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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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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용가린
작품등록일 :
2023.10.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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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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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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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패도문주 독고 파의 엽기 행각

.




DUMMY

”흠! 그럼, 사례교위들이 별동대 출발 전날 마 장군님을 방문했던 것이 오히려 불참을 유도한 결과가 되었으니 ... 우리 입장에선 가히 천운이라고 할만하군요.“

마인극의 얘기를 흥미롭게 듣던 탁 왕자가 감격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가히 천하 제일의 고수에 버금가는 마 장군을 그리 허투루 이용하려고 했다면 애초부터 그들은 패착을 둔 것 같소이다. 만약, 마 장군이 합류했다면, 아마도? ... 왕자님으로선 참으로 어렵고 힘든 방어막을 구축할 뻔 했소이다. 허허허,“

관심 어린 표정으로 진지하게 듣고 있던 조도일도 관심을 표하며 말을 더했다.


”천하 제일 고수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들리는 바로는, 조 대협님이야말로 진정한 천하제일인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 제가 전해 들은 애기는 조만간 할 시간이 있겠지요, 하하!“

광채가 나는 눈동자로 조도일에게 대답한 마인극이 옆에 앉은 추자하를 보며 웃었다.


”조선 군부에서 차출한 별동대의 윤곽은 대충 나온 것 같으니 추후 적절하게 대비하면 될게고 ... 아직, 패도문의 세력 범위나 문주인 독고파의 정체를 모르니 마 장군이 아는 만큼만 얘기해 주시면 참고하겠소이다... 아, 참! 그들과 마 장군은 어떤 연유로 악연을 맺게 되었소이까?“

탁 왕자가 마인극과 추자하를 번갈아 쳐다보며 화제를 바꾸었다. 탁 왕자에게 마인극의 얘기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다.


”그 얘긴 제가 더 폭넓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 때, 강호의 협객을 자처하던 때가 있었고 그에 맞는 도리를 하면서 살았었지요. 언젠가 묵고 있던 마을에 나타난 패도문 무리들이 행패를 부리면서 아녀자를 납치하는 해악질을 벌이길래 검을 휘둘러 막았을 뿐인데도 계속 따라다니며 보복하더군요. 그때마다 잘 막는 것에 질렸는지 종국에는 인질을 미끼로 함정을 판 계략에 속아 거의 죽을뻔 하였지요. 그 때 우연히 지나다 저를 살려준 사람이 바로 우리 주군, 마장군님이었지요.“

과거를 기억하던 추자하가 계면쩍은 표정으로 마인극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부터 저는 패도문에 의해 죽었던 목숨을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기에 패도문과 독고파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자하가 꿈틀거리는 짙은 눈썹 아래 날선 칼처럼 번쩍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좌탁에 앉은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입을 쳐다보았다. 그동안 패도문과 묵은 감정이 켜켜이 쌓였었던 것만큼 패도문에 대한 그의 얘기는 길고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

패도문은 폭력을 매개로 이권과 돈을 챙기는 조선 최대의 신흥 검계조직이었다. 이전의 검계들은 소규모로 각자 묵시적인 합의하에 정해진 영역에서만 활동했으나 그들을 대부분 힘으로 흡수해 급격히 세를 불린 조직이었다.


패도문은 많은 무사를 문도로 두면서 패수 이남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기존의 검계조직들은 스스로 분쟁을 우려해 관리 영역을 축소하며 눈치를 볼 정도였다. 그만큼 독보적이었기에 문도를 지원하는 젊은 파락호나 강호의 이름 없는 무사들이 쇄도했다. 그에 비례하여 세력이 더욱 팽창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덤이었다.


패도문도가 되기 위해서는 몸에 특정한 문신을 해야 했는데 문주인 독고파의 이름인 파(叵)를 왼쪽 가슴에 새겨야 했다.


패도문의 문주인 독고 파는 육 척의 키에 근육질 체형의 중년 사내였다. 얼굴 한쪽에 큰 칼에 그어진 긴 흉터가 뚜렷하여 어지간히 담력이 센 무사가 아니라면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고 긴 머리카락 사이로 언 듯 언 듯 스치는 안광만으로도 자지러지는 살기를 내뿜는 차가운 무사였다. 들리는 말로는 중국대륙이 혼란했던 시절, 여러 나라를 종회무진하며 잔인한 살수로 악명을 떨치다가 염증을 느껴 휴양차 조선으로 넘어왔다가 그를 추종하며 제자가 되길 원한 무리들이 많이 생기자 아예 조선에 정착해 산다고 알려져 있었다.


