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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린 님의 서재입니다.

소도전기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용가린
작품등록일 :
2023.10.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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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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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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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5쪽

삼한제일검 길태곤

.




DUMMY

“저기 많은 나룻배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보니 구야국에 다 온 것 같습니다.”

진혁이 탁 왕자를 보며 말했다.

“우리가 찾는 고수가 저기 가락포구의 상인들을 보호하며 숙식을 제공받는다고 했으니 어서 가봅시다.”


싱싱한 어패류들이 매일 출하되어 저잣거리에서 유통되는 가락포구는 외형상으론 어로에 종사하는 상인이 많은 작은 어촌마을의 외형을 띠고 있었지만 뜸하지 않게 외국으로 출항하는 무역선도 제법 보이는 작지 않은 포구였다. 다양한 어패류는 물론이고 이국적인 물건들이 많이 취급되는 그야말로 돈이 활기차게 돌아가는 실속있는 어촌마을이었다.


“힘만 있다면, 재산은 물론 신분 상승도 어렵지 않은 시대인데 이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어쭙잖은 어촌마을에 머물며 상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숙식이나 제공받는, 어찌 생각해보면 격에 어울리지 않게 비천해 보이기까지 한 삶을 사는 게 어쩌면 젊은 나이에 높은 위명을 얻은 고수의 격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말이오 ... 흠, 그가 왜 굳이 이런 삶을 산다고 생각하오?”

포구에 널린 배들을 찬찬히 둘러보던 탁 왕자가 문득 궁금한 표정으로 진혁에게 물었다.


“길태곤 대협이 무언가를 이루려 이곳에 머무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때로 위명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행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는 합니다만, 이곳이 그의 고향마을과 닮은 데다 정감 어린 마을 사람들의 호의에 반해 그들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함께 생활한다고 들었습니다. 최근까지도 돈이 원활하게 흐르는 이곳에 나쁜 놈들이 제법 많이 설쳤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이야 길 대협이 모두 평정하긴 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왕자님을 보좌하며 말벚이라도 되려면 정보가 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이 지역에 대해 조금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길 대협에 대해서도 대충 들었고요. 그래서 길 대협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

진혁은 그가 들었던 정보를 전하는 것으로 탁 왕자의 물음에 대신했다.


“길 대협은 배려 깊고 의협심이 강한 의지의 사나이라고 들었습니다. 신중하게 검을 뽑되, 만약 검을 맞대어야 할 상황이라면 불같은 기력으로 상대를 제압한다고 합니다. 특히, 약자들을 괴롭히는 악인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응징하는 끈질긴 면모가 있어서 약자들에게 칭송받는다 들었습니다. 이곳 마을의 상인들에게 큰 환대를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런 것에 기인한다고 볼 것입니다. 물론, 이 마을 상인들을 괴롭히던 무뢰배 패거리들을 그들의 눈앞에서 물리쳐 준 것이 큰 믿음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어찌보면 살아있는 수호신같은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만,”

마을 어귀를 둘러보던 진혁이 탁 왕자를 향해 말을 이은 후 살짝 웃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길태곤 고수를 만날수 있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었다.


잠시 후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작은 언덕에 도달하자 포구에 가지런히 정박된 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른 초저녁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풍경이었다.

“이런,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어서 서두르셔야 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을로 들어오는 내내 음울했던 잿빛 하늘에서 언제부터인가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금세 옷깃을 적셨다. 해무에 젖은 포구의 다리 쪽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곧 큰 비가 온다고 생각했는지 진혁이 다급하게 외쳤던 것이다.

“흠, 그래야 할 것 같소, 자! 서두릅시다.”

탁 왕자도 초행길에 길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급히 대답했다.

그때였다.


“의미 없이 검무를 추는 건 내키지 않는다. 그만들 하고 좋은 말할 때 썩 돌아가라!”

“너 때문에 우리 벽골파가 붕괴되었으니 반드시 그 대가를 받아야겠다.”

“그래? ... 그것이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힌 너희들에 대한 하늘의 천벌이었다는 것을 아직도 모른단 말이냐? 내가 아닌 누구라도 검을 익힌 사람이라면 너희들의 악행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알겠느냐! 썩 물러가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언덕길의 아래쪽에서 사내 한 명과 족히 오십은 되어 보이는 패거리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곧 한바탕 큰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 일촉즉발의 기세가 뻗쳐 나오고 있었다. 팔 척 정도의 큰 키에 우람한 체격의 사내는 한 갈래의 긴 머리를 뒤로 묶은 모습이었다. 얼핏 접어 올린 오른 팔뚝에는 파란색으로 채색된 문신도 보였다. 무척이나 강인해 보이는 외모에 우르르 대열을 지어 둘러선 사내들을 전혀 겁내지 않는 기색으로 보아 필경 예사 실력자가 아님은 명확해 보였다.


“우리 벽골파의 파주이신 독고충 형님께서 네놈 따위에게 당할 분이 아님은 온 천하가 다 안다! 다만, 그날은 네놈을 너무 얕봐서 방심해서 일어난 사고일 뿐이란 말이다. 알겠느냐! 네 놈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패거리 중 콧수염이 잔뜩 난 사내가 맨 앞에 서서 악다구니하듯 고함쳤다.

“형님이 네놈에게 패한 이래로 그전에는 넙죽 엎드려 상납전을 자진 납부하던 포구의 상인 놈들이 우리에게 상납은 고사하고 우리를 겁내지도 않고 무시하고 있다. 우리는 그 배경에 네놈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 모든 건 결국 다 네놈 때문이다!”

분에 겨워 가슴을 친 콧수염이 속에 깊게 응어리진 울분을 토하듯 크게 소리쳤다.


“오! 그래,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게냐!”

사내가 지극히 차분한 음성으로 응수했다.

“우리는 오늘 여기서 네놈을 죽여 돌아가신 형님에 대한 복수와 함께 우리의 위상을 되찾을 것이다. 네 이놈!”

콧수염이 계속하여 고함은 쳤지만 얼핏 스치는 그의 눈자위가 떨리고 있었다.

