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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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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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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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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엘루엘(115)

DUMMY

마차가 저 멀리 가고 있었다.

뭔가가 꼬이더라도 도망치면 그 뿐이라는 자신감이 있는 나였다.

따듯한 햇볕을 받으며 말위에서 졸았다.

몇 년 만에 처음 해보는 조용한 여행이었다.

식사 때마다 제각기들 음식물을 꺼내 먹긴 했지만 흩어지진 않았다. 말없이 서로의 먹을거리를 힐끔거리며 먹는 모습이 우스웠다.

미경에게 연유를 물었다.

아무리,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했다지만 심한 게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나 이유를 듣고는 그렇구나, 했다.

아리안대륙엔 오프라인의 아시아 각국의 유저들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몇 백, 몇 천개의 길드가 존재했기에 서로를 견제하며, 반목하고, 싸우는 나라와 길드의 유저가, 이곳에서 전력으로 협조해가며 파티를 맺지는 못할 것이란 말이다.

미경만 하더라도 적대 길드가 한명 포함되어 있지만, 서로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이란다.

타 대륙으로 본의 아니게 넘어오게 된 유저들의 암묵적인 묵계란다.

4일간의 여행은 순조로웠다.

선두에서 나타나는 자질구레한 몬스터들은 선두의 용병들에겐 심심풀이용 땅콩이었고 말이다.

뒤에 처진 우리는 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투덜거리며 가야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조금씩 안면을 트는 이들도 있었지만, 서로에게 조심하는 행동과 말들은 여전했다.

5일째 새벽에 출발한 상단은 높은 산의 계곡을 들어가기 전 이른 점심을 먹었다.

가끔, 가뭄에 콩 나듯 깊은 산속에서 거대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경우가 있는 곳이란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는 것이고 선발조로 몇 명의 용병들이 먼저 출발했다.

마차에서 내리는 두 명의 여자들…….

한 명은 여행자 망토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아가씨라 불리는 여자였고, 하녀차림의 평범한 얼굴의 아가씨가 시중을 들고 있었다.

주위에는 무장한 기사인 듯 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자들이 항상 보호하고 있었고 말이다.

내 관점으로 볼 때, 저 무장 사내들은 기사들이고, 망토를 뒤집어 쓴 여자는 대단한 귀족가의 여인일 것이다.

하녀로 보이는 여자 또한 귀족가의 여인일 확률이 많았다.

얼굴은 평범했지만 하는 행동이나 언행이 예사롭지 않고, 무장 기사들의 행동 또한 어려워했던 것이다.

건포나 빵조각을 우물거리며 파티원들은 그녀들을 평가 했다.

나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고, 기사들의 폼을 보건데 누군가의 추적을 염려하는 듯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염려는 점심을 먹고, 계곡 속으로 들어간 지 한 시간도 체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졌다.

뒤 쪽을 제외한 앞과 옆으로 나타난 인원들만 백여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한쪽에 10여 명씩의 궁수까지 있었고, 화살을 재고 있는 모습이 언제라도 발사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거 도망쳐야 하지 않을 까요?”

“흠…….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기가 좀 뭐하긴 하지만, 그러는 게 나을 듯싶군요.”

“저들은 단순한 떼강도가 아닌 듯 하지요?”

“훈련받은 병사들임에 목을 걸겠소.”

“미경님?”

일단 파티의 리더는 미경이었다.

한 마디씩 내뱉은 파티원들은 미경에게 어서 결정하라고 독촉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도망가자는 소리였다.

이미 결정은 끝나 있는 것이다.

뒤쪽으로 포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도망가는 자는 살려준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함정이라든지…….

그때 아가씨들의 경호기사들에 리더인 듯 한 자가 다가왔다.

“저들은 상단을 노리는 자들이 아닙니다. 저희가 모셔야 하는 아가씨를 잡으러 온 것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뭐죠?”

“저희가 길을 열겠습니다. 아가씨들을 프란드리아 영지로 모셔다 주십시오.”

기사들은 자신이 모시는 주군 외에는 무릎을 꿇지 않는다.

기사들의 명예인 것이다.

