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5,323
추천수 :
245
글자수 :
264,345

작성
22.07.13 00:02
조회
34
추천
1
글자
12쪽

043. 술은 적당히

DUMMY

“귀하신 분이 누추한 곳을 찾아주시니 영광입니다.”


“하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뀌꽃성 태수 표길강이 변학도의 환영을 받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이건 약소하지만 선물입니다.”


“여사님도 오랜만에 뵙는군요. 어서 오세요.”


태수 표길강은 드레스 차림의 두 명의 여인과 함께 왔다. 한 명은 성 여사였고 또 다른 한 명은 묘미진이었다.


“저까지 초대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오셨군요. 일전의 일은 미안하게 됐습니다.”


“별말씀요. 작은 오해가 있을 수도 있는 법이지요. 그리고 엘더께서는 말씀을 편히 하시지요. 저에게까지 그리 예를 차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 그리 말씀해 주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학도는 엘더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명목으로 태수를 집으로 초대하였다. 그리고 묘미진과 성 여사에게 조부 이의안의 일을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태수는 이에 응하여 두 사람과 함께 방문한 것이었다.


“진작 이런 자리를 마련해야 했는데, 늦어서 죄송합니다.”


“뭘요,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 않습니까?”


“이제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으니 다행입니다.”


“네, 약간의 헤프닝이 있었지만 그 악독한 놈도 대가를 치렀으니 여기 두 분 집안도 이제 마음을 놓으십시오.”


서기준이 불에 탄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모두 덕이 높으신 태수님 덕분입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



“이야~, 이거 그야말로 진수성찬입니다. 오늘 엘더께서 아주 단단히 준비하셨습니다. 성 여사! 묘미진! 그렇지 않아요?”


“네, 그렇습니다.”


“이리 대접해주시다니 감사할 뿐입니다.”


준비된 연회장에 들어선 표길강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좀 전에 학도는 잠시 시간을 내어 표길강과 독대를 하면서 슬쩍 그의 손에 뇌물을 쥐어주었다.


“하하!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들 드십시오.”


연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였다.


“아! 태수님의 가신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학도는 묘미진의 잔을 채워주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저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저도 부탁하겠습니다. 이 친구 예쁘게 봐주세요.”


표길강이 거들고 나섰다. 들리는 바로는 표길강이 아주 적극적으로 묘미진에게 자신의 가신이 되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거기에다 조만간 묘미진이 성의 중요 요직에 임명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었다.


‘하긴, 서기준의 정체를 밝혀낸 묘미진의 실력이라면 태수가 탐낼만하지. 묘미진의 정체가 정말로 마물로 밝혀진다면 꽤나 볼만 하겠어.’


한편 몽룡과 철수도 학도 측 인사로 연회에 참석하고 있었는데, 껄끄러울 텐데 뜻밖에도 성 여사가 먼저 몽룡에게 청하였다.


“결례가 안 된다면, 제가 한 잔 올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간 제게 섭섭한 점이 있었겠지만 너그러이 용서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다 지난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용서하고 말고 할 일이 있겠습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몽룡이 잔을 받으며 성 여사의 얼굴을 살피니 불편한 기색은 전혀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꽤나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과연 소문이 사실인가보군.’


요즘 태수 표길강이 성씨 집안을 각별히 여긴다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묘미진이 있었다. 조만간 묘미진은 채세희를 대신하여 성 여사의 새로운 며느리가 될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성홍인이 채세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묘미진을 내키지 않아했다는 말이 있었으나 그런 말이 무색하게 요즘 대놓고 성홍인과 묘미진이 깨를 뿌리고 다닌다고 하였다.


“그런데 술은 입에 맞으십니까?”


학도가 부지런히 술을 홀짝이는 묘미진에게 물었다.


“훌, 훌륭합니다. 정말 마음에 듭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하하하, 그렇겠지요. 별빛바리기성의 와인 아닙니까? 그것도 최상품이군요.”


태수가 아는 척을 해왔다.


“네, 역시 태수님의 안목에서 벗어날 수 없군요.”