“오, 그러신가, 네놈들이 그렇게 깊은 뜻을 가지고 떼거지로 몰려온 줄 미처 몰랐구나. 그래, 싸우자면 싸워야지 ... 자, 그럼 누구부터 손봐 드릴까? 원한다면 한꺼번에 덤벼도 좋고,”


사내가 왼쪽 옆구리 쪽으로 오른손을 가져갔다. 검집을 쥔 그의 눈에서 강한 안광이 쏟아졌다. 그는 패거리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며 눈으로 쏘듯 말했다.

“단, 나는 검을 뽑으면 반드시 피를 봐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상 너희들중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 없음을 명심해라.”

그는 발검을 일부러 천천히 했다. 마지막 선처를 베푸는 것으로 보였다. 그와 마주한 패거리들이 그 모습을 보고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기운은 그만큼 강렬했다.


“저 사내가 길태곤 고수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가 길태곤임을 예감한 진혁이 탁 왕자에게 말했다. 탁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먼발치의 두 사람에게 그 광경은 흥미로운 관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길 대협에게 `삼한제일검`이란 명예로운 위명을 만들어준 자가 웃기게도 저기 몰려온 시정잡배들의 우두머리였던 것 같군요. 무공만 강했지 의협심은 커녕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한들의 두령이었다니 참으로 웃기는 상황이긴 합니다. 어찌보면, 삼한제일검이란 명예로운 위명이 이제서야 그 격에 걸맞는 사람을 만난 느낌입니다. ... "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던 진혁이 웃으면 말했다. 탁 왕자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데, 복수를 위해 떼거리로 몰려온 저 수하들의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군요. 싸우기도 전에 승부가 벌써 난 것 같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하오. 길 대협이 검병을 쥐는 것만으로도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치다니 말이오. 허, 거참!”


“형님의 원수를 내가 갚고자 한다. 나도 한때 이 지역 최고수의 반열에 올랐던 몸, 너를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음이 있을 터이니 한번 겨뤄보자. 얘들아, 모두 비켜나라.”

그 자리에 모인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듯한 덩치 있는 거한이 불쑥 튀어나오며 고함쳤다. 힘 깨나 쓸 것 같은 인상이었다. 큰 얼굴에 귀밑 쪽으로 제법 털이 많은 사내였다. 강인한 인상의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큰 도끼 두 자루를 양쪽 옆구리에서 빼내며 곧장 앞으로 튀어나왔다.


“북망산천 가는 것이 그리 급하다면 내 기어이 그 소원을 들어주마.”

길태곤이 검을 뽑았다. 놀랍게도 그의 검은 물에 젖어있었다. 거기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발검 속도로 인해 사방으로 물보라가 무수히 흩날렸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그 모습은 비온 뒤의 무지개 같기도 했고, 어둑한 초저녁의 어둠을 밝히는 작은 등불 같기도 했다.


그때, 탁 왕자의 눈에 길태곤의 검갑에 적힌 글자가 보였다. 언 듯 무게감이 상당해 보이는 검갑이었다. 그 검의 중앙에는 `추포`라는 글 문양이 무척이나 화려하게 새겨져 있어 보는 이를 압도했다.


“타~앗!”

도끼를 든 괴한이 그에게 달려듦과 동시에 사내도 허공을 날아 치달렸다.

그리곤 끝이었다. 사내가 내지른 단발마의 고함과 함께 단 일 합 만에 승부가 결정나버렸기 때문이었다. 단 칼에 두 동강으로 베어진 괴한이 엎어진 자리 옆에는 호기롭게 허공을 가르던 쌍 도끼가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채 주인을 찾을 뿐이었다.


찰라지간에 이루어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허망한 광경을 마주한 나머지 패거리들이 겁에 질린 채 서로의 얼굴을 바쁘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뒤돌아서며 전력을 다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저놈은 분명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여, 저승사자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저리 무서운 검술을 구사한단 말인가... 암!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 죽는 건 시간문제니 어서 빨리 도망가세,”

앞서 달려 나가던 삐쩍 마른 사내가 기겁하는 목소리로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저놈의 검은 빼는 순간 반드시 피를 먹는다고 소문났으니 조금이라도 기회가 날 때빨리 도망가세, 이런 제기랄! 어서! 어서!”

길태곤이 결단하면 상대가 누구든 가차없이 처단하는 것을 본 경험을 한 그들이었다.그들의 우두머리인 삼한제일검 독고충이 그렇게 길태곤에게 베어진 충격적인 사건이 불과 얼마전이었다. 그렇기에 그날의 충격이 겹치는 오늘의 이 사건 역시 그들에겐 그 어느 공포보다 무섭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당초의 호기가 금세 사라진 것은 물론 살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급지급 도망치며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가관이었다.


`이놈들, 그렇지 않아도 아직 미련이 남아 포구에서 거들먹거려 언제 혼줄을 내줄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때마침 잘 와주었어, 이만큼 당했으면 이제 두 번 다신 이곳을 두리번거릴 일은 없겠어, 훗`

속으로 흡족해 하던 길태곤은 당초 패거리들을 향해 모두 죽이겠다고 호언했지만 굳이 그들을 뒤쫓지는 않았다. 명분없이 살생하는 것이 싫은 것도 있었지만 도망가는 잔당들도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덤비다 베어져 비참하게 나뒹구는 털보의 강압에 못 이겨 따라온 피라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그럼, 목적은 이룬 것이니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


한편, 멀리서 그 장면을 생생하게 바라본 탁 왕자 일행은 길태곤의 엄청난 무공에 경외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우리로선 큰돈을 주고도 보기 힘든 정말 좋은 구경을 한 셈이군요.”

진혁이 사뭇 진진한 표정으로 탁 왕자에게 말을 걸었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탁 왕자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내리던 빗방울이 주춤거리다 그치더니 주변으로 청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거기다 음울하던 저녁노을이 새삼 맑아져서 선명하게 퍼지는 중이었다. 왠지 모르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은 탁 왕자였다.


“어서 가서 만나봅시다.”

탁 왕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두 마리의 말은 쏜살같이 언덕을 내려갔다.

“정말 명성에 걸맞은 걸출한 고수님이십니다.”

