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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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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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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1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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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엘루엘(106)

DUMMY

스토어윔의 공격이 시작될 조짐이었다.

“동료들에게 돌아가거라. 몬스터다.”

핏기가 가시며 후다닥 동료들에게 뛰어가는 소녀였다.

모르는 사람에게 붙어 당차게 행동해 보이긴 했지만, 조마조마 했을 것인데, 몬스터라는 말에 무섭고 두려웠으리라.

선두의 검사와 기사, 마법사들이 스토어윔과의 결전이 시작됐다.

“이곳에 대지의 마법을 쓰시는 분이 계십니까?”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꽤나 실력 있는 지휘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선두의 검사였지만, 한두 명씩 스토어윔의 밥이 되는 것을 막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뒤로 물러서며 아까의 소녀와 그녀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지금이 기회인 것 같다. 나와 함께 떠나겠느냐?”

몇 십 명 단위로 모여, 땅속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를 기다리는 긴장된 모습의 집단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강한 집단이 있다 싶으면 수명씩 기존의 집단을 벗어나 옮기기를 밥 먹듯 하는 무리들이었다.

“더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이들의 리더인 듯 한 중년의 사내가 물었다.

잠간의 시간동안, 몬스터의 밥이 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동료들에게 나와의 대화를 조잘 되었다니, 대단한 입심을 가진 소녀였다.

“글쎄…….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난다고 또 다음에도 운이 좋으란 법은 없지. 고민이 길수록 좋을 때도 있지만 판단이 빨라야 하는 법도 있다네. 그럼…….”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뛰었다.

뒤에서의 판단은 소녀가 빨랐던 것 같다.

소녀가 내 뒤를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었고, 동료들 또한 소녀를 부르며 그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

무서워서 정신없이 도망치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 백이나 되는 인간들이 눈치를 채고 따라오면 귀찮으니 말이다.

얼마나 뛰었을까?

고된 여정에 힘도 없는 소녀가 죽도록 뛰었으니, 입에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지금껏 뛰어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정신력인 것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소녀를 보살피는 동료들을 보았다.

어느 세상이나 핍박받고 굶주리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뉴월드의 npc들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권력과 부의 차별이 심했다.

귀족을 제외한 평민이나 농노, 노예들은 말만 틀렸지 모두가 노예처럼 생활했던 것이다.

그들에게 동정심이나 안쓰러움을 느끼기는 했지만, 나 혼자의 힘으로 저들을 구제하거나, 귀족제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다.

있다고 해도 이들의 체제를 바꾸어서도 안 되는 것이고 말이다.

리더인 사내가 다가왔다.

“엘살바르 제국으로 가는 길을 아신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허. 지금 도와주려고 이러고 있는데 또 무엇을 도와달란 말인가?”

사내가 무릎을 꿇는다.

“저희는 선발대에 불과 합니다. 헤이온 왕국의 죽음에 숲에는 저희들의 부모형제, 처자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도 같이 데려갔으면 합니다.

오호. 죽음의 숲까지는 빨리 달리면 3,4일이면 도착한다.

조금만 시간을 늦추면 되는 것이다.

두 달간의 여유가 있으니, 나의 영지민들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도와주어도 될 것 같다.

그란드리아 성으로 간다면, 황제의 직속 영지인이 될 확률이 있기 때문에 직접 스타성으로 데리고 간다면?

“몇 명이나 되는가?”

“저희들이 이곳으로 올 때만, 2,3천여 명은 된 듯 했습니다만, 소문을 듣고 온 자들이 계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었으니 지금으로써는…….”

많군. 많아!

한명이라도 아쉬울 판에 몇 천이라면, 지금 당장이야 조금 굶주리겠지만, 올해만 고생한다면 조금씩 더 좋은 생활환경이 될 것이란 것은 분명했다.

천여 년 전에 불리던 풍요의 땅이었고, 저주가 풀리면서 본 대지는 축복의 땅이란 걸 확인한 나였다.

“좋네. 그렇다면 서두르세.”

바쁜 일이야 없었지만 몇 천 여명의 이동은 쉽지 않다.

혼자서야 한 달 이내로 도착하겠지만, 많은 인원이라면 한 달 넘게 저주의 땅에서 보내하는 것이다.