8명의 기사들 중 리더 역할을 하는 기사라면, 상당한 지휘가 있을 것이고, 내가 보기에도 오러소드 상급의 실력을 지닌 기사였다.

절대 약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 기사가 무릎을 꿇고 부탁하는데, 파티원들의 얼굴은 똥 씹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건 똥을 밝은 것이 아닌 씹은 것이다.

기사의 명예는 유저들이라고 함부로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의 시스템이었다.

유저인 기사들이 장난 식으로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지금의 상황은 장난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 거절 했다가는 모든 기사라는 족속들로부터의 패널티를 받을 각오를 해야 했다.

말이 페널티지 기사들을 만나는 족족 시비를 걸고, 싸움을 걸어오며, 목숨을 건 결투를 신청해오는 페널티를 감당할 유저가 있을까?

기사들을 상종하지 않으면 된다?

허……. 같은 유저인 동료들 중에도 기사들은 존재한다.

부모형제와 잘 알고 지내는 친한 친구들, 길드에 존재하는 기사들마저 무의식중으로 괄시를 하게 되면 게임 끝이었다.

파티원 중 미경의 모습은 처참했다.

리더였던 것이다.

리더는 상황판단이 빨라야했다.

파티원들의 생명이 리더에 의해 결정 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기사가 오기 전에 튀어야 했는데, 순간의 선택을 미룬 것이 화근이었다.

이들은 아리안 대륙에서 죽어, 아틀란타 대륙에서 부활한 유저들이었고, 1년 사이 두 번이나 죽은 유저까지 있었다.

1년에 3번을 죽게 되면 엄청난 페널티를 받는 것이다.

도와주지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고, 도와주자니 죽음을 담보로 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미경이었다.

“아가씨를 모셔오게. 한 명일세!”

기사는 나를 한번 보고는 인상을 써댄다.

“두 분 다 안 되겠습니까?”

“한 명일세!”

내 힘을 보인다면 두 명이 아니라, 상단을 포위한 놈들 씨를 말릴 수 있을 것이다.

그전에 희생이 좀 나오겠지만 상단에 고용된 용병들도 녹녹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왜?

힘 좀 있다고 내 마음대로 행동하고 죽이고 산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적당히……. 즐기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내가 살인에 미친 정신병자도 아니고 말이다.

기사를 따라 가는데 뒤에서 미경이 묻는다.

“루엔님. 도망칠 구멍이라도 있나요?”

“그냥 뚫고 가는 거지. 어쩌겠나?”

“헉! 이보쇼. 노인장!”

“이놈아. 그럼 거절도 못하는데 속만 태우면 뭐하냐? 도저히 안 될 것 같으면 따로 도망가도록 해. 일단은 기사들이 보는 데에서는,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냐?”

“아! 그런 방법이…….”

간단하다면 간단한 방법이지만 그렇다고 쉽지도 않을 것이다.

기사들이 아가씨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자 망토를 입은 여인이 나왔고, 뒤이어 하녀차림의 여인이 내리며 여행자 망토를 입은 아가씨를 안고 흐느꼈다.

“언니. 언니. 죄송해요. 저 때문에. 흐흑…….”

역시나가 역시나였다.

또 한 번 얼굴들이 굳어지는 파티원들이었다.

주위 적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듯 했다.

나는 레어급 활과 신의 화살을 꺼냈다.

“몇 명이나 갈 것인가?”

8명의 기사들이었다.

“저와 네 명이 선두에 서겠습니다.”

리더기사의 손짓에 4명이 나왔고, 나머지 3명의 기사들이 하녀차림의 아가씨를 여행자 망토의 아가씨에게서 떼어냈다.

“방법은 간단하다. 곧 공격이 시작되겠지. 그러기 전에 선수를 친다. 행렬 오른쪽 앞으로 치고 나간다.”

“엥? 뭐요? 뒤로 도망가는 게 아니었소?”

나는 리더 기사를 쳐다보았다.

“함정입니다. 저들은 우리가 뒤로 도망쳐 주기를 원하고 있는 겁니다. 상단에서 떨어져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썅…….”

