사 한명을 대동하고 학교로 향했다.

왕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 군데에 기사양성학교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서로가 경쟁적으로 기사나 마법사를 배출하며, 그들만의 귀족들이 모여 파벌을 형성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럼. 헤이온 왕국의 파벌은 네 개인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 개의 왕국에 기본적으로 두세 명의 공작과 5,6명의 후작이 있고, 체이는 것이 백작들인데, 같은 학교라고 해서 모두 같은 파벌은 아닌 것이다.

지금, 내가 가는 학교만 해도 크게 2개의 파벌과 중립의 파벌이 있다고 한다.

아이란을 탐냈던 아이센 공작가와 국경수비를 맞고 있는 메타소니 후작가가 대립상태이고, 베너토리 백작가가 중립에 서있는 것이다.

하여간, 한 개의 왕국엔 십여 개가 넘는 파벌이 형성되어 있었다.

대충대충 기사의 말을 들으며 학교를 들어서, 교장실로 향했다.

어느 학교든 교장은 중립을 지켜야 했지만 말이 쉽지, 학교의 파벌에서 멀어지면 교장자리도 위태위태했기에, 어느 한쪽에 치우쳐져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메추리 하이스쿨의 교장은 아이센공작파였지만 소드마스터인 베너토리 백작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교장은 기사나 마법사 출신이 아닌 행정관료 출신이었다.

공작파의 일원이긴 했지만 실권이 약한 자였고, 메타소니 후작이나 베너토리 백작도 그 이유 때문에 묵과하고 있는 자였기에, 대화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화. 목요일. 이틀 동안만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 외에는 아이란과 미토만을 개인교습하는 것으로 쇼부를 본 것이다.

즉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수업은 교양, 오후는 검술인데 그 중 화목요일만 단체학생을 포함한 아이란과 미토을 가르치고, 월수금요일은 아이란과 미토만 개인 교습한다는 것으로 말이다.

학교는 무작위의 반 편성으로 하는 수업이 아니었다.

수십 명의 검술선생에게 학생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자기가 배우고자 하는 검술 선생에게 1년간 등록을 하고 배우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지원하게 되는 선생은 어깨에 힘주고 다닌다.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이다.

나야 아이란과 미토만 가르쳐도 그만인 것이니, 이처럼 편안하고 힘 안들이고 돈 버는 직업을 얻은데 만족했다.

그래도 개학 시기에는 일주일간 학생을 받기위한 쇼를 해야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이름도 없고 실력도 검증되지 않은 나에게 올 학생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편안했다.


나의 소일거리는 수도인 테오그라의 곳곳을 누비며 색다른 아이템 수집으로 보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제자들 일과는 짜여 있었고, 저녁시간 후에, 잠간의 대결을 하면 그만이었던 관계로 나의 시간은 넘치고도 남았다.

내 시간이 길어지면 밤의 대결도 뛰어 넘었다.

물론 늦은 시간이라도 아이란은 시간을 내서 두들겨 팼다.


3월 초가 되어 학교가 개학하고 학생들이 모여들 즈음, 학생모집을 하려는 선생들의 검술 쇼가 시작되었다.

나는 루엔이라는 명패만 책상위에 두고, 아이란과 미투에게 접수하는 학생의 명단만 적으라고 시킨 후, 여러 검술 선생들의 검술을 구경하러 다녔다.

수십 수백 개의 검술이 난무하던 시대였다.

하나라도 더 배워서 손해 볼 건 없는 것이다.

힘자랑하는 검술, 스피드 위주의 검술, 화려한 검술, 잔재주만 부리는 검술 등, 여러 가지의 검술이 난무했지만, 막상 특출나게 배울 건 없었다.

이름과 명성으로 먹고 사는 검술 선생들이었고, 남들 보는데서 자신의 비기를 내보일 선생들은 없는 것이니 만큼, 얻는 것이 없었다.

대신에 자질 있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지만 가르쳐서 좋을 것 없는 놈들이니 구경만 했다.

내가 가르치려는 아이란은 자질도 실력도 형편없는 초짜이지만, 미토는 충분하고도 넘칠 자질과 기초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집구석에서 혼자 노력하는 마리는 노력파였다.

하여튼 제일 형편없는 아이란을, 소드마스터로 만들어야 한다는데 더욱 짜증이 나지만 어쩌겠는가?

접수 하루의 시간이 지나고 이틀째부터는 학교에서의 교육을 시작했다.

아침부터 책상을 펴고 오후까지 학생들을 기다리기가 지루했다.

그래서 아이란과 미투를 굴린 것이다.

선착순, 늦게 오면 쪼그려 뛰기, 빨리 왔다고 쉬게 해주면 교육이 아니다.

책상을 접고 집에 돌아오면 적당한 대련과 구타…….

3일이 지나고 4일이 지나도 접수한 건수는 아이란과 미토, 둘뿐이었다.

마지막 날, 앞으로의 힘든 생활에 활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둘을 대리고 수도 구경이나 시켜줄 요량이었다.

아이란과 미토은 땀을 흘리며 목검을 휘두르고, 나는 하늘을 보며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이제나 저제나 책상 접을 생각으로 안달이 나있었던 것이다.

그때, 몇 명의 학생이 쭈뼛쭈뼛 걸어왔다.