독고 파는 쾌도마검이라는 별호에서 알수있 듯, 칼과 검을 양손에 각각 들고 싸우는 이도류의 무사였다. 그의 잔인한 성격은 그와 대적하거나 명을 거역하는 수하는 반드시 죽여야만 직성이 풀렸기에 적대적인 상대 조직은 물론 휘하의 문도들 조차 잔혹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랬기에 독고 파는 위만왕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활개를 치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중이었다.


독고파는 자신이 만든 패도문을 오래 존속할 방안을 강구하여 시행했는데 오랜 강호생활의 현장경험에서 터득한 조치들이었기에 내부에서의 반란은 원천봉쇄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는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본부 아래로 세 군데의 지부를 두었다. 믿을 수 있고 언제든 통제할 수 있는 수제자 세 명에게 영역을 분할하여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문도들을 관리하게 한 것이다. 또한 지부 간에도 수제자들의 서열에 따라 수직관계를 유지하는 명령체계를 갖추어 상호 감시하도록 연결했다.

결국, 문주는 최소의 노력으로 문파를 직접 관리하는 효과를 얻게 된 것이었다.


안정적인 세월이 정착하면서 어느새 독고파는 패도문 안에선 왕이었고 그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고 있었다. 웬만한 지위의 문도가 아니면 그의 높은 자리는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고 아득해져 버렸다.


어느 순간, 향락과 사치를 누릴 만큼 누린 독고 파에게 슬금슬금 권태가 몰려들었다.권태는 피곤을 불러왔고 피곤에 지친 일상은 무료해져 삶의 재미가 사라질 때였다.


“신선이 될 수 있는 비급이 조선이나 삼한의 왕실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단계별로 수련하면 신선이 될 수 있다는데, 무공이 높을수록 익히기 쉽다고 합니다.”

독고파의 셋째 수제자인 광마혈검 궉세사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얘기했다. 그 소식은 권태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한 줄기 구원같은 얘기였다. 독고 파는 그 말을 계속 이어서 보고하도록 했다. 다른 두 수제자는 이미 앞전에 보고를 마치고 떠난 후였다.


“무어라? 지금껏 살아오며 처음 듣는 얘기로구나. 오랜만에 기가 막히는 얘길 들으니 심장이 뛰는군, 좋아! 흥미로워, 그래! 그 얘길 자세히 설명해 보아라,”

독고파가 길게 뉘었던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관심을 표했다.


그러자 궉세사는 그동안 모아온 신빙성 있는 소문과 함께 조선 왕실에 심어둔 인맥을 통해 흘러나온 믿을만한 정보들을 섞어 문주의 흥미를 충족하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 일은 그저 독고 파의 단순한 흥미로 진행된 일회성 유희같은 것이었으나 사실은 궉세사가 문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장기간 준비한 모종의 전략이었다. 눈치 빠른 궉세사가 나머지 수제자들을 경쟁에서 밀어내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짜낸 얄팍한 술수였던 것이다.


궉세사는 조선의 밤을 호령하던 독고파도 세월을 이길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어느덧 오십 세월의 중반을 훌쩍 넘기고 있었으니 서서히 후계자를 결정할 때가 된 것이다.다행스럽게도 독고파는 자식이 없었다. 결국, 후계 구도엔 수제자 세 명만 있었다.

다만, 수제자중 막내였던 궉세사로선 유난히 노력을 많이 하는 것일 뿐이었다. 오늘 일만 해도 보이지 않는 암투의 연장선상에서 조금이라도 눈에 띄어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독고 파가 궉세사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다만, 내색하지 않고 모른척할 뿐이었다. 어차피 조만간 후계자는 결정될 테고, 그동안 세 명 모두 선택받기 위해 최상의 충성을 할 것이니 지켜보면서 대접만 받고 평가하면 될 일이었다.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관심이 가는군. 그래서, 그 비급을 어떻게 하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냐?”

