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27,966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07.07 00:00
조회
93
추천
4
글자
13쪽

#48. 자유도시

DUMMY

“아, 나온 것까진 좋았는데 말이야.”


“안 나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그 이야기 좀 그만하면 안 되나? 어쨌든 나왔잖아.”


맨발로 터벅터벅 걷던 두 명은 계속해서 다투고 있었다.


어딘지도 모를 숲속에서 먼저 주변을 살피던 한 명은 드레이코였다.


“말이 야영이지 노숙만 몇 번째야.”


옆에 있던 발터가 그를 힐끔 쳐다봤다.


“옥에서의 생활이나 별반 차이도 없는데, 아직도 그런 걸 신경 씁니까.”


그 말에 혀를 차며 질색하던 드레이코가 다시 앞장서 움직였다.


발터도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한참 걷던 드레이코가 입고 있던 죄수 복장을 슬쩍 들춰 냄새를 맡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게 부지런히 빨라고 했잖습니까.”


“아, 어차피 뒤질 건데 더럽게 가나 깔끔하게 가나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될 줄 알았겠냐고. 어쨌든 마냥 이러고 돌아다닐 수도 없겠네.”


계속해서 딴지를 넣는 발터에게도 슬슬 익숙해질 것 같았다.


다리를 쉬지 않던 드레이코가 이윽고 멈춰 섰다.


“마을이다.”


그와 나란히 선 발터가 묵묵히 응시하고 있었다.


“지나쳐갑시다.”


“뭐? 장난해?”


“그럼 죄수복을 입고 들어가잔 말입니까? 약탈이라도 할 생각이었다면 혼자 나오는 게 좋았을 겁니다.”


발터는 물러설 의지가 없어 보였다.


드레이코는 가만히 이만 악물고 있다 괜히 땅을 걷어찼다.


“아오! 그럼 감시라도 하던가!”


이내 외치더니 다시 마을로 향해버렸다.


발터가 그런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튼일은 절대 안 됩니다!”


끝내 뒤따르는 발터와 드레이코의 옥신각신하는 뒷모습만 비췄다.


#


우웅─


열리는 방문으로 단원들이 우루루 몰려나오고, 루이스의 부축을 받은 하루가 마지막으로 나왔다.


하루는 잠시 서서 낯선 시선으로 지부를 둘러봤다.


“그래도 고작 나흘이었을 텐데 전부 지어진 겁니까.”


이따금 보이던 철근 같은 잔해 따위도 없었다.


물론 백묘는 거의 완성된 형태여서 충분했을 터였다.


그 이후로도 단원들의 손이 많이 닿았는지 처음의 분위기와는 여간 달랐다.


페인트칠이 되어있다거나, 누군가의 물건인진 몰라도 여러 가구나 소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까지 걸으며 가장 눈에 띄는 건 벌써 자연스레 운영되고 있는 일터였다.


카운터에선 이미 기계 조작을 통한 의뢰수주나 발주에 능수능란한 손들이 보였다.


이럴 때면 백묘의 일반 채용의 허들이 높은 이유도 납득갔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도 보인다.


“가엔.”


“하루씨!”


그녀가 금세 앞까지 달려왔다.


“몸은 괜찮아요? 아까 단원들이 몰려 들어가긴 하던데 깨어나셨었네요!”


“예, 뭐······. 근데 뭐하고 계시던 겁니까?”


“아, 저도 2지부는 낯서니까요. 선발대한테 좀 배우고 있었죠. 그나저나 기계란 건 어렵네요.”


배시시 웃는 가엔을 하루가 빤히 바라봤다.


“고생······하셨습니다.”


하루는 스스로 면목이 없었는지 고개를 떨궜다.


어째선지 반사적으로 그렇게 돼버렸다.


가엔은 한동안 멍하니 반응을 지켜보다 손사래를 쳤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저흰 멀쩡해요. 본부에 그래도 히나씨 같은 사람이 남아줘서 다행이었죠.”


“······.”


“아······.”


순식간에 정적이 드리웠다.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던 가엔의 입꼬리도 조금 어색해졌다.


