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27,958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11.09 06:00
조회
46
추천
2
글자
12쪽

#137. 수색

DUMMY

깊은 산 속.

복면을 쓰고 있는 한 여성이 공터에서 인기척을 발견하곤 제자리에서 사라진다.

순식간에 거점으로 이동한 여성은 주둔지 내부 한 천막을 들췄다.


“하랑.”


캠프 내에서 외투를 입고 있던 소년.

그가 뒤를 돌았다.


“무슨 일이길래 기별도 없이 들어와?”


“미안. 그들의 수색망이 점차 좁혀져 오고 있어.”


“그들?”


하랑은 의문과 동시에 얼마 전에 텐타클에서 벌였던 대규모 작전을 떠올렸다.


“드디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건가.”


하랑은 마저 외투를 챙기고 책상 위에 놓인 복면을 챙겨 나왔다.

뒤이어 여성에게 인원들의 소집을 맡기고 단상 위로 올랐다.


삽시간에 인파는 그의 앞으로 모였다.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서야 이 세력에서 살아갈 순 없었으리라.


“거주지를 옮긴다.”


“그들의 수색 때문인 건가.”


“그래. 아직 남은 물건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잡히는 건 곤란할 테니까.”


하랑의 전달을 받은 인원들은 구태여 다음 지시가 없어도 흩어졌다.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다음 거점.

그리고 또 다음 거점과 연락망을 상시 구축하는 게 그들에겐 그만큼 당연했다.


하랑은 방금까지 있던 천막 내부로 들어가 바닥에 깔린 나무판자를 들었다.

그럼 지하통로로 향하는 철제 입구가 드러났다.

그가 곧바로 입구를 열고 들어갔다.


사다리를 한참 타면 바닥에 발이 닿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감각적으로 벽을 더듬어 무언가의 장치를 찾아냈다.


달칵

우웅─


장치를 가동시키면 그의 앞의 기나긴 통로를 밝히는 조명이 끊임없이 켜진다.

동시에 그곳에 있던 부유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선로에 장착되어 가동만 시킨다면 자동으로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게 설계했다.


하랑은 부유선에 올라 미리 실어놨던 물건들을 확인했다.


곧 확인이 끝나면 곧바로 조종석에 올라 천천히 시동을 켰다.

터널엔 먹먹하게 울리는 엔진음으로 차오른다.


“······쫓아와. 할 수 있다면.”


그가 나지막이 내뱉는 혼잣말이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


“아무래도 수색에 시간이 걸리는 것 같은데요.”


실리어스가 줄곧 중앙 홀에 남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회의 직후 단장실에 들어가지도 않고 그저 연락을 기다리기만 한세월.


“그렇다고 기사단원의 총력을 그곳에 기울일 순 없죠. 아마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거고.”


“각자 업무나 일과가 있을 테니까 어쩔 순 없지만요···.”


며칠 전부터 기사단 내부는 무척이나 소란스럽다.

택배도난 사건 후, 심기가 다소 불편하고 불안한 고객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실리어스는 충분히 그럴만한 일이라며 다독였지만, 기사들의 피로는 그것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카운터에서도 그렇게 끊임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던 때,


달칵


마침 또 수화기를 내려놓던 누군가가 실리어스를 불렀다.


“지부장님. 찾았답니다.”


“어디서?”


“쿠로모 택배에서 먼저 연락이 왔는데······”


마지막 말을 흘리니 실리어스는 눈썹을 움찔했다.


“무슨 일이죠.”


“그게 이미 거점은 텅 비어있었답니다.”


“······이미 놓친 이후인가요. 어쨌든 우리 쪽에서도 조사 요청을.”


“네.”


#


괴한의 거점.

하루와 지아가 그곳에 도달했을 땐 역시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사전에 듣긴 했지만요.”


지아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곤 아쉬운 듯 내뱉었다.

게다가 이미 수많은 택배기사단에서 이곳을 찾아 조사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몰릴 필요가 있나요?”


지아는 의문인 듯 내놓았다.

그럼 하루는 무덤덤하게 평소와 같이 답했다.


“서로가 공생관계이면서 경쟁 관계니까. 타인의 손에 맡겨선 불만족스러운 거겠지. 쿠로모 상단 쪽에서도 나중에 트집 잡힐 요소는 안 남기는 게 좋을 테고.”


“그건 그렇네요.”


지아가 걷던 중에 뭔가를 발견하곤 하루의 옷깃을 잡았다.

그럼 하루는 다른 곳으로 향했던 시선을 돌렸다.


“저기.”


그녀가 가리킨 건 한 천막.

뭔가 이상한 낌새는 없었지만, 그녀가 뭘 말하고 싶었는진 알 수 있었다.


잠시만 살펴봐도 미리 그 천막에서 조사 중인 쿠로모 상단의 움직임에 어색함이 보인다.

분명 봤던 책장 아래를 또 살피는 등의 행동 등이 방증이다.


하루가 또 다른 주변을 둘러보면, 드문드문 있던 쿠로모 상단의 다른 기사들도 같은 낌새를 보였다.