“별빛바라기성이 무너져서 돈이 있어도 요즘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용하십니다.”


“제 나름대로 여러분들의 맘에 들고자 여기 이철수 기사님께 부탁드려 급히 공수해온 것입니다.”


“오? 그렇습니까? 이거 정말로 수고하셨군요.”


“감사합니다.”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갔다.



***



‘응? ... 정말이군.’


정말로 순식간이었다. 묘미진의 눈동자가 짐승의 그것으로 되었다가 다시 사람의 눈동자로 돌아왔다.


‘엣헴! 거봐요?’


월령이 또 의기양양해졌다.


- 이거 포도로 만든 술인가요?

- 뭐, 그렇지.


황감독은 오랜만에 찾아온 철수에게 와인을 대접했는데, 월령이 관심을 가지더니 묘미진의 정체를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포도먹보여우’는 정말로 포도를 좋아하는데 특히 포도주라면 정신을 못 차린다고 하였다.


‘비록 눈동자뿐이지만 둔갑술이 풀릴 정도라니...’


‘헤에, 저 긴 치마 속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모르긴 몰라도 꼬리도 내놓고 있을걸요.’


‘뭐?’


‘겨우 그 정도로 놀라시긴, 아직 만취가 아니라서 그렇지 좀 더 들어가면 굳이 조요경을 훔칠 필요가 없을 겁니다. 크크크.’


월령이 만화 속에 나올 법한 악당의 웃음소리를 흉내 내었다.


‘무섭군, 와인이 이리 무서운 것일 줄이야.’


‘그렇죠, 그러게 옛말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무슨 말?’


‘술 먹으면 다 개가 된다.’


‘... 그 말이 지금 이 상황에 맞는다고 생각하니?’


‘에이! 누가 몰라도? 농담이잖아요. 농담! 그리고 딱히 틀리지도 않고만!’


이제는 더는 월령을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철수였지만 뭔가 억울하고 황당한 기분이었다.



***



드디어 자리가 파하고 손님들은 돌아가려고 하였다.


‘쳇! 제법이군요.’


월령의 기대와는 달리 묘미진이 술자리에서 그 정체를 드러내는 일은 없었다.


‘너무 아쉬워 하지 마. 아무리 그래도 태수가 있는데 자기 딴에는 어느 정도 조심했겠지.’


‘그래도 분합니다. 그걸 참다니!’


‘그래도 큰 도움이 되었어. 여하튼 마물이라는 것은 보다 분명해졌으니까 말이야.’


꼬리가 있는지 보기 위해 차마 치맛자락을 들칠 수는 없었지만 묘미진의 눈동자가 변하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확인한 철수였다.


‘어쩔 수 없군. 원래 계획대로 기회를 봐 조요경을 확보한다.’


철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저기 오늘 감사했습니다.”


묘미진이 철수에게 먼저 인사하러왔다.


“예?”


“덕분에 잘 마셨습니다.”


“저야 엘더의 부탁을 받은 것 뿐인걸요. 감사의 인사는 엘더께...”


“엘더께서 그러시는데 이철수 기사님이 아니면 구하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건 그렇죠.”


“혹시 그래서 말인데 그 와인 구할 수 있을까요? 아! 물론 충분히 값은 치루겠습니다.”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보군. 뭐, 그렇단 말이지?’


“그게 값이 문제가 아니라 요즘 재고가 없어서 각지의 높은 신 분들이 찾으시는지라...”


철수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최대한 지어보였다.


“그래도 어찌 안 되겠습니까?”


포기하지 않고 사정하던 묘미진의 눈빛이 순간 묘하게 빛났다.


‘얼씨구?’


‘이 요망한 것! 감히 주인님께 매혹술을 사용하다니! 주인님!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그런데 매혹술이라니? 그냥 끼 부리는 것 아니었어?’


월령이 잠시 침묵하였다. 지금 월령은 철수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 휴~ 다행입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네가 걱정할 정도였어? 난 잘 모르겠는데? 매혹술이라는 것 그다지 별게 없구나.’


