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 제현을 찿아서(2)
음…역시 이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뭐가 아닌 것 같냐고 물으면 답해는 주겠지만…솔직히 이런 거 내 성격에 너무 안 맞어. 나 납치당했지. 물론 그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 그리고 뭐, 능력도 잃어버렸으니 상식인이라면 당연히 가만히 앉아서 구출을 기다리는 게 맞겠지. 암, 그렇고 말고. 그렇기에 상식인인(자칭) 나도 그러려고 했고…그런데 가만히 있으려고 하니, 몸이 간지러워서 미칠 것 같단 말이지? 진짜 죽을 것 같아.
왜 이러는 걸까…그래도 아직은 버틸만 하다 이거지. 그러니까, 청린 형. 그…뭐냐, 겸사겸사 이민지도 같이. 나 좀 빨리 찾아서 구해줘.
안 그러면 나 진짜 미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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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들었는데?"
청린이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이민지의 귀에 들어갔는지, 이민지도 그에 맞춰서 화답을 해왔다.
"저도에요."
둘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둘 다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있다는 것이리라.
'왜 이렇게 불안한 거지?'
청린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일단, 납치를 당한 놈은 제현이다. 그래, 제현이다. 제현이다. 제현……
'그래서 불안한 건가? 그래도 녀석이라면 웃으면서 구조를 기다릴텐데. 왜 이렇게 불안한거지?'
청린은 아직 제현을 잘 몰랐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예로 제현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민지의 생각은 이러했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위험해. 제현이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할 수도 있어.'
물론 처음에는 이민지도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제현이라면 그저 웃으면서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됬기에. 게다가 능력도 잃었으니, 더 자중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그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납치된 사람이 제현이라는 거다. 물론 처음 몇 일…길게 잡아서 한 3~4일 정도는 조용히 앉아서, 그저 웃으면서 자신을 구하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능력도 잃었으니, 운이 좋으면 5~6일까지도.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5~6일이 지난 뒤다.
난동.
안 봐도 뻔했다. 능력을 잃었든, 잃지 않았든 사림의 본질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제현은 트러블 그 자체다. 어쩌면 '트러블의 여신'에게 사랑받고 있는…아니, 그는 분명히 '트러블의 여신'을 사랑하.고.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 여신은 자신을 사랑하는 그 우매한 영혼에게 '트러블의 가호'를 아끼지 않는다. 분명 그런 관계다.
"저…린 오빠. 조금 더 서두르죠."
"응? 그건 왜?"
"슬슬 불안해져서요."
"역시…너도 그래?"
"너도…라는 건 오빠도요?"
"어. 이거 영~껄끄러운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대체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
이민지는 청린이 제현을 안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이 그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다.
서두르라고. 그렇지 않으면 폭주한다고 말이다.
"서두르죠."
"어."
그들의 발걸음은 빠르게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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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 레바논의 공항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에이 씨. 그 자식은 대체 뭘 하고 지내는 거야!!!"
그 남자. 그는 '트러블의 가호'를 가장 많이 받는 존재의 가장 절친한 이였다. 그 존재와의 악연은 중학교 시절부터 이어지고 있으니, 약 4년 정도지만, 그 둘 사이의 진~한 우정(?)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남자였다. 뭐, 그 남자 본인은 그런 자신따위는 내다버리고 싶어하지만…
어쨌든 그 남자는' 그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자 문득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쩌다가 '그 존재'와 친해져서…뭐, 잘맞고 함께 있으면 재밌기는 하지만…너무 심해서 문제지. 뭐, 슬픈 얘기는 관두도록 하자. 더 하다가는 이 남자가 울 것 같으니까.
그럼 우선 '그 존재'에 정체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하자. 뭐, 이미 눈치챘겠지만 '그 존재'의 정체는 정제현이다.
그러면 이 남자의 정체는 말 안해도 나오겠지? 횡설수설 말이 많았지만 요약하자면……제현의 친구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진한 우정을 나눈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 즉, 구민우라는 얘기다.
최근 주우민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머쥐어서 A반으로 승격이 된 그가 왜 지금 이 시각에 레바논의 공항에서 발을 붙이고 서있는지에 관해서 얘기를 하자면 조금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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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클립스 스쿨 - K캠퍼스'의 교장실.
이것은 불과 몇 시간 전…A반으로 승격이 된 지 단 하루 밖에 되지 않은 나로서는 어이없는 이야기…아니, 임무였다. 누군가가 이 임무가 거짓말이라고 치부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나에게 이 임무를 맡기는 존재…요새 들어서 부쩍 얼굴을 맞대는 횟수가 늘어버린 존재. 원래라면 TV에서나 볼 존재. 그리고 그냥 TV에서만 보고 싶은 존재.
이 나라의 대통령이시다. 게다가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 이 임무가 결코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무언으로 보여주고 계신다.
빌어먹을!!
"그러니까 레바논으로 가서, 고 놈을 구해라고요?"
"그래."
아니,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그 놈이! 제현이가 납치를 당했다고? 지나가던 개가 인간을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겠다.
이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교장실의 분위기가 심각했기에 자제했다.
"어쩌다가 납치를 당한 건가요?"
"능력을 잃었다고 하네."
"네?"
하다하다…
"흠흠, 그렇군요. 그래서 납치 된 지는 얼마나 지났나요?"
"음? 그건 왜 물어보나?"
"중요한 겁니다."
"오늘로서 3일째라고 하더군."
"……아직은 여유롭군."
"뭐라고 했나?"
내 혼잣말을 들은 대통령께서 물으셨다. 하지만 굳이 이걸 말해서, 걱정끼쳐드릴 이유는 없겠지.
"딱히 중요한 건 아닙니다. 그런데 납치당한 건 어떻게 알았죠?"
"중국에서 연락이 왔네."
세계적인 클래스로 노는구나. 녀석은.
"……하, 참. 어이가 없네요. 그 녀석…"
"역시 그렇지? 그럼 맡아주겠나?"
"그러죠."
"그럼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죠."
이 임무가 개소리가 아닌 것을 안 이상. 한시라고 빨리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벌써 3일째. 이제는 한 시가 급하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고작 한 놈때문에 떨어져야 겠는가!!!
"하여튼 간에 미친 놈은 뭘 해도 미친 짓이 되버리는구만……"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교장실에서 나와서,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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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이유로 구민우가 지금 이곳. 레바논에 발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제현을 구하기 위해서! 더 좋게 말하자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
아무리 자타공인 자신의 가장 절친한 친구지만, 그래도 그런 친구보다는 한국의 위상이 더 중요한 구민우였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제현이도 똑같은 생각을 가졌을 거야! 암, 그렇고 말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그는 공항에서 빠져나왔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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