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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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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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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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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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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23. 흙도깨비

DUMMY

철수는 몽룡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퍼억.


“컥.”


철수는 순식간에 이의안과의 거리를 좁혀 그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이의안은 극심한 고통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철수에 아래로 떨어지는 턱을 노리듯 이번에는 이의안의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퍽.


이의안은 이번에도 전혀 피하지 못하였다. 단 두 방에 이의안은 나가떨어졌다.


몽룡은 그 모습에 얼이 빠졌다.


‘이럴 수가! 자유기사가 엘더를? 아! 할아버지는?’


몽룡의 현재 입장 상 철수를 응원하는 것이 맞지만, 막상 자신의 조부가 허무하게 당하는 모습에 행여 조부가 크게 다치지 않았을까 걱정되었다. 어째든 자신의 가족이다. 몽룡은 걱정스레 이의안이 쓰러진 곳을 살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이의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흙으로 된 웬 인형 하나가 있었다. 인형은 곧 부서져 내렸다.


“역시나 마냥 쉽지는 않군요.”


철수가 작게 투덜거렸다.


“아! 흙도깨비.”


몽룡도 상황을 깨달았다. 철수가 물리친 것은 이의안이 아니었다. 이의안이 만들어 낸 피조물이었다. 이의안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일종의 분신술처럼 활용한 것이었다. 그것이 철수의 공격으로 술법이 풀린 것이다.


“어르신, 저 좀 놀랐습니다. 언제부터 준비하신 것입니까?”


“...”


이의안의 답이 없었다. 어딘가에 몸을 숨긴 체 철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의안은 일꾼들이 하나 둘 쓰러질 때 이미 흙도깨비와 자신을 교묘히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이걸 신중하다고 봐야하나? 아님 상상 이상으로 겁이 많다고 해야 하나?’


이유가 뭐가 됐든 이의안은 철수의 기습을 피할 수 있었다. 자유기사로 알려진 자신을 엘더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 정도로 경계 할 줄은 철수도 예상 밖이었다.


그러나 지금 정말로 경악하고 있는 것은 이의안 쪽이었다. 아무리 본체가 아닌 흙도깨비라지만 저리 손쉽게 해치우다니 절대 일반적인 자유기사의 수준이 아니었다.


“어르신, 이제 그만 나오시죠. 마무리는 지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리고 엘더인 자신을 상대로 저리 여유 만만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냥 갈까요? 막지 않으시겠다면야 그것도 좋습니다. 저도 불필요한 전투는 피하고 싶군요.”


‘이대로 그냥 보낼 줄 수는 없지.’


어느 새 이의안이 장내에 다시 나타났다.


“과연 보통 놈이 아니구나.”


“지금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엘더이십니까? 아님 또 허깨비입니까?”


“어떨...”


퍼억. 물어놓고는 답을 듣지 않고 또다시 바로 공격하는 철수였다.


파사삭. 이번에는 단지 한 방이었다. 술법이 깨지자 인형은 이내 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갔다.


“역시나.”


‘큭! 고얀!’


“의미 없이 허약한 놈들을 내놓으시지 마시고 직접 나오시죠?”


흙도깨비가 허약하다고 말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흙도깨비 하나의 전투력은 웬만한 자유기사 보다 강하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또다시 이의안이 나타났다.


퍽. 퍽. 바사삭.


철수는 이번에는 말을 건네는 것도 없이 바로 공격하였다.


“호오? 과연... 좀 전 놈들 보다 단단해졌습니다.”


‘이럴 수가?! 저 녀석 자유기사 따위가 아니다.’


이의안은 법력을 더 사용하여 좀 더 강한 흙도깨비를 불러냈으나 이번에도 철수에게 허무하게 부서져버렸다.


“네 녀석, 혹시 반각성자인 것이냐?!”


철수는 소리가 난 쪽으로 쇄도해 갔다.


‘아차!’


이의안은 무심코 흙도깨비를 소환하지 않고 말을 내뱉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래봤자 네 놈은 자유기사, 난 엘더다.’


쇄도하는 철수의 앞을 어느 새 수 개의 흙도깨비가 막아섰다.


“노는 꼴을 보고만 있었더니 기고만장하구나. 이번에는 네놈도 별 수 없을 것이다. 엘더와의 격차를 보여주마.”


“하나, 둘, 셋... 총 여덟이군요. 이 정도 수로 될까요? 어차피 한 두 방이면 될 텐데?”


“흥! 자신 있으면 어디 해봐라! 묵사발로 만들어주마!”


이의안은 지금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강의 흙도깨비를 꺼냈다. 하나하나가 반각성자의 전투력을 지녔다.


