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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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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33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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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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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34. 운송 교육

DUMMY

더티골렘.

보아하니 시험장의 인위적인 구조물이라 살상력은 없다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그녀의 앞에 머무른 녀석을 하루 역시 포착하면, 순간 그는 이를 악물었다.


지아는 골렘을 마주한 순간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심하고 있었다.

하루 역시 그녀가 고심하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골렘이 든 팔을 내리치기 전에 지아를 어깨에 들쳐멨다.


이윽고 골렘이 땅으로 매섭게 주먹을 꽂으면, 하루는 그녀를 멘 상태 그대로 높게 도약했다.


“와아악!”


순식간에 고공에 머무르게 된 지아의 외침과 함께, 하루는 골렘에게서 몇 미터 거리를 둔 곳으로 하강했다.


착지한 그가 지아를 내려놓자마자 골렘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심사위원석을 향해 돌아섰다.


“이제 끝내지.”


그렇게 말하면 방금까지 갖가지 요소들을 체크 하던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저씨?”


그녀가 당황한 눈을 하고 의문을 놓기도 전에 골렘의 가동이 정지되었다.

곧 진흙더미처럼 뭉치며 가라앉더니 골렘을 소환했을 진으로 들어갔다.


“필시 전투 능력의 유무 판단이겠지만, 더티골렘을 한 번에 없앨 능력 따윈 없어. 회피할 능력이라면 있겠지만······”


하루가 지그시 지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조심스레 그녀에게로 검지를 들어 가리키더니,


“이 옷하고 신발, 비싸.”


따위의 말을 덧붙였다.


“엑.”


지아가 질색하고 있다.

그와는 별개로 심사위원석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하긴, 나 같아도 새 옷을 진흙 따위로 더럽히긴 싫지.”

“더티골렘의 진흙은 선 넘긴 했네요. 다음엔 다른 형태도 고려해보죠.”


그들의 실소를 하루는 무덤덤하게 바라봤다.


다행히 갑주에 대한 언급은 없다.

돌연한 일이라곤 해도 무심코 꺼낸 건 아무래도 부주의했다.

그 와중에 전신이 아닌 발목 부근까지 꺼낸 게 또 신의 한 수였지만.


“그냥 없애도 되지 않았어요?”


지아가 심사위원들의 눈치를 보더니 하루에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그날 다리 위에서 갑주로 나타난 게, 도시에서 소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아.”


둘은 천천히 건넜던 코스를 돌아왔다.


그럼 둘을 살펴보던 온화한 인상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둘을 마중했다.


“체르비라고 해요. 앞으로 여러분의 상사가 될 거랍니다.”


그녀가 내민 손을 지아가 먼저 덥석 잡았다.


“잘 부탁드려요!”


지아의 반응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그토록 긴장했으니 정해진 결과였다곤 하나, 어지간히 기뻤으리라.

지금은 그 기쁨을 만끽하게 두는 게 좋을 듯했다.


“그나저나 두 분 모두 기대 이상이었네요.”


뒤에서 지켜보던 심사위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처음부터 관심을 껐던 그를 제외하곤.


“전투 능력이 없는 거였냐!”


그가 그런 말로 애써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요즘엔 딱히 필요 없는 경우가 오히려 허다하니까요.”


그걸 못 참고 체르비가 팩트로 가격했다.

벌써 제 부하는 챙긴다는 건가.


입을 다물곤 뾰로통해진 그를 보며 그녀가 짓궂게 웃는다.

콧바람을 내뿜으며 그가 자리를 뜨면, 그녀는 재차 둘과 마주했다.


“회피는 가능하다고 했죠? 다음엔 옷이 더러워지더라도 배송은 완수하셔야 해요.”


“실전이라면 더러워지지 않고 회피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딘, 지아. 그럼 다시 한번 잘 부탁해요.”


가명에 익숙지 않은 하루가 잠시 반응이 없다가도, 지아가 옆구리를 툭툭 쳐준 덕에 뒤늦게 고개만 끄덕였다.


“방금의 결과에선 지아는 소형부터 중형, 딘은 중에서 대형으로 나왔습니다.”


안내자인 그가 심사 결과표를 체르비에게 건넸다.


“그럼 일단 등급에 맞는 운송수단을 터득하는 것으로 괜찮을까요, 지부장님?”


체르비가 실리어스에게로 고개를 돌리면,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얼굴인 실리어스는,


“그렇게 해. 둘은 가기 전에 내 방에 들러주세요.”


그렇게 내놓곤 먼저 자리를 떴다.


“오랜만의 신입이니까 지부장님도 할 말이 있는 거겠지. 그럼 저도 업무가 있어서. 미리 담당 직원들에겐 전해둘 테니 차후에 그들에게서 일을 배우면 될 거에요.”


체리비는 간단하게 둘에게 전달사항을 전해준 이후 마찬가지로 업무로 돌아갔다.


“뭔가 순식간이었네요.”


