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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린
작품등록일 :
2023.10.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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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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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1.2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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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방천지로 퍼지는 소문

.




DUMMY

“이곳 대동천 포구가 왕검성으로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곳입죠. 자, 이제 내리십시요.”

작은 나룻배로 방립을 쓴 손님 둘을 운행해 온 뱃사공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등 뒤에 찬 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그랬지만 배 위에서 가볍게 내딛는 걸음걸이로 보아 예사롭지 않은 사내들이었다. 언 듯 보기에도 고수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흠, 여기가 조선의 왕검성이란 말이지 ... 최고의 무술 비급을 얻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곳이란 말이지?”

“암, 그럼, 근데 나도 오랜만에 와보니 꽤 낯설군, 요즘 조선의 포구들은 너무 빨리 변하는군, 물자가 넘쳐 돈을 넘친다는 말이 있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보군. 허허,”

조선에 처음 온 듯한 삐쩍 마른 사내가 생소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이곳을 잘 아는 듯한 땅딸보 사내가 서둘러 말을 받았다.


“자, 미리 연통을 넣어 만나기로 한 친구가 기다리는 주루로 어서 가세, 오랜 전에 이곳에 터를 잡은 친구이니만큼 우리에게 해줄 말이 많을걸세, 자! 서두르자고,”

그들은 소문에서만 존재하는 <천경보전>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 대륙의 고수들이었다. 그들에게<천경보전>은 신선이 되는 수련서가 아니라 절대 무공이 기록된 최강의 무술 비급으로 알고 있었다.


소문의 영향이었다. 조선에서 왕은 왕대로, 강호 고수들은 고수대로 <천경보전>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왕의 목적은 신선이 되는 것이었으나 강호인들은 절대 무공을 연마할수 있는 비급으로 알려져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강호인들은 천하제일인이 될 수 있는 무공을 얻기 위해 사나운 눈길을 던지며 왕검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문의 진원지가 왕실로 확인되다 보니 신뢰 수준은 그만큼 높았고 믿음의 힘은 참으로 두터웠다.


그만큼 소문의 힘은 대단했다. 다양한 소문이 흐르다 보니 그 내용은 삼한에도 퍼져 방문하는 이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라면 <천경보전>을 찾아온 이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강호인이었으나 그 속에는 여러 곳에서 보내진 간자들이 표 내지 않고 섞여 있었다. 강호인과 간자는 행동 양태가 달랐는데 간자는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도처에서 몰려온 강호인들은 공공연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자신의 위명을 내세우는 고수들마다 어쭙잖은 무인들과 경쟁을 하는 것이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더하여, 자칫 경쟁에 따른 소모적인 감정 때문에 시비가 난다면 그것은 온전히 고수가 감당해야 할 수치가 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 연유로 고수들은 자신의 출현을 더욱 더 크게 알리며 위명을 선전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하수들이 한계를 느껴 떠나기를 진정 바라는 심정이었던 것이다.


다만, 강호인이라 하더라도 공공연히 <천경보전>을 거론하지 않았다. 자칫, 책자에 관심을 가진 다른 누군가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들려주고 싶지 않다는 경각심 때문이었다. 간자들 역시 최대한 강호인들과 어울려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쉼 없이 귀를 열었고 눈과 귀를 끊임없이 움직였다. 한편으론 날카로운 칼들이 어둠 속에서 수시로 춤추며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격동의 세월이 펼쳐졌다.


“중대신 대감, 여러 경로를 통해 <천경보전>을 수소문했으나 아직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일설에는 준왕이 경황없이 피난을 가는 바람에 미처 챙기지 못하다 보니 왕검성 주변의 비밀 장소에 묻어 놓았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마한의 왕궁 어딘가에 숨겼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소문만 무성할 뿐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어떠한 증좌도 확보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각자에서 들어온 첩보를 취합하여 일괄하는 일 호 간자가 민망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위만왕이 간자단을 활용토록 조치한 것에 따른 정례 보고 자리였다.

“왕검성 내의 첩보가 빈약하고 자료를 물색하는 것이 어려운 것을 보면 <천경보전>이 조선을 떠났다는 것이 일견 신빙성은 있는 듯 같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구리달이 일 호 간자에게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에는 그것이 없다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노릇이어서 답답한 건 소신도 마찬가지 이옵니다... 다만, 삼한 지역에 있을 확률이 확실히 높아 보이므로 그 곳에 좀 더 집중하겠습니다. 속히 의미있는 정보를 보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 이만 물러가옵니다.”