‘네 놈이 반각성자라도 상관없다. 이걸로 끝이다.’


퍼벅. 퍼벅. 퍼벅. 마치 폭죽처럼 무언가 연속으로 터지는 소리. 여덟 개의 인형이 일시에 무너져 내렸다.


“?!”


“고작 이 따위 것으로요? 약해! 너무 약해! 이제 보니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각성 이후에 단 한 번도 수련하지 않으셨군요?”


철수는 비웃음을 지으며 이의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따, 딸꾹! 너, 너는 각성자?! 딸꾹!”


이의안은 생각하였다. ‘지금 눈앞의 이 녀석은 반각성자도 아니다. 자신과 같은 각성자, 초인이다’라고.



***



완전히 기세가 꺾인 이의안은 더는 전투를 이어 갈 수가 없었다.


“그래, 이제 네 멋대로 하거라. 나도 널 포기했다.”


이의안은 몽룡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않은체, 떠나라는 손짓을 했다.


“부디, 몸 건강히 지내십시오. 불초손 비록 멀리에서나마 가문의 안녕을 빌겠습니다.”


몽룡은 이의안에게 큰절을 올렸다.


“...”


“...”


몽룡과 이의안 이 조손간은 끝내 화해하지 못하였다. 고향을 떠나는 손자에게 한 마디 따뜻한 말이라도 했다면 좋았겠지만 이의안은 끝내 하지 않았다.


“몽룡 씨,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이만 가시죠.”


철수는 몽룡에게 떠나는 길을 재촉하였다. 철수가 이의안을 압도적으로 제압한 사실은 이의안과 몽룡은 비밀로 할 것이다.


이의안의 경우 굳이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체면과 실리가 모두 걸린 문제였다. 상대가 각성자였다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어디 가서 하소연 할 때가 없다. 철수가 각성자 등록을 안 하고 돌아다닌다고 떠벌리면 자신만 망신이지 득보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철수가 손해 보는 일도 딱히 없다.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미등록이 불법은 아니다. 각성자임에도 경제적, 권력적으로 손해인 자유기사 따위나 하고 있는 괴짜 취급 받는 것이 다일 것이다. 몽룡 이외에는 목격자가 없으니 아예 오늘 밤 있었던 전투가 없었던 일로 할 것이다.


“... 네, 그래야죠.”


그리 벗어나려고 했던 곳인데 막상 떠나려니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몽룡이었다.



***



철수, 몽룡, 향단 그리고 부집사 아니, 이의안의 부집사였던 강현남은 그 뒤 별 탈 없이 여뀌꽃성을 벗어나 대구부로 향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기사님, 제발 그것만은 돌려주십시오. 그거 사실 값도 그리 나가지 않습니다.”


향단과 현남은 철수에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부집사님! 이제 그만하세요. 향단아! 이게 무슨 경우야?”


또 그런 그들을 몽룡이 말리고 있었다.


철수는 몽룡에게 향단이의 빚을 갚을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를 요구하였다. 당연히 몽룡에게는 그만한 물건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철수는 꼭 금전적 가치가 클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반드시 빚을 갚고 되찾아야 할 물건이면 된다고 하였다. 몽룡은 어머니의 유품을 담보로 제공하였다.


이를 안 향단과 현남이 철수에게 유품을 돌려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안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제가 빌려 준 돈 한 두 푼이 아니에요. 오히려 담보가 부족해요. 어머니 유품이라고 하니 제가 특별히 담보로 인정해준 것이에요.”


“기사님 말씀대로 입니다. 오히려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인데 이리 무례를 해서 되겠습니까? 애초에 기사님이 아니었다면 할아버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게다가 모르긴 몰라도 기사님은 저희 일로 큰 손해를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리 염치없이 구셔야 되겠습니까? 두 사람 모두 기사님께 사과하세요.”


“죄, 죄송합니다.”


향단과 현남은 불만이 있었지만 몽룡이 말이 영 그른 것이 아니었기에 철수에게 사과를 했다.


“기사님, 제가 드린 물건 금전적으로 얼마 되지 않지만 하루 빨리 빚을 갚고 반드시 돌려받겠습니다. 그때까지 부디 잘 보관해주십시오.”


“그럼요. 그리고 이자는 받지 않을 테니 너무 무리해서 갚을 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반드시 갚으러 오세요.”


“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현남 씨는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됩니까?”


철수가 분위기를 바꿀 겸 주제를 돌렸다.


“몽룡 도련님만 괜찮으시다면 도련님과 향단아가씨를 따라가고 싶습니다.”


