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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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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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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84
추천수 :
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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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추천
2
글자
12쪽

#136. 습격, 의심

DUMMY

“오늘 안에 가능한가요?”


짐칸을 슬쩍 바라보면 상당수의 배송품이 실려있다.


“뭐, 되는대로 해봐야겠지. 아무래도 북쪽에 발이 묶인 기사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야.”


빌리가 고삐를 슬쩍 당기면, 몽유소는 공중에 뜬 상태로 천천히 움직였다.

이내 도로를 따라 한참을 이동했다.

도중에 한가득 배송품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짐칸이 좀처럼 줄어들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전혀 안 줄지? 애초에 북쪽으로 향하고 있던 물품이었으니까.”


“아, 네. 그런데 길을 돌아간다고 했는데 어디로요?”


“저 산 너머로 가야 해.”


빌리가 마차를 모는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내뻗었다.

지아가 손가락 끝을 따라 산 중앙으로 뚫린 도로를 눈에 담았다.


“저런 곳까지 도로가 뚫려있네요.”


“효율적이지 못하고 사고가 종종 일어나던 곳이라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사고라는 단어가 영 불편한 게 아니다.

지아는 내심 불안한 기색을 감췄지만, 빌리는 어째선지 산을 통과하던 중에 고개를 들더니 심각해졌다.


“왜 그래요?”


지아가 불안하게 묻자 그는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 조용하네.”


“그게 왜요?”


전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한 그녀는 그저 똑같이 고개를 들고 주변만 한참 바라봤다.


“주변의 작은 생명체의 소리마저 없어.”


본래 들리지 않던 장소가 조용하다고 한들 역시 이상할 건 없었다.

하지만 곧 지아 역시 뭔가 꺼림칙한지 불안한 눈동자를 숨기지 못한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였다.

어떤 잡음도 느껴지지 않는다.


두 개의 산을 양쪽에 끼고 있어서 그런지 괜히 더 불안함은 고조되었다.

그럼 그는 중간부터 고삐를 조금 더 꽉 쥐었다.

서서히 몽유소를 재촉하기 시작하다가 마차를 빠르게 몰았다.


지아가 급발진하는 마차에 잠시 중심을 잃었다가 되찾았다.


“갑자기 뭐예요?”


“서둘러 벗어나야겠어.”


그가 이미 사색이 되어있다.

그리고 그가 우려했던 사실이 눈앞에 닥쳤다.


양쪽의 산에서 갑작스레 나온 복면을 두른 인물들.

누가 봐도 좋지 않은 등장과 복장에 지아는 심각해졌다.


마차를 더욱 세차게 몰았지만, 그들은 이미 모든 걸 상정한 듯 바닥에 깔아뒀던 술식을 발동시켰다.

곧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던 술식 위로 몽유소가 지나치면, 몽유소는 돌연 괴롭게 울부짖더니 멈춰섰다.


“젠장, 움직여!”


“소용없어.”


숲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온 복면의 사내가 나타났다.


빌리는 그 체형과 목소리로 유추했을 때 자신과 비슷한 정도의 또래라고 여겼지만, 분위기상 누가 봐도 그는 그들의 수장이나 간부급이었다.

괴한이 그렇게까지 제대로 된 조직이었을 경우에 한했지만.


하지만 그가 누구건 뭐가 중요한가.

지금 자신들은 마차를 꽉 채우고 있는 모든 것들을 도난당하게 생긴 셈이다.

그 또한 그들이 물건만을 탈취할 계획이라면 말이다.


“이미 그 술식을 지났을 때부터 녀석이 깨어나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잖아.”


사내는 마차 쪽으로 걸어오더니 몽유소의 등을 슬며시 쓰다듬었다.


몽유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컬스다.

술식이 보랏빛으로 변형될 때 이미 알아봤지만, 틀림없이 몽유소에게 수작을 부린 것이다.


사내와 눈을 마주친 빌리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어 보였다.


하지만 사내가 빌리를 안심시켜줄 리는 없었다.


“괜한 짓은 하지 마.”


그렇게만 내뱉곤 사내는 주변의 괴한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괴한들이 짐칸으로 다가갔다.

곧 그중 하나가 휘파람을 흘렸다.


“상당한데?”


어지간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목소리다.

하지만 어째선지 사내는 괴한들의 고조된 기분을 단숨에 억눌렀다.


“들뜨지 마.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제대로 인지해.”


그럼 방금 휘파람을 불던 녀석은 머쓱해져선 헛기침만 내놓았다.

잇따라 그들은 짐칸에 있는 것들을 천천히 옮겼다.


지아가 힐끔 짐칸을 향해 눈동자를 돌리면, 그 뒤쪽에 어느새 가져온 또 다른 운송수단이 대기하고 있다.


비행선.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몰라도 그들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는 증거다.


“지아.”


문득 옆에서 속삭이는 소리에 돌아보면 빌리는 여전히 고삐를 쥔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든 목숨만은 부지해보죠.”


