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28,254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11.05 06:00
조회
46
추천
2
글자
12쪽

#135. 수습기사

DUMMY

“재능 있다!”


담당관의 말에 한 것 우쭐해진 지아였다.

하지만 그 말마따나 그녀는 마나라던가 술식의 미세한 조정에 능숙한 모양이었다.

능숙하다기보단 정말 재능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의 과거를 모르니 뭐라 단정 짓긴 애매하다.


“지아는 시간문제인 것 같고, 딘은 몽유소 이외에 운송용 비행선을 다뤄야 하는데······ 혹시 그것도 다뤄본 적 있나?”


질문에 고개를 젓는 하루를 보며 어째서 담당관이 기뻐 보이는지 통 알 수가 없다.


“드디어 널 가르치는 재미가 있겠군!”


쾌활하게 웃는 그에게 하루는 한 마디를 놓았다.


“원래 이렇게까지 신입 교육에 시간을 소비하나?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하면서 가르치는 게 어때?”


하루의 답에 담당관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민했다.

이윽고 제 주먹을 손바닥에 내리쳤다.


“좋은 생각이야!”


좋은 생각이고 나발이고 보통은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하루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나도 중, 대형 담당 기사니까 지아에겐 다른 담당이 붙을 필요가 있다!”


“그래요?”


마침 앞을 지나던 지아가 바이크를 멈춰 세웠다.


“이쯤 되면 혼자 배송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요.”


“그건 안 되지! 폴리티스모스의 도로를 보지 못한 거냐! 맵을 건네줘도 아직 헤매는 애송이들이 많은 곳이라고!”


“아. 네······.”


지아는 시무룩해졌다기보단 일일이 말끝마다 느낌표를 달아놓는 그의 언행에 익숙해진 듯 반응했다.


“그럼 내가 소형 담당을 찾아 미리 전달해놓지! 그전까지 중앙 홀에서 대기하고 있어!”


그의 말대로 하루와 지아는 중앙 홀로 향했다.

중앙 홀은 고객이고 직원이고 많은 이들이 드나들면서 일단 굉장히 붐볐다.


지아는 여전히 그 광경이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반대로 하루는 그런 전경에서 익숙한 향수를 느끼고 있었다.


“아저씨는 생각보다 대단할지도 몰라요.”


그걸 본인에게 말하는 건가.

이전까진 몰랐던 걸, 택배기사라는 직종에 처음 발을 들인 후에 발견했다는 뉘앙스가 괜히 더 묘한 기분으로 만든다.


“아, 이분들이군요.”


돌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돌아보면, 방금의 담당관과 또 한 명의 소년이 서 있다.

소년은 쓰고 있던 택배기사 모자를 벗고는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지아님의 담당을 맡게 됐습니다. 빌리 노바라고 합니다. 그냥 빌리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지아도 얼결에 고개를 숙였다.


“누구하곤 다르게 차분하네.”


“하하! 평소에 말없이 일만 하기로 유명한 친구지!”


“말이 없어도 요점만 조용히 말하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내 소개도 아직이군! 난 스타라고 해!”


어째 이름까지 활기찰 듯한 이미지다.


“······내 담당은 안 바꿔주나.”


하루의 발언은 무시한 채 그는 쾌활하게 웃으며 빌리와 함께 방금의 정거장으로 향했다.

지아는 그들의 뒷모습만 멍하니 지켜보던 하루에게로 고개를 돌리더니,


“힘내세요.”


그렇게 위로를 건넸다.

그 때문에 오히려 위축되는 느낌이다.


하루와 지아도 둘을 따라나섰다.


빌리가 구석에서 바이크 한 대를 가져왔다.

그리곤 품에서 단말기 하나를 꺼내더니 화면에서 뭔가를 찾았다.


“음······ 지아씨는 이쪽에 있는 부유바이크를 꺼내 쓰시면 되겠네요.”


“오!”


뭔가 자가용을 받은 듯 기뻐하는 그녀였다만, 엄연히 회사의 사유재산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는 건지 우려스럽다.


“그럼 저흰 가보겠습니다, 선배님.”


빌리가 스타에게 말하면 스타는 팔짱을 끼곤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지아씨는 절 따라와 주세요.”


“네? 아, 네. 그럼 아저씨, 나중에 봬요.”


지아가 그를 따라나서면 하루는 스타와 어색하게 서 있었다.

속으로 몇 번의 한숨을 거쳤는지 모른다.


“우린 외부로 더 나가야 해!”


활짝 웃는 그와 함께 향한 곳엔 정말 대형이라고 불릴 만한 매개체가 있었다.

비행선을 배송수단으로 사용한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평범한 비행선과는 또 다른 형태.