뭔 놈들인가 싶기도 했지만 왠지 재수 없겠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나, 접수서류에 접수를 하는 것이 아닌가?

별 희한한 놈들 다 보겠네, 라는 듯 쳐다봤다.

이유인 즉, 선생이라고 자신이 가르칠 녀석들의 선별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는 만큼, 선생들에게도 거절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한 선생에 대해 등록 인원수가 제한되지는 않지만, 많은 학생이 등록한 만큼, 거절에 대한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

내 앞에 있는 녀석들은 그 권리에 의해 거절당한 학생들인 것이다.

물론 나는 거절할 권리가 없다.

학생이 겨우 두 명뿐이었으니 거절하려야 거절이 안 되는 것이다.

접수 서류를 보니, 어떤 놈은 화목에, 어떤 놈은 월수에, 어떤 놈은 수목에…….

나는 화목에만 가르치기로 했으니, 접수시간이 틀린 놈들을 거절한다고 뭐라 할 놈도 없다.

솔직히 다 쫒아내고 싶었지만, 옷을 보니 평민들이었다.

받아주지 않는다면 1년 동안 혼자 독학해야하는 불쌍한 인생들이었다.

어차피 이곳에서 가르칠 아이들인데 더 가르친다고 해될 것도 없다 싶어, 접수를 받아주었다.

이렇게 접수시간이 끝나갈 즈음 많은 학생들이 접수를 했다.


도시 구경에 신난 건 아이란이었고, 퉁퉁 부은 건 미토였다.

사내놈과 계집의 관심은 같을 수가 없으니, 수도를 돌아보는데도 항상 투덕거렸지만, 이기는 건 아이란이었다.

뒤에서 받쳐주는 빽이 워낙 강력했던 것이다.

버그성 사기근력의 주먹에 뒤통수를 한 대 맞으면 대낮에도 별이 보일 정도인데, 밤중에 얻어터진다면 별이 반짝 반짝일 테니 말이다.

후작가의 딸로 교양 있게 자란 아이란은 나와의 생활로 귀족가의 교양덕목을 땅에 패대기 쳐버린 지 오래였고, 귀족의 품위와 권위를 배운 미토는 품위와 권위를 땅바닥에 짓이겨서 버린 지 오래였다.

막말로 아이란은 막가파 공주였고, 미토는 막가파 건달이었다.

용병들과 2달간에 걸친 여정이 후작가의 교양 있는 딸도, 백작가의 품위 있는 아들도 다 베려놓은 것이다.

거리에서 파는 불량식품을 입에 물고 시시덕거리는 아이란이나 투덜거리며 땅바닥에 침을 뱉는 그들은, 내가 보기에도 거리의 신사숙녀였다.

“흠. 오늘 저녁은 근사한데서 먹을까?”

“근사한데는 무슨……. 그냥 구경하면서 길거리에서 파는 걸로 해결하죠. 더 맛있는데…….”

“퉤. 근사는 얼어 죽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엘루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3 엘루엘(133) +15 06.06.30 4,226 5 10쪽
132 엘루엘(132) +11 06.06.29 4,163 5 9쪽
131 엘루엘(131) +15 06.06.29 4,196 5 9쪽
130 엘루엘(130) +10 06.06.28 4,273 5 9쪽
129 엘루엘(129) +13 06.06.28 4,276 5 8쪽
128 엘루엘(128) +13 06.06.27 4,313 4 7쪽
127 엘루엘(127) +12 06.06.27 4,315 5 9쪽
126 엘루엘(126) +12 06.06.25 4,310 5 10쪽
125 엘루엘(125) +11 06.06.25 4,369 5 5쪽
124 엘루엘(124) +12 06.06.24 4,509 4 10쪽
123 엘루엘(123) +13 06.06.23 4,488 5 8쪽
» 엘루엘(122) +13 06.06.23 4,325 4 10쪽
121 엘루엘(121) +17 06.06.22 4,405 4 10쪽
120 엘루엘(120) +10 06.06.22 4,397 4 8쪽
119 엘루엘(119) +9 06.06.21 4,424 5 11쪽
118 엘루엘(118) +10 06.06.19 4,698 5 7쪽
117 엘루엘(117) +17 06.06.18 4,536 4 7쪽
116 엘루엘(116) +19 06.06.17 4,539 5 8쪽
115 엘루엘(115) +10 06.06.16 4,582 5 11쪽
114 엘루엘(114) +10 06.06.16 4,549 4 9쪽
113 엘루엘(113) +13 06.06.15 4,559 5 8쪽
112 엘루엘(112) +14 06.06.15 4,534 5 9쪽
111 엘루엘(111) +13 06.06.14 4,522 5 7쪽
110 엘루엘(110) +9 06.06.14 4,598 5 8쪽
109 엘루엘(109) +13 06.06.13 4,527 5 8쪽
108 엘루엘(108) +14 06.06.13 4,521 4 8쪽
107 엘루엘(107) +13 06.06.12 4,563 5 8쪽
106 엘루엘(106) +13 06.06.12 4,657 5 11쪽
105 엘루엘(105) +11 06.06.11 4,714 5 10쪽
104 엘루엘(104) +16 06.06.10 4,843 4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