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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1,296,575
추천수 :
1,270
글자수 :
966,534

작성
06.06.15 13:08
조회
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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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엘루엘(113)

DUMMY

엄청난 마나의 소용돌이와 함께 마나가 빠져나갔다.

두 권의 책에선 화려한 불꽃 쇼가 펼쳐졌고 끊임없이 마나가 유입됐다.

실패작이라더니……. 스킬북에서 손을 뗐지만 조합스킬은 스스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킬북에 집중되는 마나들…….

나는 창문으로 뛰었다.

‘쾅.’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에 뜬 나는 방이 터져나가는 구경을 했다.

화려한 불꽃 축제를 말이다.

돌과 흙으로 지어진 여관은 충격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잠시 후, 무너져 내렸다.

폭발 소리에 여관투숙객들이 빠져나오긴 했지만, 처음의 폭발로 여러 명이 다치거나 죽었을 것이다.

이렇게 나의 첫 조합은 수십 명의 사상자들을 냈고, 나는 도망쳤다.

마을의 변두리에서 하룻밤을 세우고 초보마법사로브를 벗고, 여행자 망토를 걸쳤다.

같은 검정색 계열이었지만 마법사로브와 여행자 망토는 조금의 차이가 났기에 여관을 폭파시킨 범인이라고는 생각지 못할 것이다.

얼굴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빨리빨리 여관의 미경이를 찾아갔다.

조금은 이른 아침이었지만 아침을 먹으려는 인간들로 북적였고, 점원에게 미경이라는 용병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주위에서는 어젯밤에 있었던 여관의 폭발참사 사건에 대한 화제가 잇따라 들려왔다.

점원이 안내한 곳에는 한명의 사내가 앉아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3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한 유저였다.

점원과 내가 다가가자 고개를 들고는 왜? 라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미경이란 유저를 찾고 있네만?”

나 또한 게이머란 소리다.

“아리안 대륙?”

“맞아!”

“직업은 뭐슈?”

“마법사!”

“몇 서클?”

이런 재수 없는 놈이 있나? 성깔 더러운 놈과 파티 하기는 싫었다.

“됐다. 네놈과 같이 파티 하기는 싫으니까.”

“나도 늙탱이와 파티하고 싶지 않소.”

허. 이놈을 죽여 버려?

심심하지 않게 파티에 껴서 여행겸 사냥을 하고 싶은 마음에 하룻밤을 지세우고 찾아왔는데 싸가지가 바가지인 놈이었다.

이런 놈과 이야기 해봐야 좋을 것이 없어서 여관을 나서려는데 이층에서 한명의 여인이 내려왔다.

호……. 어제 서점을 가르쳐준 동양여인이었다.

알아보지도 못할 테니 아는 척 하기도 뭐하고 해서 여관 문을 나서려는데 여인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서점은 잘 찾으셨어요?”

초보용 마법사 로브를 뒤집어 썼었고, 지금은 여행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는데 알아보는 여자였다.

“눈썰미가 좋군.”

“호호. 제가 눈이 좀 밝죠.”

자랑일까? 푼수일까…….

“어제는 고마웠네. 그럼…….”

“아……. 네……. 안녕히 가세요.”

여관을 나서려니 여인이 그 싸가지 없는 사내의 탁자로 가며 하는 말이 들렸다.

“고생하셨어요. 어땠어요?”

“뉴이런 항구로 가는 유저들이 없는 듯 하군요.”

“그래요? 내일 아침에 떠나야 하는데……. 어쩔 수 없죠.”

여관 문을 나서려다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새벽이었고, 여관의 말을 사서 달린다면 한 달 이내로 뉴이런 항구로 갈 수 잇을 거란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움 받았던 여인을 돕고 싶었다.

“???”

이상하다. 여자라면 소름부터 돋아야하는데 도움이라니?

내 입맛대로 파티를 고를 수도 있지만, 싫은 놈 있다고 입맛대로 파티를 골라서 여행을 하고, 사냥을 한다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이겠는가.

맞춰가면서 맘에 안 맞는 놈이 있으면 적당히 구슬리면서, 내게 맞춰가면서 동행하면 되는 것이다.

“험. 아가씨가 미경이란 유저인가?”

“어? 절 아세요? 유저였어요?”

당연히 모르고 유저임에 분명하지.

“두 번째 봤으니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아리안대륙 출신 유저라네.”

“아! 그럼 뉴이런 항구로 가실 건가요?”

“그렇네…….”

