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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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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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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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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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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9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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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37. 번운복우

DUMMY

“청장님! 방금 태수님께서 마물을 물리치셨다고 합니다.”


“뭐?”


조주민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쉽지만 마물을 죽이는 것은 실패하셨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전투 내내 우위를 지키면서 결국 쫓아내셨다고 합니다.”


“그거 정말... 다행이군.”


말은 그리했지만 조주민의 내심은 기쁨보다 의심이 먼저 들었다. 조주민은 도중형이 마물을 퇴치했다는 소식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게. 아니, 아니야. 특전대대쪽에 연결해줘.”


조주민은 성벽 위에서 태수의 전투를 지켜보았을 특전대대장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하였다.



***



특전대대에게 확인하였고 심지어 전투가 있었던 현장까지 직접 가서 전투의 흔적을 확인하였지만, 조주민의 의심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설마 대대장과 모의해서...?’


급기야 조주민은 대대장까지 의시하기 시작하였다.


‘만약, 애초부터 원숭이 마물이 나타난 적이 없고... 그저 대대병력만이 태수의 전투를 증언하고 있다면?’


조주민이 아는 대대장은 그럴 인품이 아니었지만 이런 의심이 들 정도로 도중형이 원숭이마물을 물리쳤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아니, 아니야. 너무 인원이 많아.’


현재로써는 태수의 전투를 목격한 이들이 비록 예하 부대원들뿐이었지만 그 많은 인원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 모두들 계속 입단속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며, 만약 조주민의 의심대로 이 모든 것이 자작극이라면 들통 났을 때의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 정도로 미친놈은 아니겠... 아니군... 미친놈은 맞지.’


이성은 이제 그만 현실을 인정하라고 하는데 본능은 계속 도중형을 의심하고 있으니 조주민 그 스스로도 판단이 오락가락하였다.


“하하하, 가디언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회의장에 의기양양한 도중형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랜만에 조주민 등 여러 가신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마물이 나타난 직후이기에 가신들도 계속 파업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깟 마물 하나에 쩔쩔 메면 그건 영웅이라고 할 수 없지요.”


‘이렇게까지 선대를 모욕하다니!’


그깟 마물 하나 때문에 도원형은 죽었다.


“그런데 말이죠. 그간 코빼기도 안 보이시던 분들이 오늘은 꽤나 보입니다.”


태수의 비아냥거림에도 가신들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하였다.


“반면, 여기 청장과 대대장은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누구들과는 달리 변함없이 자신의 소임을 다하셨으니 말입니다. 모름지기 영웅의 가신이라면 주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일진데, 도대체 다들 무얼 하고 계셨는지.... 쯧.”


조주민과 대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다른 가신들을 비난하기 위해 자신들을 이용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거... 곤란하군.’


그리고 도중형의 방금 저 말로 더는 가신들이 파업할 명분이 없어졌다.


“그런데 청장 그리고 대대장.”


“네.”


조주민과 대대장은 또 뭔가 싶었다.


“내가 분명 나를 믿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텐데?”


“평소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을 따름입니다.”


대대장이 먼저 대답하였고,


“죄송합니다.”


그 뒤 조주민이 대답하였다.


이 둘의 대답을 들은 도중형은 조주민에게 먼저 물었다.


“청장은 자신의 잘못을 알겠는가?”


“네.”


도중형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잘못을 인정하니 내 용서하지. 그런데 대대장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가 봐?”


“예?”


“대대장! 이 성의 통수권자는 누구이지?”


“태수님이십니다.”


“그런데 매뉴얼을 운운해? 매뉴얼이 통수권자의 명령보다 우선인가?”


“죄, 죄송합니다.”


“이제야 조금 말귀를 알아 듣는가보군.”


‘일이 이리 될 줄이야. 이러면 문찬이가 위험해.’


이 날을 기점으로 가신들은 더 이상 파업을 이어나가지 않고 조용히 복귀하거나 아니면 아예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덧붙여 쇠머리성에 가신지원을 하려고 이제 멀리서도 찾아오는 자유기사들이 점차 늘기 시작하였다. 원숭이 마물 ‘오공’에 대한 소문은 암암리에 펴져 있었고 이를 물리친 도중형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었다.



***



“잘난 척 하더니 결국 이 꼴이구나.”


한 중년 여자가 연문찬을 비난하고 있었다.


