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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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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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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4
추천수 :
245
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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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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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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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28. 마왕 불가살

DUMMY

생로병사, 오욕칠정.


수천, 수만, 수억의 영혼에 새겨져있던 온갖 기억과 감정들이 마물로부터 흘러나와 일시에 철수를 관통하였다.


‘터무니 없구만.’


곧 목숨이 끊어질 것이다.


발동하려면 목숨을 내놓아야했지만, 단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는, 아니 그렇기에 미처 검증하지 못한 이론상의 기술.


철수는 비술이 실패하였음을 직감하였다. 그러나 딱히 아쉬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너무 날로 먹으려고 했어.’


털썩.


철수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



완전히 실패한 것만 아니었다. 마물의 눈빛이 돌아왔다.


‘월령인가? 오랜만이군.’


‘이제야 정신이 돌아왔나 보네요? 마왕님.’


노기가 묻어 있었다.


‘... 그 동안 잘 지냈니?’


‘네, 그럼요. 잘 지냈지요. 현자님도 돌아가시고, 겨우 새로운 주인님도 만나 정을 붙였는데 이 꼴이네요.’


‘원망하느냐?’


‘무슨 원망이요? 감히 겁도 없이 마왕님을 원망한다고요? 제가 감히!’


‘...’


‘정신을 놓을 거면 그냥 저 쪽에 계시지 왜 건너왔냐고요?!’


‘현자랑 네가 보고 싶었다.’


‘...’


‘...’


‘...’


‘저 아이를 살리고 싶으냐?’


갑자기 마왕이 월령에게 물었다.


‘?! 이미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까?’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너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일단 들어봐. 들어보고 결정해.’


마왕은 월령에게 철수를 살릴 방법을 설명하였다.


‘... 그래도 하겠느냐?’


‘...’


‘그렇지? 아무래도 이 방법은 너에게 별 의미가 없겠지?’


‘... 하겠습니다. 그런데 마왕님은 상관없나요?’


‘나야 좋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 네가 등 좀 떠밀어준다면야.’


‘그런가요?’


‘그래. 자 마지막으로 묻겠다. 하겠느냐?’


‘네!’



***



마왕이 철수가 있는 세계로 건너오기 전, 저쪽 세계에서의 어느 날이었다.


“어이! 호구 왔는가?”


마왕이 현자를 반겼다.


“손님 대접은 못해줄 망정 왜 시비인가?”


“마법사 놈들이 찾아 왔다면서?”


“아? 그 말이군... 그랬지.”


“자신들이 배척해놓고 이제와 무엇을 물어보던가?”


마법사들은 최근 아주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였다. 그간 ‘난신추방’의 비술로 재미를 보았다. 그런데 언제가 부터 비술이 실패하기 시작하였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난신추방 덕분에 마물이 크게 줄어들었으나, 세상은 여전히 어지러웠고 전에 없던 새로운 마물은 계속 태어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마물의 수가 다시 늘어날지 몰랐다.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긴 하였다. 비술을 발동할 시 전 보다 많은 법력을 쏟아 부으면 성공률이 올라갔다. 그러나 결국 미봉책에 불과하였다. 날이 갈수록 요구하는 법력이 올라갔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 사태의 근본원인을 알아내어야만 하였다. 마법사들은 밤낮 없는 연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말의 단서도 찾지 못한 체 시간만이 지나갈 뿐이었다. 결국 그들은 현자를 찾아왔다. 알고 보니 답은 간단하였다.


- 양쪽 세계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이야.

- 균형이요?

- 그래, 영혼의 균형! ‘난신추방’으로 이쪽 세계의 영혼들이 저쪽 세계로 무더기로 넘어갔어. 그래서 저쪽 세계에 영혼의 농도가 짙어졌고 이쪽은 반대로 옅어졌지.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가려니 힘이 드는 거야.

- 그럼, 해결방법이 없겠습니까?

- ‘마정정화’의 비술을 사용하면 될 일이야. 그런데 자네들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겠지? ‘난신추방’에 대해서 묻는 것이라면 방법이 없네.


“아마도 답만 홀랑 듣고 형식적인 감사의 인사만 남기고 그냥 돌아갔겠지.”


