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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무제 님의 서재입니다.

엘루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즐거운무제
작품등록일 :
2007.07.01 15:07
최근연재일 :
2007.07.01 15:07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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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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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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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엘루엘(123)

DUMMY

허. 간만에 한턱내려는 나의 심정을 몰라주는 제자들이었다.

그래도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법이다.

나는 그들에게 신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들이 깝쳐봐야 부처님 손바닥이니 말이다.

그런 대로 자리 좋은 고급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행동으로야 막가파 공주고, 건달이었지만 옷과 품위는 귀족이었던 그들이었다.

귀족을, 그것도 후작가여식과 백작가의 잘나가는 소영주를 괄시할 식당은 없다.

휘황찬란한 고급호텔 3층의 창가에 자리를 잡고, 요란한 음식을 시키고 주위를 둘러보니, 얌전빼는 귀족들이 쌍쌍이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란과 미토는 창밖을 보며 연신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옷과 얼굴만 귀족인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는 잘나가는 귀족들이고 말이다.

사건이 터져도 그러려니 할 만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상황이었다.

“너희들, 이 중에 아는 사람들 없냐?”

시골 촌구석에만 처박혀 살던 어린놈들이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열심히 주위의 인간들을 살피던 이이란이 놀란 얼굴을 한다.

아이란이 쳐다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한명의 아리따운 아가씨와 멋진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아미르 언니?”

누구?

얼굴을 찡그리는 아이란이었지만 관심을 걷어버리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미토도 실내를 한번 둘러보더니…….

“아는 인간 없는데요?” 하며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품평하는데 정신이 없다.

정신없는 음식이 나오고 먹기 바쁜 두 제자였다.

하루 종일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힘든 그들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아이란!”

아미르라 불린 20대 후반의 여인이 우리의 식탁으로 다가왔다.

뒤에는 장신의 멋진 사내가 호위하듯 서 있고 말이다.

“수도로 왔으면 언니를 찾아와 인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니?”

“???”

멀뚱멀뚱한 아이란이었다.

인편을 보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더니 이제는 아이란이 잘못했다고 윽박지르는 계집이었다.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는데 이제 버릇까지 없어졌구나.”

‘짝.’

언니라는 여자가 아이란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이는 소리였다.

먹을 것을 입 안 가득 담고 우물거리던 입에서 음식물이 튀어나왔다.

나와 미토는 재미난 일이 생겼구나 싶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이란이나 그녀의 언니인 아미르는 아름다웠다.

아이란이 좀 더 큰다면 더욱 아름다울 것이지만, 아직은 귀엽다고 해야 할까?

뺨을 문지르면서도 멀뚱멀뚱 쳐다보는 아이란이었다.

나는 미토의 옆구리를 찔렀다.

이럴 땐 정의의 기사, 백마 탄 왕자님이 나서야 스토리 전개가 되는 것이다.

“루엔님! 그만 찔러요. 재미난 구경엔 구경꾼이 많을수록 좋단 말이에요.”

허. 이놈이 나의 재미를 날려버릴 생각인가 보다.

“도대체 이런 쓰레기들하고 같이 있는 이유가 뭐지?”

말하는 싸가지가 바가지였다.

나야 원래가 게이머고 유저이며 유랑민이다.

귀족입장에서 쓰레기라 한다고 해도, 별반 놀라거나 화낼 일도 아니다.

게다가 옆에서 욱하는 놈이 있으니 구경을 위해서라도 참아야 하는 것이다.

미토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인생이 꼬이고 꼬여 나 같은 허접한 검술선생을 만나 성격이 개차반처럼 변하긴 했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명문귀족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메타소니후작 영지에 빌붙어 살고 있긴 하지만, 군사요충지라 어쩔 수 없이 실력 있는 가문이 있어야했고, 왕국과 국왕에 충성하는 가문이었던 백작은 군말 없이 자신들의 영지를 가신에게 맞기고 메타소니영지에 빌붙은 것이다.

메타소니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명문귀족인 베너토리가인 것이다.

더구나 자신은 그런 명문백작가의 장손이 아닌가?

“흠……. 메타소니 후작가의 띨띨한 레이디 위로 세 명의 언니들이 있고, 그중 걸레언니가 한 명 있다던데……. 입도 걸레네?”

헉. 이놈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해도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는 것이다.

말 한마디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머. 미토는 어찌 그리 잘 알아?”

“내가 띨띨이 누나처럼 띨띨한 줄 아나보지?”

“호호. 난 백작가의 멍청한 소영주라고 생각했는데 알건 아네?”

