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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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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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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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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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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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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5. 가는 날이 장날

DUMMY

“이게 얼마만이야? 그 동안 잘 지냈고?”


“네. 아저씨도 별 일 없으시죠?”


철수는 도원형 엘더를 만나러 대구부로 가던 도중 갈대소리마을에 들렀다.


“그래. 이리 보니 정말 반갑네. 하는 일이 바쁘겠지만 오늘처럼 종종 들러.”


“네. 그런데 연화는요?”


“볼일이 있어 본성(本城, 별빛바라기성)에 갔어.”


갈대소리읍에 대한 대구부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었으나, 공식적인 편입이 이루어지기 전이었고 본디 별빛바라기성의 속읍이었던지라 아직은 별빛바라기성의 생활권이었다.


“그렇군요. 돌아오려면 멀었나요?”


“오후 늦게 돌아온다고 하고 나갔어.”


“가는 날이 장날이네요.”


“그냥 가게?”


“네. 연화는 다음에 보죠.”


“연화가 알면 섭섭해 할 텐데.”


“아저씨가 잘 좀 얘기해 주세요.”


“또 언제가 될 줄 알고? 웬만하면 보고 가.”


“대구부에서 일 좀 보고 돌아가는 길에 들를게요.”


“알았어. 내 연화한테 미리 얘기 해 놓을 테니 꼭 들렀다 가.”


우르릉.


“어, 어?”


“!”


“이거 지진 아니야?”


“네, 그런 것 같...”


우르릉.


철수가 대답을 마치기 전에 또 다시 땅이 울렸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네, 확실히.”


밖이 어수선해졌다. 갑작스런 지진에 깜짝 놀란 사람들이 하나 둘 거리로 나왔고, 때마침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였다.



***



별빛바라기성 공동묘지에 마물이 출현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공동묘지라면 마물이 출현하던 곳이 아니었다. 새로운 마물이 생성된 것이었다. 별빛바라기성 특전여단본부는 우선 예하 1개 대대를 급히 출동시켰다.


“무슨 마물이지?”


현장에 도착한 대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하 부대들은 멀찍이 거리를 두고 마물을 포위하고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마물이었다. 마물도감에서도 보지 못한 마물이었지만 혹시나 싶어 옆에 있던 작전참모에게 물어 본 것이었다.


“아무래도 신종 마물인 것 같습니다.”


“흐음, 역시나.”


대대장은 다시 마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마물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다면 약한 마물일 가능성이 크다. 마물의 위험도가 반드시 그 크기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체로는 그랬다.


“다음에는 중대 병력 정도만 보내도 충분하겠군. 살짝 건드려서 공동묘지 밖으로 유인해봐.”


탕!


대물저격총에서 발사된 탄환이 마물에게 적중했다. 하지만 마물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물은 자신이 공격을 받은 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꼴에 마물이라 이거지?”


콰콰광!


이번에는 발칸포였다. 마물의 주변이 난장판이 되었다. 땅속에 매장된 유골함이 박살이 났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야 녀석이 관심을 가지는군.”


마물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라?”


녀석은 포탄이 날아오는 쪽의 반대 반향으로 몸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발칸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반대쪽으로 다시 유도하겠습니다.”


“아니야, 그냥 계속 공격해. 딱히 상관없잖아?”


원래 유도하고자 했던 방향과는 달랐지만, 어찌됐든 녀석은 서서히 공동묘지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녀석이 완전히 공동묘지에서 빠져 나왔다.


“이제. 공격해.”


대대장의 총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잠시 뒤 대대의 모든 중화기가 동시다발로 불을 뿜었다.


쾅! 콰쾅!


이어 마물이 있던 곳을 중심으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좀 과했나?’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대대장은 잠시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천천히 흙먼지가 내려앉았다. 먼지가 걷히자 서서히 마물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다.


“!”


산산조각이 났을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마물은 아주 멀쩡했다.


“다시 공격해!”


“네, 넵!”


