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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링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택배기사로 이직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야링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3
최근연재일 :
2022.01.13 06:05
연재수 :
18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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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
글자수 :
1,035,798

작성
21.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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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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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133. 면접

DUMMY

우웅─


“으왓!”


지아가 도시를 둘러보던 차에 미처 보지 못했던 부유바이크를 간신히 피했다.


하루가 스쳐 가는 거리의 택배기사들에 시선이 쏠렸다.


“이 도시는 사고가 잦겠네요.”


“뭐, 다들 익숙해 있겠지. 한눈파는 일도 없을 테고.”


지아가 불만스럽게 말하고서도 금세 또 눈을 반짝이며 이곳저곳을 둘렀다.


도로는 딱히 정해진 형태를 고집하지 않고 여러 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리고 그 도로들을 저런 부유 바이크들이 달린다.

아마 그 뒤에 실고 있는 게 배송품.


수십 년에 이렇게까지 정경이 바뀌는 일인가.

부유석의 정제법이나 사용처가 널리 퍼졌다곤 하나 이렇게까지 순식간일 줄은 차마 신이라는 작자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저도 몰 수 있으려나요!”


지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벌써 몰 기세였다.


“그나저나 길을 물어도 이렇게나 길이 서로 이어져 있어서는 쉽게 찾질 못하겠네요.”


그렇게 말하던 찰나 둘은 한 건물 앞에 섰다.

실리어스의 제복에도 새겨져 있던 문양.


딸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정해진 역할을 하는, 체계적인 형태가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어쩐지 이전에 있었던 일처럼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서 있으면 누군가 또 다가와 말을 건넸다.


“뭐 도와드릴까요?”


“아, 뭐 면접······이랄까 지부장을 만나려고 하는데.”


“예? 면접······. 미리 전해 들은 건 없는데 혹시 약속을 잡고 오셨나요?”


“그 언니, 뭔가 똑 부러져 보였는데 실제론 아닌가 봐요.”


지아가 팔짱을 끼고선 대놓고 직원의 앞에서 상사의 험담을 내놓았다.

안내인인 그녀가 당황하고 있자니 이번엔 또 새로운 얼굴이 다가왔다.

어딘가 건강미 물씬 풍기는 미소년.


“신입 구한다고 어제 들었잖아.”


“응?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허당은 이쪽이었나!”


지아의 딴지에 안내인이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최근에 여러모로 바빠서요.”


“이것도 전부 일손 부족 때문이야. 그러니 신입은 환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형식상 면접은 봐야겠지.”


“상관없어.”


그렇게 답하는 하루와 달리 지아가 불현듯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긴장하는 지아를 보더니 둘을 맞이하러 온 이의 얼굴에 미소가 새겨졌다.


“면접은 둘 다 보는 거야?”


틀림없이 지아는 논외로 볼 줄 알았거늘 제대로 된 취급에 하루가 잠시 말을 잃었다.


“왜 말이 없는 거예요!”


지아의 윽박에 그제야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재밌는 콤비네. 따라와, 면접장은 이쪽이야.”


따라가는 동안 지부 내의 모습을 살펴보며 본부의 규모를 예측했다.

지금쯤이면 상당히 거대해져 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멀리까지 지부를 세울 수는 없을 테니.


“백묘가 맞는 건가.”


“우리 기사단을 알아? 하긴 제법 크다고 생각은 하지만.”


“본부는 자유 도시로 알고 있는데.”


무심코 내뱉은 의문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 질문에 대한 답과 동시에 말이 너무 많았다는 자각이 들고 만다.


“자유 도시에 가본 적이 있어?”


“자유 도시가 뭐예요?”


지아가 묻고서야 구태여 인계가 아닌 도시를 칭한 것도 어딘가 부자연스럽다는 걸 깨달았다.


“인계에 있는 도시.”


“그러고 보니 어제 들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인계 출신이구나. 그쪽도 살기 좋을 텐데 여기서 지낼 생각을 한 건 특별한 게 있는 거야?”


제법 호기심을 보이는 남자다.


“이런 질문들도 면접에 포함되는 건가?”


간접적으로 답하기 싫다는 의도였으나 그가 알아들었을진 모르겠다.

하루의 말에 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제 앞에 있는 문을 열었다.


뒤이어 제법 큰 공간이 들어온다.

먼저 좌측에 의자 둘과 우측에 기다란 타원형의 데스크.

데스크에는 마찬가지로 의자가 몇 개 놓여있고, 해당 자리에 명패가 갖춰져 있다.


전형적인 면접 장소인 건 둘째치고, 아무리 봐도 비전형적인 장소가 곧 눈에 들어온다.

면접장에 뚫려있는 벽, 그 너머 드넓은 외부 공간으로 이어져 있다.


하루와 지아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거리낌 없이 들어서던 안내자는 곤란하단 표정이었다.


“이런 아직 아무도 안 왔나 보네.”


“이 밖은······”


“택배기사 면접은 처음이야? 저기도 일종의 면접장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가 답했을 때 하루는 자연스레 그 용도를 떠올리고 있었다.