탁 왕자가 정중하게 인사하자 길태곤이 공손히 말을 받았다.

“아까 언덕 위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있더니 두 분이셨군요”

“먼 길을 달려왔더니 시장하군요. 길 대협께 긴히 드릴 부탁이 있어 왔습니다.”

통성명을 한 세 사람은 포구의 큰 주루에서 저녁을 함께하며 사연을 나누었다.


길태곤은 위명에 어울리는 강인한 모습이었다. 큰 체격에 웬만한 사람은 범접하지도 못할 비범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특히, 그는 오른쪽 손등에서 가슴을 거쳐 왼쪽 허리까지 연속하여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 문신을 한 터였기에 윗옷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강렬한 문신들로 인해 이유도 모른 채 위축감을 줄 정도로 기운이 강했다. 이십 대 초반의 길태곤은 탁 왕자에 비해 어렸으나 아픈 풍파를 많이 겪은 경험으로 인해 이십대 후반의 탁 왕자 일행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었다.


길태곤이 일찍부터 고수의 반열에 오른 건 어린 시절의 아픈 상처에 기인한 바가 컸다. 힘이 약한 부모의 아픔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 고생한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아 두 번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기 힘을 키워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마침내 끝까지 밀고 나가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였던 것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작은 고깃배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어부였고 저도 가끔씩 함께 어로작업을 했었지요.”

반주를 곁들인 저녁을 먹던 길태곤은 기분이 동했는지 과거사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혼자서 고기잡이를 나갔던 아버지가 왜국의 해적에게 붙들려가는 사건이 일어났지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때 생긴 것이지요.”

길태곤은 담담하게 얘기를 풀어나갔다.


“아버지는 왜국의 해적들 거주지에서 오랫동안 노예로 생활하며 갖은 고생을 하다가 겨우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러나 살아 돌아온 기쁨도 잠시, 아버지는 그 옛날의 건강했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왜소했고 오랜 기간 노동에 시달린 후유증으로 인해 거동조차 힘들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지요.”

아버지의 비극을 얘기하는 것이 힘이 드는 듯 강인한 길태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른들의 얘기는 아버지가 왜국에서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때, 힘이 약한 자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돌이켜 보면, 아버지는 몸보다도 마음의 상처가 더욱 깊었던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힘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데다 아파서 오히려 부양을 받게된 처지를 비관하면서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술로써 세월을 보냈지요. 그땐, 아버지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원망을 많이 했었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은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긴 합니다. 저도 나이를 먹은 증거겠지요. 하아!”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인지 길태곤의 목소리에 한숨이 묻어 나왔다.


“그렇게 여러 해를 고생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저를 불러 앉히더니 힘이 있어야만 사람답게 살 수 있다며 꼭 힘을 기르라는 말을 간절하게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그날 밤 어디론가 사라지셨지요. 나중에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말로는 아마도, 살날이 오래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아버지가 오랜기간 폐를 끼친 가족들에게 죽을 때는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먼 길을 떠나신 것 같다고 울면서 말씀하시더군요...”

길태곤은 한동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받은 충격은 예상외로 컸던 것 같았습니다. 힘없던 남편이 왜적에게 납치된 것도 모자라 사지에서 죽을힘을 다해 탈출했으나 그 후유증을 앓은 데다 죽음조차 편하게 맞을 수 없었던 게 너무 분해서 마음의 병이 들어 시름시름 앓으셨지요. 돈이 없어 별다른 처방도 해보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저는 절망했었습니다. 어머니 역시 임종 직전, 부모처럼 힘없이 살지 말라며 어떻게든 힘을 키우라며 신신당부하셨지요. 그게 어린 날부터 힘을 키워 부모님의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한 저의 의무라고 여기며 지금껏 무공을 수련하며 살고 있지요.”

길태곤이 주먹을 불끈 쥐며 각오를 다졌다.


그날부터 길태곤은 안간힘을 쓰며 한계를 극복한 힘을 키우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타고난 체력에 굳은 의지를 가진 그가 본격적으로 힘을 키우며 무공을 단련하자 실력이 일취월장하기 시작했다. 그 시절엔 불의에 의해 고통받는 주변의 힘이 약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부단히 싸운 경험 축적의 세월이었고 그는 늘 이겨나갔다. 실전을 통한 그의 무공이 날로 성장한 데는 늘 긴장하며 상대에 집중해 허점을 포착한데 따른 노력의 결과였다. 순간의 실수나 조그만 방심에도 목숨을 걸어야 했기에 실전은 늘상 죽음을 건 긴장으로 점철되었고 딱 그만큼의 실력이 축적되며 세월을 보낸 길태곤이었다. 그의 실력이 무섭도록 빠르게 뻗어나간 근거있는 이유였다.


이십 대로 접어들자, 그만큼 세상을 이해하게 된 길태곤에게 적의 개념은 비단 어린 시절 증오의 대상이었던 왜적에만 머물지 않았다. 일찍부터 고향마을을 침범한 왜적들의 만행을 경험한 그에게 세상은 힘의 강약에 따른 고통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청산되어야 할 강한 자들의 적폐를 응징해야 한다는 길태곤의 적개심은 먼저, 자신이 살기 위해서 힘을 키웠고 다음으로 약자를 도와주기 위해 더더욱 큰 힘을 쌓는 수련과정을 밟으며 살아온 것이었다.


“얘기를 듣고 보니 ... 그럼, 길 대협은 스승도 없이 독학으로 무공을 연마해온 것입니까? 시작부터 저잣거리의 무사로 출발한 ...”

가만히 길태곤의 얘기를 듣던 진혁이 물었다.


“예, 생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강호의 세계는 전통적으로 이름난 스승에게 사사 받은 고수들이 인정받는 추세이니 만큼 제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출발이었지요. 전들 왜 처음부터 이름난 스승을 만나고 싶지 않았겠습니까만, 현실은 냉혹하더군요. 부모도, 재력도 없는 고아인 저를 맡아 배움을 줄 고수는 아무도 없었지요. 헌데, 우습게도 그 점이 제가 더욱 더 이를 악물고 무공을 독학하게 했던 강한 촉매제였지요. 우습게도 말입니다. 하하하,”

오랜 기간 혼자 험한 세월을 살아 낸 사내의 쓸쓸한 얘기가 자조적인 쓴웃음이 되어 탁 왕자의 가슴을 때렸다.