“...”


“이런데 어찌 자네를 호구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군. 반박할 수가 없네.”


“그리고 네 놈이 아쉬워서 멋대로 오는 것인데 애초에 손님이라고 할 수도 없지?”


현자는 요즘 자신의 연구에 쓸 요량으로 수시로 마왕의 피를 얻으러 오고 있었다.


“그건, 고맙게 생각하네.”


“흥! 뻔뻔하기도 하지. 그러고 보면 나는 호구의 호구네. 진짜 호구는 나였어. 크크큿.”



***



어느 날 현자는 마왕에게 짧은 인사를 건넸다.


“그간 고마웠네.”


그리고 현자 자신에게 ‘난신추방’의 비술을 걸었다. 현자는 이내 마왕이 보고 있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원래라면 '난신추방'은 사람에게 작용하지 않는 비술이었다.


“허참, 내 피를 가지고 뭘 연구하나했더니...”



***



마법사들은 당혹스러웠다. 큰 손해를 본 느낌이었다.


“하필이면... 혹시 현자와 관계되어 있는 것일까?”


‘난신추방’의 비술이 더욱 더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마왕 ‘불가살’이 건너 편 세계로 사라진 탓이었다.


마왕 ‘불가살’, 그 어떤 마왕보다도 격이 높았지만 그에 비해 큰 피해를 주지 않던 존재. ‘불가살’이 아닌 다른 마왕이었다면 비술의 사용이 어려워졌더라도 마법사들도 순수하게 기뻐했을 것이다.



***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현자의 비술을 이어받은 자가 죽어있었다.


‘끄응.’


정신을 잃고 있던 동안의 일이 떠올랐다.


이 세계로 건너온 후 현자의 흔적을 쫓았다. 현자를 다시 만난 곳은 그의 작은 묘지였다. 그곳에 한 동안 멍하니 앉아 있으니, 인간들이 공격해왔다. 박살을 내 버렸다.


조금 더 있으니 이번에는 이쪽 세계의 마법사들이 공격해왔다. 그러던 중 한 놈이 결국 현자의 유골함을 부셔버렸다. 그 놈만 빼고 다 죽여 버렸다. 그 놈은 도망치게 두었다. 그 놈을 천천히 쫓아가며 그 놈이 지나가는 곳 마다 쓸어버렸다.


도중에 오행신공을 사용하는 녀석이 공격해왔다.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다행히 그를 헤치는 일은 없었다.


무언가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이 따위 걸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다.


철수라는 인간은 결국 ‘동귀어진’을 사용하였다.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스스로의 힘으로 귀천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동귀어진’의 비술이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나의 선택에 따라 그것은 완성될 수 있는 것이었다.


월령이 화를 내었다. 묘한 일이었다. 화를 ‘연기’한 적은 무수히 많았지만, 저 아이가 진정으로 화를 낸 적이 있었던가? 기쁜 일이었다.



***



마물은 아무런 전조 없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공포에 떨던 사람들은 얼떨떨하였다.


마물이 사라지고 며칠이 지났다.


“코끼리라니까!”


“아니, 무슨! 내가 똑똑히 봤어. 곰이야 곰!”


“사기 치네! 소야 소!”


다 큰 어른들이 거대 마물의 생김새을 두고 다투고 있었다.


“이봐, 정말로 마물을 본 거 맞아? 네 배짱에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너야말로 온 동네가 다 아는 쫄보 주제에 어디서 계속 뻥을 쳐!”


“이게 정말?! 너 오늘 한 번 죽어 볼래?”


주먹다짐으로 이어지나 싶었지만, 아쉽게도 서로 으를 뿐이었다. 그 마저도 옆에서 보니 우스울 뿐이었다.


“저기 말씀 중에 실례합니다.”


연화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연화는 전단지를 건넸다. 전단지에는 철수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마물을 쫓아 철수가 대구부까지 온 것은 분명하였다. 며칠 전 철수가 몰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전술차량이 대구부 성 밖에서 발견되었다. 이들이 정말 마물을 보았다면 철수를 보았을 수도 있었다.


“글쎄요? 처음 보는 얼굴인데?”


