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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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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6,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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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작성
06.06.2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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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엘루엘(119)

DUMMY

악당처럼 괜스레 시비 걸어가며 기분 풀 일은 없고, 적당한 시비 감이 있으면 뛰어들어 치고 박고 피터지게 패고 싶은 것이다.

“자네 아이가 수도로 간다며?”

“아! 영주님께서 안소니를 마법학교에 보낸다고 하시더군.”

“하하. 소영주님은 기사학교로 가신다고 하던데…….”

“차이란의 아들 녀석도 간다고 했지?”

“그 녀석 덩치만 컸지 순댕이인데 잘 해낼 수 있으려나 몰라. 하하…….”

“그 성격만 고친다면 이곳에서 크게 될 놈이지. 암.”

“에끼 이사람. 메타소니에서 크게 되어야지 이곳 같은 작은 곳에서 크면 뭐하나!”

“아하. 그렇군. 하하……. 맞네. 그놈은 장군감이지. 하하…….”

네 명의 평민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싸울 생각은 없는 듯 키득거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술이 술을 먹는다고, 힘자랑 좀 하게 생긴 녀석들인데, 술도 적당히 처먹고, 힘자랑 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

이런 데에 절세미인이라도 나타나야 싸움이 생기는데…….

게다가 마을의 조폭이나, 깡패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치안이 아무리 잘 되어 있더라도 그런 놈들은 있을 텐데 말이다.

시빗거리 찾다 홀짝거린 술에 취해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떴을 땐 침대였고, 품속에는 아이란이 세근거리며 자고 있었다.

창밖으로 햇볕이 내리 쬐고 있었으니, 점심때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전에는 생각지도 못 할 행동이 요즘은 가끔 일어난다.

술에 취해 세상모르게 잠을 잤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조심스럽게 아이란을 바로 눕히려고 밀었지만, 더욱 안겨드는 아이란이었다.

“루엔님. 조금만 더요. 루엔님 품이 너무 좋아요.”

깨어있는 줄은 알았지만 대놓고 좋단다.

“어린 아가씨가 못하는 소리가 없네.”

“웅.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 전 남자의 품에 안겨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너무 좋아요.”

조그마한 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이란. 네 아버지에게나 앉아달라고 투정부려라. 오빠들이라던가…….”

“아빠는……. 후작님은 절 쳐다보지도 않아요. 오빠들도 절 동생취급도 안하고요.”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의 가슴속이 아니고, 아이란의 뜨거운 눈물로 옷이 젖어버린 것이다.

“아이란?”

“네?”

“내 옷에 코풀지 마라.”

“네……. 킁.”

빌어먹을……. 언제나 같은 스토리다.

눈물 뒤에는 콧물.

내 옷이 휴지 내지는 손수건 대용이었다.


아이란은 노예가 낳은 딸이라고 했다.

어느 소설에서나 나오는, 작위를 가진 자들의 술 먹기 놀음에 꼭 나오는 스토리가, 아이란의 어머니에게서도 발생한 것이다.

비몽사몽간에 건들인 게 아이란의 엄마였고, 단 한 번에 아이란을 만들어냈다는 스토리…….

후작에겐 한 명의 부인과 두 명의 후처가 있었고, 3명의 아들과 3명의 딸들이 있었는데, 또 다시 하녀도 아닌 노예에게서 딸이 나온 것이다.

시대와 역사, 현실로 볼 때, 노예의 아이는 노예였다.

그런데 후작의 피를 이은 아이가 노예?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는 노예에게서 나온 딸이 있다고 한다면 세상의 웃음거리와 손가락질 받을 판이었다.

그 전에 둘을 죽이던지 노예를 평민으로 만들던지, 어떻게든 해야 했고, 결론은 둘의 사살이었다.

그런데 부인들이 나서서 아이만을 살려냈다.

아이가 딸이었던 이유로 죽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는 크면서 착실하게 세뇌를 당했다.

메타소니가문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아이로 자란 것이다.

타 가문의 딸들과 마찬가지로, 가문과 가문의 연결을 위한 매개체, 정략적인 관점을 지녔다는 건 같았지만, 아이란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정략적인 관계로 딸들은 보내더라도, 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건, 어느 부모나 같은 심정인 것이다.

자신들의 딸이 메타소니후작가의 잘 못된 정략에 이용당하기를 꺼려했고, 아이란은 딸들을 위한 보험 같은 아이였던 것이다.

