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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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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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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76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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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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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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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52. 저게 왕이라니

DUMMY

“배송품 하나가 왕성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어.”


우쭐한 정보상의 콧대가 한껏 높아졌다.


“뭐야, 그냥 협력업체겠지. 뒤에선 종교가 부추겼더라도, 기존의 왕권체제에 찬성하는 귀족이나 근위대장이 중심이라고 공론화되었으니까. 그 정돈 있을 법도 하잖아.”


반면 실망하듯 반응하는 유리에게 재차 덧붙였다.


“아이, 그것뿐이면 말도 안 꺼냈죠. 고정된 업체가 아니었어요. 시간이나 들르는 업체도 불규칙적이었고, 심지어 제가 확인한 바론 내심 반대 여론이었던 업체도 섞여 있었어요.”


그렇게까지 들으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일정하지도 않은 곳에 택배를 주문한다는 것부터 전혀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위험에 노출되면서까지 그런 일을 감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곳에 있던 모두가 일제히 같은 의문에 도달했다.


그러다 문득 카뮤가 일침을 놓았다.


“직접 받아보면 되잖아.”


물론 백묘로 직접 들어올 리도 없는지라 우회경로를 알아봐야겠지만,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수고가 많았습니다, 정보상.”


“내 신분이 노출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지 며칠 동안 개고생이 따로 없었다고.”


스펨이 하루를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언젠가 진 빚을 청산해주기라도 바라는 걸까.


하지만 쉽게 넘어갈 리가 없다.


“따로 정보 값은 받았을 테죠.”


스펨의 웃음이 한 마디에 일그러졌다.


단숨에 간파당했다.


아주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남자다.


첫인상부터 단단히 박혀있었지만 새삼 다시 새겼다.


“그래도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렇게 지나가는 미소를 목격한 스펨은 대꾸할 말도 잊었다.


하루는 개의치 않고 중앙 테이블로 이동하는 유리를 따랐다.


“다음 건수라도 맡기고 가!”


스펨이 외치자 유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팔만 흔들었다.


‘당분간은 또 백수 신세 확정인가.’


낙담하던 찰나 제 허리춤에 있던 두둑한 돈 자루를 두어 번 쥐던 스펨은 그새 또 기분 좋게 떠났다.


그 와중에 세인은 아까부터 드높은 천장을 연신 올려다보고 있었다.


유리가 중앙 테이블에 착석할 때쯤 하루는 그런 세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당분간 천장에서 고개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인.”


보다 못한 하루의 부름에 그제야 그는 세상 깊은 호기심을 띤 눈으로 다가왔다.


“자유 도시가 이렇게 발전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유리 옆자리에 앉던 세인은 또다시 주변을 눈으로 한 번 크게 훑었다.


“그래도 왕실에 있었는데 대단해 보일 게 있습니까?”


얼마나 부산스러웠으면 하루가 먼저 그렇게 물었다.


“당연하죠!”


세인의 반응에 하루가 잠시 당황했다.


왕실과는 전혀 다르다.


기계 설비가 잔뜩 늘어서 있는 게 왕성과는 이미 다른 시대의 장소 같다.


어쩌면 옛이야기처럼 듣던 세계가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첨단 장비들이나 디자인, 분위기 모든 게 동떨어지게 느껴졌다.


하나둘 자유 도시 업체의 단장급들이 테이블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따로 왕좌가 있는 것도, 격식을 차린 기사들이 외곽을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광경조차 마음에 들었다.


어느새 주위에서 바삐 움직이던 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왜 연합의 장에 대한 자랑을 왕이 늘어놓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한참을 그렇게 떠들고 있자니 언젠가 테이블에 모인 단장들의 이목이 그에게로 쏠려있었다.


세인은 잠시 얼굴을 붉히더니 조용해졌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단장들의 호감을 샀다.


이미 왕성에서 한 번씩 마주했던 단장들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저게 왕이라니 믿기지 않네.”


한쪽에서 자켓을 어깨에 걸친 민소매의 다소 흐트러진 옷차림을 한 남성이 첫 마디를 뗐다.


그럼 포름이 불편한 표정으로 옆좌석에 있던 세인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세인은 전혀 개의치 않은 모양이다.


“그렇게 봐줘서 고마워요.”


오히려 그렇게 내뱉는 걸 보며 멋쩍게 앉아있을 뿐이었다.


제 사람이 아니라면 존칭을 붙이는 습관도 여전했다.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포름보다도 환경에 적응을 빠르게 마친 모양이었다.


“저······”


뭐라고 덧붙이려던 세인이 망설이면 그 남성은 용케 눈치채고 곧바로 제 이름을 밝혔다.