빈방에서 지아가 아직도 멍하니 서 있으면 하루는 그녀의 머리에 손바닥을 올렸다.


“이제부터야.”


그럼 지아는 퍼뜩 정신이 들더니 허리춤에 제 손을 올리곤 당당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면접은 둘째치고 다른 건 문제 없어요!”


바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뒤이어 큼직큼직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서는 지아를 따라나섰다.


지부장실은 방을 나서선 더 깊은 곳으로 곧장 걸어가면 쉽게 찾아냈다.

몇 번의 노크 후 실리어스의 음성이 들려오면 문을 열었다.


내리쬐는 햇살을 조명 삼아 서류들을 넘기는 그녀가 둘을 맞이한다.

다리 위에서 봤던 모습보다도 지금의 광경이 더 어울린다고 무심코 여겼다.


“다행히 모두의 의심은 피한 모양이네요.”


“면접관에서 말하긴 곤란한 건가.”


“별 건 아니에요. 전에 나눴던 작전에 대해 재차 알려둘까 싶어서요. 그곳에선 어떤 귀가 있을지 모를 일이고.”


“부하직원에게도 숨길 필요가 있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설녀들의 심장이 성격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의 성격은 마치 그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하루 역시 그녀의 말엔 동의하는 바였다.


“지아양은 여차하면 사무 방면으로 빠져도 충분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의 육체였네요.”


“저도 모르는 사이 단련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괜한 짓이었나요?”


“아뇨. 유통 경로 체크나 기타 서류는 어쨌든 제 손에 넘어오니까요. 오히려 배송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서 잘된 일이에요.”


지아는 그녀의 말에 다소 안도했다.


“그럼 우리는 도시 중심지와 외곽, 외부에서 신경 쓰이는 움직임을 확인하면 보고. 그렇게 알면 되는 건가.”


“맞아요. 혹여나 그 자리에서 선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면, 여러분의 판단하에 행동해주셔도 무방해요.”


“어차피 그 책임은 우리 몫이잖아?”


그녀의 성격을 읽고서 내놓은 말이었다만, 그녀는 도리어 잔잔한 코웃음을 내비쳤다.


“닿는 데까지 조력은 할 생각인데요? 저 역시 도움받는 처지니까요.”


하루가 가만히 그녀를 쳐다보면, 아무리 그녀라도 슬쩍 한 쪽 눈썹을 올리며 의문스럽게 마주 봤다.


“절 냉혈한이나 그런 거로 생각하신 건가요?”


“그 정돈 아니야.”


“얼추 그렇게 봤다는 거네요. 뭐 종종 그런 말을 듣지만, 조력을 요청한 주제에 내다 버리는 건 이미 이성적이고 자시고의 차원이 아니잖아요.”


그 말대로 속에서 그녀의 이미지가 나름 개편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럼 고대촌의 결계에 접촉하는 이를 주목적으로 삼을게요.”


지아 역시 어차피 하는 거라면 최대한 힘을 보탤 생각이었다.

그녀가 지금 내뱉은 말과 함께 지은 표정이 그 증거였다.


어쩐지 글로리아의 사건이 있고 난 후 그녀의 태도나 행동이 이전과 같은 듯 달라진 걸 느낀다.

물론 세세한 차이를 말하라고 한다면 포기하겠다만.


“그럼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물론, 정보 외에도 일은 제대로 해주시면 더 감사하겠네요.”


지부장다운 부탁이랄까.

지아와 하루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방을 나섰다.


“거기 둘!”


그럼 곧바로 누군가 옆에서 외치는 바람에 하루와 지아가 화들짝 놀란 기색이었다.


“체르비님께 들었어! 신입이라고? 기다리고 있었어!”


평범한 신장에 자신감을 가지다 못해 넘칠 것 같은 남성.

그가 뱉은 말로부터 자신들의 담당이라는 불안한 예감을 해본다.

목청부터 한껏 고조되어있는 게 여간 피곤한 성격이라 예상되는 바이다.

벌써 지친 듯 하루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그럼 둘 다 날 따라와!”


먼저 뒤돌아 성큼 걸어가는 그의 뒤에서 하루와 지아는 서로 당황스러운 시선만 나눴다.

그 후에 그를 따라간 장소는 운송수단 보관소.

혹은 정거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와이번의 정거장보다 훨씬 넓은 범위.

아무래도 이 정도 규모의 그 정도 인원을 다룬다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그 녀석은 일손이 모자란다는 소리를 지껄인 건가.’


인력보다도 일이 넘친다는 건 어찌 보면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확실히 그들에겐 지옥일 게 틀림없었다.


“이쪽!”


멍하니 관광 기분이라도 내듯 서 있는 둘에게 이미 저만치 가 있는 담당관이 또 외쳤다.

정거장 중간에 또 하나의 문을 지나치면, 외부는 마치 면허장 코스를 연상케 하는 장소가 드러났다.


자신들뿐 아닌, 듬성듬성 운전하는 이들이 보인다는 게 의문이다.