“챙그랑!”

힘없이 일어서는 일 호 간자의 얼굴 앞에 구리달이 엽전 한 꾸러미를 던졌다.

“좀 더 많이 다니고, 많이 만나고, 많이 먹게 ... 그 정도면 꽤 넉넉할 게야,”

뒤돌아서는 일호 간자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방천지에서 활동하는 간자의 수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제법 많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천경보전>에 대한 신빙성있는 정보의 부재가 계속되자 구리달이 당근책을 쓰기로 한 것이다. 돈이 흘러 다니고 먹을 것이 넘치는 곳에서 풍부한 얘기들이 많이 떠도는 것을 아는 까닭이었다. 탐문 위주의 구전 소문에 경도되었던 첩보내용들이 점점 구체적이고 진정성있게 돌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간자들이 고급 객잔이나 상인들이 많이 묵는 큰 주루 등에서 적극적인 탐문을 시작하자 설득력 있는 정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 얘기는 구리달의 귀로 실시간 전달되었다.

`마한의 왕실에서 보관중인 <천경보전>이 조만간 어느 험준한 악산의 정상에 만들어 놓은 비밀장소로 옮겨질 예정이다`라거나 `그 산 이름은 원악산이고 그 정상은 늘 구름에 뒤덮여 사람들이 오르지 못한다더라` 라는 식의 구체성을 가진 얘기들이었다.


그 소문들은 진정성 있는 정보로 구리달을 통해 위만왕에게 입안의 혀처럼 달콤하게 전달되었다. 왕을 알현한 날은 의례히 승전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의 위세인 양 구리달의 어깨는 힘이 넘쳤다. 왕의 총애를 받기 원하는 신하들은 왕과의 연결고리를 엮기 위해서라도 왕의 관심사를 알고자 했기에 찔끔찔끔 던져지는 정보에도 감사해 했다.


왕의 관심이 커질수록 구리달의 정치적 입지도 커져갔다. 그와 친분을 맺으려는 신하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대신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높아졌고 발언의 파급력이 커졌다. 최초로 <천경보전>의 이름을 입 밖에 낸 주인공 인데다, 몽형의 사후에는 조선에서 유일하게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신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왕의 신임을 받아서 독점적으로 취득한 정보도 홀로 취급하였는데 왕에게는 자신이 알고 있거나 경험한 사실 등도 가미한 해석을 붙여서 보고하다 보니 그만큼 왕과 독대하는 기회도 잦았고 시간도 길어졌다. 왕의 치하는 다른 신하들에게 부러움이자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구리달 앞에서 친분을 구하는 신하들은 앞에선 웃었지만 뒤에선 수근대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입은 가벼워지고 혀 놀림이 빨라지는 만큼 신임을 받는다고 생각한 구리달이 언젠가는 왕에게 버림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 때문이었다.


“뭐라! <천경보전>이 신선술 보다는 천하제일인이 되는 비급이며, 그 최고의 경지를 수련하면 신선이 된다는 얘기를 다른 곳도 아닌 이 조선의 왕실에서 했다니? ... 기가 차는군, 아니, 어느 놈이 그런 얘기를 했다 말이냐?”

화가 치민 위만이 크게 성질을 내며 호통쳤다.


“확인한 바에 의하면, 중대신께서 간자단을 통해 첩보를 입수하시면서 큰 진전이 없자 신빙성있는 얘기를 먼저 만들어서 퍼뜨리면 그와 관련한 애기들이 배가되어 나올 것이니 그때 하나도 빠지지 말고 취합하라고 했다 하옵니다.”

외랑대신 진황이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특히나, 삼한지역에 <천경보전>이 있음을 확신하는 바람에 정확한 정보의 수집을 위해 의심을 받지 않을 곳으로 출처를 말하다 보니 그런 오류가 난 것 같사옵니다.”


“그래? 적극적으로 정보를 캐기 위해 일하다 생긴 실수라 ... 아무리 그래도, 조선의 왕실을 거명하다니, 고이한 일이로고! 내 이 일은 용서치 않으리라!”