“사실 그렇게 멀쩡하진 않았어요.”


가엔은 돌연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조금 흠칫했다.


“정예 단원들이 도착한 건 제법 후였거든요. 그나마 브라운씨 같은 돌격대가 버텨줬지만, 알잖아요? 트레버씨나 저 같은 단원들은 그럴 때 한해서 무능력하단 말이죠. 그동안 다친 사람도 많았고 본부도 엉망이에요.”


하루의 미간이 조금씩 좁혀졌다.


“게다가 2지부에 연락을 했는데 우연히 하루씨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때 본부 분위기도 얼마나 삭막했는지 보셨어야 해요!”


하루는 뭔가를 목구멍에 담고 있는 듯 잠시 입술을 뗐다 다물었다.


여전히 말없는 그에게 가엔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곤 다시 배시시 웃었다.


깨어나기 전까지 다들 침울했는데 지금은 좀 나아진 거라고.


정말 다행이라며.


하루는 그녀를 보던 자신의 얼굴이 어땠는지 좀체 짐작할 수 없었다.


틀림없던 건 예전엔 지을 수 없던 표정이었다.


그가 괜히 고개를 더 숙였다.


가엔이 그런 그의 상태를 살피려고 슬그머니 자세를 낮추면 그의 고개는 더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좀처럼 드문 광경에 옆에서 지켜보던 루이스와 유리가 서로 시선을 나눴다.


“하루──!”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카뮤가 하루의 얼굴에 그대로 돌진했다.


카뮤가 온몸으로 하루의 얼굴을 감쌌다.


“다행이야아!”


거의 울부짖다 싶은 그녀의 외침에, 주변에서 몰래 대화를 엿듣던 단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만연했다.


하루는 그녀가 차단한 어두컴컴한 시야 속에서 조금이나마 진정했다.


“······다.”


“뭐?”


들리지 않는 말에 카뮤가 슬그머니 물러나면 그제야 그의 얼굴과 마주했다.


“······감사합니다.”


정작 위기를 겪고 있던 건 그들이었을 텐데 위로를 받자니 영 기묘했지만,

하나같이 안부를 물으러 와주니 생각난 말은 그것뿐이었다.


카뮤가 자그마한 얼굴로 싱긋 웃었다.


“나가자! 하루도 본 적 없지?”


“뭘 말입니까?”


“이 선배도 놀랐으니까 후배는 아마 더 깜짝 놀랄 거야!”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다운 게 좋았다.


카뮤가 먼저 입구를 향해 휙 날아가면 루이스가 다시 하루를 부축했다.


입구에 다가서자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스며들어오는 햇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뒤이어 눈이 적응되어갈 즈음 나타난 광경에 하루는 속으로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나흘 동안만 뻗어있던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포장된 바닥을 포함한 도로공사가 완공되어있었고, 철거된 외벽으로 짓고 있던 주택들엔 이미 입주민들이 차 있었다.


사막지대인 만큼 시원한 색감 위주로, 외향적인 부분도 사뭇 공들인 것으로 보였다.


시공사들이 철근이나 건축자재를 들고 바삐 돌아다니던 거리는, 수많은 종족이 활보하고 있었다.


‘어느새 계단까지 생겨있고.’


하루는 계단 아래를 내려다 봤다.


누군가는 가게 안에서 흥정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여유롭게 비행 선착장에서 빵을 뜯는다.


분명 쿠데타가 일어난 지역이 저 앞에 있다고 하는데, 마치 다른 세상의 일인 것처럼 타지역에서 온 이들도 그 일상에 합류했다.


데저트 펑크의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자유도시.


이따금 장비제작소의 마찰음이나 비행선의 뱃고동이 그 단어에 실감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시끌벅적하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만들게 되니 아이러니하다.


“저기 봐!”


위쪽에서 거대한 그림자를 몰고 온 건 비행선이었다.


‘············.’


그게 이렇게 금방 실존하게 될 만한 교통수단이었던가.


조금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는 방향이 다루스 영지 쪽인데요.”


