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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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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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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11.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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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신선 이야기

.




DUMMY

준왕이 남부연맹의 맹주국인 월지국의 신지로 추대되어 조선 수복의 의지를 굳건히 할 즈음, 연나라 시절부터 갈망했던 동방의 신비로운 나라 조선의 왕에 오른 위만은 이민족 출신의 왕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백성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정책들을 펴며 국정을 안정시키고 있었다.


청동기 제품이 주를 이루던 병장기나 농기구를 품질 좋고 튼튼한 철제로 만들어 보급하는 등 대내외적인 안정을 꾀하는 한편 한나라와 북방의 군소 국가들 사이에서 중계무역을 통해 경제가 활성화되도록 만들었다. 나라는 물론 백성들도 부를 축적하니 호감이 높은 정책이었다.


민심을 얻는 것이 곧 왕실의 위상을 안정시키는 최적의 방안임을 대륙에서의 이미 경험했던 위만인지라 백성들의 가려운 곳을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해소시키며 민심을 통제했다. 대륙의 연나라 출신인 그가 조선의 토착민들을 제대로 통치하기 위한 정통성을 얻기 위해서는 백성들의 민심이 조용히 흘러 축적되는 시간이 필요함을 아는 위만이었다.


다른 한편, 관료들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여 왕권의 조속한 안정을 꾀했다. 왕위의 찬위에 공헌한 장군들과 신하들에 대한 개개인의 농공행상을 공개석상에서 논하여 자칫 뒷말이 나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없앴다. 대륙의 여러 나라 싸움터를 전전하며 활동했던 젊은 시절, 전공과 보상의 고저를 놓고 수없이 갈등하며 피비린내 나게 충돌하던 신하들의 만행을 많이 본 경험에 따른 조치였다.


또한 준왕을 보위했으나 회유된 신료와 장군들의 의견도 적극 수용하여 백성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들을 우대함으로써 준왕 시절의 정책이 자연스럽게 수용되어 민심이 이반되지 않도록 통제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다만, 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기를 넘긴 위만은 의심이 많아서 수시로 당근과 채찍의 원리로 신하들을 관리했다. 신료들이 지나치게 권한을 남용하거나 오만무례하여 자칫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만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지체없이 제거해 버렸다. 주로 사고를 당했다는 빌미로 해서 나타나는 그것은 누가 보아도 충분히 징벌적 응징이란 것을 다른 신하들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표나지 않는 효과적인 통제책이었다.


어느 순간, 자신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는 오히려 드러내 놓고 위협하는 위협보다 훨씬 큰 위기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조선은 준왕이 재위하던 때와 별반 다름없이 왕위를 찬탈한 위만을 왕으로 인정하며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었다.


다만, 특별한 사유 없이 정치를 잘해 나가던 준왕의 왕위를 이방인인 위만이 반란을 일으켜 찬탈한 명분을 백성들에게 내세울 근거가 부족한 것은 위만 정권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그가 왕위에 앉은 이후 급속하게 퍼뜨린 소문을 이용해 희석시키며 백성들을 납득시키고 있었다.


`흉노에 패했던 준왕이 실성하여 하늘에 지내는 천신제에 성의를 보이지 않자 하늘이 준왕을 버렸다`는 소문을 왕검성을 오가며 장사를 하던 상인들을 매수해 퍼뜨린 후 그것이 사실이라며 관리들이 추인하는 방식으로 각 지방에 급속하게 퍼뜨려 명분을 쌓았다. 이후 최초의 소문을 단초로 보다 더 그럴싸하고 공감 가는 소문을 추가해 왕위를 무단으로 찬탈한 것이 아니라 조선의 정통성을 잇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역설했다.


그러나 위만의 걱정과 우려는 애초부터 부질없는 것이었다.

백성들은 왕이 바뀌자 잠시 웅성거리기는 했으나 혼란이 잠잠해지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생업으로 돌아갔다. 민심도 요동치지도 않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역시 백성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과거의 일은 금세 잊어버린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 시절의 조선은 융성한 시기였다. 민생고 걱정이 없었고 대외적인 방비가 안정적이어서 백성들이 생활을 향유 할만한 여건이 보장되었기에 누가 통치를 하던 백성들에게는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전하, 조선을 창업할 때 하늘로부터 받은 보물이 `천부인` 세 종류 외에도 있다 하옵니다.”

“무엇이라? ... 그런 것을 어찌 지금에서야 말을 하느냐! ... 자세히 설명하라.”

“책자에 기록된 내용을 수련하면 신선이 될 수 있는 비급이 있었다고 하옵니다.”


위만왕 칠 년,

왕이 된 이후 언제나처럼 위만이 천신제를 주관한 후 며칠이 지난 늦가을의 말미였다.

제사와 농사업무를 관장하는 고위 관료인 중대신 구리달이 위만에게 황급한 보고를 올렸다.