구리달에 대해 우려하던 신하들의 염려에 부응하는 듯, 위만의 귀에 상스러운 소문 하나가 들어왔다. 소리도 없이 들어왔다가 말없이 사라지는 여러 소문들처럼 사실을 검증하기 어려운 소문이었으나 분명히 왕의 의도와는 다른 내용이었다. 위만은 모든 것을 극비리에 진행하라고 엄명을 내린 상태였다.


그런데, 큰 나라 조선 왕실의 자존심을 일거에 백성들의 가벼운 혓바닥에서 놀아나는 농담거리로 만들다니... 분명, 경을 칠 중죄임엔 분명했으나 사실은, 적극적인 탐문으로 인해 생긴 예기치 못한 소문의 증폭 때문이었다. <천경보전>의 보관 장소를 찾기 위해 흘린 정보들이 신선술에 대한 책자라는 기존의 인지 범위에서 벗어나 최고의 무공비급으로 알려지면서 조선 왕실이 그 근거를 명확히 해주는 공신력있는 근거를 제공해준 셈이 된 것이었다.


그 얘기는 조선이나 삼한은 물론 멀리 중국의 여러 나라로도 퍼져나갔는데 비밀리에 추적하려던 조선 왕실의 의도와 어긋나는 결과였다. 또한, 신선술만을 담은 내용으로 출발하였으나 소문이 풍부하게 확대 재생산되면서 강호에서 제일가는 무공비급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다만, 언급된 내용은 사실 이전 부터 공공연히 퍼져나왔던 얘기였는데 갑자기 새로이 부각된 면이 없지 않았다. 그 이면에는 구리달을 시기하던 신하들 몇몇이 작당하여 구리달이 왕의 질책을 받도록 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음모였다. 구리달은 만들어 내지도 않은 말 때문에 곤욕을 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천경보전>은 사람의 경지를 초월한 무공을 연마하는 최고의 무술 비급으로 이를 익히면 무림의 최고봉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수련의 마지막 경지까지 왕성하면 살아있는 신선이 된다고 하더군, 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나?”

아침에 대동천 포구에서 내린 무사 두 명과 인근 주루에서 술판을 벌이던 털복숭이 사내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그럴듯하군, 나도 여러 군데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자네 말이 제일 와 닿는군 ... 그래, 어디로 가야 그 비급을 만날 수 있는거지?”

땅딸보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급하게 물었다.

“나도 관심이 있어 한동안 이곳에서 귀를 곧추세웠으나 정확한 장소는 아직 ...“

털복숭이 사내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대답했다.

‘그럼, 우리 내일부터 사방을 둘러 보자고, 우리 귀들을 합치면 정확한 정보를 얻을지도 모르니 말일세, 갈 곳을 알아 내는게 급선무로군, 그렇지 않은가 말일세. 크허허!”

삐쩍 마른 사내가 거나하게 술잔을 들이키며 호탕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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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살수왕 조도일 NEW 11시간 전 1 0 21쪽
21 소문을 타고 날아온 엽기 사건 24.04.24 4 0 15쪽
20 산골 소저가 맺어준 인연 24.03.04 19 0 21쪽
19 천하제일권 사마철을 만나다. 24.02.09 32 0 16쪽
18 드러나는 적들 24.02.01 40 0 25쪽
17 맹인 검객 선우이치 24.01.21 43 0 50쪽
16 삼한제일검 길태곤 24.01.05 50 0 45쪽
15 또 다시, 고수를 찾아서 23.12.22 49 0 15쪽
14 소도의 태동 23.12.14 52 0 12쪽
13 운명을 함께할 첫 궤를 걸다. 23.12.11 54 0 14쪽
12 인연을 엮는 여정의 시작 23.12.07 56 0 11쪽
11 고수 탐문 23.12.05 61 0 14쪽
10 소문에 대처하다 23.11.28 66 0 13쪽
» 사방천지로 퍼지는 소문 23.11.24 66 0 11쪽
8 삼한의 탄생 23.11.21 66 0 20쪽
7 위만, 진시황을 꿈꾸다. 23.11.16 69 0 12쪽
6 <천경보전> 23.11.14 74 0 14쪽
5 신선 이야기 23.11.10 76 0 9쪽
4 남부소국연맹 23.11.08 77 0 24쪽
3 뱃머리를 남으로 23.11.03 77 0 10쪽
2 회상 23.11.02 109 0 33쪽
1 악몽 +1 23.10.13 264 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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