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반이 되어있어선지 좋더라구. 다루스 영지 선착장 건축은 그쪽에서 거저 줬지 뭐.”


“······쿠데타가 일어난 건 맞습니까?”


일어나자마자 확인한 사실이 의심스러워 재차 물으면서도 뭔가 이상했다.


“지금 왕성과 자유도시를 가르는 무형의 분단선이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 그 때문에 최전방 요새 취급인 우리로선 힘들어도,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면 뒤쪽은 그만큼 안심할 테고······”


“······반란군 내부에서 반 세력을 만들기 위함입니까.”


유리는 그럴 때마다 그의 기지에 감탄했다.


구태여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경험이 말을 해주는 걸까.


“맞아. 어떤 방식으로든 소문은 들어가기 마련이니까.”


“생각보다 저쪽이 잘 지낸다면요?”


“아하하······ 그런 쪽으론 생각해본 적 없긴 한데.”


유리의 귀가 쫑긋댔다.


무안하게 머리를 긁적이던 그녀에겐 그렇게 말했어도, 말은 안 되는 일이겠지.


거리에 눈을 두고 있자니 저 지평선의 광경과는 아무리 봐도 동떨어져 있었다.


“견고회가 이름값은 하는 모양입니다.”


“견고회뿐이겠어? 우린 슬슬 비행선으로 갈 준비하자고.”


유리가 루이스 반대쪽에서 하루를 지탱했다.


“뭐야.”


루이스가 노려보면 유리가 특유의 심술궂은 미소를 내비쳤다.


“아줌마는 슬슬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어? 단장이 그렇게 오래 자리 비워둬도 괜찮나 몰라.”


“너한테만큼은 듣고 싶지 않았다 건방진 고양이.”


“미안하지만 이 녀석은 ‘내’ 단원이거든. 단장으로서 단원을 보살펴야 하는 건 당연하지!”


오늘따라 묘하게 서로 조용하다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 아득바득 싸우니 그제야 돌아왔다는 실감이 든다.


양 귀로 그들의 윽박을 듣고 있던 하루가 참다못해 부축받던 팔을 내렸다.


“엉?”


어깨가 가벼워지자 둘은 동시에 얼 탄 얼굴로 서 있었다.


중간에 선 하루가 양손을 들어 보였다.


“전 괜찮으니 두 분은 일 보러 가시죠. 선배하고 다녀오겠습니다.”


“좋아!”


카뮤가 신나게 하루의 정수리 위에 안착했다.


천천히 걸어 내려가는 하루와 카뮤의 뒷모습을 두 단장이 지켜본다.


“당신 탓인 거 알지?”


“무슨 말이야 시작은 먼저 했잖아 고양이.”


그가 떠나고 나서도 한참 그렇게 또 공방을 이어갔다.


하루는 카뮤의 안내를 받으면서 선착장에 도달했다.


그곳에서도 그는 한참 주변에 눈을 떼지 못했다.


멀리서 본 것보다도 훨씬 웅장한 스케일에 다시 한번 놀랐다.


선박이 들어오면 통제실에 있던 직원 중 한 명이 나와 크게 손과 깃발을 흔들어 안착하게끔 유도했다.


“이건 또 굉장하네요.”


“그치? 나도 처음 만들어졌을 땐 이게 뭔가 싶었어.”


이 세계에 나와도 되는 물건인지 아무도 답해주는 이 없는 질문만 되뇌었다.


철컹

철컹─


선박이 거의 바닥에 닿을 때쯤 옆에 있던 고정대가 선박을 잡았다.


“그나저나 무슨 원리로 뜨는 겁니까?”


“그, 글쎄. 나도 처음 보는 거라 모르겠는데.”


“이것도 견고회가 만든 겁니까?”


“토대는 그런데, 내부 시스템은 개다래 업체에서 도와줬다거나. 옴니아 가문은 그런 기술에는 또 특출나니까.”


