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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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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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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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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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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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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8. 치안불안

DUMMY

침상에 누워있는 황 감독은 거칠고도 약한 숨을 내뱉고 있었다.


“저 왔습니다.”


“... 이리...”


철수는 황감독의 미약한 손짓에 따라 그의 곁에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는 동시에 그의 손을 감싸 잡았다.


“저 옆에 있습니다. 감독님.”


“허, 어, 허... 그, 그래... 다행이야.”


“...”


“고, 고마워...”


“저야말로 감사했습니다.”


얼마지 않아 황 감독은 마지막 짧은 숨을 뱉고는 먼 길을 떠났다.


황 감독은 생전의 바람대로 그의 아들 곁에 묻혔다. 먼저 보낸 아들 외에는 달리 가족이 없던 황 감독이었기에 허민정이 상주가 되었다. 장례를 마치고 허민정은 대구부에서 철수 등과 함께 지내기 시작하였다.



***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마물의 피를 한껏 뒤집어 쓴 철수에게 한 남자가 버럭 소리를 쳤다.


“이봐! 윤 씨! 이 무슨 결례야! 엘더님,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원래 이러지 않는데 지금 제 정신이 아닌 모양입니다.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십시오.”


윤 씨라고 불린 남자 옆에 있던 한 늙은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철수의 안색을 살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오늘도 철수는 쌀을 팔기 위해 각지의 마을을 돌고 있었다. 지난 마을을 떠나 이번 마을에 도착하니 마침 한 마물이 난동을 부리고 있었고 철수는 곧바로 뛰어들어 급히 처치한 후였다. 그러나 아무래도 이미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 것 같았다.


“다친 사람은 없습니까?”


“그게 다들 도망치기 정신없어서... 이제 확인해 봐야지요. 부디 없길 바랄뿐입니다.”


“그렇군요.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정말로 감사합니다. 엘더님.”


“저기 그런데... 한 가지 바로 잡자면 저 엘더가 아닙니다.”


“예?”


“저 기억 안 나세요? 얼마 전에도 여기 오지 않았습니까?”


“...”


‘아! 피 때문인가?’


철수는 급한 대로 옷소매로 얼굴을 닦아 내었다. 피 묻은 옷으로 닦아내니 여전히 엉망이지만 그래도 좀 전보다는 알아보기 쉬울 것이다.


“그, 그렇군요.”


“예.”


“그런데 어떻게...”


“뭐, 그러려니 하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이러쿵저러쿵 적당히 설명하기가 마땅치 않아 그냥 얼버무렸는데 다행히 그냥 넘어가는 눈치였다.


“여하튼 다시 한 번 정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봐! 윤 씨! 뭐해! 어서 사과드리지 않고!”


“...”


“이 사람이 정말!”


“아, 뭐 됐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철수가 손사래를 치자 그제야 윤 씨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데... 정말 엘더가 아닌가요?”


“예.”


“그렇군요...”


“혹시 실망하셨습니까? 엘더가 아니라서요?”


“아, 아닙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각 속읍 마다 마물을 상대하는 특전부대가 상시 주둔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물의 출현 빈도, 흉악성, 마을의 위치 등등을 고려하여 부대가 배치되었다. 어찌 보면 부대가 배치되지 않은 마을은 상대적으로 마물이 자주 출현하지 않는 곳이라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바로 안전함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일단 마물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 이런 마을들이 더 위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나머지 마을을 아예 방치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많은 엘더들이 자신의 경작지가 있는 곳을 근거지로 삼았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틈틈이 순찰을 돌았다. 엘더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경작지가 있는 마을이 피해를 입어서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엘더들이 항상 마을에 붙어있을 수는 없지만 그럴 때는 자신의 사병을 주둔시키거나 다른 엘더들에게 부탁하거나 본성에 지원요청을 하였다. 그것도 아니면 아예 마물을 미리 찾아내어 토벌하는 식으로 피해를 예방하였다.


