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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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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336
추천수 :
245
글자수 :
264,345

작성
22.07.07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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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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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041. 누가 요괴인가?

DUMMY

학도는 잠시 물을 마신 뒤 계속 얘기를 이어나갔다.


“서기준이 잡히고 그렇게 끝난 사건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묘선생, 그러니까 묘미진이라는 그 자유기사를 성의 태수에게 신고를 한 것입니다.”


“응? 무슨 명목으로?”


“그게... 묘미진이 마물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뭐?”


“?!”


“할아버지께서는 밤중에 수련을 하시던 중 묘미진이 젊은 사내 하나를 잡아다가 피를 빨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셨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할아버지께 그 모습을 들킨 묘미진이 덤벼들어 전투를 하셨다고 합니다.”


“뭐 묘미진이? 그래서 결과는?”


“그렇게 싸움이 시작되었지만 결국 승부를 가리지는 못했습니다. 묘미진은 틈을 노려 도망갔고 할아버지께서도 그런 묘미진을 붙잡지 못 하셨다고 합니다. 여하튼 할아버지께서는 묘미진의 얼굴을 보셨기에 태수에게 신고를 하신 것인데... 인정받지 못하셨습니다. 아니, 오히려 태수에게 망신만 당하셨죠.”


“응? 오히려 망신을 당했다?”


“좀 전에 젊은 사내 하나가 당했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남자가 멀쩡하게 나타나 묘미진의 무고함을 증언하였습니다.”


“자, 잠깐 피해자가 현장에 남아있었던 것 아니었어?”


“피를 빨리던 중 할아버지가 나타나 묘미진과 전투가 시작되자 남자는 홀로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할아버지만의 주장이었습니다. 막상 남자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얘기했죠.”


“그 남자가 누군데?”


“성씨 집안의 일꾼 중 하나였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성씨 집안을 한 번씩 방문하셨던 지라 그 일꾼의 얼굴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태수에게 묘미진을 고발하면서 피해자도 지목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할아버지가 묘미진을 무고했다는 증거가 되어 버린 것이죠.”


“일단 묘미진이 마물이라고 전제한다면, 그 일꾼이 묘미진을 두려워해 그런 말을 한 것일 수도 있지 않아?”


“할아버지께서도 태수에게 그리 항변하셨습니다만, 사실 저도 할아버지를 따라 그 남자를 심문하는 자리에 동석하였으나 남자는 조금 긴장되어 보였으나 진술태도에 딱히 수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목덜미에... 아무런 흉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야 할아버지의 말씀에 힘이 실리지 않지요.”


이의안은 묘미진이 사내의 목 부위를 물어 흡혈하였다고 태수에게 그리 얘기했었다.


“일이 그리되니 할아버지만 이상한 사람이 되셨죠. 크게 화난 태수는 할아버지께 노골적으로 면박을...”


“그래, 그랬군."


여뀌꽃성의 태수는 이의안을 노망난 늙은이쯤으로 치부하였다. 거기에다 태수는 몽룡과 춘향의 혼사가 깨진 것을 언급하면서, 이의안이 성씨 집안이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는 묘미진이 못마땅하여 심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하였다.


“글쎄요? 저는 조금 이해하기 어렵군요.”


몽룡은 납득하였으나 철수가 따지고 들었다.


“예?”


“그래도 명색히 엘더이셨습니다. 마물과 관련된 일인데 태수가 그냥 무시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설사 이의안 엘더께서 정말로 묘미진을 무고할 의도로 이야기를 지어내셔도 태수가 은근히 엘더를 편을 들어줄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크, 큰일 날 말씀하십니다.”


“뭐... 그런가요?”


“태수에게 할아버지께서 면박 당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당시 울컥하기는 했으나, 따지고 보면 태수가 그리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네, 그렇군요. 불필요하게 하시던 말씀을 끊어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기사님이 죄송해야할 일은 아니죠. 여하튼 그럼 마저 말씀 드리겠습니다.”


