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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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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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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64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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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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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49. 학교

DUMMY

“그쪽 분은?”


멍하니 서 있던 하루는 교장의 물음에도 답하지 못했다.

제 앞에서 싱그럽기 그지없는 미소를 보내는 남성과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같이 백묘 택배에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맥스웰도 차마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지 못할 때 지아가 입을 열었다.


“본래 일정에 없던 백묘의 동료입니다. 근처에서 만나서 같이 오게 됐는데, 괜찮을까요.”


지아가 아주 능숙하게 답하면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지아도 하루의 시선을 따라 제 앞에 있는 이들을 마주했다.


하루가 말이 없는 것도 납득가는 상황이다.

지아가 형형색색의 제복들을 차례차례 눈에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엔 단연 검은 제복에 시선이 머물렀다.


“설마 전부 스카우터인 건가.”


하루의 질문에 붉은 달의 남성이 어깨를 으쓱인다.


“그런 것 같네요. 저도 설마 이렇게까지 모인다는 걸 들은 적은 없습니다만.”


교장이 식은땀을 삐질 흘린다.

남성의 답과 함께 이번엔 주변에 있던 또 다른 기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대놓고 스카우터로 오는 게 아니었는데.”


그 말이 몇몇 기사의 동조를 끌어냈다.

교장이 더욱 당황하는 게 보인다.


“아무렴 어때. 괜찮은 학생 찍어두는 것뿐이잖아.”

“뭔가 학생한테 선택권이 주어지는 모양새라 싫어진다고.”

“그렇다고 외부인으로 들어올 순 없잖나, 하하.”


대화를 이어가던 녀석 중 하나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렇게나 모여있으면 그 녀석들 눈에 우리 기사단이 들어오기나 하겠냐고.”


축 처진 어깨로 그렇게 말한다.


그들의 시답잖은 대화 따위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없다.

우연인가.

하루는 연신 되뇌었다.

언제부턴가 붉은 달이 어느 곳에 있건 그것을 우연으로 여기지 못하게 되었다.


하루는 한 번 지그시 눈을 감고 속으로 정리했다.

이윽고 도출해낸 결론과 함께 눈을 뜬다.


“입학식이 최근이라 그런 건가.”


혼잣말에 누군가 답했다.


“그렇단 거지.”


“그럼 다들 이미 이렇게 될 건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러게나 말야. 매번 이렇게 되는 게 정해진 룰이란 거.”


다들 어쩔 수 없단 듯 받아들이는 태도는 그런 이유에서인가.

문득 근처에 서 있던 기사 하나가 열린 문 쪽으로 걸어간다.


“어쨌든 난 이제 자유롭게 움직일 테니까.”

“아! 새치기는 치사한 짓이야!”


가장 먼저 나선 기사 뒤로 연달아 따라나서는 기사 하나.

그리고 그걸 시작으로 또 다른 기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루와 지아는 그들이 전부 나가는 걸 지켜볼 뿐이다.

마지막으로 붉은 달의 기사가 나가면 지아는 입을 열었다.


“뭔가 저희가 우연히 시간 때에 맞춰서 온 것 같네요.”


“그러게. 어찌 됐든 우리하고는 연관 없는 일이지만.”


교장실에 남은 둘을 보던 교장은 여전히 어색하게 이마의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낸다.


“두 분은 서두르지 않으셔도 괜찮은 건가요.”


하루가 가만히 돌아서 교장과 마주하니 그의 식은땀이 더 흐른다.

교장이 끼고 있던 안경이 하루의 모습을 훤히 비췄다.


“학생들의 실력을 정말 높이 평가하는 모양이네.”


“예?”


하루는 그렇게만 내놓고는 교장실 밖으로 향했다.

지아가 그 뒤를 따라 나가면 교장은 그제야 턱 끝까지 모아놨던 날숨을 내뺐다.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맥스웰이 마지막으로 문을 나서려던 때,


“아, 맥스웰 선생.”


교장의 부름에 그가 다시 뒤돌아선다.


“그는 좀 어떤가.”


“······조금 괜찮아진 것 같습니다.”


아마 제 속에서 짓던 결론과 전혀 다른 형태의 말을 내뱉는다.

그래야 교장은 다소 안심한 표정을 지을 테니.


교장은 겨우 제자리를 찾은 듯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그럼에도 그가 지닌 특유의 인상 때문인지 썩 편안해 보이진 않았지만, 이마에 손수건을 가져가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래도 아직 학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끔 신경 좀 써주세요. 아무쪼록 스카우터분들께 양해를─”


맥스웰은 입을 다물었다.

어느 순간 교장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단순히 빛을 받아 반짝이는 먼지들만 한동안 응시하고 있었다.


이내 나지막이 내놓는 속내를 교장이 알 리는 없었다.


‘대체 그런 걸 왜 나한테···.’


어느 순간 교장이 입을 다물고 있는 걸 확인한 맥스웰은 뒤돌아 나갔다.


