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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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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27,938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07.06 01:06
조회
93
추천
5
글자
12쪽

#47.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DUMMY

악몽을 꾸지도 않았는데 거친 호흡과 함께 눈을 떴다.


요란하고 부산스럽다.


“정신이 들어?”


누군가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린다.


“하트?”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당신의 전 단장이 불러왔어.”


하트의 말에 이번엔 또 옆에서 루이스가 다가왔다.


“일어났구나.”


“단장이 어떻게······”


“뭐, 어떻게 알았냐고? 이삭이 툭 하면 들르는 곳인데 알고도 남지.”


머리가 아프다.


그보단 심장이 더 아팠을 텐데 하루는 어째선지 이마에 먼저 손을 짚었다.


“치료한 전적이 있는 건 어쨌든 네 주치의뿐이니까. 건방진 고양이한테 부탁해서 데려왔어.”


“거기서도 건방진이 붙는 거야?”


어디서 이렇게 짜놓은 연극처럼 차례로 등장하는 건지, 유리가 나타났다.


그리고 뒤따라 단원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왜인지 처음 보는 이들도 문밖에서 얼굴을 빼놓고 하루를 보려 애썼다.


주변 풍경을 뒤늦게 확인하면 제2 지부인 듯했다.


‘추가 인력인가.’


멋대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을 때,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일원들의 안부로 방안은 그새 또 떠들썩해졌다.


하트가 팔짱을 끼고 노려보면 그제야 머쓱한 듯 그들이 조용해졌다.


“환자에게 먼저 할 말이 있으니 차후에 들어와 주시죠.”


그녀의 말에 일원들이 떠밀려 나가듯 문밖으로 사라졌다.


폭풍이 몰아쳤다 간 느낌이다.


그제야 한적해진 방안에서 하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팔짱을 끼고 이번엔 하루를 노려봤다.


“안 그래도 취약한 술식은 왜 쓴 거야.”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술식에 취약하다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까?”


하트도 그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심 당황한 듯했다.


“하아. 당신을 처음 본 건 내 진료실에서가 아니야. 훨씬 예전이지.”


“예전이라면······.”


“전쟁터지 뭐겠어. 젊었을 적 한창 실습으로 드나든 적이 있었어.”


이내 풋내기를 쓸 정도로 그야말로 난장판인 곳이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하트는 옆에 놓여있던 링거를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한 번은 의료진이 있던 야영지에 적군이 쳐들어 왔어. 주변 선배들이 몰살당하던 광경을 보면서 아, 나도 영락없이 당하겠구나 싶을 때 당신이 나타났어. 그리곤 그렇게 말했던가.”


─신경 쓰지 말고 살려. 귀중한 전력이다.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현자는 둘째치고 자신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젊었을 적 전쟁터에서 구했다면, 이미 제 나이 정도는 가볍게 간파 중이라는 말이다.


“왜 그때 말하지 않았습니까.”


“예전에 살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하고?”


“그게 아니라······.”


하트는 링거에 약물을 추가하고 잠시 상태를 지켜보더니 다시 옆에 앉았다.


“나이를 먹지 않는 것 정돈 이상한 축에 속하지도 않잖아?”


그 정도의 축이라면.


그래도 언급하지 않겠다는 듯 돌려 말한 뜻은 잘 전달되었다.


그녀는 침묵하는 하루를 살폈다.


“여튼 술식에 약하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는 거지.”


얕은 한숨과 함께 화제를 돌렸다.


“······성속성이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역산이라며. 적어도 2배 이상은 무리가 갈 텐데. 당신, 여태 살면서 부담 같은 거 느껴본 적도 없던 거 아냐?”


“······검이 없어서······.”


“검? 아, 담보로 맡겨놨던 그 검. 낡아서 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던데.”


그러고 보면 하트의 기억 속에도 어렴풋이 검을 휘두르는 그의 잔재가 남아있었다.


하루는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언저리에 손을 얹었다.


확실히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요행을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신도 이미 느끼고 있는 거지. 열어본 나만 알겠지만, 그 심장을 갖고 용케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검이 아니면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잠시 이해하지 못하던 하트는 참 곤란한 표정도 지었다.


하루는 그 의중을 눈치채지 못하고 문득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아이들, 아이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하트가 그 질문에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말하기 싫은 것보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고심했다.


