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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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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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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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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
글자수 :
264,345

작성
22.06.0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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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22. 야반도주

DUMMY

철수는 정말로 향단이의 빚을 그 자리에서 모두 갚았다. 당연히 성 여사가 나중에 딴소리를 못하게 서류상으로도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몽룡 도령에게 이 정도의 거금이 있었을 리는 없고, 자금을 어디서 조달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돈만 갚으면 됐지 그게 왜 궁금하십니까? 우리가 지금 장물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혹시 기사님께서 돈을 빌려 주신 것입니까? 미래에 대한 투자로?”


성 여사는 이철수가 장래에 엘더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몽룡에게 빚을 지으려 한다고 생각하였다.


“글쎄요?”


“만약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십시오. 외지인이라 세세한 사정을 몰라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몽룡 도련님이 이의안 엘더의 뜻을 이번에도 거스른다면 이젠 정말로 학도 도련님이 엘더 자리를 물러 받게 될 것입니다.”


“성 여사님, 우리 사이에 불필요한 얘기는 필요 없으니, 향단 씨와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 멀리 안 나가겠습니다.”


딱 잘라버리는 철수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던 성 여사도 더는 말하지 않고 먼저 몸을 돌렸다.


“향단 씨, 우리도 이제 그만 가죠?”


“...”


“왜 그러시죠?”


“이제 목줄을 쥔 사람이 성 여사에서 기사님으로 바뀐 것입니까?”


“제가 따로 향단 씨에게 빚문서를 받은 것도 아닌데 무슨 목줄입니까?”


철수는 능청을 떨었다.


“제가 아니라 몽룡 도련님을 말하는 겁니다.”


“아? 그쪽? 만약 그렇다면 어쩔 건데요? 좀 전에 성 여사에게 그랬듯 저에게도 바락바락 욕하며 도발하시게요? 죽는 것이 그리 소원입니까? 그리되면 이도령이 퍽이나 좋아하겠습니다. 거참 대단한 열녀 났습니다.”


“...”


‘주인님, 그래도 방금 마지막 말은 좀 지나친 것 같은데요... 이제껏 갇혀 있던 사람에게...’


월령이 평소답지 않은 말투로 조심히 참견해왔다.


‘아... 그런가? 그렇지? 말을 하다 보니...’


‘그리 생각하시면 얼른 사과하세요.’


“저... 크흠. 향단 씨, 마지막에 내가 비꼰 것은 미안하오.”


“... 아니요, 기사님 말씀이 옳습니다. 다만, 도련님에게 계속 짐만 되는 제가 밉습니다.”


“... 향단 씨가 짐인지 뭔지는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봅시다. 자자, 어서 갑시다.”


“네, 알겠습니다.”



***



철수와 향단은 우선 부집사와 합류하였다.


“향단아, 미안하다. 나의 비겁함이 도련님과 너를 괴롭게 했구나. 일이 이렇게 까지 될 줄 몰랐다. 정말 미안하다. 염치없지만 부디 용서해다오.”


향단을 만난 부집사는 무릎을 꿇고 향단에게 용서를 구했다.


이의안은 부집사에게 몽룡의 행방을 알아 오라고 지시하였다. 이의안의 지시도 있는데다가,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부집사 그 자신도 몽룡이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여 향단에게 몽룡의 행방을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이의안에게 꼬리를 잡힌 것이다.


“부집사님, 그만 일어나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이제 다 지난 일입니다. 다만, 부집사님도 이제 후계문제에 대해 더는 고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 알겠다. 몽룡 도련님이 하자는 대로 할 것이다.”


한편 몽룡의 고모는 자신의 세를 늘리기 위해 평소부터 집사와 부집사에게 뇌물까지 줘가며 공을 들여왔다. 부집사는 굳이 몽룡의 고모를 거스르지 않았다. 몽룡의 고모는 몽룡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는 소식을 듣고 부집사를 은밀히 찾아왔다. 몽룡의 고모는 집사 자리를 포함하여 상당한 대가를 약속하는 동시에 은근히 협박하며 몽룡을 암살할 것을 지시하였다. 부집사는 속으로 크게 놀랐으나 일단 알았다고 했다.