드르륵



문을 닫고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내 뒷머리를 매만지며 혀를 찬다.


“크롬 선생 위로나 해줄까.”


갑자기 제 안에서 안쓰러워지던 친구였다.


#


계단을 내려와 모퉁이를 돌아 보이는 복도와 수많은 교실.

이따금 교실 내에서 선생들의 목소리만 새어 나온다.


지아는 하루와 나란히 제 발소리가 뚜렷하게 들리는 복도를 천천히 걷는다.


“아무도 없네요.”


예상외라는 듯 말한다.


“다들 이번 입학생들을 보러 내려간 거겠지.”


“이미 파악은 전부 끝냈다는 얘긴가요.”


그렇게 말하며 지아가 교실 쪽으로 다가가더니 닫힌 창문 너머로 빼꼼 쳐다본다.

그런 지아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학생들은 그저 책상에 놓인 책과 칠판을 번갈아 보며 고개만 움직일 뿐이다.


“오, 집중력.”


지아가 조용히 감탄사를 흘리면 하루도 내부를 지그시 들여다본다.


“아직 수업이 끝나려면 멀었나.”


“글쎄요.”


조용히 대화하다가 문득 조용해진 지아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학생들 못지않은 집중력.

그녀의 시선이 오로지 학생들의 모습에만 고정되어 있다.


“어떤 것 같아.”


딱히 별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다.

지아는 여전히 고개를 움직일 생각 없이 입만 움직인다.


“겉모습만으로 어떻게 알아요.”


“그게 아니고. 이런 광경,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루의 말에 한번 그를 힐끔 쳐다본 지아는 다시금 그들을 응시한다.


사각대는 펜 소리.

이따금 넘기는 종잇장이나 선생의 말.

교실 절반을 물들이는 햇빛.


지아는 그것들을 찬찬히 살피더니 슬며시 웃었다.


“글쎄요. 그냥 좋아 보이는데요.”


그러더니 이번엔 하루에게 묻는다.


“아저씬 어떤데요? 아저씨도 경험은 없죠?”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배운다는 행위에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현생에선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배움을 받고 있었고, 직접 배우기 위해 찾았고, 보고 듣는 모든 경험이 그것과 연관되어 있었기에.

그래서 학교라는 장소가 배움의 정의만 가지고 있었다면 오히려 흥미는 없었을 터다.


“나도. 그냥 좋아 보이네.”


그런 답이 그에게서 나오면 지아는 양 입꼬리를 씩 올렸다.


마냥 집중하고 있던 학생만 있는 건 아니었던 모양인지, 안쪽에서 시시덕거리던 둘 중 하나가 문득 창밖을 보더니 표정을 굳혔다.

나머지 한 학생 또한 친구의 표정을 발견하곤 고개를 돌렸다.

당연하게도 대화를 나누던 하루와 지아가 그곳에 있었다.


“음? 들킨 것 같은데요.”


지아가 슬쩍 손을 흔든다.

두 학생이 재빨리 교과서로 시선을 돌린다.


“어라.”


스카우터란 자각이 없는 건지.

지아가 어색하게 웃음만 흘리고 있자니 이번엔 선생이 둘을 발견하곤 하던 말을 멈췄다.


“방해해버린 것 같은데.”


말하기가 무섭게 종소리가 울린 탓에 둘이 흠칫하며 창문에서 떨어졌다.


드르륵


“혹시 기사단에서 나오신 건가요?”


잠시 후 교실에서 나온 선생이 질문과 함께 이미 지아의 제복에서 답을 찾았다.

순간 움찔하는 반응을 보인 것 같다.


“죄송해요. 방해가 된 건 아니겠죠?”


“신경 쓰지 마세요. 막 수업을 끝내려던 참이었어요. 보고 싶은 학생이라도 있으신지······”


“아뇨. ······아니, 볼일이 없는 건 아닌데 딱히 누굴 찾거나 한 건 아니에요.”


“그러시구나. 그럼 전 다음 수업 준비가 있어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다 가세요.”


밝게 인사하던 선생은 둘을 지나쳐 갔다.

돌연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리면 몇몇 학생들이 복도 창문에 붙어 구경하다 급하게 떨어졌다.


지아가 열려있던 교실 문으로 고개를 빼꼼 내뺐다.

웬만한 학생들이 수업이 끝났다고 하는데 의자에 앉아 책상과 찰싹 달라붙어 있다.


“오오.”


“네 앞에서 최대한 잘 보이려는 거야.”


지아가 이번에도 짤막한 감탄사를 내뱉으니 하루는 무덤덤하게 맥을 끊는다.


“저도 알거든요.”


지아는 괜히 새침하게 한 번 툭 내뱉었다.

쓸데없는 압박을 주는 건가 싶을 때,


“안녕하세요!”


뒤쪽에서 들리는 쾌활한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오렌지빛의 기나긴 머리칼을 지닌 여학생.