독고파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궉세사에게 물었다. 흥미 있는 얘기를 먼저 시작해 구미를 돋웠으니 마무리도 귀에 혹하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제가 들은 바로는, 그 비급을 차지하기 위해 조선의 왕실뿐만 아니라 중국대륙의 여러 나라들, 심지어는 삼한에서도 비급을 차지하기 위한 무사들이 백방으로 암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중 우리 패도문에 위해가 될만한 세력은 없기 때문입니다...다만, ”

독고 파의 눈치를 보며 말하던 궉세사가 마지막 순간 멈칫했다. 긴장한 탓에 깜빡한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조선의 군대에서 다수의 실력자들을 동원하는 경우엔 ...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는 것입니다. 삼한에서 최근 접수된 연통에 의하면, 조선 왕실에서 마한에 근거지를 만든 후 비밀리에 잠입한 군부의 장수들이 활동할 것이란 얘기들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과 접촉이 잦은 강호의 고수들이 들려주는 얘기들이니 어느 정도는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해서, 만약에 우연히라도 그들과 충돌하는 상황이 만들어 진다면 상황이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궉세사는 말을 하며 이리저리 독고 파의 얼굴을 살폈다. 그의 생각을 읽기 위해서다.


“그래서?... 궉 부장은 우리가 어떻게하면 좋겠는가?”

특별한 반응없이 독고파가 물어보자 궉세사가 급히 답했다. 그의 명은 추상과 같았다.

“혹, 섣불리 전면전에 나설 경우, 만에 하나 패하기라도 한다면 우리 패도문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궉세사가 급하게 대답했다. 답변이 늦으면 성질 급한 독고파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보고했다며 질책할 것이 뻔한 탓이었다.


“그래? 흠, 그 생각은 나와 같군.... 그래서 말이야, <천경보전>을 찾는 일에 내가 직접 나서면 어떨까? ... 생각해보니 강호 떠난 지도 오래되니 온몸에 좀이 쑤셔, 더해서 각 지역에서 고생하는 우리 문도들 격려도 하고 말이지...어떤가? 내 생각이,”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애기를 듣자 궉세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가히 누구도 생각지 못한 최선의 방도입니다. 문주님께서 직접 강호에 행차하신다면 우리의 명성이 드높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만 매사를 문주님께서 직접 챙기시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만,”

궉세사가 독고 파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


“번거롭다?... 그래. 여러 가지가 있을수 있겠지, 흠! ... 그럼 이렇게 하지. 궉부장이 나를 수행하면서 번거로운 일을 챙기는 거지, 어때? 당장 처리할 급한 일이 있나?”

독고 파가 예년에 없이 시원시원하게 지시했다. 궉세사는 뜬금없는 지시에 당황했지만 즉시 그에 따르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달포의 말미를 줄 테니 본 문주의 강호 출두에 지장이 없게 문파 차원에서 철저히 준비하라. 오늘부터 정확히 달포가 되는 날 아침, 지체없이 떠날 것이야, 알겠는가!”

“존 명!”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궉세사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인사를 한 후 자리를 박찼다.자신의 지부로 되돌아가는 궉세사의 만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돌아가는 궉세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독고파의 얼굴에서도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지 않아도 옛날의 추억이 깃든 강호를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대접받는 생활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삶의 의미가 무감각해져 과거의 야성이 세월에 묻혀 삭고 있다는 생각이 많은 요즘 이었다. 이때, 눈치빠른 궉세사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니 다시 강호로 나가 변화를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번거로운 잡일은 궉세사가 알아서 다 처리할 것이다. 야심있는 그의 속셈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기에 더욱 믿음이 갔다.

“궉부장의 노고를 인정하니 결과에 연연해 조급하게 서둘지 말라. 나는 지금 <천경보전>이 당장 급하지 않으니 말이야, 그것보다는 이 강호를 마음껏 다니며 지금 내가 당장 하고 싶은 것을 바로 할 수 있는 그런 자유를 누리는 것만으로도 내가 패도문주란 것을 느낄 수가 있으니 패도문의 권위가 실감이 되는군, 좋아! 흐흐흐! 흐음!”