아이란은 똑똑했고, 언젠가는 꼬리가 잡힌다고, 그 사실을 엿듣게 되었고, 자신의 처지를 이해했다.

노예인 엄마는 살해되었다.

아버지라 알고 있는 후작의 손에 말이다.

후작이 죽이지는 않았겠지만 묵인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아이란도 노예들의 생활을 알고 있었다.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하는 인간.

엄마의 죽음은 차라리 행복이었을 것이라고 이해한 아이란이었고, 자신의 처지는 노예와 다를 바 없는 사육용 딸이란 걸 인정했다.

그러던 중, 프란드리백작가에서 손님들이 왔고, 그 중 백작 딸과 친분을 나누었다.

백작 딸은 영기발랄, 활달, 그 차체였고, 아이란은 그녀와 노는 게 정말 행복했다.

언니라 부르며 따르는 백작 딸이 얼마나 귀엽겠는가.

두 살 차이로 놀기도 딱 좋은 나이였다.

그 후, 나이가 찰수록 아이란은 예민해졌다.

언제 누구에게 팔려갈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수척해졌다.

노예였던 엄마의 미모를 그대로 닮은 아이란은 메타소니영지의 최고 미인으로 칭송되기에 이르렀고, 곳곳에서 청혼이 들어 왔지만 모두 거절했다.

좀 더 적당한, 후작가를 위한, 딸들을 위한 특별한 곳에 쓰기 위해서였는데, 아이란은 수척해지고 여위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후작부인들은 아이란에게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했고, 아이란은 프란드리 백작의 딸을 한번만 보게 해 준다면, 부인들의 말에 따르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백작가로 나들이를 할 수 있었고, 거기서 공작가의 파티에 놀러 갈 수 있었다.

적당히 놀다 후작가로 가야하는 아이란은 공작가의 셋째아들의 눈에 띄었고, 공작의 셋째아들은 끈질긴 구애를 펼쳤다.

백작가의 딸은 자유분방했다.

친하게 지내는 평민의 딸도 나이가 많으면 언니였는데, 자작의 딸, 남작의 딸, 기사들의 딸은 말하지 않아도, 나이가 많으면 언니, 동생들이었다.

그러니 평범하게 생긴 아이란을 언니라고 부르며, 시녀처럼 데리고 다녀도 누구하나 거들 떠 보지도 않았는데, 공작의 셋째는 그런 아이란에게 구애를 하고 나선 것이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백작의 딸과 아이란의 밀담을 훔쳐들은 셋째아들은 아이란이 탐이 났던 것이다.

이미 부인이 있고, 자식까지 있는 잘나가는 오러소드 상급의 기사였던 그가, 둘째 부인을 얻는다고 대 놓고 욕할 수 있는 자, 누가 있겠는가.

아이란 또한 고민했다고 한다.

이곳에 잡혀서 살던, 후작가로 돌아가던 매 한가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란은 후작부인들에게 약속했던 만큼 돌아가기로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듯 공작영지를 벗어난 것인데 셋째에게 들키고 말았고, 프란드리 영지와 거래하는 상단의 도움을 받아 지금에 까지 온 것이란다.

참으로 눈물 나는 짧은 인생인 것이다.

그런데 왜 눈물이 안 나오는 것일까?

아이란 딴에는 눈물겨운 생일지 모르지만 행복에 겨운 소리인 것이다.

먹고 입고 자는데 아무런 고민도 고통도 없는, 그 후의 인생도 초라하긴 하지만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평안한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왜 슬퍼해야하지?

세라. 초령. 그리고 저주의 마녀들…….

아이란보다도 더 힘든 생을 살았을, 살아가는 여인들이었다.

설아. 유나. 연아!

아이란과는 비교 할 수는 없지만 나를 위해 힘든 삶을 사는 불쌍한 여인이었고, 여인들이었다.

아이란은 똑똑했다.

나의 실력이 평범하다고 생각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스승으로 모신다?

스승으로 모신 분이 후작영지의 큰 손님이 된다면 아이란은 팔려가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이란 스스로 생각해낸 어린 소녀의 한 판 도박인 것이었다.

나는?

아이란의 잔머리에 당해버린 노망난 늙은이인 것이다. 허허…….

후작영지에는 수석마법사가 있어, 아이란의 미모를 평범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더 이상의 정보는 모른다고 했다.

비밀에 쌓인 마법사인 것이다.