그리고 저만치 떨어져서 주머니에 양손을 찌르고 있는 남학생이 아마 그녀의 동행.

표정만 봐선 그녀와 정반대의 성향이다.


다가온 여학생은 아무 말 없이 있는 둘을 슬쩍 살피더니 지아의 제복을 보고 감탄사를 내비쳤다.


“백묘!”


절로 올라간 어깨와 더불어 고개를 쳐드는 지아의 머리를 하루가 지그시 눌렀다.


“너는?”


여학생이 하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곧장 답을 내놓지 않고는 한동안 흑발이나 흑안 등의 외견을 살피더니 역시나 해맑은 웃음으로 뒤늦게 답한다.


“피요라고 해요. 올해 3학년이요.”


이야기를 듣던 하루의 눈동자가 잠시 교실 내부에 머문다.

하루의 눈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던 그녀가 씩 웃는다.


“평소엔 다들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꽉 막혔죠?”


“넌 이미 스카웃 제의라도 받은 건가?”


옆에서 듣던 지아가 입을 열었다.

딱히 비꼬는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피요는 그런 물음을 원한 듯 반응했다.


“저런다고 딱히 특별나게 보이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다들 똑같아서 재미없고. 게다가 저는 현장 지원이거든요! 고객과 직접 만나는데 책상에 앉아있는 게 무슨 도움이에요?”


지아의 눈이 잠시 커졌다.

밝다.

그녀의 기운이 확실하게 전달된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게 이 아이에겐 강점이었다.


“이런 제가 훨씬 더 눈에 띌 것 같은데. 그죠?”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데도 차마 반박할 수 없다.

특유의 억양이나 어조가 기분을 상하게 하지도 않았다.

그걸 이 녀석도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루는 아마도 그녀의 동행일 남학생을 쳐다봤다.


신경 쓰지 않는 척 슬쩍슬쩍 눈치를 보는 게 훤히 드러난다.


그럼 하루는 이따금씩 다가오는 피요에게서 떨어져 지아를 붙잡고 제 앞에 대신 세워놓았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지아가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잠시 어벙하게 있는 피요와 지아를 두고 하루는 아무렇지 않게 또 말했다.


“다음 수업 준비는 필요 없나?”


그제야 피요는 슬쩍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뭔가를 떠올리더니 입맛만 다신다.


“다음 과목은 뭐, 괜찮겠죠.”


피요는 툭 내뱉으며 입고 있던 후드 주머니로 손을 꽂았다.

그녀의 대목을 듣자마자 하루는 멈칫했다.

잠시 꿈틀거리던 눈썹이 자연스레 의심한다.


“무슨 과목이길래.”


“······설마 선생님에게 얘기하실 건 아니죠?”


“뭘?”


그럼 움찔하던 피요가 괜히 강한 기세를 보인다.


“그렇네요. 딱히 뭔가 말한 것도 아니고. 선생님의 잘못도 없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이미 짐작은 갔다.

하루는 피요의 입에서 막 나오려던 말을 가로챈다.


“그 과목, ‘기초 조치’라거나.”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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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7. 협곡 21.12.07 40 2 12쪽
157 #156. 책임감 21.12.06 43 2 12쪽
156 #155. 영웅 21.12.03 41 2 12쪽
155 #154. 돌발상황 21.12.02 43 2 13쪽
154 #153. 작당 21.12.01 42 2 12쪽
153 #152. 기획 21.11.30 45 2 13쪽
152 #151. 좋아 21.11.29 43 2 12쪽
151 #150. 학생 21.11.26 41 2 12쪽
» #149. 학교 21.11.25 47 2 12쪽
149 #148. 시험지 21.11.24 41 2 12쪽
148 #147. 터무니없는 무게 21.11.23 44 2 12쪽
147 #146. 귀찮은 일 21.11.22 43 2 12쪽
146 #145. 페어리 포레스트 21.11.19 43 2 12쪽
145 #144. 퇴사 21.11.18 44 2 12쪽
144 #143. 서운하지 않아 21.11.17 47 2 12쪽
143 #142. 정보거래 21.11.16 43 2 12쪽
142 #141. 수호룡 21.11.15 46 2 12쪽
141 #140. 티타임 21.11.12 46 2 12쪽
140 #139. 메리 맨 21.11.11 43 2 12쪽
139 #138. 과거사 21.11.10 46 2 13쪽
138 #137. 수색 21.11.09 47 2 12쪽
137 #136. 습격, 의심 21.11.08 46 2 12쪽
136 #135. 수습기사 21.11.05 46 2 12쪽
135 #134. 운송 교육 21.11.04 43 2 12쪽
134 #133. 면접 21.11.03 45 2 13쪽
133 #132. 과거 [Myth] 21.11.02 44 2 12쪽
132 #131. 텐타클 21.11.01 45 2 12쪽
131 #130. 판코스미오 21.10.29 45 2 12쪽
130 #129. 문명의 톱니바퀴 21.10.28 4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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