역시나 소득이 없었다. 연화, 별이, 돌이 그리고 연문찬은 며칠 째 계속 철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지만 전혀 철수의 행방을 찾지 못하였다.


그 사이 엘더 도원형은 쇠머리읍으로 떠났다. 도원형 역시 대구부에 남아 계속 철수를 찾고 싶었지만 태수 취임을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원래라면 별이 남매도 함께 가야했지만 별이와 돌이는 자신들은 남아 조금 더 철수를 찾아보겠다고 때를 쓰다시피 도원형에게 부탁하였다. 도원형은 남매와 철수의 각별함을 알기에 이를 허락해주고 연문찬을 남매의 호위로 붙였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어느 새 해가 떨어졌다. 결국 별 소득 없이 연화 등은 엘더 도원형이 대구부에 남겨둔 처소로 돌아왔다.


“거, 계십니까? 실례하겠습니다.”


늦은 저녁식사를 마쳤을 때쯤이었다. 대문 밖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나가 보죠.”


연문찬이 밖으로 나가보니, 젊은 남자 한 명이 서 있었다. 왠지 낯이 익었다.


“누구신지?”


“이몽룡이라고 합니다. 여기가 도원형 엘더의 댁이 맞습니까?”


“네 그렇긴 합니다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철수 씨의 일로 왔습니다.”



***



외지에 행상을 나갔던 몽룡 등은 마물이 사라지고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대구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원래라면 마물이 나타나던 날 대구부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행상에서 돌아온 현남을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강현남이 평소 알고 지내던 전당포 김 사장이었다. 뜻밖에도 그는 몽룡의 어머니가 남긴 유품을 들고 찾아 왔다.


마물이 나타나기 며칠 전 철수로 부터 연락이 있었다. 대구부에 들릴 일이 있으니 그 때 유품을 돌려주겠다고 하였다. 몽룡의 빚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지만 애초에 반쯤 형식적으로 잡은 담보였다. 길이 엇갈려 김 사장에게 맡긴 것인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김 사장이 말하는 모양새를 보니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 오늘 물건이 들어 온 것이 있는데, 문양을 보니 아무래도 자네가 모시고 있는 몽룡 도령의 가문의 것 같아서 말이지.


김 사장의 설명을 들어보니 역시나 철수가 맡긴 것은 아니었다. 현남은 몽룡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한편 김 사장의 도움으로 물건을 맡긴 자를 찾아갔다.


- 이거 어디서 얻었습니까?


남자는 머뭇거리며 선뜻 말하지 않았다. 설득하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 웬 남자가 성 밖에 외따로 죽어 있기에, 땅에 묻어 주는 대신 그거라도 챙긴 겁니다.


몽룡 등은 남자에게서 시신을 묻은 장소를 알아내는 한편 철수의 행방을 알아보기로 하였다.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엘더 도원형 가문에서 철수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몽룡은 그길로 즉시 엘더 도원형의 집을 찾아갔다.



***



연화와 문찬은 별이 남매는 집에 남겨 두고 몽룡을 따라갔다. 별이와 돌이에게는 대충 둘러댔다. 아직 까지는 그 남매에게 아무 것도 말할 수가 없었다.


“자, 이제 땅을 파겠습니다.”


일행 모두 복잡한 마음이었다. 철수는 찾고 싶었으나 철수가 아니길 바랐다.


“어? 향단 씨와 연화 누님은 잠시 저기로 가 계시겠습니까?”


문찬의 삽 끝에 무언가가 걸렸다. 문찬, 몽룡, 현남의 삽질이 조심스러워졌다.


유품을 가지고 왔던 남자의 말에 따르면 시신을 묻은 지 며칠이 지났다. 그 말대로라면 부패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을 것이다. 시신을 확인하는데 굳이 연화와 향단까지 나서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제발 형님이 아니길.’


시체의 형태가 조금씩 드러날수록 문찬은 손이 떨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묵묵히 땅을 팠다. 잠시 뒤, 시체가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게도 시신은 전혀 썩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흡사 미이라처럼 바짝 말라있는 모습이었다.


“크흑.”


문찬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생전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지만 분명 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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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4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5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1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0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2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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