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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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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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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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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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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DUMMY

한권래는 철수가 찾는다기에 한 걸음에 달려왔다. 거하게 회포를 풀 속셈으로 양손 가득히 술과 안주를 들고 왔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철수는 몰골이 형편없었다. 한권래가 보기에 농으로도 술을 권할 수 없는 상태였다.


철수는 한권래에게 자신이 더는 자유기사로 활동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털어놓은 후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경비대장을 맡아 달라고요?”


“네, 앞으로 여기 있는 몽룡 아우를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철수는 이제는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된 몽룡을 쳐다보며 말했다.


철수는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몸이 나아지지 않자,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우선, 자신과 연화 그리고 박 씨는 다시 대구부로 가기로 하였다. 거처는 엘더 도원형이 쓰던 집으로 하였다. 도원형은 철수에게 무상으로 집을 주려고 했으나, 철수는 별이 남매의 학자금에 보태라는 핑계를 대면서 기어이 도원형에게 값을 치렀다.


그 다음으로 철수는 몽룡을 불렀다. 철수 자신은 단순히 지주(地主)로 남고 몽룡에게 개척지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길 생각이었다.


몽룡은 생각 외로 상재(商材)가 있었는지, 비록 향단과 현남의 도움이 있었지만 빠른 시일에 철수의 빚을 갚았을 뿐만 아니라 대구부에서 나름대로 알려진 상인이 되었다.


- 에헴. 도련님의 상재가 그간 ‘엘더가의 고지식하고 철없는 도련님’이라는 허울에 가려져 있었던 것 뿐 우리 도련님은 한다면 하시는 분이라고요.

- 향단아, 그거 나 칭찬하는 거 맞지?


다만, 철수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였다. 상재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몽룡이 똑똑한 놈인 것이다. 똑똑하다고 돈을 버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몽룡은 자신의 머리로 성과를 내고 있었다. 순간순간 좋은 판단력을 보여줬고, 다정한 줄만 알았는데 냉철한 모습도 있었다. 거기에 향단과 현남이 몽룡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니 단시간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오히려 몽룡이 그저 약삭빠른 상인에 불과했다면 그에게 개척지의 운영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명석함과 인격을 보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으로 개척지의 치안이 문제였다. 기존 성읍에 의존하지 않는 이상 개척지 스스로 치안을 확보해야 했다. 철수 자신이 실력을 유지했다면 이런 고민이 없었을 테지만, 법력은 사라지고 몸까지 망가진 자신은 이제 초인도 뭐도 아니었다. 문찬이 곁에 있었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는 이제 언더 도원형 가문의 사람이었다.


“저를 믿으십니까?”


“믿어야지요.”


“휴~, 제가 배신하면 어쩔 실겁니까? 예컨대 사람을 모아 땅을 강탈하는 한편 대구부 같은 곳에 뇌물을 받쳐 유야무야 넘기면요?”


“크크, 꽤나 구체적인 계획이군요. 확실히 그리되면 달리 방도가 없겠군요. 그래서 제가 한권래 씨를 부른 것입니다. 그런 일을 막아 달라는 겁니다.”


“저를 신뢰해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나, 저 보다 더 믿을만한 사람을 구해보십시오.”


“왜요? 성에 차지 않는 자리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한권래는 철수와 자신 사이를 누군가가 이간질 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한권래는 그 동안 누구보다 성실히 의뢰를 수행하였다. 그 덕분인지 대체로 평판이 좋았지만, 여전히 한권래를 악의적으로 모함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로인해 좋았던 관계가 어이없게 틀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상대가 한권래 자신을 오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권래 자신도 상대를 오해하기도 하였다.


여하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철수와는 사이가 틀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철수와는 거리를 두고 싶었다. 일과 이익으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술친구로 남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맡아주세요. 그 누가 ‘한권래가 땅을 뺏으려고 한다’고 제게 말한다면 ‘그래도 상관없다’고 말하겠습니다. 맡아주시겠습니까?”


“...”


“맡아주시지요.”


몽룡이 거들었다.


“... 네, 알겠습니다. 반드시 두 분의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



철수는 오랜만에 한가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연화와 박 씨는 대구부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고, 민정과 황 감독은 여전히 폐허가 된 별빛바라기성, 아니 이제는 별빛바라기읍에 남아 있었으나 생각 외로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참고로 결국 별빛바라기성과 그 속읍들은 일단 대구부의 속읍이 되었다.


한편 도원형은 대구부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로 쇠머리성에서 태수 직을 잘 해나가고 있었고, 별이와 돌이, 그리고 문찬도 잘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개척지의 일은 몽룡과 권래 두 사람이 아주 잘해 주고 있었다. 철수는 자신이 직접 운영했다면 지금 보다 훨씬 성과가 좋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초인의 힘을 가지고 있다가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왔지만 의외로 상실감이 크지 않았다. 한 바탕 꿈을 꾼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만, 월령의 일이 마음에 걸렸으나 그 점을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여하튼 철수는 지금의 생활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가 찾아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다시 생각해도 기사님의 혜안은 정말로 감탄스럽습니다. 어찌 그런 땅을 찾으셨는지.”


“아닙니다.”


“기사님도 잘 아시다시피 일전에 거대마물로 인해 지금 올 갈데없는 난민이 많은 상황인데, 그나마 기사님이 개척하신 곳에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은 정말로 고마운 일입니다. 다시 한 번 대구부를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닙니다.”