그러나 대구부의 엘더들은 옛 별빛바라기 지역의 속읍들의 경작권을 새로이 할당받고도 그 관리에는 그다지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대구부도 딱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렇게 안일하게 대응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대구부에 토벌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까?”


우선 마물은 어느 정도 자신의 서식지를 지킨다. 지금의 마을들은 애초에 마물의 서식지를 피해 자리를 잡아 형성된 곳이었다. 그렇기에 의외로 마물이 마을까지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설사 그렇다하여도 대부분 사전에 그럴 조짐을 보였다. 즉, 주민신고를 받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것이었다.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마물이 목격되어 대구부에 신고하였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라는 말 밖에 듣지 못했습니다.”


“...”


아무리 그랬다해도 이번 경우처럼 신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없이 며칠 째 끄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만약 담당 엘더가 부재라고 할지라도 대구부에서 다른 엘더에게 부탁하거나 특전부대를 배치하는 식의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철수가 알기에 주민신고를 무시할 만큼 대구부에 딱히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곳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허, 이 사람이 또... 말 좀 조심히 하게!”


그렇다. 엘더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진짜 이유는 아직 자신들이 공을 들여야 하는 지역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대구부로 경작권을 부여받았지만 아직은 불확실한 점이 많았다.


‘엘더의 사리’를 회수하는 상황에 따라 기존 별빛바라기성의 엘더가문들 중 어느 가문은 몰락할 것이고 어느 가문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현재 한 지역에서 기존 별빛바라기성의 엘더가문들과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토지분배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애초에 대구부도 대구부 엘더들의 기존 근거지는 고려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일단 대충 나눠 배당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껏 공을 들여봤자 다른 엘더에게 좋은 일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엘더에게 있어 다른 엘더들은 동료이자 한편으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다.


“제가 뭐 틀린 말을 했나요? 이럴 거면 왜 그 많은 경작권을 챙겨가나요?”


맞는 말이었다. 앞으로 자신들의 경작지가 될지 안 될지는 엘더들의 사정이었다. 그 때문에 그 반대급부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주민입장에서는 말이 되지 않았다. 철수가 최근 여러 마을 돌아다니다 보니 비단 윤 씨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대구부 엘더들의 처신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엘더들이 자신들이 받은 경작지가 위치한 속읍들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주면 좋을려만, 대구부에 처박혀 있기만 하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경제적 부담은 배로 늘었는데도 자신들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



“지금 탈옥수들이 문제가 아닙니다.”


“어허, 말씀 좀 조심하세요. 누가 듣겠습니다.”


“이 자리에 우리 밖에 없는데 누가 듣는다는 것입니까? 그리고 들으면 뭐 어떻고요?”


“거, 이것 참...”


“흥, 그럼 엘더께서는 이번 보패 탐색에 관심이 없으신가봅니다.”


“괜히 오해를 살 말씀을 하실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예예, 알겠습니다. 여하튼 지금은 보패가 우선 아니겠습니까?”


최근 각지에서 빛의 기둥이 포착된 일로 대구부의 엘더들의 긴급회의가 열렸다. 빛의 기둥 그것은 새로운 보패가 나타났음을 알려주는 징조였다.


“그렇긴 하지만 이미 주민들에게 공표한 것도 있는데 이제와 아예 발을 빼기도 그렇지 않습니까?”


민심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교도소 사건이 터졌고, 이에 대구부는 이참에 엘더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엘더들을 반란진압에 참가시키기로 하였다. 이에 엘더들은 조금 귀찮아하기는 하였지만 별다른 이견 없이 그러기로 하였다. 문제는 보패가 나타났다는 얘기를 들은 후에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보패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엘더들은 환호하였다. 그런데 초인들 사이에는 보패를 먼저 발견하는 쪽이 주인이 되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즉, 누가 하루라도 빨리 보패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어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였다. 이에 대구부 엘더들은 교도소 반란 진압에서 빠지고 싶었다.