“기사들은 앞으로 나서고 우리는 아가씨를 보호하고 뒤를 따른다. 생각하지 마라! 무조건 뛴다. 궁수와 마법사는 내가 맞는다. 무조건 뛰어. 내가 신호하면 무. 조. 건이다. 거치적거리는 놈들은 다 죽여!”

나는 화살을 걸고 마법사를 겨냥했다.

대충 맞춰도 명중률이 높은 나다.

알아서 맞을 것이다. 피할 틈도 없이…….

화살을 날렸고 마법사가 꼬꾸라졌다.

‘퍽.’

‘핑…….’

타격 음 후에 들리는 바람소리…….

그만큼 활이 날아갔다는 의식을 못하는 것이다.

멍청히 튈 준비만 하고 ‘먼일이래?’ 하며 힐끔거리는 자들에게 조용하고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멍청이들 뛰. 어!”

나무화살을 걸고 날렸다.

말을 몰며 화살을 날리기가 어렵긴 하지만, 나는 버그성 사기 아이템들을 믿었다.

수십 발을 날리면서 중간쯤으로 말을 달리자 그때서야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미 오른쪽의 적 궁수들이 모두 쓰러진 상태였다.

정말 멍청한 놈들이었다.

계곡을 달려 내려오는 자들을 향해, 상단용병들이 달려 나갔고, 짐마차와 용병들 틈새로 계속 달렸다.

선두에 다가 설 즈음, 앞쪽에서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6서클 범위마법을 쓸 모양이다.

미친놈……. 아주 날려버리려고 작정했나?

신의 화살을 다시 걸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놓았다.

‘퍼퍼퍽.’

몇 명의 병사들이 들어 올린 방패와 병사들의 몸을 뚫고 마법사의 주문을 켄슬시키는 확실한 신의화살이었다.

용병들과 병사들의 칼부림은 치열했고, 기사들이 가세하자 적의 숨어있던 기사들이 뛰쳐나왔다.

“가십시오. 아가씨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섯 마리의 말과 함께 길을 뚫는 기사들 뒤로, 우리 파티는 아가씨를 태우고 있는 미경이를 보호하며 전진했다.

뉴월드 세상에서 28년이란 세월을 사냥으로 보낸 유저들이었다.

상대가 상급의 기사들이라 하더라도 우습게 여길 인간들인데, 처음엔 페널티가 무서워서 몸을 사렸다 뿐이지, 적과 대치하니 본 실력을 과감하게 들어내며 앞으로 치고 나가는 파티원들이었다.

여기서 죽으면 지들만 손해인 것이다.

선두가 열렸고 후방에서 달리던 내가, 쫒아오는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화살을 날리며 견제했다.

맞아 죽든 살든, 지들 문제인 것이다.

말들이 지쳐 쓰러지고 두 다리로, 해가 떨어지고도 한참을 달렸다.

역시나 나의 실력은 뜀박질이 최고였다.

“더 이상 못 뛰겠다. 여기서 쉬었다 갑시다. 앞도 안보이고 말이요.”

“그럽시다.”

모두가 퍼질러 졌고, 미경이와 아가씨는 말도 못하고 쓰러져 버렸다.

연약한 아가씨라 미경이 끌다시피 뛰었으니 넘어지기도 수차례였던 것이다.

남들보다 더 피곤했으리라…….

한 숨을 돌리고 물과 음식물을 먹으며 여유를 찾고 아가씨를 살펴보는 그들의 눈이 변해갔다.

어둡긴 했지만 겉모양은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갈색 생머리에 평범한 얼굴, 품위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행색.

우롱 당했다는 생각이 들 만한 얼굴이었고 몸가짐이었다.

귀족이라고 모두 미인일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귀족이이라면 귀족에 맞는 위엄이나 품위가 베어 나와야 했다.

그러나 여인은 그런 것이 없었던 것이다.

멍한 눈초리, 혼이 나간 것 같은 얼굴에 흩틀어진 몸가짐, 절대 귀족이라고 볼 수 없었다.

“아가씨는 누구지?”

파티원들 중 한명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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