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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린
작품등록일 :
2023.10.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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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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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소문에 대처하다

.




DUMMY

“우연히 접한 정보를 이용해 권력자에게 의지를 심어주면 필연적으로 처리해야 할 운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천경보전>에 대한 위만의 관심은 우리 삼한의 존립과 운명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한 왕궁 준왕의 집무실 팔선탁자에 앉은 흠차대신 경욱이 맞은 편에 앉은 준왕과 탁왕자, 진한왕 선우도, 변한왕 기풍에게 최근 급격히 퍼지고 있는 소문에 대해 보고했다. 한자리에 모인 그들의 표정에 근심이 어려 있었다. 대부분 흘러가는 풍문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었으나 한 번도 공론화된 적은 없던 문제였다. 그것을 공식적으로 제기한다는 것은 적어도 소문의 위력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바심의 방증이었다.


“구리달에게 <천경보전> 얘기를 우연히 들은 위만이 어느 날부터 초미의 관심을 보이자 조선에서는 지금 <천경보전> 얘기로 하루를 시작해 새로운 소문을 찾아내는 것으로 하루를 지새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옵니다.”

경욱은 냉정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특히, 구리달이 새로운 소식에 목말라 간자들을 닦달하는 바람에 간자들이 열 일을 제쳐두고 소문을 탐문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가끔 의미도 없는 온갖 어수선한 풍문들도 마구잡이로 모으다 보니 세간에는 신선술보다는 신급 무공을 얻을수 있는 비급으로 더 알려지고 있습니다.”

소문의 내용이 변질되고 있다는 경욱의 말에 삼한의 왕들은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탁왕자만은 이미 알고 있는 듯 표정의 변화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닌게 아니라, 그 말이 맞는 것 같긴 하오.”

기풍이 뭔가 생각난 듯 끼어들며 말했다.

"전하, 일전에 제게 하명셨지요? 질좋은 철광석을 생산하는 광산을 보유한 반로국에서 비밀리에 철제 무기를 제작하라고 하신 말씀, 기억 나시지요?"

기풍이 준왕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같은 왕이었지만 준왕만이 유일한 왕이었다.

변한왕과 진한왕은 마한의 왕인 준에게 군신의 예를 다했다.

"그래, 그랬었지. 그래 무슨 일이 있는것이오?"

준왕이 의외라는 듯 차분히 말을 받았다.


“얼마 전, 반로국의 야로철산에 가서 진행 상황을 은밀히 파악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신무기 개발을 주도한 대장장이들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지요. 연회가 거나하게 진행될 때, 대륙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무기를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가장 나이 많은 대장장이 하나가 자신이 한나라에서 일할 때 인연을 맺었던 초절정 고수 일행을 우연히 만났다고 하더군요.”


기풍이 당시를 회상하는 듯 미간을 좁히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뭣 때문에 왔더냐면서 넌지시 물어보니 그자가 대답하길 무슨 책자를 찾으러 왔다고 했답니다. 무공관련 비급이라는 말을 덧붙이다 동행한 일행들이 눈치를 주자 아차 싶어서 인지 대충 얼버무리고 헤어졌다고 하더이다. 소신의 생각으로는 그 책자가 아마도 <천경보전>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확실히 강호인들에게는 신이 하사한 천하 제일의 무술 비급으로 소문이 난 게 틀림없는 것 같긴 합니다만 ...”


그러자 그때까지 얘기만 들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탁왕자가 입을 열었다.

“문제는, 그 책자가 이곳 삼한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방팔방에서 온갖 강호인들이 이곳 삼한으로 집결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왜곡되고 과장된 그 소문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의도치 않았던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할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조선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인데 이런 일들이 일어나다니 ... 정녕,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흠, 일이 그렇게 흘러간다니.... 참으로 큰일이로군, 흐음,”

한숨을 쉰 준왕이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조속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탁왕자가 단호한 어조로 말을 했다.


“아직까진 떠도는 소문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신뢰할만한 정보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일 따름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철저히 감추고 있는 <천경보전>의 소재지에 대한 풍문이라도 자칫 사실처럼 돌아다닌다면 호시탐탐 소문을 쫓던 적들이 실체를 드러내며 달려들 것입니다.”

탁왕자의 의견은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듯했다.


“그것이 위만의 조선 군대이거나 사방 각지에서 몰려든 강호인들이든 우리 삼한에 큰 위협이 될것은 분명합니다. 최대한 빨리 대책을 수립해야 할 이유이지요. 다만, 신속하게 준비하되 극비리에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엿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적들이 눈치채지 못할 때 준비를 완벽히 마쳐야 할 것입니다.”