“투움이라고 불러 왕님. 스미스라는 기계 정비업체 단장이야. 지금은 어떻게 예전처럼 대장장이를 맡고 있지만.”


“아.”


투움의 발언에 다들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마를 붙잡거나 한숨을 쉬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여도 그는 뭐가 문젠지 눈치채지 못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세인의 답을 듣고서야 투움은 뒤늦게 미안한 듯 양손을 모았다.


“미안!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나, 무기 두드리는 거 좋아해!”


다급한 변명에 유리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정돈은 좀 하고 오지 그랬어.”


“급하게 오느라 고글도 못 벗었어. 좀 봐줘.”


그녀는 이미 모두와 얼굴을 익힌 듯했다.


반면 하루가 아는 얼굴이라곤 낯선 이들 중에서도 첫날 일면식이 있던 장 혼자였다.


물론 굳이 그런 일에 구애받는 타입도 아니었지만, 예전만큼 무신경하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하루 스스로도 어딘가 미묘한 변화를 맞고 있었다.


문득 장의 시선이 느껴지면 하루가 먼저 고개를 슬그머니 숙여 인사를 건넸다.


왜인지 한 번 움찔하던 장이 어색하게 뒷머리에 손을 얹고 반대 손을 흔들었다.


“다들 먼저 보고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 저희가 먼저 말하죠.”


가장 끝쪽에 자리 잡은 연보랏빛 숏컷의 여성이 입을 열었다.


“누구?”


“큐어. 모든 종족, 모든 분야의 교수와 레지던트를 갖추고 있는 병원장.”


세인의 귓속말에 유리가 답해줄 때, 큐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이미 펫숍 단장님은 알고 계시겠지만······”


“네!”


후드를 뒤집어쓴 앳된 목소리를 한 여성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제 말은 다 듣고 반응해주세요.”


큐어가 쌀쌀맞게 반응하면 다시 시무룩하게 손을 내린다.


“최근 동쪽에서 날아오는 버드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버드라면?”


“날개가 몸체의 약 5배나 되는 제법 쉽게 볼 수 있는 골리앗 종의 새예요.”


포름의 의문에 방금까지 소침하던 후드의 여성이 다시 설명을 붙였다.


“맞아요. 전에 백묘의 단장님에게 전해 받은 소견서. 인체실험 당시 사람들에게서 보였던 전례가 버드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었어요.”


세인과 그레이, 포름 뿐만 아니라 백묘 일행들의 낯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물론 인체실험 전에 충분히 행했을 실험들이라 예상하지만, 그 서순이 반대가 된 것만으로 그들의 의심이 싹텄다.


지금에야 왜 갑자기 인격을 지니지 않은 생물에게로 실험을 옮겼는가.


반 세력의 민심을 사기 위해서?


아니면 칠성교가 지닌 사상이 그만큼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을까.


돌연 하루의 시선이 멍해졌다.


첫 번째로 인계에 발을 디딘 천계인도 같은 사상을 지녔었던가.


몇 번씩 기억을 뒤집어봐도 당시 세라핌의 의중을 떠올릴 수가 없다.


아니, 그녀의 표정조차 쉽사리···.


그때의 자신은 누군가의 얼굴을 제대로 살핀다던가, 속내를 파악하려 하는 일을 그만큼 자처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큐어하고 키티의 소견은?”


‘키티라고 하는구나.’


아까부터 말 중간마다 활기차게 끼어들던 여성은 뒤집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고양이.


하루가 유리와 키티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그게 무례라는 걸 알면서도 반사적이었다.


“크흠.”


유리가 헛기침을 내뱉으면 그제야 하루의 활발히 움직이던 고개가 굳었다.


같은 종족이 드문 건 아니어도 어딘가 묘하게 다른 구석이, 구체적으로 유리가 사람에 가깝다면 키티는 조금 더 고양이에 가까웠다.


그러고 보면 그런 종족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모든 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종족.


그들의 외견이 동물과 근접해있다는 점만으론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굳이 자기소개에 종족을 끼워 넣지도 않는 시대에, 종족을 묻는 건 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홀로 별것도 아닌 일로 고심할 때 키티가 입을 열었다.


“우리 단원들이 버드와 교감을 시도했는데, 다 끊어져 가는 목숨이었던지라 확실하진 않아.”


“괜찮아. 없는 단서보단 나을 테니까.”


조금 쓸쓸한 표정을 짓던 키티가 당시 그들이 토했을 다잉 메시지를 읊조린다.


“우리, 테스트, 그들, 완성품. 우리······ 귀소 희망.”


그렇게 말하는 동안도 그녀는 힘겨워 보인다.


테이블을 둘러싼 일원들은 하나같이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는 주먹을 움켜쥐며 분노를 사그라뜨렸다.


