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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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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
글자수 :
1,035,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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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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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8. 사자의 협곡

DUMMY

사자의 협곡의 입구를 넘어서면 지아는 방금까지 정색하고 있던 표정을 풀었다.

커다란 두 눈을 씻고 봐도 그것은 건물이었다.

양쪽의 바위산에 박혀있는 건물.


“협곡에 사는 분들도 있다고 했죠.”


“음. 그런데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있는 곳이었던가······”


하루 역시 건물들을 천천히 살핀다.

사자상이라던가 여러모로 자신이 알고 있는 분위기와는 다르다.


“그렇게 위험하다면 왜 포탈을 열어두고 있는 거예요?”


“협곡에서 나는 자원들 때문이야.”


또 수집가니 뭐니 하는 이들이라던가.

아무렴 그런 것뿐만은 아니겠지만 지아는 자세하게 묻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의 입에서 이어진 말은 생각 외의 것이었다.


“그리고 주민들.”


“예?”


“어찌 되었건 주민들이 사는 곳이니까.”


지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것만으로 세상과 세상은 연결될 수 있었다.

더 언급하지 않아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아,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야.”


다소 감상에 젖어 들다가도 이따금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하루를 힐긋 노려본다.


“뭐가 그렇게 위험한데요.”


한창 선박을 타고 들어와도 그럴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으면, 아무래도 의심이 든다는 것이다.


“세이렌의 노랫말이 간혹 위협으로 취급되는 이유하고 같아.”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비유를 택하는 그였다.

지아는 곧바로 따지기보다 잠시 협곡 물의 흐름을 쳐다보다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이내 협곡과 등을 지고 하루와 마주 봤다.

최대한 협곡의 정경을 보지 않으려는 듯한 행동에 하루는 피식 웃었다.


“뭐예요. 매혹당한다고 말하려는 거 아녔어요?”


“용케 알아챘네.”


“그것밖에 더 있겠어요. 여기도 뭐 음악이 흐른다거나 그런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추가로 귀도 막는다.

귀를 막아버리면 제 질문에 답은 어떻게 들으려고 하는 짓인지, 간혹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었다.


“뭐 비슷하려나. 망자의 소리가 들리기도 할 테니까.”


“망······자?”


지아가 또 사색이 된다.


“기가 약해지면 보인다고. 정확히 기준이 뭔지 몰라도, 어떤 식으로든 대상자와 연관된 망자가 보이기도, 들리기도 한다던가.”


그렇게 말하는 하루의 눈이 협곡에 머물러 있다.

또 뭔가를 떠올리는 듯하다.

간혹 그럴 때마다 동떨어지는 느낌이라,


지아는 무심코 하루의 손을 붙잡았다.

하루는 그런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 아무 말 없던 그녀는,


“이 선박을 조종하는 선장도 예외는 아니겠죠···?”


다소 불안한 듯 떨리는 목소리를 지닌다.

그녀의 나약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목격한 하루가 무심코 조소를 띠었다.


그런 하루의 반응에 잠시 입꼬리를 꿈틀거리던 지아가 금세 약한 모습을 버리고 본 상태로 돌아왔다.


“뭐, 선장이라면 걱정 없겠지. 귀와 눈이 멀었거나, 애당초 지니지 않은 종족일 테니까.”


지아는 그 답에 안도하면서도 놀랍다는 눈을 했다.


부우우우─


때마침 다시금 뱃고동이 울리면서 선박은 움직임을 멈춰간다.


덜컹


이윽고 거대한 문이 열리면서 다리가 항구에 내려진다.

지아와 하루는 천천히 다리를 따라 항구로 향했다.


지아는 잠시 제 머릿속에서 그리던 이미지와 영 맞지 않은 장소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하루에게로 고개를 돌리면 어째선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박에서 내리는 손님이 제법 있던 건 고사하고, 어쩐지 광고지를 배부하는 이들마저 줄을 늘어섰다.


“아저씨, 생각보다 위기의식이 없는 사람이 많은 건가요? 아니면 제가 이상한 건가요?”


지아의 물음에서 황당함이 물씬 느껴지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내 제자리에 서 있던 둘에게 다가오던 누군가는 광고지를 내밀었다.



노천탕 혼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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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합니다!


-소울 숙박 」


허.


무심코 속에서 뱉어내고 말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지아는 그 외의 광고지들도 살펴보고 있었다.


“전부 비슷하네요.”


광고지를 전달한 이가 떠나려 하면 하루가 다급하게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뭐, 뭡니까.”


그가 놀란 듯하다.


“여기 사자의 협곡, 맞나?”


“예? 혹시 배편을 잘못 끊은 거요? 잘못해서 사자의 협곡으로 온 거라면 다시 선장에게······”


“잠깐. 그럼 여기가 정말 사자의 협곡이란 말이야?”


하루의 질문을 받던 이의 표정은 하루와 같은 황당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뭘 당연한 걸 묻는 거요?”