부집사는 이의안에게 몽룡 고모의 음모를 고하려다가 말았다. 몽룡의 고모는 분명 발뺌할 것이다. 그리되면 결국에는 자신만 쫓겨 날 것이다. 까닥 잘못하면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딸을 모함했다고 하여 이의안에게 반쯤 죽을 정도로 매타작을 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제껏 보아 온 이의안은 그러고도 남을 인사였다.


사실 부집사에게는 몽룡의 고모를 비롯하여 엘더 집안의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부집사는 지금은 돌아가신 몽룡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과거 큰 은혜를 입은 적이 있었다.


부집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 차라리 내가 오명을 쓰자. 어쩌면 잘 된 일이지도 몰라. 이걸 계기로 몽룡 도련님도 후계 자리를 맡겠다고 결심할지도 몰라.


고심 끝에 악수가 나온다고 했나? 당시에는 묘수인줄만 알았다. 몽룡을 위한다는 핑계로 막상 당사자의 뜻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었다.


여하튼 부집사는 몽룡의 암살에 나섰다. 다만 시늉뿐이었다. 그 결과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설령 최선을 다했어도 철수에게 전혀 상대가 안 되었겠지만- 단 한명에게 제압당했다. 이에 철수 역시 이상하게 여겼으나, 몽룡이 괴한을 알아보는 듯 하고, 괴한 역시 전혀 변명하지 않고 고개만 푹 숙이고 있으니, 바로 아는 척을 하지 않고 돌아가는 꼴을 두고 봤다. 몽룡이 괴한, 즉 부집사를 풀어 준다고 하였을 때 철수는 짐짓 놀란 척을 했지만 그 순간 정작 크게 놀란 것은 부집사였다.


여하튼 이후 풀려난 부집사는 몽룡의 고모를 찾아가 암살에 성공했다고 거짓보고를 했다. 한껏 들뜬 몽룡의 고모는 부집사가 철수에게 얻어온 녹음기로 녹음하는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부집사는 다시 몽룡에게 돌아와 녹음기를 건넸고, 그제야 철수는 부집사를 추궁하였다. 부집사는 잠시 놀란 듯 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몽룡과 철수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이 후 세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일을 의논하였다. 일단 몽룡의 고모가 일을 꾸민 것을 밝히기로 하였다. 후계 문제에 대해서는 몽룡의 뜻에 변함이 없었다. 이의안이 끝까지 정략혼을 전제로 한다면 몽룡 역시 후계자 자리에 욕심이 없었다. 결국 그리되면 몽룡은 이왕지사 이리 된 것 향단이와 함께 고향을 떠나고 싶어 했다. 그러려면 향단의 빚을 해결해야 했는데 부집사가 선듯 나서서 돈을 내겠다고 했다. 다만 부집사는 자신의 돈으로도 부족할까 걱정하였다. 이에 철수는 부족한 금액 있다면 그 만큼 몽룡에게 빌려 주겠다고 하였다. 얘기는 이렇게 얼추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 당시 세 사람은 향단이 잡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성 여사가 향단을 잡아 드린 것은 부집사가 몽룡의 일로 여뀌꽃성을 떠나 있을 때였다.


향단이 잡혀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부집사가 향단이 있는 곳을 조사하였다. 그 과정에 뜻밖의 사람이 부집사를 찾아왔다. 성 여사의 아들이었다. 술과 도박을 좋아해 흥청망청 돈을 물 쓰듯이 쓰는 망나니로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싹수가 노랬다. 나이가 들어 결혼도 하고 이미 자식까지 보았으나 여전히 철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결혼 이후 어릴 적 포악한 성질은 거의 없어졌다.


성 여사의 아들은 부집사에게 향단이 있는 곳을 알려주면서 장부도 건네주었다. 후에 철수가 성 여사에게 마치 자신이 찾은 것처럼 말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부집사가 향단의 빚을 갚아 주려고 함을 간파한 것이다. 부집사는 그에게 도와주는 연유를 물었다.