태수에게 면박을 당한 이의안은 그 후 얼마가지 않아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였다. 병원에 가도 소용이 없었다. 이의안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지만, 특별한 이상 소견을 찾지 못한 의사는 노환이라고 말하였다.


“할아버지께서는 계속 별다른 말씀이 없으시다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이 되어서야 저에게 당신께서 묘미진과 싸우다 내상을 입으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의안은 묘미진과의 전투에서 법력을 무리하게 돌리다가 결국 법력이 폭주한 탓에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그럼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유가 결국...”


그리되면 묘미진이 몽룡과 학도에게는 철천지원수가 되는 것이었다.


“네. 그런데 문제는 일단 묘미진이 마물이라는 것이 우선 밝혀져야겠지요. 할아버지께서는 이 일의 적임자로 이 기사님을 생각하셨습니다.”


묘미진을 제압하려면 그만한 실력자가 필요한데, 이미 태수에게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여뀌꽃성 안에서는 이의안이 달리 부탁할 때가 없었다.


“맡아주시겠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묘미진이 과연 마물일까요?”


“저의 할아버지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돌아가시기 직전에 굳이 손자에게 거짓말을 하실 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오해가 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신임 엘더께서도 태수가 보인 태도에 수긍하셨듯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이의안 엘더께서 묘미진을 모함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네, 인정합니다. 그래도 할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이고, 그것을 떠나 정말로 할아버지의 말씀이 맞는다면 큰일 아니겠습니까? 묘미진이 마물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을 테니 부디 이일을 맡아주십시오. 기사님께서 과연 정말로 묘미진이 마물인지 아니면 할아버지께서 착각하셨거나 혹은 정말로... 모함을 하신 것인지 편견 없이 조사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형님,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뭐,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철수는 몽룡과 학도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이 일을 조사할 생각이었다. 모른 척 하기에는 영 찝찝한 사건이었다. 학도의 말처럼 묘미진이 마물이라면 큰일이었다.



***



요즘 성홍인은 늘 술에 취해 채세희를 난폭하게 폭행하였는데, 오늘은 유독 평소보다 그 정도가 심하였다. 보다 못한 성 여사가 말릴 정도였다.


“야, 저 새끼가 내 새끼는 맞아?”


성홍인은 채세희 곁에서 울고 있는 꼬맹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채세희는 기겁하며 다급히 아이를 껴안으며 대답하였다.


“맞아요. 하늘에 맹세코 당신 아이가 맞아요.”


공교롭게도 서기준이 성홍인으로 둔갑한 시점과 채세희가 임신한 시점이 비슷하였다.


“네 말을 믿으라고?”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실종되기 전에 이미 임신한 사실을 알려주었잖아요?”


“흥! 네 년이 진작 그 놈과 작당하고 붙어먹고 날 속인 것일 수도 있지!”


“아니에요. 아니라니까요!”


“근데 이 년이 어디서 계속 말대꾸야!”


다시 성홍인의 폭행이 시작되었다.



***



“이거 약소하지만 받아주시죠.”


“아이고, 뭐 이런 것을 다.”


“이 땡볕에 공무를 보신다고 수고하시는데 교대하고 나서 시원하게 한 잔 하셔야지요.”


“감사합니다.”


철수는 서기준이 묶여 있는 것을 감시하는 초병들에게 뇌물을 쥐어주고 잠시 서기준과 독대할 시간을 만들었다.


“서기준 씨, 날 알아보겠습니까?”


서기준은 여전히 말뚝에 묶여있는 채였다.


“이거 누군가 했더니... 이 기사님이군요. 오랜만입니다. 아! 직접 만나 뵙는 것은 처음인가요?”


“얘기는 대략 들었습니다. 과연 그 때의 성홍인은 실제로는 서기준 씨 당신이었군요.”


“네, 그렇죠.”


성홍인으로 둔갑한 서기준이 향단의 일로 당시 이의안 엘더가의 부집사였던 강현남에게 장부를 건네주면서 향단이 있는 곳을 알려주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잘 해결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크크, 별 말씀을.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그 말씀을 하시려고 일부러 이리 시간을 내시다니.”