“물론 기회가 완전히 없었던 것은 아니지요.”

그 말은 스승을 둘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배우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탁 왕자도 궁금해하던 대목이었다. 길태곤같은 고수를 마다할 스승이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대부분의 강호 고수들은 세력을 확장할 목적으로 무공실력을 팔아 문파를 이루는데 일반적으로는 제자들을 키워 조직적으로 외형을 키우는게 일반적인 모습이지요. 그들은 외형적으론 정파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각 문파들마다 보다 많은 추종자를 확보하기 위해 나쁜 짓도 서슴치 않는 질 나쁜 무사들도 무분별하게 영입하더군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길태곤의 성격이 드러나는 얘기였다. 술잔을 들이킨 그가 잠시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개인적인 사리사욕이나 시커먼 야욕을 채우려고 의도적으로 문파에 가입해서 나쁜 짓을 하는 무사들도 많이 출현한 게 관행처럼 되었던 것이지요. 그런 모습에 실망한 저는 스승 찾기를 포기했고, 그때부터 스승이 될 수 있는 고수를 찾아 다니던 것을 중단했습니다. 제 성격상 제가 찾던 고수가 나쁜 짓을 하는 무사라면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고, 배울만한 고수를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인연이 있어야 할 것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탁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직접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었다. 부조리한 시류에 따르지 않는다는 길태곤의 얘기는 그래서 더욱 경외로웠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정의로운 용기를 가진 사내로 확신이 든 것이다.


“문파의 사악한 조직원들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습니다. 정파를 표방하는 문파에 항의하자니 문파 차원의 보복이 두려웠고, 미꾸라지 짓을 하는 무사를 응징하자니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다른 고수들이 간섭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지요. 저는 문파가 중시되는 풍조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기에 거들먹거리며 악행을 일삼는 패거리들과 격렬하게 싸웠습니다. 처음에는 용력만으로도 쉽게 이겼으나 점차 상대들의 무공 수준이 높아지거나 떼거지들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어설프게나마 검술도 병행했고 그 기간이 길어지며 검술도 나름 강해졌습니다. 하여 상대해야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낯 뜨거운 수준이지만 그래도 싸울 때마다 이겼기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겠지요. 하하하,”

약자에 대한 배려를 바탕으로 악인과 싸워온 길태곤의 웃음이 유쾌하게 들렸다.


길태곤의 무공은 선천적인 재능에 탁월한 신체조건이 합쳐진 것이어서 웬만한 무사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다만, 신실한 배움을 전수해줄 스승이 없었기에 오로지 호기로운 의지와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목숨을 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독학으로 훈련한 검술이 경지에 오르지 못해 강호에서 인정받지 못할 뿐이었다.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경천동지할 대사건을 일으킨 그가 일약 삼한지역 최고수를 꺾고 그 위명을 떨치게 된 것이다. 일약 절정 고수의 반열에 오른 그의 비약적인 발전, 그것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을 잘 잡았기 때문이었다.


길태곤을 일약 천하제일의 고수로 만들어준 그 인연은 약자를 배려하는 의협심이 몸에 밴 길태곤이 천금같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에 얻은 천운이었다. 배움에 목말랐던 길태곤이 우연히 당대 최고의 무사를 스승으로 만나 그가 전수하는 모든 기술을 격하게 흡수한 것이었다. 거친 세월의 풍파를 잘 견디며 강인하게 살아온 길태곤을 하늘이 도운 것이라 할만한 사건이었다.


길태곤은 문신을 하러 갔다가 곤경에 처한 왜국 해적왕의 외아들을 구해주게 되고, 그 은혜를 갚고자 한 해적왕의 주선으로 당대 왜국 최고수이자 사상 최고의 무사로 칭송받던 아로 유키마사를 스승으로 모실 수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휴양차 삼한에서 지내던 스승은 수시로 본국을 드나들었다. 언제 수련을 마칠지 모르는 배움이었기에 길태곤의 배움에 대한 갈망은 간절했고 처절하게 ㅇ기혀나갈 수밖에 없었다. 스승의 무공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길태곤은 전수받은 무공의 정수를 온몸으로 익히며 몸이 기억할수 있도록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그의 처절한 노력은 한없이 엄격한데다 칭찬에 지극히 인색했던 스승도 감탄할 정도였다.


스승은 일 년여의 기간 동안 쉼 없이 길태곤을 가르친 후 본국으로 돌아갔다. 마침내 이별하던 날, 스승은 그가 쓰던 보검인 <추포검>을 길태곤에게 하사했다. 추포검은 두 종류의 강철이 합성된 칼날에 물기로 도장을 한 희귀한 검이었다. 항상 물기를 머금고 있었기에 베이는 대상에 닿으면 마찰을 극도로 세상 무엇이라도 벨 수 있는 보검이었다. 왜인이었던 스승이 선뜻 자신의 보검을 하사한 것은 그만큼 그의 실력과 열정을 인정한다는 확실한 반증이었다.


“어쨌든, 죽을힘을 다해 검을 배웠고, 발전의 폭을 급속히 넓히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스승님은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자 하는 제게 도움을 주거나 배운 자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해 이해시켰는데 그런 모습은 당시의 경향으로 보면 대단히 이례적이었지요. 대륙이나 조선 반도, 왜국의 강호를 지배하는 문파들은 그들의 독자적인 무공만 인정할 뿐 다른 무공은 결코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풍조였기에 스승님의 가르침은 시대를 역행했지만 가장 효과적인 수련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땀으로 얼룩진 길태곤의 과거사의 축적된 임이 얘기였다.


“스승님은 저를 극한의 상태까지 몰았고 저는 또 그것을 견디기 위해 온몸을 더욱더 단련했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태어날 때부터 강골임을 알게 되었는데 수련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선천진기가 극에 달해 내공이 단단해졌지요. 그것이 극강의 난이도를 요하는 수련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고요. 하하하,...흠, 스승님과의 인연과 수련은 제가 새로운 삶에 눈뜨게 된 제 생애 최대의 사건입니다. 그 힘든 과정을 얘기하자면 너무 길지요. 몇 날 며칠을 얘기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추후 그 힘들었던 시절 얘기를 들려 드리지요.”