강호로 나온지 십여 일이 지나도 <천경보전>을 찾는 일에 의미있는 진척이 없어 이를 보고하며 난감해하는 궉세사에게 독고파가 부드럽게 반응하며 말했다. 평소 날카롭고 직설적으로 반응하던 그가 여유를 보이자 오히려 당황하는 궉세사였다.


“궉부장, 나는 당금 조선의 누구에게도 머리를 숙이지 않는 제왕의 모습이 패도문주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네. 설사 위만 왕 앞에서라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 하고 싶은 것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로이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 보면 신선으로 가는 전 단계의 인간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니 절로 느긋해지는군. 그러니, 부담없이 편하게 일을 추진하도록 하라.”

배려가 섞인 독고 파의 지시는 우회적으로 궉세사에게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이었다.

독고 파도 그의 호기로운 생각만큼 <천경보전>을 찾는 일이 만만하지는 않음을 알고 있었기에 궉세사를 우회적으로 독려한 것이다. 각지에서 올라오는 문도들의 연통은 의외로 적은 데다 검증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와는 동떨어진 풍문 투성이었다.


당초, 궉세사는 마한의 왕실과 관련있는 상인을 통하거나 <첮경보전> 보관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탁왕자의 행방을 수소문해 납치나 회유 등을 통해서 빠르게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한의 왕실은 <천경보전> 얘기를 왕실차원의 금기어로 지정해 극비로 취급하고 있었고, 탁 왕자는 언제부터인가 왕실에서 자취를 감추채였다.


갈피를 잡지 못하자 오리무중의 연속이 진행되었다. 답보상태가 계속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궉세사가 호된 질타를 당하지 않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었다. 당장은 비정한 독고파가 오랜만의 강호행에 시선의 중심을 다른 곳에 두고 있어 잠잠하지만 그 마저도 사라진다면 강한 압박이 밀려 들어올 것임을 궉세사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표나지 않게 문주의 관심을 끌 지역을 연속하여 동선으로 짜야한다`

독고 파의 질책을 면하기 위해 고심하던 궉세사는 <천경보전>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표나지 않게 독고 파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동선을 사전에 작성하여 경유하도록 유도했다.


먼저 조선에서 풍광이 화려하기로 소문난 지역을 돌아다니며 독고파가 관심을 보일만한 것들을 접하게 했다. 별도로 독고파와의 대화시에도 관심을 보이는 대상이 생기면 이를 다음 여정에 반영했다. 이후 <천경보전>에 대한 결정적인 진전이 있을 때 삼한으로 간다는 구상이었다.


여러 지역을 돌며 독고파의 관심은 수시로 변했는데 지금은 여염집의 젊은 여인들에 혹해 있었다. 젊은 시절엔 거의 야밤에만 활동했고 신분을 숨기며 살았기에 여자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았으나 패도문 창업이후에는 호화로운 저택에 기거하면서 온갖 호사를 누리며 다양한 여인들과 무시로 운우지락의 즐거움에 빠졌던 터였다.


하나같이 미인들인데다가 요염하기로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여인들과 반복하는 그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습관적이고 익숙한 미녀들의 몸짓에 이골이 날대로 나서 무료해진 상태였던 독고파에게 저잣거리를 유쾌하게 오가며 건강하게 이목을 끄는 여염집의 젊은 여인들이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남자를 유혹하는 기교를 부리거나 색욕을 일으키는 복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녀들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런 미모로 독고파의 관심을 오래토록 붙잡았다. 그렇게 독고파가 여염집 여인들에게 격한 흥미를 느끼자 눈치 빠른 궉세사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궉세사의 눈길도 급속하게 여염집의 젊은 여인들에게로 향했다.


그날이후부터 조선에서는 패도문 일당들에 의한 부녀자 연쇄 납치 겁간사건이 꼬리를 물고 계속하여 여러 지역에서 무시로 발생했다. 독고파가 지나다가 눈여겨 보는 부녀자는 그날 밤 어김없이 궉세사에 의해 소리소문없이 독고파의 침실로 인도되었다.


건강한 여인을 갈구하던 독고파의 욕망은 꽤 오랫동안 시들지 않았는데 다른 것에 금세 싫증을 낸 것에 비해면 이례적으로 긴 시간이었다. 그가 원하면 여전히 궉세사가 대령하니 강호에서의 세월은 또 다른 행복을 주는 신선의 놀이터 같았다.


