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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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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27,967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08.03 00:00
조회
75
추천
3
글자
12쪽

#67. 만회했으려나

DUMMY

왕성의 외벽 근처 수풀이 계속해서 움직인다.

백묘와 더불어 각 업체로 이루어진 한 개 조, 조심스럽게 포름의 저택 부근 외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포름의 얼굴이 심각하다.

그보다 형편없이 일그러져있다.


그레이가 그를 눈치채고 팔로 툭 건드렸다.


당황하는 포름에게 왜 그러냐는 질문을 던져도 입을 다물 뿐이었다.


‘이상한 사람.’


그레이는 다시 무덤덤하게 걸었다.


아까의 필의 대처.

누구보다 빠른 반응속도였지만, 포름 역시 그에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었다.

다만 그 술식을 받아치지 못했다고 하니 내심 분했다.


괜히 양산형의 철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직 무기가 손에 익숙지 않아서라고 스스로 위로하다가도, 점차 저택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심장박동이 더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레이를 한 번 흘깃 스쳐본다.


다시금 성녀의 기도가 새겨진 약속의 검이라면.

명예회복을 노릴 수 있을 거라 다짐하는 주먹을 움켜쥔다.


갓 뜨거운 청춘에게나 있을 법한 생각을 하던 포름의 옆에서 하루는, 그저 기습루트를 되뇌고 있을 뿐이었다.


“하루.”


소곤대는 유리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면 유리는 어째선지 제 몸통 쪽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뒤늦게 자신이 지닌 여섯 자루의 철검에 손을 가져갔다.


“그거 정말 괜찮은 거지?”


아무리 일회성이라 한들, 그만한 수의 검이라니.

누구도 감히 시도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허리 쪽에 단도와 소태도를 각 세 자루, 양 허리춤에 다시 양손 검 두 자루와 등에 대태도 한 자루.


아무리 자신이라도 하루 역시 기이한 상태라고는 생각했다.


“전투 때 괜히 걸리적거리지 않게만 해.”


만에 하나를 걱정하는 게 당연했다.


“도착했습니다.”


선두에 있던 오르비스가 뒤쪽을 향해 전달했다.


“다행히 추적은 없던 모양이네.”


저격수는 다른 조가 시선을 끌었는가.

유리는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포름. 이곳에 온 건 어디까지나 약속의 검이 전력증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예요. 하지만 위험하다면 곧바로 철수할 겁니다. 모두의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포름은 그렇게 당부하는 유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다시 긴장 상태를 유지했다.


“사살은 최대한 피하고, 포박을 우선시해. 우리 조는 최종적으로 저택을 사수, 거처를 생성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유리는 모두가 새겼을 계획을 다시금 되풀이해줌으로써 작전의 시작을 알렸다.


유리는 고갯짓으로 오르비스를 기동대의 첫 선두로 꼽았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하루를 꼽았겠지만, 아니나 다를까 지금의 상태로 봐선 오르비스가 제격이었다.


곧바로 그의 뒤로 필이 성벽으로 다가가 로프를 던졌다.


철컥


갈고리는 기가 막히게도 성벽 위에 안착했다.


오르비스가 무게를 실어 확인한 후 천천히 수직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내 성벽을 넘은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머잖아 몇 줄의 로프가 주르륵 떨어진다.


인원들이 차례차례 오르고 하루도 마침내 위로 올랐을 땐, 경비들이 깔끔하게 포박된 상태였다.


“과연 운영을 포기하고 모험가 길드를 자처한 만큼의 실력은 있는 모양이네요.”


그가 미소 지으며 쑥스럽게 뒷머리를 매만진다.

유리의 선택을 의심했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다.


드디어 왕성 내부로 진입하면 방향은 딱 들어맞았는지, 곧바로 포름의 저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에 경비들을 먼저 제압한 일원들이 신호를 보내면 이번에도 오르비스와 필이 저택으로 앞서 상황을 파악한다.


둘의 손짓에 따라 일원들이 차례로 저택 주위에 자리를 잡았다.


“포름. 검의 위치가 분명 2층 오른쪽 계단 첫 번째 방이었죠?”


“예. 누군가 손대지 않았다면 벽에 걸려있을 겁니다.”


“그러길 바라야겠네요.”


유리가 정문에 서서 조심스레 문고리를 돌려본다.


이내 포름을 바라보더니 고개만 좌우로 몇 번 저었다.


포름이 슬쩍 물러서 2층을 올려다보면, 어느새 올라가 있던 그레이가 로프를 내렸다.


“조심하게. 2층의 내부경계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모르니까.”


세인이 걱정스레 그를 붙잡는다.


포름은 나긋한 미소와 함께 제 팔을 붙잡은 세인을 천천히 떼놓았다.