길태곤은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끝나지 않는 꿈같은 많은 사연들을 풀어놓을게 많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듣자 하니, 최근 길 대협께서 삼한제일검의 위명을 얻으셨던데 그건 어떻게 된 사연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탁 왕자가 물었다. 최근 경욱의 집을 방문했을 때 전해들은 정보였다.

“흠, 삼한제일검이라 ... 그 사연 또한 제 수련 결과와 무관치 않은 얘기입니다.”

길태곤이 그 질문을 받아 천천히 답하기 시작했다.


“보셨다시피 이곳 가락포구는 계속적으로 발전해가는 저잣거리를 둔 어촌마을입니다.

제가 처음 방문했을 때보다 거리의 규모도 많이 커진 데다 거래 물품의 종류와 양도 엄청나게 많아졌지요. 그에 비례하여 상인들이나 손님들도 급증해서 어느덧 변한지역 최고의 교역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특히, 외국의 희귀한 상품들이 많아 일부러 구경 오는 인파까지 생길 정도지요.”

우람한 체격의 길태곤은 강해보이는 외면과 달리 얘기를 잘 풀어 설명하는 사내였다.


“활발한 교역으로 경제 사정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자 이권을 요구하며 괴롭히는 무뢰배들이 출몰했지요. 하필 공교롭게도 제가 스승님을 만나 무공수련에 온 힘과 정성을 쏟을 때여서 제가 그 상황을 잘 알지 못했던 때였지요. 당시 저는 집과 훈련장만을 오가며 오로지 수련에만 몰두했고 다른 것들은 일체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특히 무공을 배우는 것을 극비로 추진했기에 저잣거리의 상인들을 만나면 의례적인 안부나 물어보는 정도였기에 고통을 받는 상인들의 하소연을 들어줄 여유도 없었고 고통을 호소하는 상인도 없긴 했습니다만 나중에 알고 보니 제법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많긴 하더군요... 다만, 지금 생각해도 만약 그때 제가 그 아픈 얘기를 들었다 하더라도 수련에만 집중한 채 다른 것은 일체 관심을 가지지 않던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을 것같습니다. 당시 영혼없이 집과 훈련장만 떠돌던 제게 세상 어떤 얘기도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던 시기였으니 말입니다. 크흠,”

지나간 시절이 후회되는 듯 자조적으로 웃는 길태곤의 표정이 제법 어두워 보였다.


“당시 온 신경을 수련에만 쏟았던 절박한 심정으로 수련했고 완전히 몰입하던 때입니다. 그것만이 최선이었으니까요 ... 어쨌든, 제가 배움을 완성한 후 그때서야 주변이 보였습니다. 맨 먼저 들어온 건 상인들의 표정이 어둡다는 것이었습니다. 찬찬히 둘러보며 눈여겨 확인하니 상인들을 괴롭히던 여러 조직들이 있었는데 그때쯤 대충 정리된 상태였습니다. 한동안 지속된 조직들간의 싸움에서 마지막에 웃은 건 벽골파더군요. 그놈들의 우두머리가 당시 삼한 최고의 검객으로 일컬어지던 독고충이었지요.”

길태곤은 자신이 영예로운 위명을 얻게 된 이유가 이웃에 대한 배려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은 것임을 전제하며 말을 이었다.


“저는 살면서 그놈처럼 가식적인 인간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놈은 처음 등장할 땐 포구에서 활개치며 말썽을 부리는 시정잡배들을 물리쳐 주며 협객을 자처했었지요. 당연히 환영받는 협객으로 대접받았지요. 그러나 세월이 조금 흐르자, 그것은 포구의 저잣거리에 자연스럽게 진입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었던 것이더군요. 그는 기존에 설치던 패거리들을 상인들과 함께 내치는 작업을 완료한 후 그 시커먼 본색을 드러내었더군요. ... 알고 보니, 그놈은 인근 지역에서도 비슷한 수법을 통해 상권을 장악하고 세력을 확장하던 신흥 파락호 집단 벽골파의 우두머리였던 게지요. 협객을 가장한 더러운 악한 말입니다.”

얘기를 하면서 길태곤의 어투가 거칠어졌다. 올곧은 성격의 그가 표리부동했던 파락호들의 수괴에 대한 적개심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인근 지역에서 들은 소문은 그놈이 웬만한 시정잡배는 비교도 안되는 그야말로 최고로 악독하다는 얘기들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놈이 부유한 집안의 막내로 자랐기에 어릴 때부터 온갖 어리광과 말썽을 부려도 문제없이 넘어갔던 천하의 망나니였기 때문이지요. 대부분 비천한 출신인 강호의 악한들은 어렵고 힘들었을 때 받았던 고통에 대한 보상심리로 사람들을 괴롭혔던 것과는 달리 추악한 본성을 제지받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했기에 그 어떤 죄책감도 없이 사람들을 괴롭혔기 때문이지요. 설상가상 그 악한이 일찍부터 검술을 배운 데다 재능까지 있어 포악한 성질이 제대로 폭발해 버린 것이지요. 즉, 최초로 삼한제일검이라 불린 그놈은 제대로된 천하의 망나니였습니다.“

길태곤은 그가 상대했던 독고충에 대해 세세한 정보까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효과적인 공략법을 세워 이기는 사내들의 공통점이었다.


”아무리 길 대협이 강하다고 해도 독고충이나 그 휘하 무사들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그들을 무찌른 것이오? 참으로 대단하오.“

얘기를 듣던 탁 왕자가 길태곤이 벽골파를 멸파시킨 것에 대해 놀라워하며 물었다.