- 춘향이가 몽룡 도령과 결혼하면 내 입지가 좁아지지 않습니까? 그 꼴은 못 보죠. 몽룡 도령이 사랑에 눈이 멀어 향단이랑 야반도주를 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성 여사의 아들은 술 냄새를 풍기며 낄낄거리며 그리 말하였다.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웠지만 성 여사의 함정은 아닌듯하여 부집사는 이를 몽룡과 철수에게 얘기했고, 이에 철수가 향단을 구하러 성 씨의 저택에 잠입하였다. 다행히 성 여사 아들의 말 대로 향단을 찾을 수 있었다.


향단을 구하고 일행은 이의안의 집으로 향했다. 몽룡과는 이미 약속이 되어있었다. 이제 몽룡만 합류하면 네 사람은 그 즉시 여뀌꽃성을 떠날 것이다. 이의안의 저택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호송차를 주차한 뒤, 일행은 약속된 장소 근처에 몸을 숨겼다.


“시간이 됐는데 왜 이리 안 나오시지?”


초조했는지 부집사는 연신 눈알을 굴렸고 향단이도 자기 입술을 계속 깨물고 있었다. 철수 역시 예감이 좋지 않았다.


치이익. 치이익. 소음이 들려왔다. 철수가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나온 소리였다. 다만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철수는 혹시나 해서 몽룡에게 무전기를 주었는데 아무래도 대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듯하였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두 사람은 차에 가서 기다리세요.”


결국 철수는 홀로 이의안의 저택으로 들어가기로 하였다.



***



“몽룡아. 이 밤에 어딜 가려고 하느냐?”


저택을 몰래 빠져나가려던 몽룡은 이의안에게 들켰다. 이의안은 자신의 손자를 감시하고 있었다.


“보름달이 예뻐 잠시 바람이나 쐬려고 나왔습니다.”


“이 밤중에?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지 않느냐? 누가 보면 야반도주하는 걸로 오해하겠어.”


“괜한 걱정 마십시오. 춘향이랑 결혼하기로 했는데 제가 어디 가겠습니까?”


“방금 전 성 여사에게서 급히 연락이 왔어.”


“...”


“설마 했는데, 정말로 도망가려고 했구나.”


“보내주십시오. 학도가 있지 않습니까?”


“그만 고집 부려.”


“생각해보니 할아버지의 동의가 필요 없는 일이군요.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좀 전에 무전기로 철수에게서 향단이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더는 이 집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 그렇지. 하지만 나도 더는 못 참는다. 여봐라. 몽룡이를 안으로 데려가라.”


이의안의 부름에 대기하고 있던 집안 일꾼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몽룡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곁으로 다가왔다.


“이거, 놓아라.”


“죄송합니다. 도련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몽룡과 일꾼들이 실랑이에 들어갔다. 잠시 후 몽룡은 결국 일꾼들 손에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에잉. 쯧쯧”


일단 몽룡을 붙잡기는 했으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오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그 고얀 자유기사 놈이 향단이를 데려갔다는데 이래서야 몽룡은 계속 혼사를 거부할 것이다.


퍼억, 털썩.


이의안이 지끈거리는 미간을 손끝으로 누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몽룡을 끌고 가던 일꾼들이 하나같이 나자빠졌다.


“하아, 또 네 놈 이냐?”


이의안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느 새 이철수가 나타나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제 의뢰주 되는 몽룡 씨를 찾아 왔습니다.”


“이 겁 대가리 없는 놈. 그래 차라리 잘 됐다. 오늘 내 반드시 너를 아작내고 말 것이다. 네 놈을 족치면 분명 향단이도 다시 찾을 수 있겠지.”


“어르신, 각오하셔야 할 것은 어른신입니다.”


“뭐? 네가 감히 엘더에게 덤비겠다는 것이냐? 미치지 않고서야.”


철수는 이의안에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몸을 풀면서 몽룡에게 말했다.


“몽룡 씨,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당신 할아버지랑 결착을 내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끝이 나겠어요. 뭐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마세요. 적당히 할 테니까.”


“예? 혹시 할아버지랑 일대일로 결투를 한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겠죠?”


철수가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말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자유기사에 불과하다. 엘더와 상대하겠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그것은 상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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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5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1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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