남자는 대구부에서 나온 관리였다.


“겸손하시군요. 그런데 이 일로 대구부에서 기사님께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 말씀하시지요.”


“사람들이 꽤나 모여 이제는 제법 마을의 모양을 갖추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치안 문제라던가 그 외 생활편의라던가 장차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점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불만이 생길 것이고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 기사님을 흉보겠지요. 그렇다고 그것이 싫어...”


관리의 말이 계속 이어졌지만, 철수는 듣고 있을 수 없어 말을 끊기로 하였다.


“비약이 너무 심하시군요. 앞으로의 일을 너무 단정하시는 것은 아닐까싶은데요. 그리고 치안과 생활편의 문제는 저희 쪽에서 지금 문제없이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민들도 불만이 없고요.”


“아아, 당장 지금은 그렇겠지요. 하지만 결국 감당이 안 되실 겁니다. 이미 체계가 잡힌 군관에서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굳이 기사님께서 그 모든 비용을 대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관리에 신경 쓰여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결국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대구부에서 읍 설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토지소유권을 대구부로 다시 넘기시죠. 값은 기사님이 사신 가격에 2배로 계산해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꽤 괜찮지 않습니까?”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죽은 땅’의 가격에 2배를 해봤자 의미가 없었다.


“거절한다면?”


“오우, 화끈한 성격이시군요. 제가 괜히 길게 말을 빙빙 돌렸나봅니다.”


“...”


“그러나 달리 오해는 말아주십시오. 기사님께서 거절하신다면 달리 어쩌겠습니까?”


“...”


“쩝, 그런데 말이죠.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감당이 되시겠습니까? 저는 정말로 걱정이 됩니다. 요즘에 듣자하니 어디서 산적 때가 나타난다는 소문도 들리고...”


“저는 금시초문입니다만.”


“하하, 그렇습니까?”


“말씀이 끝난 신 것 같으니, 공무로 바쁘신 몸 이제 그만 돌아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 네, 오늘은 그만 물러가죠. 아! 그런데 말이죠, 재산이 많으셔서 그런지 요즘 기사 활동 너무 안 하시는 것 같습니다.”


“상관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제가 또 오지랖을 부렸군요. 그런데 너무 활동을 안 하시면 사람들이 오해합니다. 어디 크게 다친 것을 숨기고 있다고 말이죠. 기사가 기사 활동을 못하게 되면 은퇴해야 되는 것이 순리 아니겠습니까? 아 뭐, 기사님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요.”


“멀리 안 나가 보겠습니다. 살펴 가시지요.”



***



“이 미친놈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한권래는 분통을 터트렸다. 혹시 몰라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공격해 올 줄은 몰랐다. 얼마 전 정체모를 일단의 무리가 밤중에 마을에 불을 지르고 도망갔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정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대구부에서 그랬다는 증거는 없었다.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대구부에서 이유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철수네 마을에만 관세와 통행료를 메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무슨 외국도 아니고... 피해상황은?”


철수가 몽룡에게 물었다.


“억지로 버티려면 버티겠지만 손실이 큽니다. 차라리 마을이 처음부터 대구부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면 조금 나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물자유통에 대구부에 의존하는 바가 큽니다.”


“주민들 반응은?”


“아무래도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통행료가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대구부에 자주 가지는 않으나 그래도 간간히 왕래를 하고는 했었는데, 통행료를 메긴다는 것 자체도 말이 되지 않을 뿐더러 말도 안 되게 비싼 값을 요구하여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구부는 최근 성문에서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었다. 신분증에 적힌 주소지를 보고 철수네 마을에 정착한 주민들을 거르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저리 작정하고 나오니 지금으로써는 뾰쪽한 방법이 없습니다. 최대한 버티면서 거래선을 다양화하는 등 대구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것이 다입니다.”


“휴~. 알겠네. 일단 상황을 좀 더 두고 보자고. 몽룡은 주민들의 불편과 불안을 최소화하는 한편 쉽지 않겠지만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좀 더 연구하고, 권래 씨는 지금처럼 치안유지에 만전을 다하세요. 추가자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요.”


“네. 알겠습니다.”


철수는 뻔한 소리로 회의를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



“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구부와 주민들을 위해 훌륭한 선택을 하신 것입니다.”


“몽룡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구부와 마을을 오가던 몽룡이 갑자기 체포되었다.


“곧 풀려나실 겁니다. 정말 그 일은 죄송합니다.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무고한 사람을 체포하다니 같은 관리로써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 일은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한권래 씨의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이고, 그 쪽 일도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알고 봤다니 어떤 정신병자가 한권래 기사를 모함한 것이었어요. 한권래 씨가 자유기사면허를 박탈당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걸로 끝입니까?”


“네, 대구부에서 기사님을 더는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믿을 실지는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기사님이 속상해 하시는 것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섭섭하시겠지요. 그 땅을 고작 2배 가격이라니 말도 안 되죠. 그 맘 다 압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공익을 위해 좋은 일 하셨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잘못 알고 계시는 군요. 따지고 보면 그 땅이 어디 제 것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아이고 이런 실례를. 역시 훌륭하십니다.”


‘네들 대구부 것도 아니지!’


잠시 뒤 철수는 몽룡을 데리고 대구부 행정청에서 빠져 나왔다. 이렇게 독립마을을 만들고자 한 철수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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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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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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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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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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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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