‘개다래······’


옴니아 가문은 희미하게 기억에 남아있었지만, 하루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제 앞에 기술의 결정체를 마주한 순간 꼭 방문해야겠다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치익─

쿠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리던 선박의 문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티켓 확인하겠습니다!”


직원의 안내를 차례로 받는 승객들 뒤에서 하루가 조금 당황했다.


카뮤가 그런 그를 보고 뒤늦게 택배기사 신분증을 확인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루가 품에서 단말 카드를 꺼내 보니 신분증뿐만 아닌 이전에 찾을 수 없던 표식 하나가 그려져 있다.


“예전에 방주 카드 있지? 거기서 고안한 거야.”


그러고 보면 선착장 간판에서 발견했던 마크다.


직원이 카드를 차례로 확인하고 난 후에야 하루는 안심하는 듯했다.


승객 무리를 뒤따라 좌석에 안착하면 자연스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승객 여러분은 소지품을 좌석 아래, 짐칸에 넣었는지 확인해주시고······]


‘오, 본격적이네.’


[······그럼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우웅──


엔진실에서 기계음이 울림과 동시에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한쪽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승객은 주로 타지역의 거래상들이 주를 이뤘지만, 가족끼리 나온 이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잠시 후 완전히 선박이 떠오른 후에야 재차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면, 어째선지 승객의 대부분이 같은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우리도 가자!”


카뮤가 머리 위에서 손가락을 내질렀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카뮤가 말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올라가니 넓은 갑판이 드러났다.


시원한 바람이나 뜨거운 햇살 따위가 와이번을 탔을 때와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카뮤가 먼저 갑판 위를 가로질러 외곽으로 향했다.


그녀가 재촉하는 손짓을 따라 다가가면 광활한 대지가 눈에 담긴다.


“저깄다!”


이제 막 떠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 있는 다루스 영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처음 봤던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닌 땅이, 자연스레 안도감을 심어준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9 #68. 너만은 널 21.08.04 73 3 12쪽
68 #67. 만회했으려나 21.08.03 75 3 12쪽
67 #66. 전조 21.08.02 78 4 12쪽
66 #65. 정말 좋은 구경했네 21.07.30 77 4 12쪽
65 #64. 단장 명령! 21.07.29 74 3 13쪽
64 #63. 형님뿐입니다! 21.07.28 77 3 12쪽
63 #62. 정말 미친놈이라고 21.07.27 83 3 13쪽
62 #61. 답답하진 않네 21.07.26 81 4 12쪽
61 #60. 이해, 조화······ 대화 21.07.23 87 4 12쪽
60 #59. 드디어 널 만날 수 있어 21.07.22 81 4 12쪽
59 #58. 일단 먹고 +2 21.07.21 88 4 12쪽
58 #57. 적당한 보험 정도로 21.07.20 80 4 12쪽
57 #56. 회유······요? 21.07.19 86 3 12쪽
56 #55. 좋지 않습니까 21.07.16 87 4 12쪽
55 #54. 스미스 정비소 21.07.15 84 3 12쪽
54 #53. 나는 반반 21.07.14 85 4 13쪽
53 #52. 저게 왕이라니 21.07.13 89 3 12쪽
52 #51. 차세대에 맡기겠습니다 21.07.12 96 5 12쪽
51 #50. 검은 아저씨 21.07.09 90 4 13쪽
50 #49. 당신이었군요 21.07.08 94 4 13쪽
» #48. 자유도시 21.07.07 94 4 13쪽
48 #47.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21.07.06 94 5 12쪽
47 #46. 모든 걸 배송해드립니다 21.07.05 100 4 12쪽
46 #45. 특권이란 21.07.02 99 4 12쪽
45 #40. 그런 녀석이었지 21.07.01 103 4 12쪽
44 #44. 당신, 용사입니까 21.07.01 110 4 12쪽
43 #43. 나갈 수 있어 21.06.30 110 3 13쪽
42 #42. 성녀는 그래야 하는 건가요 21.06.29 117 4 13쪽
41 #41. 끝까지 모른다고 해줘 21.06.28 107 4 12쪽
40 #39. 흥미가 있습니까 21.06.25 110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