하루는 그녀가 입을 열기 전까지 의구심을 갖고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하트가 하루를 지그시 쳐다보고 입술을 뗐다.


“당신, 무려 나흘간 눈을 뜨지 못했어.”


“예?”


용건을 간단히 한다곤 해도 너무 갑작스러웠다.


“그야 대수술이었으니까 후유증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야. 지금부터는 다른 일원들도 부를 건데 괜찮겠어?”


“제 몸 상태를 말하는 거라면 괜찮습니다만······ 그건 왜······”


“나 혼자 다룰 수 있는 안건이 아니니까.”


도무지 어떻게 흘러갔는지 요 며칠간 벌어졌을 상황들이 좀체 짐작도 되지 않는다.


하루의 안위 여부도 물었겠다 하트가 잠시 바깥으로 나가면 얼마 뒤 일원들이 함께 들어왔다.


어느새 한 방이 꽉 찼다.


눈을 막 떴을 때도 그랬지만 평소 유리의 표정은 아니다.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유리가 지그시 눈을 감더니 얕게 코로 숨을 내뱉었다.


“쿠데타가 일어났어.”


“······예?”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려도 단어 선택의 실수라고 여겼다.


“미처 잔당들을 처리하진 못했습니다만······ 설마 왕성에 있다던 칠성교의 기습이 있었습니까?”


하루가 다시 단어를 고쳐 말하니 주위의 반응은 생각보다 싸늘했다.


“하루. 다시 말하지만, 기습이 아니야.”


그러고 보면 유리가 그런 사소한 실수를 할 리가 없었다.


하루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유리는 팔짱을 꼈다.


그녀 역시도 곤란하단 표정이었다.


“설마 칠성교에 가담하고 있던 귀족이······”


유리의 고개는 이번에도 부정했다.


“그럼 대체─”


“귀족의 태반이야.”


“예?”


“근위대장을 선두로 귀족 세력이 들고일어났어. 물론 칠성교도 중심에 있었고. 언제부터 작당한 건진 몰라. 아그레스 외에 그 존재를 아는 이들이 있었나······ 대체 어떻게 구슬린 건지.”


유리가 손톱을 물어뜯었다.


확실히 너무 급작스러운 얘기였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돌연 왕성을 탈환 당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원래 모든 건 이렇게까지 느닷없는 것인가 의심스러우면서도 아직 꿈은 아닐까, 자각하려 애써본다.


산 너머에 산을 바로 마주하는 건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것보다 하루 이틀 사이에 가능한 일인지조차 납득가지 않았다.


하루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무언가 떠올렸는지 목청을 조금 높였다.


“본부에 있던 단원들은······!”


“아, 소식 전달해준 게 본부 일원들이야. 어제 왕성에서 빠져 나왔어.”


“예? 그럼······”


그제야 유리는 조금이나마 미소를 띠었다.


“이곳에 있어.”


보지 못했던 이들이 종종 섞여 있던 이유는 그래서였나.


하루는 다시금 주위에 자리한 이들을 둘러봤다.


누군가는 지그시 웃었고, 누군가는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선 손을 흔들었다.


“오, 설마 하루의 걱정을 들을 줄이야.”


“그러게. 신입도 이제 신입이 아니란 거네.”


주변에서 웅성대면 하루는 조금 머쓱한 표정으로 다시 조용해졌다.


“긴급상황이니만큼 멀리 파견한 정예들도 전부 불러들였어.”


대체 택배업체의 어떤 일이면 그렇게 오래 파견이 가능한 건지 가늠도 안 갔다.


그나저나 말로만 듣던 그들의 소식에 조금 긴장이 감돌았다.


그중 하나였던 히나는 이미 면식이 있지만, 그녀 정도면 분명 빙산의 일각.


전투 인원뿐 아니라 수많은 방면에서 저명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그들 모두를 파악하고 있진 않았다.


“지금은 외부 순찰 때문에 나가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콧대도 이전보다 한껏 높아져 있는 게 보였다.


하루는 현재 자신이 찾고 있는 인물 중 한 명도 그중 포함되었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보다도 지금은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이 있었다.


“아이들은요?”


“다행히 그레이는 반기를 들지 않았어.”