“...”


연문찬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내가 뭐랬어?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한다고! 그런데 결국 내 말을 듣지 않더니 이제 죽게 생겼구나. 아주 꼴 좋아?”


여자는 연문찬의 어머니로 문찬의 면회를 온 것이었다. 지금 이 둘은 조주민의 방에 앉아 있었고 조주민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간 연문찬은 성의 정식 구치소가 아닌 도씨 가문이 소유한 어느 창고에 갇혀 지냈다. 조주민의 거처가 임시 면회실이 된 것이다.


“어이구 내 신세야! 서방 복 없는 년 자식 복도 없구나!”


“...”


“도대체 네가 뭐라고 거기에 끼어들어서 나까지 신세를 망치게 하는 거야!”


“...”


“허참! 아예 대꾸하기도 싫다는 거니?”


“...”


“따지고 보면 이게 다 철수 그 인간 탓이야. 순진한 내 아들을 꽤서 분에 맞지 않는 자유기사가 되게 하더니 결국 죽을 자리를 소개해주다니! 그래! 처음부터 그 인간은 너를 이용해먹으려고 접근한 거야! 인상이 좋지 않은 게 내 이럴 줄 알았어.”


연문찬은 벌컥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뭐? 이 싸가지 없는 놈! 내가 널 이리 가르쳤어? 역시 씨도둑은 못한다고 글러먹은 것이 네 애비랑 똑같구나!”


“그딴 말씀을 하려 굳이 이곳까지 오셨습니까?”


“흥! 난들 오고 싶어서 온줄 아냐? 행정청장님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나도 안 왔어.”


“...”


연문찬은 더는 듣지 않고 등을 돌려 면회실을 빠져나간다. 그런 연문찬에게 끝까지 문찬의 어머니는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이 불효막심한 놈! 부모보다 먼저 죽다니! 아이고! 내 신세야!”



***



결국 연문찬의 태형 날짜가 잡혔다. 말이 태형이지 곤장 500대면 사형이었다. 아무리 연문찬이라도 500대를 모두 맞기 전에 죽게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고통스럽게 죽게 될 것이다.


연문찬이 선대의 부인 배은소를 구하려고 했던 사실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가신 그 누구도 연문찬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연문찬을 욕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것도 잠시, 이제 대부분의 가신들은 ‘연문찬’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였다. 이제 도씨 가문에서 ‘연문찬’은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말이 될 것이다.


“이럴 수가!”


태형을 집행하기 전 어느 날 아침, 연문찬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조주민은 급히 연문찬이 갇혀있던 창고로 갔다. 조주민이 연문찬을 확인하니 과연 맥이 없었다.


연문찬의 곁에는 한 장의 종이가 있었다. 조주민이 읽어보니 도중형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



“이런 고얀 놈!”


도중형는 조주민에게 건네받은 종이를 구기더니 내던져버렸다.


“이제 죽은 사람입니다. 태수님이 너그러이 용서해주시지요.”


“용서? 청장도 이걸 보지 않았나?”


“태수님이 화를 내시는 것은 당연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깟 유서가 뭐 대수겠습니까? 결국 연문찬은 저 꼴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 내 괘씸해서 그러네.”


“그렇다면 태수님, 연문찬 그 자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죄를 씻을 기회를 주면 어떻겠습니까?”


“응?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이미 죽은 자가 어떻게?”


“연문찬을 이용하여 태수님의 관대함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음? 구체적인 방법을 말해보게.”


“우선 연문찬의 유서를 다시 쓰는 것입니다. 연문찬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내용으로 말이지요. 그리고는 최대한 예우를 갖춰 연문찬의 장례를 치뤄주는 한편 그 유가족을 챙기시는 것입니다.”


“뭐?”


도중형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지만 조주민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미 외부에서 새로운 가신들이 많이 유입되었습니다. 그들은 연문찬이 가주님께 큰 죄를 지었다고 막연히 들어 알뿐 그간의 사정은 전혀 모릅니다. 태형을 하려는 것도 모르지요”


“그래서?”


“그들이 보는 앞에서 가주님이 죄인 연문찬을 용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감동할 것입니다.”


“흥! 순진한 생각이야. 그리 쉽게 되겠어?”


“그렇지요.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습니다.”


“하이라이트?”