딱히 방도는 없었지만 그를 걱정해서 한 소리였다.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했는데, 식은땀을 줄곧 흘리고 있는 게 어지간히 겁을 먹은 것으로 보였다.

빌리가 다음에 눈치를 주기 전까진 그렇게만 여겼다.


빌리는 지아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벙긋거렸다.

그리곤 어째선지 몇 번 몽유소 쪽으로 반복해서 눈알을 굴렸다.


‘몽유소가 뭐 어쨌다는 거지?’


좀처럼 알아듣지 못하고 지아가 몽유소만 응시하고 있을 때,


“작당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옆에 있던 사내가 그렇게 내놓자마자 몽유소가 움찔거렸다.

동시에 지아의 눈도 움찔했다.


분명 몽유소의 이상을 목격했다.


사내 역시 둘을 살피며 상태를 눈여겨볼 때 몽유소는 거세게 울었다.

마치 야수의 포효다.

소라는 생물에서 포효라고 부를 만한 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사내가 귀를 막았다.

마찬가지로 뒤에 있는 놈들도 화들짝 놀라면, 빌리는 때를 놓치지 않고 몽유소의 등에 올랐다.

빌리가 지아에게로 손을 건네자 몽유소를 제대로 관찰하고 있던 지아도 순간의 당황을 다스리고 뒤로 올라탔다.


포효하던 몽유소는 날뛰기 시작했다.


사내는 뒤늦게 빌리가 하려는 행동을 예측하고 몽유소와 마차의 연결고리를 끊어냈다.


그럼 날뛰던 몽유소가 달리기 시작했다.

차마 진정시킬 새도 없이 지아와 빌리가 멀어져가는 걸 사내는 지켜봤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짐을 나르던 이들마저 어벙한 표정을 하고 사내에게 다가왔다.


“저 녀석, 컬스를 억지로 풀었어.”


“뭐? 주술산가?”


“그건 아니야. 술식을 그릴 새도 없었으니까. 됐어, 동식물과 교감하는 종족이 하도 많아야지. 우리 목적은 이미 달성한 거니까.”


사내는 이미 떠난 둘에게 관심을 끄고 비행선을 향했다.


#


“저······ 물건은 어떻게 하죠?”


빌리는 말이 없었다.

지아는 어색함을 감추고 이미 진정한 듯한 몽유소의 등을 괜히 쓰다듬었다.


둘은 기사단에 도달하기 전까지 어떤 대화도 섞지 않았다.


그리고 빌리는 기사단 중앙 홀에서 실리어스와 대면해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기껏 운을 뗐다는 게 그 말이라니.

괜히 옆에 있던 지아마저 죄책감에 있어야 했다.


고개만 숙이고 있는 둘을 실리어스는 말없이 지켜봤다.


“무사하면 됐어. 우리에겐 인력이 전부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 무수한 클레임이 걸려왔을 게 틀림없다.

지금 그들이 서 있는 장소의 분위기가 그 방증이었다.

카운터에 있는 이들은 이미 녹초가 되어선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손해 역시 이만저만이 아닐 터.

둘의 고개는 더욱 익은 벼처럼 되어간다.


덜컹!


“빌리는 무사하냐!”


벌컥 문을 열어 재끼고 등장한 건 스타였다.


빌리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스타는 빌리의 어깨를 붙잡더니 고개만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음! 다행히 무사한 모양이야!”


“선배······.”


뒤따라 들어오던 하루도 지아의 모습을 먼저 확인했다.


“오는 중에 대충 듣기는 했는데······”


실리어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하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당신은 감이 좋네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의문은 품고 있었잖아요.”


그들의 대화 중에 주변에 있던 셋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예요?”


참다못해 꺼낸 지아의 질문에 실리어스가 이어 답했다.


“북쪽의 교통 마비. 정확하겐 마정석의 조작 오류를 일으킨 게 전부 의도되었단 거죠.”


하루를 제외하고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각자 놀라는 반응이다.


“북쪽의 조사 결과가 벌써 나온 건가!”


스타의 감탄사인지 의문사인지 모를 말에 실리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흴 습격한 괴한과 북쪽의 교통 마비를 일으킨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같은 세력이라는 건가요?”


“아마도.”


“확실히 그렇게 봐야겠지. 타이밍이 너무 좋으니까.”


그럼 빌리는 문득 뭔가를 떠올리곤 퍼뜩 고개를 들었다.


“설마! 습격당한 건 저희뿐만이 아닌 건가요?”


실리어스는 이번에도 말 대신 침묵으로 긍정했다.


방금까지 당한 사건에 낙심을 금치 못했던 감정은, 괴한들의 앞뒤 안 가리는 행동에 대한 경악으로 변질했다.

그들이 한 짓은 그야말로 도시를 적으로 둔 행위 같기도 했다.


“혹시 위에서 지시가 있었나?”


이번엔 하루가 실리어스에게 물었다.