보나 마나 신체적인 능력의 테스트 같은 것이리라.

그럼 무심코 하루의 눈이 지아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지아 역시 그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불안한 눈초리다.


그녀가 통과할 수 있을는지.

하지만 떠올려보면 그녀의 움직임 또한 나쁜 편은 아니었다.

아마도.


“크흠, 이거 미안하네. 뭐 면접자 석에 앉아서 기다려 줄래? 난 심사위원들을 소집할게.”


그리곤 그는 후다닥 뛰어나갔다.

재차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


“마실 거라도?”


물으면 둘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다시 그의 발소리가 멀어진다.


조용했다.

그래도 뻥 뚫린 공간이어서인지 갑갑하진 않다.

제 옆에 있던 그녀는 논외로.

하루가 한숨을 내쉬면서 지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물 마시는 편이 좋지 않았겠어?”


“괘, 괜찮아요. 의외로 실전파거든요!”


“실전이고 뭐고 처음이잖아.”


이젠 하루의 말은 거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그저 정면만 응시한 채 호흡을 고르고 있다.

평소 다른 이들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이럴 거라 예상치도 못했거늘.

면접이 주는 압박감은 만종공통인가보다.


조금 뒤엔 바깥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몰려온다.


“무슨 면접이야 갑자기.”

“일손이 부족하다고 가장 투덜댄 게 당신이잖아요.”

“지부장님의 배려에 눈치 좀 채시게.”

“배려인지 또 홀로 큰 그림이랍시고 그리는 건지 어떻게 알아?”


‘남성 셋에 여성 하나.’


면접장으로 들어오는 심사위원들이 하나같이 하루와 지아를 흘깃 스쳐보고 자리로 향한다.


‘아니 여성 둘인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실리어스와 눈을 마주쳤다.

애써 아는 척하지 않으려던 걸 지아도 다행히 눈치채준 모양이다.

아니, 단순히 긴장하던 것뿐인가.


실리어스 외에는 어떤 종족인지 가늠도 안 갔지만, 하나 같이 기백이 괜찮은 이들이다.

무심코 미소가 나올 정도로.


‘괜찮은 직원들을 모았구나.’


이유 모를 미소지만 심사위원 중 하나는 그걸 또 좋게 본 모양이다.

물론 그와 반대되는 이도 있기 마련이지만.


“일도 바쁘니까 뻔한 건 패스하자고.”


“지부장님이 먼저 허가도 안 했는데 멋대로 좀─”


“괜찮아.”


실리어스의 간단한 말에 한 명은 무안해지고 먼저 제안한 이는 기세등등한 표정이다.


“그럼 신상정보는 서류들 보시고, 나부터 질문하지.”


방금의 기세등등한 남자다.

그가 하루를 빤히 노려봤다.


“1지망 부서는?”


“배송.”


그의 눈썹이 움찔했다.

하루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의 몸집이나 인상으로 봤을 때, 그는 배송보단 호위나 그에 인접한 부서의 팀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 그들의 대화에서도 일손 부족을 탓하던 이는 그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기대에 보답해줄 수는 없다.

이곳에 들어온 이유를 떠올렸을 때 가장 적합한 게 배송이었기에.


무엇보다 이미 실리어스의 보장은 받았기에 구태여 그의 점수를 얻을 필요는 없다.


하루의 답을 들은 그는 방금의 미소는 저버리고 이번엔 지아를 노려봤지만, 곧 혀만 차곤 의자에 등을 기댔다.


“칫. 그래, 어차피 나도 둘은 거리가 멀다 싶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선 안 돼요. 당신의 팀에도 그런 기사들이 몇 있잖아요?”


이미 관심을 져버린 그와는 다르게 실리어스와 함께 온 온화한 인상의 여성이 흥미를 보였다.

아마도 그녀가 배송팀.


“함께 온 분의 답은 아직 듣지 못했네요.”


“저, 저도 같은 부서로!”


“오, 의외네요. 틀림없이 사무적인 곳을 원할 줄 알았는데. 단순히 그와 함께 있고 싶은 건가요?”


“아뇨! 그냥 답답한 장소는 안 맞는 것뿐이에요.”


“일손 부족은 어느 부서든 마찬가지니까. 게다가 면접은 이번 뿐은 아니니 다른 부서로 굳이 돌리지 않아도 괜찮겠지.”


실리어스의 말은 아쉬워하던 나머지 위원들의 수긍을 끌어냈다.

배송팀장으로 보이는 그녀도 딱히 서류상으로 보이는 문제는 없으니,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배송도 육체적 등급에 의해 세부적으론 또 갈리니까요. 그쪽 방면의 심사는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그녀의 말에 실리어스도 동의했다.


“그럼 두 사람은 이쪽 면접장으로 나와줄 수 있을까.”


면접장으로 안내했던 그가 외부 면접장으로 가면,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나섰다.

심사위원들은 그 자리에 앉아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지아가 고개를 돌려 심사위원을 힐끔 바라보면, 그들의 눈동자에서 어떤 기대도 찾을 수가 없다.