“우리 엘더 중 일부는 진압에 나서야겠지요.”


“흐흠...”


“허험...”



***



“아, 왜 하필 나야.”


대구부의 엘더 중 하나인 주영환은 좀 전부터 계속 투덜거리고 있었다. 제비뽑기에 걸려 교도소 반란을 진압하는데 참가해야했기 때문이었다.


- 보패탐색을 가지 못하는 엘더의 몫은 따로 챙겨주나요?

- 보패를 쪼갤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찾는 사람이 모두 가지는 걸로 하시죠. 모두 운이다 생각합시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자기 발등 자기가 찍은 꼴이다. 보패찾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콩고물도 전혀 얻지 못하게 되었다.


“씨바, 이것들 다 죽었어!”


이게 다 탈옥수 놈들 탓이다. 왜 하필 이 시점이란 말인가? 주영환은 탈옥수들이 눈에 걸리는 데로 아작을 낼 생각이었다. 대구부에서도 체포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죽여도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 그 밥버러지 놈들 때문에 괜히 엘더께서 고생하십니다. 어휴 귀신은 뭐하나 그 놈들 안 잡아가고... 다시 잡아들여도 골치 아픕니다. 요즘 쌀값 아시죠? 왜 비싼 돈 들여...


아니, 주영환이 듣기에는 은근히 그러길 바라는 눈치였다.



***



“이 프로님, 대구부에서 탈옥수 체포 건을 발주했는데 참가하시겠어요?”


“응? 엘더들이 나선다고 하지 않았나요?”


엘더들이 나서면 으레 그 가신단이나 사병도 함께 움직인다.


“그게 귀 좀 잠시...”


“... 아, 예... 그렇군요.”


엘더들은 보패찾기에 가는 대신에 대구부에 자유기사를 고용할 비용을 지불한 것이었다.


대구부에서는 이번 사태에 특전부대는 투입하지 않기로 하였다. 특전부대는 대 마물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정예부대였지만 기본적으로 그 편제인원이 많은 것은 아니었고, 이번 일은 마물이 아닌 치안 문제이기에 기본적으로 경찰이 우선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다만, 당장 동원할 수 있는 경찰병력이 한정되어 있어 대구부는 자유기사를 참가시키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대구부에서도 프로님들이 가급적 많이 참가해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불참 시 불이익은?”


“... 어디 대놓고 얘기하나요?”


“혹시 그렇다면 단독으로 움직여도 되나요?”


“그건 팀장님께 확인해보고 답변 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뒤 총총걸음으로 돌아온 김 주임에게 철수가 묻는다.


“가능한가요?”


“네, 가능하다고하네요. 단지 이 경우 철저하게 실적주의로 기본급 없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직접 체포한 탈옥수 수에 따라 돈을 지불한다는 얘기죠?”


“네, 그렇습니다.”


“좋군요.”


“그래도 경찰의 지휘를 받으시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그러면 돈도 돈이지만 번거로이 이래저래 프로님이 직접 준비해야 할 것도 없고요.”


“이번 기회에 한 몫 벌어 보려고요. 함께 움직이면 공적이 애매하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기본급으로 끝날 수도 있고요.”


“프로님 실력이야 원체 훌륭하시지만, 웬 만큼 잡지 않는다면 기본급을 받는 것이 유리하실 겁니다. 단독으로 움직일 때 추가로 드는 부대비용도 생각하셔야하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걱정해주시는 겁니까?”


“그럼요, 그래도 제가 담당하는 프로님 아닙니까?”


“조심히 다녀 올 테니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해주세요.”


“휴~. 네, 어쩔 수 없죠. 그럼 알겠습니다. 그리 접수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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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7 0 13쪽
» 048. 치안불안 22.07.27 32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6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2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5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8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9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3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9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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