“완전한 결과를 대상에게 옮기기 전에 사전 시험을 행하기라도 한 건가?”


먼저 의견을 말한 건 오르비스였다.


“대상이라니?”


장의 질문에 잠시 멈칫하던 오르비스가 뒤쪽의 누군가와 자문을 나눈다.


언젠가 그가 말했던 파트너였을까.


귓속말을 듣던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또 발언했다.


“음. 우린 쿠데타를 일으킨 반역자들이 그 대상이라고 생각해.”


“그들이 칠성교의 실험을 받아들인다고?”


“아마 거절했겠지. 그렇기에 행한 본보기 아니었을까.”


반대편에 앉아있던 녹티스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일 때 스텔라는 이미 그 옆에서 졸고 있다.


다들 익숙한 듯 논외 취급인 모양이다.


“만약, 그들이 실험을 받아들인다면 훨씬 골치일 거예요.”


웅성거리던 모두가 큐어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버드를 치료하던 와중에 날개 골격을 포함한 일부분이 경화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어요. 버드들의 뇌파가 불안정해지고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지속 되어서 그렇지, 신체적으로 결함 된 부분은 전무예요. 오히려 일반적인 버드와 비교해 네 배가량 견고함을 보였죠.”


이야기를 듣다가 일부 사색이 되어가면 처음부터 잠자코 있던 자라가 드디어 입술을 뗐다.


“우리 길드를 포함해 왕성에 있던 백묘와 다른 업체들도 후퇴를 우선시할 정도였어. 그만큼 상상 이상이었는데 그때 칠성교의······. 편의상 강화라 부를게. 그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면, 칠성교에게 강화 받은 그들이 어느 정도일진 사실 짐작하지 못하겠어.”


여느 때와 같은 나긋한 말투였음에도 또 다른 무게감이 상황의 심각함을 직시시킨다.


무려 용인족인 그가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다.


“그래도 다른 업체들이 자유 도시의 확장 및 운용으로 세력이 빠져 있었으니······ 제대로 붙는다면 해볼 수 있지 않겠어?”


투움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들을 모두 몰살한다는 이야기라면 말이다.


하루의 그런 고민거리가 세인에게도 똑같이 골치였던 건지 세인이 손을 슬며시 들었다.


그게 큰 파장을 나으며 내부분란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읽지 못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목소리를 내는 데 망설임이 없던 건, 앞으로 꾸려질 새로운 터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중요사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전에 무엇보다 그 방향성을 향해 모두가 함께 갔으면 했기에,


“사살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우선으로 모색해 보지 않겠습니까.”


그의 소신대로 던진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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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 만회했으려나 21.08.03 76 3 12쪽
67 #66. 전조 21.08.02 78 4 12쪽
66 #65. 정말 좋은 구경했네 21.07.30 77 4 12쪽
65 #64. 단장 명령! 21.07.29 74 3 13쪽
64 #63. 형님뿐입니다! 21.07.28 77 3 12쪽
63 #62. 정말 미친놈이라고 21.07.27 83 3 13쪽
62 #61. 답답하진 않네 21.07.26 82 4 12쪽
61 #60. 이해, 조화······ 대화 21.07.23 87 4 12쪽
60 #59. 드디어 널 만날 수 있어 21.07.22 81 4 12쪽
59 #58. 일단 먹고 +2 21.07.21 88 4 12쪽
58 #57. 적당한 보험 정도로 21.07.20 80 4 12쪽
57 #56. 회유······요? 21.07.19 86 3 12쪽
56 #55. 좋지 않습니까 21.07.16 87 4 12쪽
55 #54. 스미스 정비소 21.07.15 84 3 12쪽
54 #53. 나는 반반 21.07.14 85 4 13쪽
» #52. 저게 왕이라니 21.07.13 90 3 12쪽
52 #51. 차세대에 맡기겠습니다 21.07.12 96 5 12쪽
51 #50. 검은 아저씨 21.07.09 90 4 13쪽
50 #49. 당신이었군요 21.07.08 94 4 13쪽
49 #48. 자유도시 21.07.07 94 4 13쪽
48 #47.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21.07.06 94 5 12쪽
47 #46. 모든 걸 배송해드립니다 21.07.05 100 4 12쪽
46 #45. 특권이란 21.07.02 99 4 12쪽
45 #40. 그런 녀석이었지 21.07.01 104 4 12쪽
44 #44. 당신, 용사입니까 21.07.01 110 4 12쪽
43 #43. 나갈 수 있어 21.06.30 110 3 13쪽
42 #42. 성녀는 그래야 하는 건가요 21.06.29 117 4 13쪽
41 #41. 끝까지 모른다고 해줘 21.06.28 10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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