“그런데 그때의 일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말씀하십시오. 가급적 대답해드리지요.”


“그 때 왜 도와주셨습니까?”


“강현남 그 사람이 얘기하지 않던가요?”


“뭐 듣기는 들었습니다. 춘향과 몽룡이 결혼하여 성홍인 아니 서기준 씨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걱정하여 도와주신 것이라고요.”


“난 또... 알고 계시면서 뭘 새삼스럽게 다시 물어보십니까?”


“그래요? 그렇다는 말이죠?”


“?”


“성 여사의 돈을 빼돌려 사람들을 몰래 도운 것처럼 향단도 불쌍히 여겨 도와준 것은 아니고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누가 무슨 말을 하던가요?”


“소문이 있더군요.”


사실 철수는 서기준과 대화하기 전 한 가지 묘한 소문을 들었다. 서기준이 겉으로는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는 것으로 위장하여 사실은 성씨 가문의 재산으로 사람들을 남몰래 도운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뜬소문에 불과하였다.


“헛소문입니다. 도대체 제가 왜요? 저 쓰기에도 모자랍니다.”


“그렇군요. 헛소문이군요. 그럼, 다른 걸 여쭤보겠습니다. 성홍인으로 둔갑하기 전 서기준 일 때 마을에서 왜 갑자기 사라진 것입니까?”


“기사님, 별걸 다 궁금해 하시는군요. 뭐, 대단한 이유가 없습니다. 볼 잘 것 없는 인생,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채세희 씨 일로 상심하여 떠난 신 것은 아니고요?”


“... 지난 일입니다. 이제와 중요한 일도 아니고요.”


“연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성씨 가문에 복수심으로 성홍인으로 둔갑한 것입니까?”


채세희는 자신의 아버지가 진 빚으로 반강제로 성홍인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성홍인이 전부터 채세희를 노리고 있었던 지라, 항간에는 성홍인이 일부러 채세희의 아버지에게 접근하여 쉬이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


“네, 그렇다고 치죠.”


서기준이 이미 성에서 조사받을 때 진술한 내용이었다.


“서기준 씨, 지금 서기준 씨 때문에 그 채세희 씨가 그 위기에 빠진 것을 알고 있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무도 얘기 안 해주던가요? 아니, 누가 얘기해주지 않아도 예상하지 못했습니까? 채세희 씨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요? 설마 알면서 모르는 척 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채세희 씨와 서기준 씨가 그 오랫동안 한 이불을 덮고 살아왔는데, 채세희 씨는 몰랐다고는 하나 성홍인이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그 포악한 성홍인이 과연 이해해주고 그냥 넘어갈까요? 뭐, 물론 서기준 씨의 당초 계획은 들키지 않고 영원히 주변을 속일 생각이셨겠지만.”


“...”


“저와 거래를 하시죠.”


“예?”


“제가 원하는 것을 주신다면 채세희 씨를 성홍인과 무탈하게 이혼하게 해주죠. 채세희 씨가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금전적 보상도 있을 겁니다. 어떻습니까?”


“...”


서기준은 고민이 되었다. 향단의 일로 보았을 때 철수가 나쁜 사람은 아닌 듯 보였지만 완전히 믿기는 어려웠다.


“싫습니까?”


“...”


“이거 참, 가타부타 말씀을 안 해주시는군요.”


잠시 간의 침묵 끝에 서기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근데 기사님은 이 일에 왜 나서시는 겁니까? 그리고 이런 제게 무엇을 원하신다는 것입니까?”


“그건 말이죠...”


철수는 서기준에게 좀 더 다가가 귓속말로 자신이 이의안 엘더가에서 의뢰를 받은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에 덧붙여 철수 자신이 서기준에게 원하는 바를 말해 주었다.


“제 말을 믿고 안 믿고는 알아서 하시고, 이제 답을 주시지요. 거래에 응하시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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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7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2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6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6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2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5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8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9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3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9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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