“흐흐. 멍청해도 혹 하는 소문엔 귀가 밝은 편이지……. 퉤.”

가래침을 아이란 언니의 발쪽에 뱉어버리는 미토였다.

아주 죽이 척척 맞는 두 제자였다.

슬쩍 아미르를 보니 얼굴이 홍당무였다.

“베너토리 백작가의 소영주?”

장신의 멋진 사내가 나선다.

“오호. 키만 꺽다리 같은, 걸레 호위는 누구?”

역시나 더럽게 입을 나불대는 미토였다.

이놈이 죽으려고 작정했나 보다.

멋진 사내는 딱 봐도 오러소드 중급정도의 실력을 지닌 기사였다.

멋진 사내는 할 말을 잃은 듯 멍해있었다.

해도 해도 너무 막가는 언변이었다.

그 말 한마디에 목숨 건 결투라도 해야 할 판인 것이다.

그러나 멋진 사내는 입을 다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헤이온 왕국의 소드마스터는 세 명뿐이었다.

그 중 한명이 베너토리 백작이고, 그 백작의 장손이 눈앞에 있는 막나가는 어린놈인 것이다.

소드마스터가 괜히 소드마스터가 아니었다.

메타소니 후작가나 아이센 공작가에서도 한 수 접어주는 가문인 것이다.

“아이란 누나는 우리가문의 손님이야. 언니 동생끼리 싸우는 건 그 집안일이니 내가 나설 구실은 없지만, 다른 놈들이 나선다면 이야기가 틀려지지.”

실력은 개뿔인 놈이 이빨만 세다.

후광이 빛을 내니 왕자라도 씹을 정도였다.

‘퍽.’

“이놈아 그 놈들에 이 스승도 끼는 것이냐?”

듣고 보니 자매의 싸움에 자기도 나서지 않을 것이니 누구도 나서지 말라는 소리였다.

그러니 나보고 자신을 닦달하지 말라는 말이다.

“끄……. 스승님께선 그 놈들에 끼이고 싶으십니까?”

허. 이놈이 은근슬쩍 대놓고 개기네?

“어른을 몰라보게 교육시킨 놈은 죽도록 패고 또 패서 확실하게 교육을 시켜야 하는 법이지. 흠. 인편을 보내 자식을 잘못 가르친 애비 어미를 하루 빨리 올라오라고 해야겠다.”

“하하. 루…….엔님. 어린놈이 한 말을 속 좁게 듣다니, 연륜을 생각하셔야죠. 하하…….”

“흠. 나 원래 속 좁아, 이놈아!”

“킥킥…….”

“음…….”

아이란이 킥킥거리고 미토는 고개를 숙인다.

멋진 사내가 아이란의 언니를 은근슬쩍 데리고 식당을 나가고 있었다.

“아이란. 언니를 그냥 보내도 되는 거냐?”

내 딴에는 맞은 만큼 복수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뜻이었다.

“소드마스터가 되면 누구도 무시 못 할 거예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아이란이었다.

한때의 즐거운 여흥거리가 물 건너 가 버렸다.

하룻밤의 수도구경으로 제자들의 기분을 풀어주고, 또다시 강도 높은 교육으로 세 명의 제자들을 다그쳤다.

오전엔 마리를 교육시키고 오후엔 학교로 출근해서 두 제자와 어중이떠중이로 들어온 제자들을 가르쳤다.

물론 가르친다는 미명아래 아동학대에 가까운 교육이었지만 말이다.

나의 교육은 아이란을 위한 집중교육이었다.

집에서 고된 새벽훈련 뒤로, 오전의 교양수업을 듣고, 오후의 초주검이 되는 훈련에, 집에 오면 또다시 지옥을 경험하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군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다.

막말로 어린 것이 독종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지만, 나에게도 시간은 중요했기에 더욱 몰아쳤다.

덩달아 고된 훈련을 해야 하는 마리였지만, 마리도 잘 따라왔다.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건 있다.’ 라는 말처럼, 가르치면서 뭔가를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얻은 게 없다.

얻은 게 있다면 구타의 숙련도가 오르는 것인지 능숙해진다는 것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소냐에게서 배운 검술을 내 것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는 중이랄까?

날이 가고 달이 지날수록 어중이떠중이 제자들이 하나 둘 떠나갔다.

검술은 가르치지 않고 검술을 핑계 삼아 구타를 해대니 배겨날 학생이 없는 것이다.

이제 13세에서 18세에 이르는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이 아닌 것이다.

학교의 봄 축제인 5월의 축제는 나만의 구경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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