“아, 저 녀석들? 어느 곳에나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녀석들은 있기 마련이지. 정 가망이 없다 싶으면 부서를 이동하겠지만!”


아무렇지 않게 외치는 말에 코스에 나가 있던 이들이 흠칫 눈치를 본다.


“방금 저들에게 동정심이 들었어요.”


“정상이야.”


지아와 하루가 조용히 몇 마디를 나누고 있자면, 담당관은 안쪽에서 부유바이크 한 대와 몽유소 한 마리를 끌고 나타났다.


“지아였나? 넌 이 바이크를, 딘은 몽유소의 운전법을 먼저 터득해줘야겠어. 내가 담당인 이상 오늘 안에, 아니, 반나절 안에 마스터하게 될 거야!”


지아는 둘째치고 하루는 딱히 그의 말에 위협이고 뭐고 느끼진 않았다.


실제로 하루는 몽유소에 오른 후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움직였다.

오랜 기간 함께 한 파트너처럼도 보였다


담당관은 곧잘 감탄사를 내놓으면서도 도중부턴 말을 잃었다.


“너, 몽유소를 몰아본 적이라도 있는 거야?”


언젠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다.

그럼 하루는 적당히 몽유소의 등을 토닥이면서 안장에서 내려왔다.


지아 역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보단 이 녀석 먼저.”


하루가 줄곧 제 쪽으로 향해 있던 지아의 머리를 잡고 담당관 쪽으로 돌려놨다.

담당관은 그런 지아와 하루를 번갈아 보더니 금방 납득간 표정으로 끄덕였다.


“나도 잘 할 수 있거든요!”


딱히 잘못할 거란 말은 꺼낸 적이 없었지만, 어째선지 그녀의 승부욕을 부추긴 모양이었다.


지아가 바이크에 오르면 담당관은 그녀에게 시동 거는 법부터 차례로 전달했다.

옆에서 담담하게 그걸 지켜보던 하루는 내심 조마조마했다.

그녀가 바이크를 몬다는 이미지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마나를 주입하는 법은 알고 있겠지! 손잡이를 붙잡고 처음엔 네 생각보다 훨씬 적게! 그 후엔 최대한 천천히 주입하는 거다!”


“일일이 목소리 안 높여도 들린다고요.”


지아는 신경질적인 투로 내뱉으면서도 집중했다.


손잡이 부분의 마정석이 빛을 내면, 바이크는 천천히 지면에서부터 떠올랐다.


“떠, 떴다.”


지아가 어벙한 표정을 짓는다.

뒤이어 담당관의 말대로 차례로 절차를 진행하는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능숙해, 하루와는 또 다른 놀라움을 자아냈다.


성장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라면 누구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도로주행의 평균 속도까지 도달하는 데 더불어, 몸을 기울여 차체의 중심을 유지하면서 커브하는 기술을 쉽사리 수행한 광경은 더욱 그러했다.


어느 순간부턴 하루의 시선은 지아에게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그녀가 걸핏하면 추월해대는 바람에 한껏 의기소침해진 이들을 향해, 아련한 눈빛을 보낸다.


“아저씨! 저 어때요!”


저 멀리서 외치는 그녀에게 닿는지도 모를 말을 읊조린다.


“얼마나 많은 이들을 재기불능으로 만들 셈이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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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154. 돌발상황 21.12.02 42 2 13쪽
154 #153. 작당 21.12.01 42 2 12쪽
153 #152. 기획 21.11.30 45 2 13쪽
152 #151. 좋아 21.11.29 42 2 12쪽
151 #150. 학생 21.11.26 40 2 12쪽
150 #149. 학교 21.11.25 46 2 12쪽
149 #148. 시험지 21.11.24 41 2 12쪽
148 #147. 터무니없는 무게 21.11.23 44 2 12쪽
147 #146. 귀찮은 일 21.11.22 43 2 12쪽
146 #145. 페어리 포레스트 21.11.19 43 2 12쪽
145 #144. 퇴사 21.11.18 44 2 12쪽
144 #143. 서운하지 않아 21.11.17 47 2 12쪽
143 #142. 정보거래 21.11.16 43 2 12쪽
142 #141. 수호룡 21.11.15 45 2 12쪽
141 #140. 티타임 21.11.12 46 2 12쪽
140 #139. 메리 맨 21.11.11 43 2 12쪽
139 #138. 과거사 21.11.10 45 2 13쪽
138 #137. 수색 21.11.09 46 2 12쪽
137 #136. 습격, 의심 21.11.08 46 2 12쪽
136 #135. 수습기사 21.11.05 46 2 12쪽
» #134. 운송 교육 21.11.04 43 2 12쪽
134 #133. 면접 21.11.03 44 2 13쪽
133 #132. 과거 [Myth] 21.11.02 44 2 12쪽
132 #131. 텐타클 21.11.01 45 2 12쪽
131 #130. 판코스미오 21.10.29 45 2 12쪽
130 #129. 문명의 톱니바퀴 21.10.28 4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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