소녀가 정신을 차리기 바쁘게 길을 재촉했다.

모두가 힘들긴 하겠지만 소녀를 번갈아 업어가며 달렸다.

이틀에 걸친 강행군에 지쳐있긴 했지만 가족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힘을 내는 그들이었지만, 멀리서 보이는 검은 흙먼지에 발길을 멈추었다.

상단의 행렬일까?

주위의 왕국들과 제국에 소문이 난 상태였고, 죽음의 숲은 유민들 때문에 식료품과 식수를 비밀리에 모으기가 불가능 할 것이다.

게다가 엘살바르로 보내는 식료품과 식수를 고이 보내줄 나라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행보에 관한 외교를 하기 전에 엘살바르로 가는 물자를 눈감아 줄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유민들뿐이었다.

수천 명이 넘어 보이는 유민들의 선두에는 용병들이었다.

도망자들과도 같은 유민들이 무슨 돈이 있어 용병들을 고용한단 말인가?

누군가의 도움이 없는 이상 불가능한 것이다.

선두의 용병들이 우리를 포위하듯 맞아주었다.

나는 그들 앞에 나서고 싶지 않았고, 무리의 우두머리나 동료들은 겁에 질려있었다.

“저 뒤에 계신 분들은 유민들이 아닌가요?”

당찬 소녀, 마리안느였다.

용병들이 포위한 상태였고, 용병들 사이로 한명의 사내가 나섰다.

“맞다. 너와 뒤의 동료 분들은 어디로 가는 중이지?”

“죽음의 숲에 식구들이 있어요. 그분들을 모시러 가는 거예요.”

“흠. 너는 엘살바르에서 오는 중이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는 사내였다.

“저희는 선발대였는데, 길을 아시는 분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분이 흔쾌히 받아들이셨고, 저희를 기다리는 다른 분들과 같이 가야했기에 허락을 받고 다시 돌아가는 중이에요.”

“어린 아가씨! 우리는 그 말을 믿어줄 정도로 어수룩하진 않다네!”

용병들의 리더쯤으로 보이는 자였다.

“믿든 말든 상관없지 않나요? 저희 동료 분들 중에, 여러분 중 한분이라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닌 분이 없어요. 거짓말 할 이유가 없지요.”

마리안느의 말을 인정하는 듯 한 표정에 몸짓이었지만, 그들로서도 찜찜한가 보다.

“아가씨. 죽음의 숲엔 왕국의 병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네. 그렇기에 우리도 이렇게 길을 재촉하고 있는 중이고. 죽음의 숲에 간다고 해도 왕국의 병사들에게 붙잡혀 처형될 수도 있다네.”

놀란 마리안느와 동료들은 서로를 독촉하며 죽음의 숲으로 가길 원했다.

“안느야. 혹시 저기에 가족들이 있을지 모르니 찾아보련…….”

“네.”

안느와 동료들은 용병들이 막고 있는 사이를 헤치며 뛰어갔다.

“자네가 이곳의 인솔자인 듯한데?”

“그렇습니다만?”

“헤르센 상단 소속인가?”

“노인장께선 누구십니까?”

흠. 말해줘도 괜찮을까? 저놈들 눈초리는 말해도 안 믿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런 차림으로 ‘나 엘살바르 제국의 하나 뿐인 엘루엘 블랙스타 대공이다.’라고 한다면 콧방귀나 뀌며, ‘그럼 난 엘살바르 황제다.’ ‘난 엘살바르 황태자다.’라며 떠벌릴 주둥이들일 테니 말이다.

“자네. 나 좀 보세나.”

용병들은 제외하기로 했다.

말 많고 탈 많은 인간들인 것이다.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용병들이 만든 포위를 뚫고 귀를 기울여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두었다.

멈칫거리며 따라오는 상단의 사내였다.

“상단에서의 직위는?”

“정보원 겸 연락을 담당했고, 지금은 저들을 인솔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놈에게 ‘나 엘살바르의 대공이다’라고 한다면 먹히려나?

정보원 쯤 되면 먹힐 것도 같긴 한데 지금의 표정으로는 믿어줄 것 같지 않다.