답을 듣던 하루가 차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으면, 그는 다시금 다른 고객을 찾아 떠났다.

지아는 슬쩍 하루를 흔들었다.

그녀의 부름에 응답도 못 하고 서 있다가 퍼뜩 정신 차리던 그였다.


다시금 천천히 항구에서 나와 바위산 내부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그곳은 여느 지하 도시와 같은 정경이었다.

안개로 인해 조금 뿌연 시야를 제외하곤 여느 도시와 다를 바가 없다.

얼핏 드워프의 왕성이 떠오르기까지 한 규모다.


“뭔가 이상해.”


지아도 마침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바를 하루가 입으로 내었다.


“망자의 위험성은 어디 간 거야? 가뭄에 콩 나오듯 오는 고객을 붙잡고, 구걸하는 주민들은? 다 헤진 누더기를 걸치고 노려보는 할망구나 환각 증세에 죽어가는 중독자는?!”


괴리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폭발한 뇌로 줄줄이 내뱉다가, 하루는 과부하가 온 듯 허공을 바라보고 멈췄다.

지아가 그런 그에게서 한 발짝 물러섰다.


“아, 아무렴 어때요. 오히려 잘된 일이죠.”


지아의 말에 그제야 하루는 다시금 눈동자에 초점을 되찾았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입에서 나오는 한숨을 막진 못했다.


지아가 여전히 그에게서 의문을 품고 있으면, 하루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오론의 정보가 전부 무용지물이 되었어.”


속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녀석이라며, 자신에게까지 타격이 오는 말을 던졌다.


괄목할만한 사실을 듣기라도 한 듯 이번엔 지아가 움직이지 않는다.


이 넓은 곳에서 그의 은인이라는 자를 또 어떻게 찾을지.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

둘은 한동안 길 한복판에 서선 벽에 다닥다닥 철제 건물들만 바라보다가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지아는 슬쩍 제 손에 들린 수많은 전단지로 시선을 옮겼다.


“일단, 여기라도 들려볼까요.”


그녀가 내미는 그것에 하루 역시 한껏 피로해진 눈길로 빤히 들여다 봤다.


「사자의 협곡 숙박시설 중 역대 규모!」

따위의 작게 적힌 문장을 발견한다.


정보라도 얻을 수 있으려나.


그렇게 여기던 하루는 전단지에 실린 맵을 따라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


“몇 명이세요?”


종업원의 질문에 하루는 그만 검지와 중지를 치켜들었다.


“네~ 두 분이요.”


지아가 옆구리를 찔러 올 때야 하루는 제 본론을 떠올렸다.

영 맥없는 눈동자의 하루를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지아는 대신 입을 열었다.


“저기, 다름이 아니라 이런 사람을 찾고 있는데요.”


지아가 하루의 손을 대신 들면서 그의 손에 쥐어진 추천장을 보여준다.


“네? 저희는 추천장은 따로 받질 않는데······.”


종업원의 곤란한 미소와 함께 지아는 허둥대면서 다시 추천서에 적힌 이름을 가리켰다.

그럼 종업원은 다시 그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키르···케.”


읊조리더니 고개만 갸웃거린다.

그리곤 잠깐 미간을 좁히더니, 아! 하는 짤막하고 강렬한 반응을 내비쳤다.


“분명 줄리엣 사장님의 예전 이름···.”


“줄리······뭐?”


종업원의 혼잣말에 하루는 조소를 띠었다.


“아,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그러곤 어디론가 다급하게 가는 종업원이었다.

지아와 하루는 번잡한 업소의 정중앙에서 뻘쭘하게 서 있었다.


하나 같이 분주한 종업원들을 눈으로 쫓고 있자니, 얼마 안 가 다시금 방금의 종업원이 시야에 들어왔다.

둘에게로 다가온 종업원은 안내하는 손짓으로 계단을 가리킨다.


붉은색 카펫이 깔린 계단을 밟고 천천히 올라가면 아래층의 소음들이 점차 멀어진다.

내부는 외부의 경관과는 다르게 또 나름 세련되게 한다고, 색감 풍부한 형태로 짜 맞춘 게 하루의 무덤덤한 실소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윽고 올라간 층에서도 복도를 따라 쭉.

고동빛 가공 목재의 거대한 문이 그들을 맞이한다.


지아의 눈이 문 위쪽에 붙은 문패로 향한다.


사장실.

단어를 확인한 목울대가 꿀렁인다.


노크 이후 신호가 들리면 종업원이 양 문고리를 붙잡고 활짝 열었다.


곧바로 눈에 들어온 건 의자에 앉은 여성의 날카로운 눈매.

위로 세련되게 올린 금발이나 눈 옆의 점.

따위의 것들보다도 명백히 눈에 띄는 뭔가를 찾은 듯 하루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가서 일 봐.”


사장으로 보이는 여성의 말에 종업원은 조심스레 뒷걸음치며 둘을 남겨둔 채 문을 닫았다.