탁왕자의 말투는 늠름했다. 젊고 기개있는 언행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아직은 작은 나라 삼한을 이끌어 가는 고령의 지도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확신을 주려는 듯 탁왕자는 비장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판단컨대, 조선이 군대를 동원해 침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군사력이 강해졌다고는 하나, 조선은 여전히 한나라외에도 북방 여러 국가들에 노출되어 있어 눈에 보이는 그들 나라들의 위협을 방비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을 동원한 전쟁을 일으키기엔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위만이 군사들중 고수들을 차출하여 산발적으로 도발할 개연성은 확연히 높아 보입니다. 이에 대한 대처는 필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탁왕자는 현안에 대한 대처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데 있습니다. 조선의 강호를 비롯한 대륙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는 무수한 고수들의 습격이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위만이 군사들을 차출해 보낸다고 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입니다. 즉, 소수의 정예 고수들이 국지적으로 도발하게 될 것이란 것입니다. 그럼에도, 강호의 절정 고수들이나 왕명을 받고 차출될 정도의 무공을 가진 군사들이라고 하면 그 위력은 가히 대단할 것입니다. 우리가 운명을 걸고 막아야할 이유입니다.”

탁왕자의 분석은 구체적으로 대상을 지목했고 그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었다.


“당면한 이 난제를 잘 처리하면 우리 삼한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자칫 대처를 잘하지 못한다면 삼한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탁왕자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자신이 한 말이 가진 무게 때문이었다.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번 일의 준비는 극비에 해야 할 것입니다. 삼한 전역을 다스리는 분들이 준비에 진력하신다면 그만큼 백성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어 피해가 생길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극비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자칫 적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시어 소신이 전담하여 처리했으면 합니다. 다만, 흠차대신께서 여러 가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탁왕자가 삼한의 왕들과 흠차대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만큼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결의로 인해 비장함이 맴도는 말투였다.


잠시후, 탁왕자를 흐믓하게 바라본 준왕이 편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그만하면 정세를 정확하게 분석한 것 같은데, 흠 ... 그러면, 구체적인 대비책도 생까한 것이 있느냐? 있다면. 그 얘기도 이 자리에서 같이 들었으면 하는데, 어떠냐?”


준왕의 말에 탁왕자가 기다린 질문이라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문으로 생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소신의 생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소문을 또 다른 소문으로 제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막강한 힘의 적을 또 다른 막강한 힘으로 제압하는 것입니다. 다만, 세부적인 것은 다양한 검증을 통해 가장 효과적인 것을 선택해야 하므로 이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옵니다. 혜량해 주시옵소서,”

모두에게 동의를 구하는 탁왕자의 눈길은 강렬했다. 말로써 전달되는 결의보다 훨씬 강렬한 의지의 표상이 타오르는 듯했다.


“왕자님의 의견에 백번 동감하옵니다. 문제의 소문도 기실 조선의 간자들 입에서 나와 역으로 우리에게 돌아서 온 것이니, 우리도 같은 방법으로 유리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린다면 결국은 <천경보전> 관련 소문은 발 없는 말이 되어 진척 없이 헛돌기만 하다가 결국은 사라질 것이옵니다.”


탁왕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경욱이 동조하며 말을 이었다.

“무릇, 대개의 백성들은 새로운 소문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만 비슷한 얘기들만 오가며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식상한 얘기들엔 싫증을 내거나 넌더리를 치는 경향을 보인다고 보시면 될 것이옵니다. 그런 차원에서 소문을 또 다른 소문으로 덮자는 왕자님의 방안은 최고의 대처방안이라 사료되옵니다.”


경욱은 탁왕자의 혜안에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만, 소문을 따라 이곳까지 흘러온 강호의 고수들이나 위만이 파견한 무사들에 대한 대비는 그들과 대척점에 설 정도의 위력을 가진 강자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사옵니다. 정예의 초일류 고수들을 모으기 위해서 소신이 가진 정보력을 최대한으로 동원하겠습니다만 과연 ... 우리 삼한 지역내에 그런 고수들이 있을지...가 관건이옵니다.”

경욱의 눈가에 확신이 없는 조바심이 서렸다.


“혹, 고수들이 있다고 해도 그들을 발굴하고 동참을 유도하는 것은 그들을 찾는 것만큼이나 힘들 것이옵니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 전제되기 때문입니다.”

경욱은 힘든 고비 두 개가 병존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다만, 왕자님께서 이 일의 해결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실 결심이 선데다 의지 또한 충만하시기에 소신의 마음이 무척이나 놓이기는 합니다. 왕자님의 능력이야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거니와 무공과 전략이 핵심인 이번 사안에서 어찌 보면 왕자님만큼 적합한 분도 없을 것이기에 유일한 대안인 것 같사옵니다.”