“으음. 나쁘지 않군요.”


“자, 잠깐만요, 부집사님.”


몽룡이 철수와 현남의 대화에 급하게 끼어들었다.


“왜 그러십니까? 도련님?”


“굳이 저희와 함께 하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싫으십니까? 하긴... 저라도 도련님이라면... 죄송합니다.”


현남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졌다.


“아니, 그것이 아니라... 부집사님이 곁에 있으면 든든하고 좋죠. 다만, 부집사님이 더는 저희에게 얽매일 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호칭도 그렇습니다. 이제 저는 엘더가문의 후계자는 물론이고 더는 아무것도 아닙디다. 도련님이라는 말도 이제 그만하십시오.”


“같이 하는 것 자체가 싫다는 말씀은 아니네요?”


이번에는 너무나도 환하게 얼굴이 밝아졌다.


“뭐, 그렇죠.”


“그럼 됐습니다. 따라가겠습니다. 그리고 호칭 문제는 이제 와서 그럼 ‘몽룡아’라고 부를 수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렇다고 우리사이에 ‘몽룡 씨’라는 것도 웃기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몽룡 씨’는 좀 그렇지만, 부집사님이 저보다 연배도 훨씬 위이시니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말도 편하게 하시고요.”


“제가 불편합니다. 입에 익은지라 이제와 고치는 것이 더 힘듭니다.”


“아니, 남들이 들으면 오해한다고요.”


“남 앞에서는 조심하겠습니다.”


“부집사님, 도련님은 그렇다 치더라도 갑자기 저는 왜 아가씨입니까? 듣기 민망합니다.”


이번에는 향단이가 현남에게 물었다.


“장차 도련님과 맺어지실 분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전처럼 쉽게 부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이 참, 부집사님. 도련님과 저는 아직 그런 사이가...”


향단이 말을 하다 말고 얼굴을 붉혔다.


“향단 아가씨는 어떠십니까? 제가 같이 가면 불편하시나요?”


“아, 아니에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도 부집사님이 함께 하시면 좋을 따름입니다.”


“하하, 현남 씨 말씀대로 하시죠? 이제 타지 생활을 해야 하는데 동향 사람끼리 의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철수마저 슬쩍 현남의 편을 들어 주니, 결국 몽룡도 더는 현남의 뜻을 꺾으려 들려 하지 않았다.



***



몽룡이 떠나고 며칠 뒤 변학도는 이의안과 독대를 하였다.


“넌 또 갑자기 왜 그러는 것이냐? 몽룡에게 물든 것이냐?”


“아닙니다. 저는 형님과 달리 딱히 정략혼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그럼 왜? 아? 춘향이 애초 몽룡과 혼담을 주고받은 사이라서 그런 것이냐?”


“그것도 아닙니다. 고작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춘향이가 못생겼기 때문입니다.”


“못생겼다고 그 아이가? 그리고 예전에는 춘향이가 마음에 든다고 하지 않았느냐?”


“제 눈이 삐었던 거죠. 알면 알수록 춘향이 그 아이, 저의 어머니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싫습니다. 그리고 무섭습니다. 어머니는 천륜이라 어쩔 수 없다하여도 배우자마저 그럴 수는 없습니다.”


“... 그럼 어쩌자는 것이냐? 너도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냐?”


“다른 혼처를 말씀하시다면 모르겠으나, 춘향이를 고집하신다면 저 또한 후계자자리를 포기하겠습니다.”


이의안은 변학도을 쳐다보았다. 변학도의 눈빛에 흔들림이 없었다. 어딘가 모르게 자신의 눈치를 보는 듯했던 과거와는 달랐다. 자신에게 대들던 몽룡이 보여주던 눈빛과 같았다.


“하아~. 알았다. 네 뜻은 알았으니 이만 나가봐라.”


“네.”


변학도가 나간 뒤 이의안은 고민에 빠졌다. 예전에는 외손자인 학도가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몽룡이 없는 지금에는 사실상 유일한 핏줄이었다. 조카를 죽이려고 했던 딸은 논할 가치가 없었다.


“이제 하나 밖에 없는 학도마저 저리 나오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몽룡이 뜻대로 해줄 걸 그랬나? 아니, 아니야. 그렇다고 향단이 그 미천한 것을 받아 들 일 수는 없지. 엘더의 후계자에게는 그에 걸맞은 짝이 필요한 법이야. 몽룡이 그 녀석도 결국에는 그 정도 그릇인거이고.’


“성 여사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다른 돈줄을 알아봐야하나?”


아직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이의안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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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3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5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38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39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0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3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49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1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6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0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5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2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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