순간 드리운 정적도 잠시 하루가 여성의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뒤이어 제 손에 들린 추천장을 데스크에 슬쩍 올려놓는다.


하루의 행동을 잠자코 지켜보던 지아는 의문만 삼키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그를 응시하던 여성은 내민 데스크 위의 추천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건?”


여성이 추천장을 열어볼 생각은 않고 묻는 바람에 하루는 코로 한숨만 내쉬었다.


“이미 다 알고 불렀다는 거잖아. 괜히 시치미 떼지 말라고. 그쪽이 키르케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그렇게 답하면 여성은 한쪽 입꼬리를 씩 올린다.

이내 데스크 위에 놓인 봉투를 열어 편지를 펼친다.

딱히 아무 답도 없이 묵묵히 써진 글만 읽고 있던 그녀는, 곧 혀를 찼다.


뭔가 괜히 불편한 내용이라도 써진 건 아닌지.

듣지도 못할 오론에게 연신 부탁을 하고 있었다.


“내 구명을 알고 있기에 초면인 줄은 몰랐는데.”


“오다가다 봤을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지금 모습은 초면이겠네.”


하루는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면서 말했다.

제 기억으론 노인이라 들었거늘, 영락없이 다른 모습이지 않은가.


“줄리엣이라고 불러.”


“줄리······ 갑자기 무슨 개명이야? 운이 좋았길 망정이지, 영영 못 찾을 뻔했어.”


“그런 촌티나는 이름으로 숙박업체 사장을 할까 보니.”


차마 목 끝까지 차오르던 반박을 내뱉을 수 없었다.


줄리엣은 다시 데스크에 놓인 추천장을 힐긋 흘겨보더니 고개를 들었다.

제 앞의 하루가 반쯤 뜬 눈으로 멀뚱멀뚱 서 있다.


줄리엣이 곧 조소를 띠면 지아와 하루는 눈썹을 움찔거렸다.


“생각보다 최종병기란 것도 별거 없네.”


면전에 두고 굉장히 무례한 여자다.

하지만 그녀의 인상 따위는 어찌 되든 좋았다.

실제로 그녀를 만난 후, 사자의 협곡 항구를 막 밟았을 때 들던 고심거리가 한 번에 사라진 느낌이었으니까.


“오랜만에 소식을 듣나 싶었는데, 안부는커녕 제 본론만 늘어놓으니. 하여간 여전히 괘씸한 아이야.”


줄리엣은 데스크에 올려놨던 곰방대를 들어 다 타버린 담뱃잎을 추천장 위에 툭툭 털어버렸다.

그러더니 잔뜩 경직된 지아를 한 번, 다시 하루를 한 번씩 쳐다본다.


어째선지 또 혀를 찬다.


하루는 그런 반응에서 얼핏 불안감을 느꼈지만, 그게 곧 줄리엣의 입에서 확신 받기를 바라진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지금은 어려워.”


아니나 다를까 바람은 여지없이 반대의 성향을 띄는 법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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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58. 사자의 협곡 21.12.08 48 2 12쪽
158 #157. 협곡 21.12.07 40 2 12쪽
157 #156. 책임감 21.12.06 42 2 12쪽
156 #155. 영웅 21.12.03 41 2 12쪽
155 #154. 돌발상황 21.12.02 42 2 13쪽
154 #153. 작당 21.12.01 42 2 12쪽
153 #152. 기획 21.11.30 45 2 13쪽
152 #151. 좋아 21.11.29 42 2 12쪽
151 #150. 학생 21.11.26 40 2 12쪽
150 #149. 학교 21.11.25 46 2 12쪽
149 #148. 시험지 21.11.24 41 2 12쪽
148 #147. 터무니없는 무게 21.11.23 44 2 12쪽
147 #146. 귀찮은 일 21.11.22 43 2 12쪽
146 #145. 페어리 포레스트 21.11.19 43 2 12쪽
145 #144. 퇴사 21.11.18 44 2 12쪽
144 #143. 서운하지 않아 21.11.17 47 2 12쪽
143 #142. 정보거래 21.11.16 43 2 12쪽
142 #141. 수호룡 21.11.15 46 2 12쪽
141 #140. 티타임 21.11.12 46 2 12쪽
140 #139. 메리 맨 21.11.11 43 2 12쪽
139 #138. 과거사 21.11.10 45 2 13쪽
138 #137. 수색 21.11.09 46 2 12쪽
137 #136. 습격, 의심 21.11.08 46 2 12쪽
136 #135. 수습기사 21.11.05 46 2 12쪽
135 #134. 운송 교육 21.11.04 43 2 12쪽
134 #133. 면접 21.11.03 44 2 13쪽
133 #132. 과거 [Myth] 21.11.02 44 2 12쪽
132 #131. 텐타클 21.11.01 45 2 12쪽
131 #130. 판코스미오 21.10.29 45 2 12쪽
130 #129. 문명의 톱니바퀴 21.10.28 4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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