“터무니없는 연기자들이네.”


하루의 말에 지아가 동의했다.


둘은 처음 지아가 가리킨 천막으로 다가갔다.

아니나 다를까 쿠로모의 기사가 둘을 발견하곤 잠시 움찔했다.

미리 둘을 발견한 그가 내부에 있던 동료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럼 그 신호에 눈치챈 동료가 돌연,


“이런, 아무리 찾아도 뭐 나오는 게 없네.”


따위의 대사를 내뱉는다.


지아가 무심코 코웃음을 쳤다.

하루는 그들의 행동을 무시하고 내부로 들어섰다.


방금의 대사가 먹혀들지 않자 그중 하나가 더욱 대담하게 나섰다.

예를 들어 하루의 앞을 막고 서선 어색하게 다음 대사를 내뱉는다던가.


“하하, 안녕. 너희도 고생이 많네.”


하루가 제 앞에 선 그를 지그시 응시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주륵 흐른다.


“날씨도 더운데,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 아, 백묘구나. 이쪽은 우리가 샅샅이 뒤졌는데도 먼지 한 톨 안 나오더라고. 정말 곤란하지?”


어깨를 으쓱이더니 어색함의 끝을 달리는 그를 보면서, 주변의 동료들도 아무렴 그건 아니라고 여겼는지 제 이마들을 쳤다.


“그쪽들이 어떻건 우리는 확인한 게 없어서. 만족할 만큼 조사하라고 부른 거 아닌가?”


“어? 뭐······ 그렇지?”


그렇게 답한 기사를 하루는 여전히 빤히 응시했다.


“ㅇ, 왜?”


“알겠으면 거기 좀 비켜주지.”


하루가 손을 들곤 그가 밟고 서 있던 나무판자를 가리켰다.


그가 잠시 머뭇거리며 주변의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도, 그들은 고개만 절레 저었다.


그리고 때마침 울리던 외침.


“찾았다!”


그 외침에 이어 이곳저곳에서 연달아 발견했다는 통보가 이어졌는데, 그곳엔 꼭 쿠로모 기사단의 기사들이 보였다.

하루가 천막 외부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금 제 앞을 막고 선 그에게 눈짓하니, 그 기사는 한숨을 푹 내쉬는 것이다.

이윽고 그가 나무판자에서 내려오자 하루는 곧바로 그 아래를 확인해 입구를 발견했다.


“역시, 이미 쿠로모 쪽에서 발견한 거군.”


“왜 말을 안 한 거예요?!”


지아가 발끈하니 쿠로모의 기사들이 머리만 긁적였다.

답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들 대신 하루가 입을 열었다.


“왜긴. 처음에도 말했잖아. 경쟁 관계. 예를 들어 미리 선수를 쳐서 배송품을 가장 먼저 확보했다. 그 정보를 흘려 고객들의 신뢰를 독점으로 받는다던가, 필시 그 외에 비슷한 이득을 취할 속셈인 거겠지.”


터무니없는 예시지만 현실에서 그들이 세운 계획도 비슷한 모양새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 쿠로모 택배뿐이 아닌, 다른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

절로 질색하는 표정을 내놓는 지아를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하루에게 그들의 사정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만.


“일단 지부로 연락 먼저 하자. 내려가면 연락이 안 될지 모르니까.”


하루의 말에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곤 단말기를 들었다.

지아가 연락을 끝마치기 전까지 하루는 깊은 입구를 들여다 봤다.


과연 이런 통로를 만들어내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소모했을까.

그보다 이 통로 끝에 그들의 거점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왜인지 이들은 그 정도의 철저함을 갖춘 세력일 것만 같았다.

그럼 동시에 그들이 하는 행위 자체가 단순히 도난으로 그치는 일이 아닐 것만 같았다.


물론 그 모든 건, 단순한 감이다.


“언니가 이대로 수색에 전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요.”


“하아. 우리의 목적은 따로 있다고 하는데.”


“혹시 모르잖아요. 이 소동이 저희가 원하는 무언가와 연관이 있을지도.”


하루가 푸념을 내놓으면 지아는 애써 그를 위로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만.”


정말이지 위로라곤 통하지 않는 작자다.

지아의 냉랭해진 눈빛을 확인하곤 하루는 곧장 입구로 들어갔다.

지아도 그런 하루를 맥없이 바라보더니 뒤를 따랐다.


#


“신입인가!”


옆에서 실리어스의 통화 내용을 엿듣던 스타가 외치는 바람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퍼뜩 놀란 모습이다.

정작 실리어스는 대수롭잖게 반응했지만.


“예, 뭐.”


“신입에게 너무 무리를 시키는 건 아닌가!”


가만 보면 이런 데에 한없이 가차 없을 것 같던 그가 그런 말을 내놓으니 어딘가 어색하다.

실리어스가 가만히 그를 지켜봤다.

마치 주변에서 보기엔 둘의 눈싸움이 성사된 모양새가 되었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는 둘보다도 주변이 안절부절못하니 뒤이어 입을 연 실리어스는 고개를 획 돌리면서 툭 내놓았다.