어딘가 2층 버스를 연상케도 하는데, 1층엔 전부 배송품으로 채워두고 2층에서 운전하는 형식인 듯하다.


“그나저나 이 정도 크기라면 다른 운송수단의 경로가 방해되는 거 아닌가.”


“하하하! 이 도시를 너무 얕보지 말게! 배송용 비행선은 모두 별도의 차선이 있다네!”


그의 말이 얼핏 이해될 듯 이해되지 않았지만, 스타가 끄는 비행선을 타고 도로로 나갔을 땐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철도 운송 방식이다.


“오토로 맞춰 놓은 후, 정착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린 아래에 있는 배송품을 살펴볼 거다!”


“배송품은 왜?”


“정확하겐 배송품을 날라줄 소형부유장치를 살펴보는 거지!”


하루가 또 귀찮은 단어를 들었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또 뭐야.”


“대형 배송품의 손상률을 덜기 위해, 각 대형 배송품의 위에는 그것들이 부착되어 있지! 정착지에 다다르기 전에 미리 수신인의 마나 농도와 맞춰 놓으면, 정착 후 자동으로 수신인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야!”


하루는 말을 잃었다.

과연 대형 수송의 난이도는 비행선의 조종 따위가 아니라 문명에 익숙해지는 난이도를 의미했던 건가.


하지만 흥미는 있다.

언젠가 아우라족의 쌍둥이가 비행선을 만들어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런 문명 덩어리라고도 할 수 있는 개체들을 다루는 건 썩 나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개다래 상단이었던가.

그들도 택배기사단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면 이 도시에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렴 쌍둥이가 없는 이상 연관될 일도 없겠지만.


하루는 소형 부유장치의 작동법과 같이, 스타의 진절머리 나는 목청을 외면할 요소들을 하나둘 찾아 나갔다.

그걸로 간신히 오늘 하루 그와의 동업은 버틸 수 있을 듯했다.


#


“딘씨는 지아씨의 형제인가요?”


“네? 아뇨.”


“하긴, 아까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했죠. 딱 봐도 형님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연세가 있으신 모양이네요.”


빌리는 한 주택에서 나오는 동안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지아는 새삼 그런가 싶었다.

하루를 떠올리면 확실히 그가 풍기는 분위기보다 외견은 훨씬 젊은 것 같기도 하다.


빌리가 바이크의 짐칸을 한 번 둘러보곤 지아를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


“벌써 끝이네요. 고생 많았어요.”


“고생은 뭘요. 그보다 말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선배잖아요.”


지아의 예상치 못한 제안에 빌리는 잠시 고민하다 싱긋 웃었다.


“그러지 뭐.”


한 번쯤은 마다하겠다 싶었는데 생각 외로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어때? 길도 익힐 겸 조금 돌아볼래?”


“그래도 돼요? 기사단에 더 쌓여있는 배송품이 있는 거 아녜요?”


지아가 바이크에 오르면서 묻자 그가 여전히 같은 미소를 띠었다.


“나오기 전에 확인했어. 평소에도 소형은 썩 많이 들어오진 않는 편이라, 지부장님이 소형 담당을 중형까지 운용시켜야 하나 고민하셨던가.”


말이 없는 성격이라고 했던가.

스타가 했던 얘기와는 제법 다르다.

그렇게 여기면 지아는 순간 어색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하긴 그 작자 앞에서 말이 많을 수가 없으려나.’


지아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말이 없으면 빌리는 그녀에게 한 번 더 물었다.


“어떻게 할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구실로 쉬어 보겠어.”


그런 말을 하는 이미지로 보이진 않았는데.

요령껏 쉴 곳을 찾는 타입인가.


딱히 지아가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다른 택배기사단의 움직임을 관찰하기에도 편할 테니.


“좋아요.”


지아의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그가 곧바로 손잡이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럼 가면서 중요한 장소는 틈틈이 설명해줄게.”


빌리가 먼저 출발하면 지아가 그 뒤를 따랐다.

그의 설명이 들리지 않을 만큼 지아는 도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누군가 이 도시가 세계 그 자체라 한다 해도 믿을 수 있었다.


누가 붙였는지 몰라도 텐타클이란 절묘한 별칭이었다.

중앙에 있는 탑과 중심지로부터 수없이 뻗어져 나오는 도로들이 그런 개체를 연상케 했다.


문득문득 목적을 떠올리곤 바이크나 마차, 비행선들이 향하는 경로를 눈을 쫓았지만 아무리 쫓아도 수상한 건 알 수 없다.


‘어쩔 수 없나.’


아마 그들의 동선이나 불필요한 경로를 알아보기엔, 이 직종을 이해하는 게 필수불가결한 일인 듯하다.