아무렴 통과는 될 테니 의미는 없다고 여겨도, 그런 눈들을 마주하면 무심코 승부욕을 태우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부유바이크는 몰아본 적 있으려나?”


둘은 고개를 저었다.


“음 그럼 바이크는 일단 넘길게. 먼저 소형부터 대형까지의 등급 체크네.”


“전부 바이크 운용인 건 아니었군요.”


“물론이야. 바이크는 소형. 어디까지나 도시 중심지 위주로 운용이 되고, 나머진 중형부터 대형까지 몽유소를 몰거나 비행선을 이용해서 외곽이나 더 먼 곳까지 운용해.”


“몽유소······ 자면서 공중을 떠다니는 생명체를 말하는 건가. 와이번은?”


“와이번은 어디까지나 긴급 용. 와이번으로 마차를 끌 순 없잖아.”


멀리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심사위원들은 그저 무심하거나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뉘어 있다.


“앞길이 머네.”

“뭐, 지금 같은 상황에서 경력만 뽑을 순 없으니까요.”


그들이 그런 말을 중얼거릴 때면 슬슬 면접장에서 하루와 지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아와 하루는 각각 배송품을 등에 지고 어느 코스 앞에 섰다.

그럼 옆에 있던 그는 그들이 지닌 배송품의 무게를 적었다.


“준비되면 바로 출발해줘.”


하루가 잠시 지아를 보고 눈치를 주면 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지면을 박차고 나섰다.


코스는 단순했다.

과거 여느 기사들이 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와 무척 흡사했다.

장애물이 존재하고, 상황에 맞춰 움직임을 변동하는 구간으로 나뉜다.

실제로 육체 등급을 잴 뿐인 곳에 많은 과정이 필요하진 않았다.


그나저나 지아는 생각보다 유연한 움직임을 보였다.

경사지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엔 아직 흐트러지는 호흡을 보이지만, 사실 그녀가 수십 킬로의 배송품을 지고 뛰는 것 자체가 기대 이상이었다.

높은 장애물을 한 손으로 넘는 장면을 보게 되면, 아무리 하루라도 그녀의 성장에 뿌듯함을 느꼈다.


‘슬슬 출발할까.’


그런 마음과 함께 하루 역시 지면을 박차고 나섰다.

과도한 건 좋지 않다.

그렇다고 지아와 함께 뛴다면, 아무리 적당해도 시선이 나뉠 게 뻔했다.

하루는 지아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했다.


보면 볼수록 지아의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녀가 술식을 쓰는 모습을 본 적은 없으나, 분명 병행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자신과의 동행이 빛을 발한 걸까.


처음 만났던 초라한 소녀라고 생각지도 못하게, 그녀의 뒤로 묶은 금발이 활기 있게 흔들린다.


‘무난하네.’


그렇게 생각할 때 땅에서 일어나는 진동에 지아가 그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서 발을 헛디뎠다.

하루가 흠칫했지만, 그녀는 용케 공중에서 재빠르게 배송품의 무게를 이용해 자세를 되돌리는 기술을 보였다.


심사위원석에도 소소한 감탄사가 나오기가 무섭게, 재차 진동이 울린다.


지아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아니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었다.

자신들의 앞에 거대한 생명체가 그 행동을 뒷받침해주듯 땅에서 솟아 나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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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155. 영웅 21.12.03 41 2 12쪽
155 #154. 돌발상황 21.12.02 42 2 13쪽
154 #153. 작당 21.12.01 42 2 12쪽
153 #152. 기획 21.11.30 45 2 13쪽
152 #151. 좋아 21.11.29 42 2 12쪽
151 #150. 학생 21.11.26 41 2 12쪽
150 #149. 학교 21.11.25 46 2 12쪽
149 #148. 시험지 21.11.24 41 2 12쪽
148 #147. 터무니없는 무게 21.11.23 44 2 12쪽
147 #146. 귀찮은 일 21.11.22 43 2 12쪽
146 #145. 페어리 포레스트 21.11.19 43 2 12쪽
145 #144. 퇴사 21.11.18 44 2 12쪽
144 #143. 서운하지 않아 21.11.17 47 2 12쪽
143 #142. 정보거래 21.11.16 43 2 12쪽
142 #141. 수호룡 21.11.15 46 2 12쪽
141 #140. 티타임 21.11.12 46 2 12쪽
140 #139. 메리 맨 21.11.11 43 2 12쪽
139 #138. 과거사 21.11.10 45 2 13쪽
138 #137. 수색 21.11.09 46 2 12쪽
137 #136. 습격, 의심 21.11.08 46 2 12쪽
136 #135. 수습기사 21.11.05 46 2 12쪽
135 #134. 운송 교육 21.11.04 43 2 12쪽
» #133. 면접 21.11.03 45 2 13쪽
133 #132. 과거 [Myth] 21.11.02 44 2 12쪽
132 #131. 텐타클 21.11.01 45 2 12쪽
131 #130. 판코스미오 21.10.29 45 2 12쪽
130 #129. 문명의 톱니바퀴 21.10.28 4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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