“글쎄요. 무리인지 어떤지는 제가 판단할 일이죠.”


설마하니 그런 답을 내놓을 거라 예상치 못한 건지 그가 다소 놀란 눈을 했다.

이내 또 외친다.


“이게 지부장의 직권남용이라는 건가!”


마침 막 배송을 마치고 온 빌리가 둘의 대화를 듣고 피식 웃었다.

실리어스는 그런 말에 아무렇지 않게 또 답한다.


“그럼 스타씨가 하는 건 월권행위겠네요.”


“아!”


스타가 감탄사를 내놓더니 대꾸하지 않게 되었다.

그새 다가온 빌리가 여전히 실소하고 있었다.


“이건 무슨 만담인가요.”


“만담이라니······”


“하지만 확실히 지부장님이 신입에게 따로 지시를 내리는 건 드물긴 하네요.”


“······의심할 만한 요소라도?”


“의심은 무슨 의심이요. 생각보다 지부장님의 인기를 자각하시는 게 좋다고 말하는 겁니다. 신입을 해코지하는 사람이 있어도 모른다구요.”


실리어스는 통 알 수 없는 말을 내놓는 빌리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런 반응이 주위 기사들에겐 마냥 재밌는 모양이다.


다들 모처럼의 웃음기를 띠고 있을 때 돌연 또 벨이 울렸다.


이번엔 카운터 담당에게로 시선이 몰렸다.

한참의 대화 이후 담당이 잠시 수화기에서 입을 뗀다.


“저······ 지부장님.”


그렇게 부르는 목소리가 왜 그렇게까지 당황스럽고 불안했는지.

옆에서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빌리의 표정에도 곧 그만한 의문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


덜컹!


지아가 철제 입구를 벌컥 열고 나왔다.

몸을 반쯤만 빼내고선 한동안 당황한 듯 주위만 둘러봤다.


무성한 나무.

숲인 것 같은데 고대촌과는 또 다른 분위기인 걸 보니, 이미 필리아의 영역이 아니게 된 지 오래인 듯하다.


“여긴 또 어디야.”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온 속말을 듣지 못한 하루가 아래에서 재촉했다.

그제야 지아는 서둘러 지하에서 나왔다.

곧 하루도 나와서 주위를 두르더니 예상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역시 거점에 있던 입구는 다른 곳으로 이어져 있던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 많은 인원이 다 같은 곳으로 향했다면 이렇게까지 조용하진 않았겠지.”


납득가는 말이다.

뒤이어 하루는 제 옆에 있는 나무에 올라탔다.


“뭐라도 보여요?”


지아의 물음에 답할만한 요소가 당분간 보이지 않았지만, 머잖아 하루의 눈에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지아, 저 방향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줘.”


하루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그녀는 천천히 걸었다.

무성하게 자란 식물에 싫증을 내면서도 차근차근 발걸음을 디뎌 간 끝엔 그녀의 비명이 있었다.

하루가 급하게 달려가면 그녀는 제자리에 주저앉아있고, 무언가를 빤히 직시하고 있다.

자연스레 지아의 시선을 따라간 곳엔,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의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만 놓여 있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9 #158. 사자의 협곡 21.12.08 48 2 12쪽
158 #157. 협곡 21.12.07 40 2 12쪽
157 #156. 책임감 21.12.06 43 2 12쪽
156 #155. 영웅 21.12.03 41 2 12쪽
155 #154. 돌발상황 21.12.02 43 2 13쪽
154 #153. 작당 21.12.01 42 2 12쪽
153 #152. 기획 21.11.30 45 2 13쪽
152 #151. 좋아 21.11.29 42 2 12쪽
151 #150. 학생 21.11.26 41 2 12쪽
150 #149. 학교 21.11.25 46 2 12쪽
149 #148. 시험지 21.11.24 41 2 12쪽
148 #147. 터무니없는 무게 21.11.23 44 2 12쪽
147 #146. 귀찮은 일 21.11.22 43 2 12쪽
146 #145. 페어리 포레스트 21.11.19 43 2 12쪽
145 #144. 퇴사 21.11.18 44 2 12쪽
144 #143. 서운하지 않아 21.11.17 47 2 12쪽
143 #142. 정보거래 21.11.16 43 2 12쪽
142 #141. 수호룡 21.11.15 46 2 12쪽
141 #140. 티타임 21.11.12 46 2 12쪽
140 #139. 메리 맨 21.11.11 43 2 12쪽
139 #138. 과거사 21.11.10 46 2 13쪽
» #137. 수색 21.11.09 47 2 12쪽
137 #136. 습격, 의심 21.11.08 46 2 12쪽
136 #135. 수습기사 21.11.05 46 2 12쪽
135 #134. 운송 교육 21.11.04 43 2 12쪽
134 #133. 면접 21.11.03 45 2 13쪽
133 #132. 과거 [Myth] 21.11.02 44 2 12쪽
132 #131. 텐타클 21.11.01 45 2 12쪽
131 #130. 판코스미오 21.10.29 45 2 12쪽
130 #129. 문명의 톱니바퀴 21.10.28 49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