멀뚱멀뚱 자신의 그물에 걸린 불쌍한 물고기를 바라보듯 바라보는 아이란이었고, 처참하게 인상을 쓰며 앞으로의 행보를 궁리하는 나였다.

머리도 좋지 않은데, 늙기까지 한 나는 더 이상 정신을 혹사하지 않고, 흘러가는 데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가보자는 생각을 하고는 영주성으로 향했다.

아이란의 검술 선생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다 때려치우고 혼자 여행이나 하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어떻게 오긴 어떻게 오냐? 걸어서 왔지…….”

“…….? 무슨 볼일로…….”

“이곳에 만날 놈이 있어서 왔다.”

“…….? 누구신지?”

“누구긴 누구야? 손님이지…….”

“성함이…….”

“루…….우…….엔!”

“네?”

“아이란 루니 메타소니가 베너토리 백작님을 뵙겠다고 전해 주세요.”

“…….? 누구시라고요?”

영주성의 정문에 이런 띨띨한 놈을 세워놓다니, 영주란 놈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정문은 모든 저택의 얼굴이 아니던가.

“아리안 루니 메타소니가 베너토리 백작님을 뵙겠다고 전해 주세요.”

우리를 붙들고 있던 놈은 아이란의 이름만 되뇌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또 다른 놈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 메타소니 후작님의 딸? 헉! 아. 아가씨께서 여긴 어쩐 일로……. 아니. 들어오십시오.”

허. 그놈 정신없는 놈일세…….

흠. 나의 성보다는 보잘 것 없는, 형편없는 성이었다.

나의 성보다 조금 더 세련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나의 그 큰 성을 멋지게 보이려면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영주란 놈이 도망쳤으니…….

허. 멜리안. 그 여시가 지 아들을 위해서라도 세상에서 제일 멋진 성으로 만들어 놓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저런 구경과 생각으로 연병장의 중간정도 갔을까?

저택 안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다.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귓전으로 흘리며, 강해보이는 자를 유심히 살폈다.

소드마스터였다.

언제부터인가 소드마스터가 발에 차이는 것 같다.

소드마스터 상급의 소냐, 초 중급의 엘살바르 공작들, 그리고 7,8명의 최상급 기사들.

그리고 여기서 소드마스터 초급과 2명의 오러소드 상급의 기사들.

“허. 아이란. 이분은 누구신가?”

“아! 제 검술 선생님이십니다. 루엔님?”

“뭐!”

“이분이 베네토리 백작님이세요.”

“그런데 뭐!”

“네?”

“이런 무례한 자를 보았나? 죽고 싶은가. 늙은이!”

어딜 가나 항상 이런 놈들은 있다.

어른들 이야기에 고춧가루처럼 튀어나오는 허접한 인생들…….

분수도 모르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날파리들인 것이다.

‘퍼퍼퍼퍼 퍽!’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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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82 하늘마루
    작성일
    06.06.21 14:24
    No. 1

    오랜만에 보는듯한데;
    아직는 배가 고픕니다.

    1편만 더 올려주시면;; 쿨럭..(절단은 싫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구라마군
    작성일
    06.06.21 14:24
    No. 2

    무개념인 넘은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죠.
    교육은 적당한 체벌과 구타와 폭력과 얼차레와 설교가 적절히 혼합되어야 효과가 확실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Friday
    작성일
    06.06.21 14:52
    No. 3

    '.'인걸로 봐서 아직 패는 중은 아니고 준비단계인것 같네요.
    "." 이어야 실제로 패는 소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음음음
    작성일
    06.06.21 16:45
    No. 4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노인의 모습을 보고파 ~~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7 NoVeX
    작성일
    06.06.21 18:17
    No. 5

    애들은 맞아가면서 인생을 배우는거죠 ㅋㅋ 영감님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데카다
    작성일
    06.06.21 21:26
    No. 6

    "도생?"

    초반 부분에 오타 발견요!..
    건필욧..^^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sia님
    작성일
    06.06.22 16:12
    No. 7

    제국의 근위 기사단원들도 한번만 당하면 끙끙 않아버리는

    그 유명한 학교 108번뇌 벌칙을 써주십쇼!

    단장님! ㅜㅜ<-(몇일전에 당했 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천마록
    작성일
    06.06.26 20:47
    No. 8

    덜덜덜..사춘기가 다시 찾아온...영감...눈에 보이는데로
    때려패네...덜덜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파란솜
    작성일
    06.08.22 11:19
    No. 9

    즐겁게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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