”그놈은 가락포구를 기반으로 조직을 최대한 키울 생각이었지요. 가락포구는 그 의도를 충족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훌륭한 조달원이었고요. 각국의 다양한 화폐들이 풍부하게 유통되었고, 거래할 물건들도 활발하게 유통되는 곳이었기 때문이지요. 삼한 전역에서 유통되는 동전이나 철전, 조선의 명도전, 옥저의 무문전 등을 흔히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대형 포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많이 비축해 놓으면 많은 지역에 진출해 조직을 뿌리내리는데 요긴했기 때문이지요. 교활한 그놈은 상납을 거부하면 무리해서 징수하는 대신 납부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어서 기어이 자신의 욕심을 채웠더군요. 그놈 눈에 잘못 보여 반 병신이 된 상인들이 꽤 있어서 제가 더 미워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던 길태곤의 분노가 치밀어 오른 이유가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독고충이 직접 상납전을 거두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많은 악행들은 독고충의 부하들에 의해 저질러진 것들이었다. 부하들은 우두머리인 독고충의 실력을 과신했기 때문에 삼한 최고의 실력자를 모시고 있다고 떠벌리면서 상인들을 착취했다. 독고충이 늘 삼한에서는 최고수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기 때문이었는데 근 십 년 정도의 긴 기간에 그 어떤 무사도 토를 달며 시비를 걸지 않았다. 자연스레 삼한에서는 독고충이 삼한제일검이라는 인식이 사실로 굳어버린 것이었다.


”제가 수련에 매진하던 동안, 가끔씩 포구를 찾던 협객 몇 분이 상인들을 괴롭히는 벽골파의 만행을 접하고는 꾸짖다가 낭패를 보았다는 얘기를 제법 들었습니다. 패거리들의 수가 많은데다 제법 수련을 한 수준급의 무사도 제법 포함되었던 탓이었죠. 그런 상황이다 보니 떼 거지로 덤비는 벽골파 악한들에게 패하여 강호에서 두문불출하는 협객이 생기는가 하면 심지어 병신이 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겼더군요. 간혹, 절정 고수로 일컬어지던 무사도 그런 황당한 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떼 지어 덤비는 패거리들을 모두 처치할 만큼 고강했으나 들개처럼 쉼 없이 덤벼드는 바람에 기력이 소진해진 직후에 기회를 노리고 달려든 독고충과 생사를 건 일전을 벌이다 당하는 경우였던 것이지요. 결국 그 싸움은 결과만 과도하게 포장되어 사람들의 입을 크게 탔더군요. 절정 고수의 의협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대신 그 대결에서 살아남은 독고충의 위명만 드높이는 사건으로 기억되어 있더군요. 결국은 그때마다 벽골파의 악행으로 불만이 가득 찼던 포구 상인들의 반발심이 여지없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던 건 당연한 인지상정이었지요. 후웃! ... 흐음! ...“

길태곤이 간악한 벽골파에 대한 적개심을 말하다가 울화가 치미는지 한숨을 지었다.


독고충의 간사함은 싸움의 방식을 교묘하게 전개한 것에서 드러났다. 고수가 많은 패거리들을 상대하느라 힘이 온전히 빠졌을 때 그때서야 독고충이 출현하는 것이었다. 상당한 고수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어오면 최대한 많은 수하들이 먼저 공격하여 상대의 진을 뺐는데 수하들은 끊임없이 충원되었다. 어느 순간, 상대가 지치면 그제서야 독고충이 전면에 나섰다. 더구나, 싸움에 앞서 독고충은 최대한 많은 말을 시키며 기력이 쇠진해진 상대의 집중력을 분산시켰다. 많은 인파가 보는 데다 수하들도 많았기 때문에 최대한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 독고충은 조금씩 상대를 무너뜨려 나갔다.마침내 상대했던 고수가 쓰러지면 기뻐하는 건 오로지 그의 수하들뿐이었고, 그 결과에 위축된 상인들은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뒤돌아선 후 급하게 도망갈 뿐이었다.


그즈음 수련을 마친 길태곤은 절정 고수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그는 벽골파의 만행을 처단해야 겠다는 마음을 다졌기에 누구보다 은밀하게 움직였다. 행패를 부리는 벽골파 일당들을 수 명 또는 십여 명씩 순차적으로 인적이 드물고 으슥한 마을의 뒷산으로 유인하여 상인들의 이름으로 심판했다. 인원수만 믿고 길태곤을 쫓았던 벽골파의 무리들은 호기롭게 덤비다가 언제 베어졌는지도 모른 체 죽어 나갔다. 죽는지도 모르게 베는 것, 그것은 절정의 고수인 길태곤이 악인들에게 선사하는 가장 인간적인 처벌이었다.


일시에 많은 조직원이 증발하는 사태를 맞은 벽골파에서 뒤늦게 길태곤의 정체를 알아내자 독고충은 예의 그 방식을 통해 잔인한 결말을 보여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많은 구경꾼들 앞에서 처절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이상 자신에게 덤빌 고수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죽어가는 길태곤의 몸 구석구석을 서서히 회를 치며 죽이는 것이야 말로 어쩌면 대륙에서 유행하는 처벌인 능지처참보다도 더 강한 공포삼을 심어줄 수 있으리란 생각에 가벼운 웃음마저 일었던 것이다.


벽골파 일당은 길태곤과 가깝다고 소문난 젊은 포목상을 붙잡아 길태곤이 구하러 오라며 유인했다. 포구에서 가장 넓은 장소인 뒷산 어귀로 불러낸 것이다. 길태곤이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 있었다. 벽골파에서 최대한 많은 구경꾼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그만큼 자신있게 시작한 싸움이라는 반증이었다.


단 한 명의 적을 앞에 둔 이백여 명의 벽골파 무사들은 자신감에 넘쳤다. 다른 지역 패거리까지 합세한다면 족히 수 천은 되겠으나 굳이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독고충의 지시로 모인 인원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당장이라도 떼 지어 공격한다면 앞에 선 무사 하나는 헤벌레 벌어진 벌집처럼 처참하게 엎어질 것 같았다. 한가득 자만에 찬 독고충은 가소롭다는 눈빛으로 길태곤을 노려 보았다.