“허어! 이런 낭패가! ... 어서 내다 버려라. 빨리! ”

그때까지 문제없었던 납치사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낮에 점 찍어둔 젊은 소저를 잠에 납치했는데 막상 잠이 깬 소저가 눈앞에서 독고 파와 마주한 순간 혼절하여 발작하다 눈이 뒤집어지며 거품을 물고 쓰러져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전에는 납치된 여자들이 좋든 싫든 독고파와 밤을 잘 넘기면 새벽녘에 두둑한 금자 다섯 냥을 넣은 금색 주머니와 함께 아무도 몰래 원래의 잠자리로 돌려줬으니 소문이 날 리가 없었다. 겁간을 당했다고 소문낼 부녀자도 없었고 집안차원에서도 철저히 은폐한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문주의 심기를 거스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눈치 빠르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궉세사가 이를 간과할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독고 파는 쾌락에 겨운 즐거움의 한계를 느끼는 일이 많아졌으나 정조를 유린당한 부녀자들중의 일부가 죽어나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궉세사는 부녀자를 납치하면서 대마와 사향을 듬뿍 넣은 물을 강제로 마시게 했는데 물병 속에는 최음제 두 알이 들어 있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를수록 여인의 입에서는 고통보다는 뜨거운 갈망의 신음소리가 배어 나왔고 독고 파의 침실에 도착할 때면 여인의 몸은 번질 대로 번진 약물의 효과로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의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진 여인들은 의식없는 연체동물처럼 독고 파의 품으로 파고들어 해일처럼 밀어붙이는 포박이 되어 요동쳤다. 독고 파에게 늘 새로운 쾌락을 안겨주는 이채로운 즐거움의 존재였다.


그러나, 독고 파의 욕망이 배출된 이후가 문제였다. 최음제 한 알 조차도 내공이 없는 여염집의 부녀자에겐 치명적인데 궉세사는 춘약의 효과를 온몸으로 빨리 퍼지게 하기 위해 가끔씩 두 알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에 더해 물에 녹은 양귀비의 씨앗은 환각 증세까지 더했으니 여염집 부녀자들은 독고 파에게 갖은 능욕을 당하고도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격렬한 정사이후엔 전신의 혈맥이 서서히 터지면서 종국에는 허연 눈 자위를 드러내며 죽어갔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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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남매의 분노 24.06.27 3 0 40쪽
26 색목녀와 곤륜녀 24.06.14 4 0 18쪽
» 패도문주 독고 파의 엽기 행각 24.05.31 11 0 19쪽
24 별동대 24.05.29 12 0 24쪽
23 대업을 꿈꾸는 자들의 해후 24.05.24 11 0 21쪽
22 살수왕 조도일 24.05.13 16 0 21쪽
21 소문을 타고 날아온 엽기 사건 24.04.24 12 0 15쪽
20 산골 소저가 맺어준 인연 24.03.04 26 0 21쪽
19 천하제일권 사마철을 만나다. 24.02.09 35 0 16쪽
18 드러나는 적들 24.02.01 43 0 25쪽
17 맹인 검객 선우이치 24.01.21 47 0 50쪽
16 삼한제일검 길태곤 24.01.05 54 0 45쪽
15 또 다시, 고수를 찾아서 23.12.22 52 0 15쪽
14 소도의 태동 23.12.14 57 0 12쪽
13 운명을 함께할 첫 궤를 걸다. 23.12.11 58 0 14쪽
12 인연을 엮는 여정의 시작 23.12.07 59 0 11쪽
11 고수 탐문 23.12.05 64 0 14쪽
10 소문에 대처하다 23.11.28 70 0 13쪽
9 사방천지로 퍼지는 소문 23.11.24 70 0 11쪽
8 삼한의 탄생 23.11.21 69 0 20쪽
7 위만, 진시황을 꿈꾸다. 23.11.16 73 0 12쪽
6 <천경보전> 23.11.14 79 0 14쪽
5 신선 이야기 23.11.10 80 0 9쪽
4 남부소국연맹 23.11.08 82 0 24쪽
3 뱃머리를 남으로 23.11.03 90 0 10쪽
2 회상 23.11.02 115 0 33쪽
1 악몽 +1 23.10.13 303 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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