물론 그만큼 충분한 시간 또한 필요하리라.


‘아저씨는 어느 정도 보이려나. 어느 정도나 택배기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무슨 생각해?”


빌리가 물어오는 바람에 지아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기사단의 정거장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이상징후는커녕 그가 말해준 요점들을 제대로 머릿속에 넣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뭐, 처음엔 머릿속이 많이 복잡할 거야. 어떤 일이든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보이는 게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중앙 홀의 문을 열던 빌리.


“빌리!”


돌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아, 신입한테 길 안내를 좀 했습니다.”


“그것보다 지금 당장 인력이 필요해. 북쪽에서 갑자기 도로를 잇는 마정석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교통이 마비돼서 발이 묶여 있어.”


“예? 마정석이 갑자기 왜······”


“모르겠어. 원인 조사 중인데, 일단 여분의 택배 좀 부탁해. 좀 돌아가는 길이 되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아, 하지만······”


빌리가 지아를 힐끔 바라보면, 그에게 부탁하던 직원의 눈 역시 지아에게로 향했다.


“이쪽이 신입? 어차피 경로 설명하던 거 아녔어? 같이 다니면서 해.”


빌리는 저도 모르게 쉬려던 한숨을 삼켰다.


“어쩔 수 없죠.”


“미안, 부탁 좀 할게. 몽유소 다루는 법은 알지?”


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그 직원에게서 배송 경로를 건네받은 이후 재차 정거장으로 향했다.


“이참에 몽유소 다루는 법도 함께 배우자. 이럴 때가 또 생기지 않으리란 법도 없으니까.”


그 외에 선택지는 없어 보인다.


정거장에서 몽유소 한 마리를 꺼내 온 빌리는 외부로 더 나아가, 마차 하나를 찾아 연결고리를 걸었다.

이내 마차에 올라 고삐를 쥐기 전에, 지그시 눈을 감더니 몽유소의 등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지아는 이전에 하루가 몽유소를 몰았을 때 같은 행위를 했던 걸 기억해냈다.


“교감······?”


지아의 의문에도 당분간 말이 없던 그는 눈을 뜨고선 싱긋 미소를 지었다.


“비슷해. 출발 전에 몽유소가 악몽을 꾸진 않나 잠시 살펴보는 거야.”


“꿈을······ 볼 수가 있어요?”


“직접 보는 건 아니고, 몽유소가 악몽을 꿀 때 내는 특이한 진동이 있거든. 그걸 느끼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운행 중에 날뛰는 경우가 있어서, 자칫 전복할 수도 있으니까.”


새삼 중요한 의식이었다.

하도 하루의 행동이 자연스러워서 단순한 교감이라고만 생각했거늘.


“그럼 가볼까.”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9 #158. 사자의 협곡 21.12.08 49 2 12쪽
158 #157. 협곡 21.12.07 40 2 12쪽
157 #156. 책임감 21.12.06 43 2 12쪽
156 #155. 영웅 21.12.03 42 2 12쪽
155 #154. 돌발상황 21.12.02 43 2 13쪽
154 #153. 작당 21.12.01 42 2 12쪽
153 #152. 기획 21.11.30 47 2 13쪽
152 #151. 좋아 21.11.29 43 2 12쪽
151 #150. 학생 21.11.26 42 2 12쪽
150 #149. 학교 21.11.25 48 2 12쪽
149 #148. 시험지 21.11.24 41 2 12쪽
148 #147. 터무니없는 무게 21.11.23 44 2 12쪽
147 #146. 귀찮은 일 21.11.22 44 2 12쪽
146 #145. 페어리 포레스트 21.11.19 43 2 12쪽
145 #144. 퇴사 21.11.18 47 2 12쪽
144 #143. 서운하지 않아 21.11.17 48 2 12쪽
143 #142. 정보거래 21.11.16 47 2 12쪽
142 #141. 수호룡 21.11.15 46 2 12쪽
141 #140. 티타임 21.11.12 47 2 12쪽
140 #139. 메리 맨 21.11.11 43 2 12쪽
139 #138. 과거사 21.11.10 47 2 13쪽
138 #137. 수색 21.11.09 48 2 12쪽
137 #136. 습격, 의심 21.11.08 49 2 12쪽
» #135. 수습기사 21.11.05 47 2 12쪽
135 #134. 운송 교육 21.11.04 43 2 12쪽
134 #133. 면접 21.11.03 45 2 13쪽
133 #132. 과거 [Myth] 21.11.02 44 2 12쪽
132 #131. 텐타클 21.11.01 45 2 12쪽
131 #130. 판코스미오 21.10.29 46 2 12쪽
130 #129. 문명의 톱니바퀴 21.10.28 50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