“그럼 같이 가시죠. 내일 새벽에 출발할 예정이에요. 가는 길에 프란드리 백작영지로 가는 상단과 용병계약을 했으니 그리 아시면 되겠고요. 하루 1골드에 선불로 5골드씩 받게 될 거에요. 저희는 후방에 나타나는 몬스터만 잡으면 되는 쉬운 일이죠.”

이름이나 직업 등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결정된 듯, 말해 버리는 미경이었다.

“나에 대해선 알고 싶지 않나?”

“호호. 유저이시라면서요? 그럼 자기목숨 정도는 지킬 수 있을 테고, 아리안 대륙으로 가기위해 온 거 아닌가요? 지금 모이신 분들도 다들, 같은 이유 때문이니 서로 맞춰가야겠죠. 그냥 가는 것 보다는 돈까지 벌면 좋잖아요. 그리고 파티이긴 하지만 필요한 것은 스스로 구입하셔야 할 거예요. 특히 말 한 마리는 필수구요.”

“그러지.”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여행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을 것 같다.

“내일 아침 해 뜨기 전 동문으로 오시면 되요.”

“알겠네. 그럼…….”

하루를 더 쉬어야 하긴 했지만, 재촉할 일도 아니었기에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필요한 물품을 개인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니, 더 살게 있는지 확인도 할 겸, 마을을 더 돌아봐야겠다.

노려보는 사내를 세려주고 여관을 나섰다.

이른 새벽부터 시장바닥은 분주했다.

여러 곳을 관통하는 영지이다 보니, 새벽길을 나서는 상인들이나 상단들, 그에 따르는 많은 용병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장이 서는 것이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 쓸데없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들였다.

거의가 연금술에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식료품들도 조금 더 사들였고, 여러 가지의 술도 샀다.

그러고도 배낭은 여유가 넘쳤다.

마법베낭을 가진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마는 나에겐 유니크 배낭과 많은 마법베낭, 가방, 벨트, 주머니가 있었으니, 여유가 철철 넘치다 못해, 허전한 배낭 속이었다.

엘살바르에서 배낭과 가방등 유니크급과 레어급 몇 개를 더 만들었고, 유니크급과 레어급 하나를 챙기고, 나머지는 소냐에게 주었었다.

시장 보기는 금방 끝이 났고, 튼튼한 말을 한 마리 사서 동문 밖으로 행했다.

넘쳐나는 시간 때우기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아, 조용한 공간에서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동문을 벗어나 얼마나 갔을까.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며 나의 게임속 생활을 되짚어 보았다.

현실로 7년, 게임시간으로 28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수면이라고 불릴 정도의 잠을 잔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언제나 명상이란 걸 한답시고, 가 수면을 했으니 말이다.

나는 여유를 만끽하며 즐거웠던 생각만을 하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인기척에 눈을 떴고 속삭이는 듯 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이런 대낮에 목욕할 장소가 있다는 거야?”

“너는 속고만 살았니? 몇 년 전 이곳에 온 적이 있고, 그때 얼떨결에 알아둔 곳이야. 일단 따라와 보라니까…….”

“오빠들이 걱정하지 않을까?”

“위험하지 않은 곳에 간다고 말해 놨어.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몬스터쯤이야 우리 둘만으로도 충분하지. 호호…….”

여자 두 명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멀어져갔다.

흠. 또 여자네?

간만에 ‘단잠이란 이런 것이구나!’ 할 정도로 달콤한 단잠을 자고 있었는데, 이런 단잠을 깨운 그녀들에게 화도 났지만, 몰래보는 즐거움에 비하랴…….

몸을 숨기고 조심그럽게 여자들의 뒤를 쫒아갔다.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던 여자들이 길이 없는 산 쪽 숲으로 들어갔고, 숲과 바위로 뒤엉킨 곳으로 가다가, 커다란 바위 뒤 틈새로 사라졌다.

우거진 숲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들과 사람 몸통만한 바위들이 널려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사방이 고요했다.

이런!

대낮에 여자들이 목욕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으슥한 곳이나 숨겨진 장소라는 건 짐작했던 바이지만, 바위들 사이로 들어가 버리면서 사라져 버렸다.

쉬운 게 없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그녀들이 사라진 곳을 확인했다.

큰 바위 옆에는 나의 키만 한 바위들과 몸통만한 바위, 자잘한 바위들이 넘쳐 났으니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기도 힘들었다.

한참을 찾아 헤맨 후,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구멍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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