엘살바르에서 나온 늙은 기사 나부랭이? 아니면 정원사? 정원이 없지…….

흠. 멜리안을 이용해 볼까?

더 미친놈 취급 받으려나?

“혹시 멜리안이라고 알고 있나?”

“어? 아가씨를 아십니까?”

먹히려나?

“그 계집이 이 늙은이 애하나 낳겠다고 죽자 사자 따라다니는 바람에, 이렇게 도망 다니는 길이네만…….”

“네?”

역시나 안 먹힐 듯싶다.

“흠흠……. 그러니까…….”

“엘루엘 블랙스타 대공? 영지를 내팽개치고 도망간?”

헉! 팽개치고 도망가다니…….

꼭 아니라고는 못하겠지만 내게도 나의 게임인생이 있는 것이다.

지금은 나의 영지민들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멜리나가 그렇게 말하던가?”

조금은 싸늘한 목소리였다.

“아. 아닙니다. 저. 저는 그저……. 어디선가 주어들은 데로……. 음…….”

당연히 멜리안이 동네방네 소문을 냈으니 주어 들었겠지…….

“또 누가 그렇다고 알고 있나? 영지를 팽개치고 도망간 영주라고…….”

“아. 아닙니다. 저. 전 금시초문이군요. 그. 그런 말을 제가 했습니까?”

“허. 자네는 건망증이 심한가 보군 그래?”

“아! 하하하……. 맞습니다. 제가 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군요. 저주의 땅을 처음 접해보다 보니……. 하하…….”

이놈 완전히 또라이 아냐?

“남들에게는 비밀로 해주게. 나중에야 밝혀지겠지만 이 상황에서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다네.”

“아. 알겠습니다. 노. 인. 장!”

정보원 출신이라서 그런지 상황인식에 대한 빠른 대처였다.

그런데 한방에 믿어버리니 황당하기도 했다.

“노인장께서 선두를 여신다면 무서울 게 없겠습니다. 하하…….”

허. 은근히 확인하는 사내였다.

“굳이 나서고 싶지는 않네만, 나의 영지민이 될 것인데 그 정도는 노력해야겠지. 그란드라아 성이 아닌 스타영지로 바로 갈 것이네.”

영득한 사내는 바로 알아들었다.

“하하. 물론입지요.”

용병들과의 간단한 대화로 나에 대한 오해를 풀어버리는 사내였고, 마리안느의 부모와 형제들은 유민들과 섞여 있어서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나는 하루 앞서서 스토어윔과 늪지의 독충들을 말끔히 처리하며 나아갔다.

뒤를 따르는 유민들은 노인과 아이들까지 포함된 유민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 했지만, 저주의 땅을 횡단하기는 멀고도 힘들었다.

그들을 위해 나의 배낭에 있는 식료품과 식수를 내 놓고, 나는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식수만 챙겼다.

나의 배낭 속 식량과 식수는 그들에게 조금의 도움밖에 되지 않으리라.

저주의 땅, 검은 흙먼지로 인해 죽어가는 인간들이 속출했지만 도와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게이머야 죽으면 부활하니 걱정 없겠지만 npc들은 죽으면 끝이었다.

뉴월드 게임의 npc들은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현실의 존재였다.

프하라산맥을 돌아 그란드리아 성을 향하면서 조금 우회했다.

그란드리아 성을 벗어나서 후이란 산맥 쪽으로 가야, 강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다.

보름이 넘는 시간을 쉬지 않고 걸었고, 여행에 지친 그들을 독촉해서 또 다시 앞서 나갔다.

아직도 한 달을 더 가야하는 기나긴 여정이 남아있었다.

아끼고 아끼면서 먹고 마시고는 있지만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물이 없었다.

물이 떨어질 즈음 그란드리아 성엘 다녀와야겠다.

스토어윔의 고기로 먹을 것은 풍족했지만 식수가 문제였던 것이다.

멀리 보이는 곳에 인간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이곳에 인간들이?

빠른 속도로 인간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적이라면 모두 죽여야 했기 때문이다.

여태 나의 능력을 숨겼는데 유민들이 보는 앞에서 들어내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이다.

상대 쪽에서도 나를 확인했는지 전투태세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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