쾅! 콰쾅! 콰쾅!


좀 전 보다 훨씬 많은 수의 포탄이 마물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럴 수가?!”


“어째 좀 전보다 크기가 커진 것 같습니다.”


“뭔 헛소리야? 그럴 일이 있냐? 잔말 말고 다시 공격해!”


“넵!”


잠시 후 대대병력은 전멸하고 말았다.



***



불현듯 나타난 거대 마물. 그것은 거침없이 성(城)을 파괴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놈! 찢어 죽일 놈!”


별빛바라기성의 행정청장은 자신의 주군이라고 할 수 있는 강석주를 저주하고 있었다.


성을 지켜야 하는 태수 강석주는 진작 도망가고 없었다. 나머지 영웅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할 군(軍)도 없었다. 전멸했는지 아니면 성을 포기하고 영웅들을 따라갔는지 전혀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자신만만하게 출정했던 강석주는 잠시 마물을 상대하는 것 같더니 얼마가지 않아 도망쳤다. 도저히 상대가 안돼서 도망을 가는 것이라면, 성이 위치한 곳을 피해 다른 쪽으로 마물을 유도할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굳이 성을 거쳐 대구부가 있는 서쪽으로 도망을 쳤다. 어쩌면 자신이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하여 성과 성민들을 미끼로 던진 것인지 몰랐다.


“허헉...”


이미 피가 너무 많이 흘렀다. 붕괴된 건물의 잔해 깔린 행정청장이 가쁜 숨을 내쉬더니 얼마 후 결국 숨을 거뒀다.



***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지진이 잠잠해지자 철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좀 전의 한두 번의 땅울림이 전부였다.


“좀 더 있지 않고?”


“이제 가봐야죠. 연화가 조금 걱정이긴 하네요.”


“뭐, 괜찮겠지. 이 정도 지진이라면 별 일 없을 거야.”


“네, 어린애도 아니고 괜찮겠죠. 대구부에서 볼일이 끝나고 들릴게요.”


“그래, 조심히 다녀오게.”


박 씨는 철수를 배웅하기 위해 집밖으로 나섰다.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불안감을 없애려고 하는지 지진을 주제로 삼아 삼삼오오 수다를 떨고 있었다. 철수가 자신이 몰고 온 트럭형 호송차에 시동을 걸고 막 갈대소리마을을 떠나려는 찰나 요란스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에에엥~ 에에엥~


피난경보였다.


“무, 무슨 일이지?”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꽹! 꽹! 꽹!


읍사무소의 직원들이 꽹과리를 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에 철수는 다시 차에서 내려 박 씨 곁으로 갔다.


“마물출현으로 피난령이 발동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읍내대피령이 아닙니다. 피난입니다. 피난!”


“30분 후 대구부로 출발할 예정이오니 식구들 챙겨서 읍사무소 앞으로 모이세요. 기다리는 일 없습니다!”


“혹시 개별적으로 대피하실 분들은 대구부 쪽으로 피난가세요! 별빛바라기성 쪽에서 마물이 나타났으니 절대 그쪽으로 가시면 안됩니다. 절대!”


직원들은 목이 터져라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크게 놀란 박씨는 직원 중 한 명을 급하게 붙잡는다.


“무슨 마물이기에 피난까지 가라고 합니까?”


평소 마물이 나타나더라도 주민대피령이 발동되는 경우는 잘 없었다. 익히 출현하던 마물이라면 읍성내로 대피하는 것으로 끝났다. 사실 그마저도 드문 일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주둔부대가 마물이 읍성에 접근하기 이전에 요격하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되었기에 주민들이 마물이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저희도 마물이 나타났다는 것만 알뿐 자세한 사정은 모릅니다.”


“혹시 본성의 소식이 있습니까?”


분명 볓빛바라기성 쪽에서 마물이 나타났다고 했다.


“글쎄요, 그것도 잘...”


직원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예? 우리 딸이 지금 본성에 있어요.”