‘아닙니다. 저 녀석, 제가 느낄 정도로 꽤나 강하게 술법을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난 왜 멀쩡한 거지? 혹시 이미 매혹술에 걸린 상태는 아니겠지?”


‘아니에요.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아마 이 또한 ‘불가살’덕분에 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 그래?’


“저, 저기 기사님?”


‘이크, 잊고 있었군. 야! 이게 어떻게 해야 하냐?’


‘적당히 장단 맞춰 주세요. 매혹술에 걸렸다고 이성을 잃고 헤벌레 거리는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하자면 호감도가 대폭 올라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그처럼 티가 나지 않는 점이 오히려 무서운 점이죠.’


“하아! 어쩔 수 없군요. 좋습니다.”


“정말이세요? 감사합니다.”


“다만, 보는 눈이 있어 지금은 안 됩니다. 괜히 엘더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기사님이나 저나 좋을 것이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 몰래 찾아오십시오. 미리 언질을 주시면 바로 가져가실 수 있게 준비해두겠습니다.”


“오늘 밤이라도 괜찮을까요?”


“네, 상관없습니다. 저도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 저 또한 가급적 빠를수록 저도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밤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약속대로 묘미진은 으슥한 밤이 되자 철수를 은밀히 찾아갔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어디 돈 때문에 부탁을 들어 주신 줄 아십니까?”


‘에잉! 이래서 수컷들이란!’


아무래도 술김에 매혹술이 너무 강하게 걸었나싶어 조금 후회하는 묘미진이었다.


“그렇다면...?”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대신 조요경이라는 것 구경 한 번 하게 해 주십시오.”


“예?”


뜻밖의 소리였다.


“그래도 오고 가야 정이라 할 수 있는데, 내키지 않으시다면 어쩔 수 없군요.”


묘미진이 잠시 꾸물거리고 있으니까 철수는 등을 돌리려고 하였다.


“아, 아닙니다. 보여드리죠. 그게 뭐가 대수라고.”


철수가 가지고 온 술병을 본 묘미진은 이미 눈이 돌아가 있었다. 분명 술병은 마개로 막혀있었는데도 벌써 부터 그 달콤한 냄새가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졌다.


“오, 역시. 감사합니다. 제가 이런 보패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좀처럼 실물을 볼 기회가 없어서 말이죠.”


“네, 이해합니다.”


그 뒤 철수는 한참을 살펴보았다. 묘미진은 슬슬 기다리는 것이 지겨웠다. 그리고 어서 빨리 돌아가 와인을 마시고 싶었다.


“이제 다 보셨나요?”


“아, 예. 잘 봤습니다. 이거 정말 멋지군요.”


“그럼 이제 그만 돌려주시지요.”


“그런데 그건 좀 곤란하겠습니다. 제가 이게 꼭 필요해서요. 어느 못된 요괴의 정체를 밝혀내야하거든요.”


“예?”


“하하, 이거 왜 이러십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 그만 정체를 드러내라는 말입니다.”


“그 요괴라는 것이 혹시 저를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왜 아니겠어?”


“실망입니다. 이리 저를 희롱하시다니 자유기사라는 분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끝까지 시치미를 때시겠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으나 오늘 이 일은 태수께 보고하여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


“이 조요경을 앞에 두고 자신만만하구나.”


“흥! 그렇군요. 조요경이 있었군요. 듣자하니 법력을 다룰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럼 어디 그것으로 저를 시험해보시죠. 그러나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


‘어떻게 내 정체를 눈치 챘는지는 모르겠지만 거기까지다.’


묘미진이 자신만만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조요경은 여느 보패와는 달리 단순히 법력을 무식하게 집어넣는 다고 가동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랬다가는 그저 빛이 나는 조명기구에 불과하였다. 제대로 가동하려면 정확한 방법으로 법력이 보패안에 흐르도록 해야 한다.


“할 수 없군.”


철수가 조요경을 들어 서서히 묘미진에게 들이댔다. 이내 빛이 쏟아져 나와 조미진을 비추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공지 22.06.03 42 0 -
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