잠시 뜸을 들인 독고충이 뭔가를 중얼거리자 그의 오른쪽에 있던 행동대장이 왼 손을 격하게 움직였다. 공격을 명령한 것이었다. 그러자 정말로 혼자서 싸우는게 자신이 있었는지 또는 독고충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도끼를 든 대머리가 고함을 치며 맨 먼저 뛰어나와 달려들었다. 워낙 기세가 더세다 보니 함께 공격하려던 일행에 비해 유별나게 불쑥 튀어 나온 형국이 되어 구경꾼들의 눈에는 마치 혼자서 상대를 감당하는 형세가 되었다. 벽골파 동료들의 눈에도 거침없이 달려드는 용기가 참으로 가상해 보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머리는 세차게 달려 나가면 앞에 선 사내가 움찔할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지만 그 사내는 짐짓 대머리를 못 본 듯 그 자세로 그대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우뚝 서 있을 뿐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상대가 움찔할 때 공격하려던 대머리는 자신의 생각대로 전개되지 않자 짜증이 나는 얼굴이 되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이판사판이었다.


“타-앗!”

맹렬히 달려간 대머리의 도끼가 길태곤의 머리 위에서 막 치밀어 떨어지던 그 순간, 도끼를 든 손이 먼저 허공을 날더니 곧 그의 몸이 앞으로 허물어지면서 반으로 접힌 채 고꾸라졌다. 일격필살이었다. 누구도 길태곤의 발검 장면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끄아악! ... 이럴수가!”

경악스런 순간이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구경꾼들은 눈을 의심했고 뒤에서 상황을 느긋하게 지켜보던 패거리들도 당황했다. 그처럼 빠르게 발검하는 무사는 처음이었다.


벽골파 패거리들에게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덮친 건 그때였다. 그래도 그들에겐 삼한제일검이 뒤에서 버틴다는 믿음이 있어서 전열은 곧 재정비되었다. 좀 전 느닷없이 먼저 달려가 희생된 놈은 성격도 급했지만 도끼 휘두르는 기술도 패기에 비해 일천했던 그저 그런 나부대기 좋아하는 하수였다며 마음속으로 자위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잠시 주춤했던 패거리들이 다시 움직이자 뒤쪽 줄의 삼십 여명이 불쑥 튀어나왔다. 제법 절도가 있었고 기세도 좋았고 빈틈도 없었다. 나름 지위를 가진 자들인듯했다. 둥글게 포위한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빈틈을 찾았다. 부지런히 움직인 그들이 어느 순간 불현듯 쇄도하며 길태곤을 향해 공격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도 부질없이 목숨을 버리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어줍쟎은 고수들이었지만 삼십 여명이나 되는 무사들이 목숨을 걸고 공격을 해왔기에 적지 않은 횟수의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으며 일진일퇴의 공방 시간만 부가되었을 뿐이었다. 길태곤은 그들 앞에서 몇 발자욱만 움직이면서도 공격과 수비에 빈틈이 없었다. 어느 순간 모두를 벤 길태곤이 고개를 들어 눈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벽골파 일당들을 보았다.


그러자, 그저 인원수만 채우며 칼을 겨누고 있던 앞쪽의 하수들이 겁을 먹고 흠칫흠칫 뒤로 물러섰다. 길태곤의 검은 어느새 검갑 안에 들어가 있었다. 겁에 질린 하수들의 눈길이 공포에 젖어 뒤쪽을 향했다. 종국적으로는 맨 뒤 쪽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독고충이었다. 독고충은 각지고 네모난 얼굴에 왼쪽 눈 밑으로 제법 길게 칼자국이 새겨진 흉터를 지닌 사내였다. 체격도 비대하여 힘깨나 쓰는 인상이었다. 속으로는 조금 더 많은 수하들이 일시에 공격하여 기력을 빼놓으면 좋았으련만 눈 앞의 표정들을 보니 그리 시간이나 기력을 벌어줄 것 같지도 않았기에 그가 나선 것이다. 다른 지역의 응원군이 왔더라도 결과는 비슷할 것 같았다. 어차피 벌어진 상황이니 일단은 수습해야 했다. 그래야 이 저잣지역의 장악력에 문제가 없을 터였다.


독고충이 들고 있던 철갑도에서 칼을 뽑았다. 과연 강호에서 위명을 떨칠 정도의 강렬한 분위기가 일시에 풍기며 허공에 팽팽한 기운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좀 전의 허깨비들과는 확실히 다른 강력한 살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분위기는 일순간 급격하게 두 사람의 대결로 좁혀지며 전개되는 양상이었다.


“나는 삼한제일 검객 독고충이다. 애송이 놈, 너는 대체 누구냐?”

독고충은 흥분한 상태였다. 눈앞의 사내가 제법 강해 보이기는 했지만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검술이었기에 자신이 생긴 것이다. 검술의 기본에도 없는 엉성한 초식을 전개했지만 자신의 수하들이 당한 건 강한 힘과 빠른 속도의 검술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는 자신이 배운 정석적인 칼질로 저 사내가 휘두르는 검의 위력을 파훼할수 있다고 믿었다. 독고충의 힘껏 움켜쥔 칼에서 살기 어린 도기가 싸늘하게 피어올랐다.


“오호라, 네 놈이 잔인하기로 소문난 그 놈이로구나. 내, 너의 비겁한 만행을 수도 없이 들었다. 해서 너의 비열한 함정에 빠져 비참하게 죽어간 많은 협객들을 대신하여 네놈을 구멍 숭숭뚫린 걸레처럼 만들어 죽여버리고 싶지만 구경꾼들이 많아 차마 그 꼴로 죽이지는 않을 테니 그 점, 참으니 다행인 줄 알아라, 다만, 네 놈을 단 칼에 베어 그 소문을 널리 퍼뜨려 이곳 포구를 두 번 다시 네놈같이 염치없는 놈들이 눈독조차 들이지 못하게 강력한 경각심을 줄 것이다. 자! 단칼에 저 세상으로 보내주마. 덤벼라!”