“아직은요. 보통 아라가 다른 업체들의 일에 관여하는 일은 많지 않아요.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겠네요. 그녀는 관리가 아니라 이 도시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그렇다는 건······”


“네. 누군가 도시에 직접적인 문제를 끼친 이상, 이번엔 어떤 전달사항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쯤 대화가 진행됐을 때 카운터에 비상벨처럼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담당 중 하나가 카운터 밑에 있는 수화기를 들었을 때야 벨이 멎었다.

한동안 중앙 홀에 이던 기사들의 시선이 카운터로 몰렸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그럼.”


달칵


수화기를 내려놓은 그녀가 지그시 지부장을 바라본다.


“지부장님. 아라씨에게서 온 전보입니다.”


그 말을 듣던 하루는 그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들 양반은 못되겠네.’


#


“지금부터 대대적인 수색이 진행될 거야. 다들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이 도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모두의 수색지점을 정해줄게.”


거대한 원탁에 모여 그녀의 말에 집중하던 각 업체의 수장들은 부정하지 않았다.

도시의 설계와 동시에 자신들이 모르는 곳까지 알고 있으리라.

한 치의 의심없이 누구나가 그렇게 여겼다.


아라가 원탁에 거대한 맵을 펼친다.

잇따라 지역 하나하나를 지목하면서 동시에 업체의 이름을 읊조리면, 수장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색지점을 머릿속에 새겨넣었다.


반면 실리어스는 백묘의 것을 포함한 그들의 수색지점 모두를 외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정말이지 텐타클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는 듯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눈에 비치는 사각이 제법 많아 보인다.

실리어스는 그것들마저 놓치지 않았다.


수색지대는 대체로 사건이 일어난 주위로 편성되었다.

맵 위에 많은 지역이 업체의 문양이나 이름들로 채워졌고, 마침내 아라가 입을 다물었을 땐 이미 공백이 없다시피 빼곡했다.


“그럼 다들 힘내서 물건들을 탈취한 악동들을 잡아내 보자고.”


그녀는 평소처럼 반 들떠있는 어조였지만 모두는 제대로 의지를 다잡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해산하는 분위기에서, 돌연 실리어스의 눈에 띈 지역 하나.


“여긴요?”


실리어스가 맵 위로 팔을 뻗어 가리킨다.

도로가 무수히 뻗어있는 세계에서도 묘하게 비어 보이는 공간.

물론 그건 의식하지 않는다면 지나칠 정도의 미세한 이질감을 지녔다.

그럼에도 아라의 반응을 살펴보기엔 충분한 지적이었다.


아라는 잠시 답을 뜸 들이다가도, 고개를 든 순간 실리어스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미소짓는다.


“사건 발생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기도 하고, 내가 직접 조사할 예정이라 언급하지 않았어.”


택배기사들은 그녀의 답에 어깨만 으쓱이곤 자리를 벗어났다.

모두가 해산하는 와중에도 실리어스만이 가장 마지막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다.

둘 사이 느슨했던 관계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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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7. 협곡 21.12.07 40 2 12쪽
157 #156. 책임감 21.12.06 43 2 12쪽
156 #155. 영웅 21.12.03 42 2 12쪽
155 #154. 돌발상황 21.12.02 43 2 13쪽
154 #153. 작당 21.12.01 42 2 12쪽
153 #152. 기획 21.11.30 46 2 13쪽
152 #151. 좋아 21.11.29 43 2 12쪽
151 #150. 학생 21.11.26 41 2 12쪽
150 #149. 학교 21.11.25 47 2 12쪽
149 #148. 시험지 21.11.24 41 2 12쪽
148 #147. 터무니없는 무게 21.11.23 44 2 12쪽
147 #146. 귀찮은 일 21.11.22 43 2 12쪽
146 #145. 페어리 포레스트 21.11.19 43 2 12쪽
145 #144. 퇴사 21.11.18 45 2 12쪽
144 #143. 서운하지 않아 21.11.17 47 2 12쪽
143 #142. 정보거래 21.11.16 44 2 12쪽
142 #141. 수호룡 21.11.15 46 2 12쪽
141 #140. 티타임 21.11.12 47 2 12쪽
140 #139. 메리 맨 21.11.11 43 2 12쪽
139 #138. 과거사 21.11.10 46 2 13쪽
138 #137. 수색 21.11.09 47 2 12쪽
» #136. 습격, 의심 21.11.08 47 2 12쪽
136 #135. 수습기사 21.11.05 46 2 12쪽
135 #134. 운송 교육 21.11.04 43 2 12쪽
134 #133. 면접 21.11.03 45 2 13쪽
133 #132. 과거 [Myth] 21.11.02 44 2 12쪽
132 #131. 텐타클 21.11.01 45 2 12쪽
131 #130. 판코스미오 21.10.29 45 2 12쪽
130 #129. 문명의 톱니바퀴 21.10.28 4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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