“... 이러지 마시고 빨리 피난 갈 준비를 하세요. 행여 따님 찾으러 가실 생각은 하시지 마시고요.”


박 씨는 순간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다만, 여전히 직원의 팔을 붙잡은 체였다. 읍사무소 직원은 잠시 멈칫거렸으나 이내 박 씨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분주하게 뛰어다니기 시작하였다.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일단 읍사무소로 가시죠.”


철수는 읍장에게 좀 더 자세한 사정을 들을 생각이었다.



***



철수는 박 씨를 읍사무소 앞에 두고 혼자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 한 명이 정문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었지만 철수가 자유기사신분증을 보여주자 더 이상 철수를 제지하지 않았다.


“읍장님은 안에 계십니까?”


철수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읍장은 주민대피를 지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철수 씨.”


읍장은 철수가 반가웠다. 비록 한 명이지만 자유기사이지 않는가. 주민대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각합니까?”


“지금 정확한 상황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전교신이 들어오기는 한데 일부 자유기사가 보유한 무전기에서 들어오는 것이지 성의 정식 교신이 아닙니다. 이 정도면 성의 지휘체계가 이미 붕괴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디언은요?”


읍장은 새삼스레 철수에게 바짝 붙어 작은 소리로 대답하였다.


“뜬소문이지만 이미 태수가 사망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


“사실여부는 확인불가입니다. 다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대구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정확한 정보를 확인해 주고 있지 않습니다. 일부러 정보를 은폐한다기보다는 대구부도 상황이 파악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희 쪽에서 대구부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자유기사들이 보유한 무전기는 그 출력이 상당히 낮았다. 원래 교신거리가 상당히 짧은 편인데 비가 오는 이런 날씨에는 더욱더 그랬다. 별빛바라기성에서 간혹 들어오는 무전통화를 갈대소리마을에서 취합하여 대구부로 다시 송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마저도 지금은 중단된 상태였다. 좀 전 부터 별빛바라기성에서 그 어떠한 연락도 들어오지 않았다. 애초에 자유기사들의 무전기로 별빛바라기성과 갈대소리마을 간의 거리를 교신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읍장은 철수에게 솔직하게 모두 털어났다. 원래라면 민간인인 철수에게 필요이상으로 정보를 주면 안 되지만 철수가 자유기사인데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것저것 따질 여력이 없었다.


“혹시 좀 전의 지진도 마물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요?”


“?!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요... 만약 그렇다면 천재지변급입니다.”


읍사무소로 대위 한 명이 급히 들어왔다.


“읍장님! 저희 쪽은 준비가 끝났습니다.”


갈대소리마을에 주둔하고 있는 중대의 중대장이었다.


“주민집결 상황은?”


읍장은 고개를 돌려 가까이에 있던 직원 누구에게 급히 물었다.


“등록인원 90%가 모였습니다.”


“90%라...”


직원의 대답을 들은 읍장은 중대장을 쳐다봤다.


“중대장님, 그럼 정해진 시간이 되면 바로 출발하도록 하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


“소개가 늦었군요. 이쪽은 일전에 말씀드린 이철수 씨 입니다.”


“아! 이런 상황이지만 반갑습니다. 아니, 이런 상황이어서 더 반갑습니다.”


“이철수입니다.”


“자자, 깊은 인사는 나중에 천천히 하시고. 철수 씨, 여기 중대장님과 함께 대구부까지 주민호송을 부탁드립니다.”


“읍장님, 죄송하지만 저는 별빛바라기성으로 가 볼 생각입니다.”


“예? 안됩니다. 그건 너무 위험해요. 굳이 왜 그곳으로 가시려고 합니까?”


읍장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왔다.


“연화가 성에 가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럼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읍장은 철수를 말리고 싶었다. 주민대피에 도움을 받고자 말리려는 것이 아니었다. 너무 위험해서이다. 그러나 철수의 눈빛을 보니 말린다고 철수가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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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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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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