길태곤의 호기로운 반응에 독고충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울그락 불르락 얼굴을 찡그렸다. 아무리 절정 고수라도 위압적인 자신의 모습에는 위축되지 않은 상대가 없었는데 눈앞의 사내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듯 행동하면서 막말까지 지껄이니 삼한제일검을 자처한 독고충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독고충의 얼굴에서 강력한 분기가 여지없이 흘렀다. 마침내 결심한 듯 독고충이 순식간에 칼을 높이 쳐들어 격하게 돌진했다. 동시에 그의 공격을 기다린 길태곤이 곧장 돌진하며 하늘 높이 솟았다. 한 번의 도약으로 사십여 자를 박차오르는 출상술이었다. 이미 출상술은 물론이고 출하술까지도 자유롭게 구사하는 경지였던 길태곤의 검이 허공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리며 검강을 뿜었다. 허공에 번개같은 빛이 번쩍였고 그것으로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길태곤이 땅에 내려왔을 때 독고충은 단 칼에 베어져 고꾸라져 있었다. 독고충의 시신은 아직도 힘을 주려는 듯 눈을 부릎 뜬 상태였다. 아직도 자신이 베어졌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몸을 움직이려다 죽은 것이었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은 벌어져 있었으나 혓바닥은 이미 굳어 있었다. 아직도 자신이 베인 것을 모르고 죽은 것이었다.


“미...믿을수 없다. 이...이것이 사람의 실력이란 말인가?...”

희미하게 내뱉는 독고충의 독백이 뒤늦게 들렸다. 사실, 독고충도 가공할만한 실력자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왜국 역사상 최강의 검객에게 죽을힘을 다해 수련을 받은 길태곤의 무공에는 상대가 되지 못함을 알았어야 했다. 천하의 고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건드린 독고충의 최후는 너무나 허망했다. 어릴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 어느 누구의 통제와 간섭도 받지 않으며 오만방자의 극을 달리던 천하의 악한 독고충은 그렇게 그간의 악행에 대한 천벌을 온 몸으로 비참하게 받아내며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삼한 내 제일의 문파였던 벽골파를 길태곤 혼자 멸파한 사건은 매우 큰 사건이었으나 그날의 기억은 길태곤에게만 집중되었다. 그동안 벽골파에게 당한 얘기들이 인구에 회자되면 자칫 장사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한 상인들이 벽골파가 존재했다는 것을 의도적으로 소멸해 버렸기 때문에 대외적으로는 악한 독고충이 포구에서 말썽을 부리다 협객 길태곤에 의해 첩벌을 받은 얘기만 흘러 다녔다. 상인들은 진정한 협객인 길태곤에게 일정 금액의 보상을 주겠다며 마을에 있기를 권했다. 딱히 당장 가야 할 목적지가 없던 길태곤으로서도 숙식을 해결하며 지내기 좋은 마을이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가락포구는 길태곤이 좋아하는 곳이었다. 고향마을을 닮았기 때문이었다.


자칭 삼한제일검객이라고 떠벌리고 다닌 독고충의 존재와 그가 만들었던 벽골파의 존재는 그날이후 완전히 잊혀졌다. 삼한제일검이란 위명은 당시, 대결 현장에 있었던 구경꾼들과 도망간 벽골파 잔당들에 의해 전해지고 부풀려져서 그 위명은 당연하게 길태곤이 이어받게 되었다. 길태곤의 이름은 삽시간에 삼한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며 오고가는 상인들과 손님들의 입과 귀로 전해져 시간이 흐를수록 깊이 각인되었다.


길태곤의 과거사를 들으며 감탄해 마지않던 탁 왕자 일행은 긴 시간동안의 교감을 통해 그에게 동참을 요청하였으며 즉각적인 승낙도 받았다. 의협심 강한 길태곤에게 자신의 나라를 지키는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심어 준것이 승낙을 이끈 주된 요인이었다. 그 기저에는 삼한을 위협하는 세력들이 몰고 올 고수들과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도 강하게 작용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길태곤은 모험을 즐기는 혈기왕성하고 쾌활한 청년이었기에 삼한제일검이 아니라 천하제일검이 되고자 하는 꿈이 생긴 것이다. 왕자를 따라 임무를 완성한 후 세상에 나아가 이름난 다양한 고수들과 겨루고 싶은 새로운 꿈이었다.


다음날 가락포구 해안가 마을 어귀로 이어진 좁은 길 위에는 각자의 말에 올라탄 세 사람이 함께 길을 나서고 있었다. 길태곤이 합류하여 동행하는 탁 왕자 일행이었다. 세 필의 말에는 각자 짐 한 보따리씩이 얹혀 있었다. 길태곤과 이별하는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마련해준 마른 음식과 여행 필수 품목이었다. 그들은 맹인검객 선우이치를 찾으러 갈 예정이었다. 멀리 마을 어귀에서는 삼한제일검 길태곤을 환송하는 마을 사람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고 그 모습은 점점 아득히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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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살수왕 조도일 24.05.13 1 0 21쪽
21 소문을 타고 날아온 엽기 사건 24.04.24 5 0 15쪽
20 산골 소저가 맺어준 인연 24.03.04 19 0 21쪽
19 천하제일권 사마철을 만나다. 24.02.09 32 0 16쪽
18 드러나는 적들 24.02.01 41 0 25쪽
17 맹인 검객 선우이치 24.01.21 44 0 50쪽
» 삼한제일검 길태곤 24.01.05 51 0 45쪽
15 또 다시, 고수를 찾아서 23.12.22 50 0 15쪽
14 소도의 태동 23.12.14 52 0 12쪽
13 운명을 함께할 첫 궤를 걸다. 23.12.11 54 0 14쪽
12 인연을 엮는 여정의 시작 23.12.07 56 0 11쪽
11 고수 탐문 23.12.05 61 0 14쪽
10 소문에 대처하다 23.11.28 67 0 13쪽
9 사방천지로 퍼지는 소문 23.11.24 66 0 11쪽
8 삼한의 탄생 23.11.21 66 0 20쪽
7 위만, 진시황을 꿈꾸다. 23.11.16 70 0 12쪽
6 <천경보전> 23.11.14 74 0 14쪽
5 신선 이야기 23.11.10 77 0 9쪽
4 남부소국연맹 23.11.08 77 0 24쪽
3 뱃머리를 남으로 23.11.03 78 0 10쪽
2 회상 23.11.02 110 0 33쪽
1 악몽 +1 23.10.13 267 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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