로프를 잡고 올라가면서도 드디어 제 저택을 탐한 자가 누군지 볼 수 있겠다는 마음과 동시에 분개했다.

아직도 속 깊이 기사도를 새겨넣은 그를 누가 막으랴.


2층 발코니에 도달한 그가 최대한 신중하게 문을 열었다.


다행히 잠겨있지 않다.


포름이 슬며시 웃으며 들어간다.


‘문단속은 항상 꼼꼼히······’


그렇게 상대방을 비웃는 것도 잠시.


후웅!


옆에서 다가오는 살기에 포름은 급하게 몸을 굴려 방 안쪽으로 회피했다.


달칵


검을 내리친 누군가가 달빛을 등지고 서선 발코니의 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자연스럽게 문을 닫기 위해 고의로 빗맞힌 건가.’


포름은 당황했지만 그를 마주해서 오히려 기뻤다.


“너구나. 내 저택을 넘본 놈이.”


자신이 머물고 있던 방에 있는 자라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주모자도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에 신중했다.


다시 검을 바로잡는 실루엣에 포름도 검을 바로잡았다.


오랜만에 눈빛에 살기가 어린다.


최대한 감춘다고 감췄는데도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고 마는 건, 오랜 공백을 증명하는 듯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자네를 벨 생각까진 없네. 필시 자네도 이전에는 전우였겠지. 안 그런가?”


포름이 타이르는 투로 말하면, 어렴풋이 비웃음이 들려온 것도 같다.


‘끝내 목소리는 들려주지 않겠다는 건가.’


자신과의 합에서 이길 거라 장담하는 태도.

포름은 당연히 자존심에도 옅은 상처를 입은 듯하다.


한동안 마주한 두 검의 대치가 계속되었다.


오가는 심호흡과 동시에 누군가 깊게 숨을 내뱉을 때,

기어코 검의 마찰음이 울렸다.


채앵!

카각,

키이익─


용케 서로의 검을 느끼고서 생각보단 오랜 합이 오간다.


아무것도 보이진 않는다.

서로 동등한 조건 내에서 단순히 상대방의 호흡 소리만을 듣고서 검을 피했다.


두 눈이 점차 어둠에 익숙해지면 서로의 움직임은 조금씩 더 빠르고 망설임이 없어졌다.


몇 차례 어둠 속에서 거친 스파크가 일 때, 발코니의 문이 다시 벌컥 열렸다.


“포름!”


커튼이 걷히면 그레이의 외침과 함께 달빛이 한 번에 밀려 들어온다.


카각!


다시 한번 두 검이 맞닿는다.


새어 들어오는 달빛은 서로의 얼굴을 밝히기 충분한 양이었다.


상대의 얼굴을 포착한 포름의 눈썹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하이든.”


이름을 불린 그가 싱긋 웃는다.


자신을 몰아내고 레온을 그 자리에 올려놓는데 일조했던 인물 중 하나가 그곳에 있었다.


“오랜만이군요. 포르테스 경. 공백이 있어도 전 기사단장의 경험에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물러서세요 하이든 경!”


그레이가 옆에서 검을 빼 들었다.


그러면 하이든이 한 발짝 물러서 검을 떨궜다.


텅그렁


“흔치 않은 기횐데 좁은 방에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 못 한 게 아쉽습니다.”


“······난 내 역량의 반의 반도 쓰지 않았네.”


“뭘 겨루고 있는 거예요?”


포름의 발언에 그레이가 어이없다는 듯 외친다.


마침 방문을 열고 연합의 일원들이 마법진을 겨누며 들어왔다.


하이든이 그 속에서 얕은 숨을 내쉰다.


“빠르군.”


크게 저항하는 기색이 없다.


마치 그들이 몰려올 거라는 걸 알았다는 듯이.


“검은 챙겼어요?”


또각또각 걸어들어오던 유리가 물으면 포름은 그제야 검이 걸린 위치를 확인했다.

벽에 멀쩡히 있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그 검이······”


그레이가 검에 시선을 고정했다.


낡았다.


도둑조차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자네. 설마 실례되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포름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면 그레이가 헛기침을 했다.


“그럼 부탁 좀 하겠네.”


그녀가 검을 받았다.


그럼 유리도 내심 기대되는 눈빛을 하고 봤다.


그레이 역시 다소 긴장되는 기색이다.


용케 스승과 나눴던 수많은 대화 속에서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자신을 중심으로 진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인간 중에선 유일한 성속성이란, 천계의 것과는 미세하게 다른 빛깔을 뿜어낸다.


그 빛이 혹여 밖으로 새어나갈까 노심초사하는 와중에도 모두는 그 과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한 마디에 모두가 더욱 숨죽였다.

옆에서 속박되던 하이든마저.


“Genus······

Claritate······

Futurae······”


한 단어, 한 단어를 욀 때마다 검에 새겨진 글귀가 천천히 술식과 같은 빛을 띄워간다.