“장례식에서 연문찬의 어머니가 가주님께 울면서 감사하는 모습을 연출한다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흐음? 그래?”


“제 말대로 해보시죠. 연문찬은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이제 오롯이 가주님께 충성을 할 사람들을 키우시는 일에 전념하셔야 할 때입니다.”


“으음. 그런데 연문찬의 어미가 과연 그리할까?”


“연문찬의 모가 어떤 사람인지는 제가 잘 압니다. 어미라고 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이제껏 뜯어먹고 살아 온 사람입니다. 그저 푼돈 얼마간 쥐어주고 앞으로 생계를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면 연기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감사해 할 것입니다.”


“하? 그게 정말인가?”


“네.”


“흥! 이 제보니 연문찬 그 놈도 꽤나 불쌍한 놈이군.”


“...”


“좋아! 재미겠어! 청장 말대로 해봐!”


“네, 실망하시지 않을 실 것입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가?”


“연문찬의 장례가 끝나면 배은소 여사께서는 대구부로 가신다고 합니다.”


“배은소가 시끄럽게 굴지 않을까?”


“그렇기에 더욱 연문찬의 어미를 챙겨야 하는 것입니다. 연문찬의 유서 그리고 연문찬의 유가족이 태수님께 유리한 증거 내지 증언이 될 터인데 괜히 문제를 일으켜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가신들도 태수님의 사람이 되었는데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오히려 배은소 여사를 괜히 여기 쇠머리성에 계속 둔다면 신변을 구속한다는 인상을 세간에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음... 그래도 붙잡을 순 없나?”


“굳이 붙잡을 두려면 그럴 수는 있겠지만, 임하수 엘더와의 관계도 생각하셔야합니다. 괜히 척 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주민은 도중형의 장인, 그러니까 부인 임채원의 아버지를 언급하였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불경을 무릅쓰고 한 마디 더 올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배은소 여사께서 여기 계속 지낸다면 행여 그 신변에...”


“아, 알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청장이 알아서 처리하게.”


조주민이 말끝을 흐렸지만 도중형은 알아들었다. 자신의 부인인 임채원 그 여자가 배은소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은밀히 배은소를 죽이려 들지 모를 일이었다. 도중형이 걱정할 정도로 임채원에게 음습한 면이 있었다.



***



조주민이 말한 대로 연문찬의 어머니는 절절하게 도중형에게 감사함을 표현하였다. 도중형이 어쩔 줄 모를 지경이었다.


연문찬의 일을 알고 있는 기존 가신들은 속으로 혀를 찼지만, 외부에서 새로이 들어온 가신들은 미남인 도중형이 연문찬의 모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에 은근히 감동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연문찬의 장례가 끝난 후 새로 들어온 가신들이 도중형을 대하는 태도가 더욱 좋아졌다.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있군. 그건 그렇고 잘 가고 있으려나...’


조주민은 북쪽 하늘을 쳐다보았다.



***



배은소와 별이, 돌이를 태우고 돌아가던 철수는 쇠머리성이 관할하는 지역을 완전히 벗어나자 차를 세웠다.


“여사님,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대답하는 배은소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자신의 남편 도원형에 이어 연문찬 마저 그리되어 그녀는 지금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건 별이, 돌이 남매도 마찬가지였다.


“여사님, 잠시 차에서 내려 트럭 뒤쪽으로 나와 보시겠습니까? 그리고 별이, 돌이 너희 둘도!”


세 사람은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아무 말 없이 철수가 시키는 대로 하였다. 철수는 세 사람이 따라 나오자 트럭 뒷문을 열더니 훌쩍 뛰어 안으로 들어갔다.


“여사님도 올라오세요. 네들도.”


철수는 배은소의 손을 잡고 짐칸으로 끌어 올렸다. 별이와 돌이는 자기들이 알아서 올라왔다.


“다들 놀라지 말고 잘 봐요.”


철수는 짐칸 한 쪽에 놓여 있던 길쭉하고 커다란 상자를 만졌다. 흡사 관처럼 생긴 상자였다. 이윽고 철수는 그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야 인마! 이제 일어나!”


철수는 그리 소리치더니 상자 안을 손바닥으로 내려쳤다.


퍽! 그리고,


“커헉!”


숨이 터지는 소리가 상자 속에서 튀어 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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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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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3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5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38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39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 037. 번운복우 22.06.29 41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3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49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1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0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2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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