경욱이 탁왕자를 바라보며 긍정 어린 화답의 반응을 전했다.


“소신 노구의 몸이라 도움을 많이 드리지는 못하지만 부디 임무를 완수하시어 만방에 이름을 떨칠 혁혁한 결과가 있으시길 기원하겠나이다.”

연로한 대신 경욱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우리도 같은 생각이외다.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지원을 약속드리지요.”

진한과 변한의 왕들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믿는다는 말과 함께 동의를 표했다.


“그리 하라. 왕자는 지금껏여러 문제들을 잘 처리한 경험이 있으니 이번 일에도 최적으로 처리하리라 기대한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적들이 많아질 것이니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야.”

준왕이 걱정 섞인 표정으로 명을 내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왕자의 출중한 능력은 다들 익히 아는바와 같으니 조금은 ㅇ나심이 된다만 ... 그럼에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준비하여 일을 마무리해야 할게야.

이 일에 대한 전권을 왕자에게 주노니 뜻한 바대로 시행하라”

준왕은 왕자 탁을 신뢰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눈가가 약간씩 붉어졌다. 앞으로 있을 왕자의 험난한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어쩔수 없이 안타까운 부자의 정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왕자 탁,

그는 어린 시절 대륙의 여러 나라에서 수학한 바 있었다. 그 덕분에 여러 나라의 정치를 경험하며 거시적이고 다양한 관점으로 사고하는 습성을 익혀온 터였다. 감정적인 면모보다는 실리를 계산한 후 지략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성격도 그즈음 형성된 것이었다.


특히, 적재를 적소에 발탁하여 재능을 발휘하도록 한 적도 많았는데 적재의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서 시대를 앞서가는 지도자의 면모를 가졌다고 신하들 사이에서 회자된 바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절조가 없는 이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친분관계를 끊는 냉정함도 있었다. 무인으로서 경험한 여러 차례의 실전적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진 철칙이었다.


때로 냉철함은 약점으로 표출되기도 했고 가끔씩은 곤란을 겪는 원인이기도 했지만 탁왕자가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시간의 소달구지를 타고 와서라도 항상 그의 편에 서 있었다. 그를 알고 신뢰하는 사람들의 응원은 늘 약점을 덮어주는 보약이 되었고 올바른 주장을 펼칠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왕자 탁은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당연히 일생일대의 모험이 될 것임도 절감하는 상태였다.

그러나 다른 누구에게도 이 일을 맡길 수도 없었다. 지나온 조선의 역사와 삼한의 미래를 지켜야 하는 그에게 책임지라는 명분이 운명처럼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극강의 싸움 기술과 다양한 지략이 요구되는 위태로운 형국에서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설사 그가 만날 상대가 지금껏 만난 적 없는 미증유의 고수라 할지라도 자신이 마음을 쏟아 함께한 동지에게 무릎을 꿇으리라는 확신에 찬 꿈을 꾸었다. 자신은 이 나라를 위해 희생되어도 좋다는 간절함으로 매일 밤 꿈길을 걸으며 빌고 또 비는 탁왕자의 정성은 하늘도 감동할 간절한 기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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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살수왕 조도일 NEW 18시간 전 1 0 21쪽
21 소문을 타고 날아온 엽기 사건 24.04.24 5 0 15쪽
20 산골 소저가 맺어준 인연 24.03.04 19 0 21쪽
19 천하제일권 사마철을 만나다. 24.02.09 32 0 16쪽
18 드러나는 적들 24.02.01 40 0 25쪽
17 맹인 검객 선우이치 24.01.21 44 0 50쪽
16 삼한제일검 길태곤 24.01.05 50 0 45쪽
15 또 다시, 고수를 찾아서 23.12.22 49 0 15쪽
14 소도의 태동 23.12.14 52 0 12쪽
13 운명을 함께할 첫 궤를 걸다. 23.12.11 54 0 14쪽
12 인연을 엮는 여정의 시작 23.12.07 56 0 11쪽
11 고수 탐문 23.12.05 61 0 14쪽
» 소문에 대처하다 23.11.28 67 0 13쪽
9 사방천지로 퍼지는 소문 23.11.24 66 0 11쪽
8 삼한의 탄생 23.11.21 66 0 20쪽
7 위만, 진시황을 꿈꾸다. 23.11.16 69 0 12쪽
6 <천경보전> 23.11.14 74 0 14쪽
5 신선 이야기 23.11.10 77 0 9쪽
4 남부소국연맹 23.11.08 77 0 24쪽
3 뱃머리를 남으로 23.11.03 78 0 10쪽
2 회상 23.11.02 109 0 33쪽
1 악몽 +1 23.10.13 265 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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