“Ad diem promisit········· Et, Eritque fine sacrificium.”


경건하게는 있어도 어딘가 난해한 표정인 일원이 대다수다.


“뭐, 뭐라고 하신 거야?”

“아, 좀.”

“지도 모르면서.”


아니나 다를까 그레이를 무안하게 하는 속삭임이 대거 나오고 있다.


다시 태세를 가다듬고 마무리를 짓는 그레이를 빤히 지켜보던 하이든이 지그시 눈을 감는다.


하이든의 행동을 주시하던 유리의 눈썹이 한 번 움찔한다.


─빠르군.


하이든의 말을 떠올리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라도 든 것처럼 고개를 획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빛이 새어 들어온다.

틀림없이 달빛이었을 광휘는 찬란함을 가미하면서 위화감을 형성했다.


순간 유리의 동공이 가늘게 세워진다.


“다들 피해!”


금안을 번쩍이면서 외치던 그녀는, 이미 틀렸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구우우─


점차 방안으로 밀려오던 빛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


“Precor.”


동시에 마지막 구절을 내놓음과 동시에 그레이가 쥐고 있던 검을 포름이 낚아챘다.


그리곤 하루가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기도 전에 포름은 발코니로 뛰쳐나갔다.


제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무수한 빛줄기에 당황함도 잠시, 그는 검을 아래서부터 위로 힘껏 휘두른다.


“흐읍!”


바닥에 긁혀 발생한 스파크가 자연스레 붙은 모양새로, 검은 그대로 빛과 같이 찬란한 불기둥을 생성했다.


자동 술식의 생성.

술식의 생성과정을 생략하고 법진이 발현되는, 성녀의 축복이 부여된 검만의 고유특성.


그렇게 생성된 고위급 광역계의 불기둥은 내리쬐는 빛줄기들을 하나씩 연소해갔다.


저택의 지붕이 그 영향에 휘말려 서서히 불씨로 흩어져가는 건 덤이었다.


‘인페르노.’


유리의 금안이 자동 생성된 술식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을 때, 동시에 자신들에게 쏟아져 내려오는 그것의 정체도 함께 포착했다.


인페르노가 빛줄기를 전부 막아낸 후에야 포름은 한 번에 숨을 토해냈다.


일부 일원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동그랗게 커진 눈을 한 하이든이 있는 방향으로, 포름이 뒤돌아 크게 웃었다.


“이 정도면, 만회했으려나.”


제 저택이 불타고 있다고 하는데도 그런 쾌활한 웃음을 보이는, 다소 철부지 같은 면이 있는 중년 남성이라.


하루는 잠시 루돌프의 미래를 걱정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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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 너만은 널 21.08.04 73 3 12쪽
» #67. 만회했으려나 21.08.03 76 3 12쪽
67 #66. 전조 21.08.02 78 4 12쪽
66 #65. 정말 좋은 구경했네 21.07.30 77 4 12쪽
65 #64. 단장 명령! 21.07.29 74 3 13쪽
64 #63. 형님뿐입니다! 21.07.28 77 3 12쪽
63 #62. 정말 미친놈이라고 21.07.27 83 3 13쪽
62 #61. 답답하진 않네 21.07.26 81 4 12쪽
61 #60. 이해, 조화······ 대화 21.07.23 87 4 12쪽
60 #59. 드디어 널 만날 수 있어 21.07.22 81 4 12쪽
59 #58. 일단 먹고 +2 21.07.21 88 4 12쪽
58 #57. 적당한 보험 정도로 21.07.20 80 4 12쪽
57 #56. 회유······요? 21.07.19 86 3 12쪽
56 #55. 좋지 않습니까 21.07.16 87 4 12쪽
55 #54. 스미스 정비소 21.07.15 84 3 12쪽
54 #53. 나는 반반 21.07.14 85 4 13쪽
53 #52. 저게 왕이라니 21.07.13 89 3 12쪽
52 #51. 차세대에 맡기겠습니다 21.07.12 96 5 12쪽
51 #50. 검은 아저씨 21.07.09 90 4 13쪽
50 #49. 당신이었군요 21.07.08 94 4 13쪽
49 #48. 자유도시 21.07.07 94 4 13쪽
48 #47.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21.07.06 94 5 12쪽
47 #46. 모든 걸 배송해드립니다 21.07.05 100 4 12쪽
46 #45. 특권이란 21.07.02 99 4 12쪽
45 #40. 그런 녀석이었지 21.07.01 103 4 12쪽
44 #44. 당신, 용사입니까 21.07.01 110 4 12쪽
43 #43. 나갈 수 있어 21.06.30 110 3 13쪽
42 #42. 성녀는 그래야 하는 건가요 21.06.29 117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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