위만은 그동안 준왕의 시절 때처럼 자신이 직접 천신제를 지내면서 하늘을 숭상하는 면모를 보여주었다. 지금 누리는 태평천지가 하늘에 대한 성의가 닿았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그가 만든 것이었다. 다만, 천신제의 제단에 올린 천부인이 가짜인 것은 왕실내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비밀이었다.


백두산에 설치된 제단에 올리던 천부인은 하늘과 교감하는 영물로 알려져 있었기에 제사에서하늘의 말씀을 전해주는 매개물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것을 준왕이 피난을 가던 와중에 챙길 줄은 누구도 몰랐기에 부득이 구리달의 기억에 의존해 비슷하게 제작된 청동검, 청동거울, 청동방울을 진짜인 것처럼 천신제 제단에 올렸던 것이다.


기실, 천부인의 존재는 대륙에서 온 위만에게는 아무 의미없는 허상의 껍데기에 불과했지만 천부인은 하늘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았음을 인정받는 상징물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백성들은 천신제를 통해 천부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이 하늘의 자손이라는 선민의식을 느꼈다.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아는 영악한 위만이 이를 놓칠리 없었다.


위만은 자신이 하늘의 아들을 정당하게 계승하였음을 보여주는 증표인 천부인을 온전히 보여주고자 했다. 보이는 실물인 가짜 천부인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권위는 극대화하려고 했고 그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다. 백성들은 멀리서 천부인을 대충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했다. 관심있게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세세하게 관찰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백성들이 천신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은 경제적 풍요에 따른 것일 뿐이었다. 돈이 여유있게 흘러 다녔고 수년간 풍년이었다. 위만이 정통성을 이어받은 온전한 하늘의 아들이라는 왕실의 회유는 그렇게 백성들 사이에 정설로 받아져 정착이 되었다. 천신제는 그렇게 왕위를 공고히 지탱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천부인 외에 신선이 될 수 있는 비급이 함께 있었다니 ... 그걸 챙기지 못했다?”

새삼 준왕의 왕실 재산들을 진작에 꼼꼼히 챙기지 못한 아쉬움이 깊게 남은 위만이었다.

“왕실 창고의 비밀 장소에 천부인을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들 모두 한 개의 청동함에 함께 보관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청동함에 비급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초 왕실 직계외에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던 극비중의 극비였지요. 그 비급은 촬피한 아주 얇은 가죽 책자의 형태로 천부인과 함께 보관되고 있었는데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던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염소수염을 닮은 턱수염의 중대신 구리달이 위만의 눈치를 연신 살펴가며 말을 이었다.

“그래? ... 그 비급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위만이 관심을 보이자 더욱 신임받을 큰 구실을 찾았다는 듯 구리달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 비급의 이름은 <천경보전>이라 들었사옵니다.”


당초, 위만은 준왕이 피난할 때 끝까지 추격하지 않았었다. 일생일대의 소원을 이루었다는 큰 감격에 따른 만족감도 있었지만 왕위를 찬탈한 이상 왕검성에 남은 자들에게 자신이 포악하지 않다는 인상을 보여줄 심산도 컸던 것이다. 더구나 준왕은 언제 준비했는지 많은 피난선을 이용해 먼 바다로 피신하는 바람에 추적이 어려웠던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포기의 이유였다.


“만약, 지금 말했던 그 사실을 알았다면 내 기어이 뒤따라가서 반드시 회수했을 터인데 ...하아, 안타깝도다... 그나저나, 신선이 되는 길이라... 흐~음 ...”

불현듯, 위만의 가슴에서 <천경보전>을 격하게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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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살수왕 조도일 NEW 15시간 전 1 0 21쪽
21 소문을 타고 날아온 엽기 사건 24.04.24 4 0 15쪽
20 산골 소저가 맺어준 인연 24.03.04 19 0 21쪽
19 천하제일권 사마철을 만나다. 24.02.09 32 0 16쪽
18 드러나는 적들 24.02.01 40 0 25쪽
17 맹인 검객 선우이치 24.01.21 44 0 50쪽
16 삼한제일검 길태곤 24.01.05 50 0 45쪽
15 또 다시, 고수를 찾아서 23.12.22 49 0 15쪽
14 소도의 태동 23.12.14 52 0 12쪽
13 운명을 함께할 첫 궤를 걸다. 23.12.11 54 0 14쪽
12 인연을 엮는 여정의 시작 23.12.07 56 0 11쪽
11 고수 탐문 23.12.05 61 0 14쪽
10 소문에 대처하다 23.11.28 66 0 13쪽
9 사방천지로 퍼지는 소문 23.11.24 66 0 11쪽
8 삼한의 탄생 23.11.21 66 0 20쪽
7 위만, 진시황을 꿈꾸다. 23.11.16 69 0 12쪽
6 <천경보전> 23.11.14 74 0 14쪽
» 신선 이야기 23.11.10 77 0 9쪽
4 남부소국연맹 23.11.08 77 0 24쪽
3 뱃머리를 남으로 23.11.03 77 0 10쪽
2 회상 23.11.02 109 0 33쪽
1 악몽 +1 23.10.13 265 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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