귀족의 대부분에 속하지 않았던 건가.


하루는 내심 안도했다.


“······수고했어, 정말.”


이래저래 갑작스러운 유리를 하루는 빤히 바라봤다.


생각해 보면 자신에겐 방금의 일이었어도 이들에겐 나흘 전의 일이었던가.


그녀의 그런 표정도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전 근위대장하고 태랑의 단장한테 들었어. 너희 덕에 그레이도 생각을 바꿀 수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당연히 아이들도, 너희 덕에 무사한 거야.”


전부 제쳐두고 그저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말만 맴돌았다.


하루는 안심하는 반면 시무룩해진 듯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배송을 마무리하진 못했습니다.”


유리를 포함한 단원들 모두 어색한 웃음을 보였다.


“배송지가 그 모양인데 배송품을 어떻게 보내.”


왜였을까.


그 말에 쓰러지기 직전까지 얘기를 나누던 검은 제복의 택배기사가 언뜻 머릿속을 스쳤다.


그라면 가능했을지도.


물론 그렇게 된다면 루돌프를 잃었을지 모르겠다만.


“왕성을 다시 탈환했을 때, 의뢰를 다시 맡길 생각은 없는지 물어보던가.”


“그땐 의뢰발주의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지만요. 그것보다 백묘나 자유도시 연맹이 있는데도 왕성 탈환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


“글쎄. 솔직히 나도 두 눈으로 보지 않아서 몰라도, 할만했다면 도망쳐 오진 않았겠지.”


“하루, 그들은 강해.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켜보던 단원 중 하나가 덧붙였다.


“그 정도였습니까.”


“제대로 살필 여력은 없었어. 말 그대로 재난에 가까웠으니까. 다만 반란군의 상태가 조금······ 아니 역시 모르겠어.”


칠성교에 가담했다면 무언가의 변화가 있었을지 모른다.


여태까지의 행적만 확인해도 틀림없이.


그래도 확 와닿진 않는다.


칼리파가 세 쌍의 상징을 지니긴 했어도 과연 치품정도의 인재였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단순히 그녀가 대주교였던 것으로 칠성교의 역량을 어느 정도 상정하고 있었다.


‘칼리파는 논외였다는 얘기인가.’


단시간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왔는지 하루는 제 이마에 손을 올렸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영혼 채로 소멸시켰다고 하는데, 그녀의 한 마디는 아직도 세상에 맴돈다.


이럴 때 한해서 자칭 신이라는 작자는 왜 아무 답도 없는 건지.


어쩌면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전처럼 입을 닫고 마는 건지.


하여간 좀체 도움이 안 되는 녀석이었다.


그런 하루를 보던 유리가 잠시 뜸 들이다 입을 열었다.


“······가볼래?”


“예?”


“아이들한테.”


“그래도 되는 겁니까.”


‘지금 진정시킬 수 있는 게 그것뿐이니까.’


그러자 곁에 있던 하트는 몇 번의 기침을 놓았다.


“혹여, 그를 곧바로 투입할 생각일랑 하지 마.”


곁에 있던 하트의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


“어? 어, 그럼. 주치의 말은 당연히 들어야지. 걱정하지 마···!”


지금 상황을 넘기기 위해 어떻게든 얼버무렸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상황에서 그라는 존재의 유무는 틀림없이 중요했지만, 하트의 말도 백번 이해했다.


주변에 있던 단원들의 시무룩해진 상태를 확인한 하루만, 연신 눈치를 살핀다.


작가의말

저는 천하의 멍청히 천치 말미잘입니다..

어디서 꿈이라도 꾼 건지 이미 올렸다는 착각에 빠져버렸어요 ㅠㅠ
지각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ㅠ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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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5. 좋지 않습니까 21.07.16 87 4 12쪽
55 #54. 스미스 정비소 21.07.15 83 3 12쪽
54 #53. 나는 반반 21.07.14 85 4 13쪽
53 #52. 저게 왕이라니 21.07.13 89 3 12쪽
52 #51. 차세대에 맡기겠습니다 21.07.12 96 5 12쪽
51 #50. 검은 아저씨 21.07.09 9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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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6. 모든 걸 배송해드립니다 21.07.05 100 4 12쪽
46 #45. 특권이란 21.07.02 9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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