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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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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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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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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27. 최후의 수단

DUMMY

마물을 쫓아가던 철수는 점차 대구부에 가까워지자 중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군용무전기가 없으니 음어로 얘기하였다. 혹여 대구부의 민간에서 무전을 청취하여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음이다. 정식 음어는 아니었고 갈대소리마을을 떠나기 직전 철수와 중대장이 상의하여 급조한 것이었다. 조악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군용무전기가 있다면 좀 더 편하게 통신할 수 있었겠지만, 애초에 철수에게 빌려줄 여유가 특전중대에 없었다. 설사 여유가 있다하여도 중대장은 철수에게 군의 무전기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소형전술차량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군에서 극히 예민하게 취급 하는 것이 통신장비였다.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라도 중대장 선에서 철수에게 빌려주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 오늘 저녁 메뉴는 뭐로 할까요? (해석: 혹시 마물의 등급이 어느 급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 삭스핀으로 하죠. (천재지변 급의 마물로 보입니다.)

- 삭스핀이요? 그거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정말로 천재지변 급입니까?)

- 이왕 사주시는 것 그걸로 하시죠. 오늘 각오 단단히 하세요. 시가가 상당합니다. (아무래도 천재지변 급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세요. 이동속도가 상당합니다.)

- 홍콩반점에 손님이 많이 있던가요? (별빛바라기성에 피해상황이 심각한가요?)

- 사정이 있어 반점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다만, 먼저 가 있던 사람에게 들으니 손님이 많다고 하더군요. 믿을 만한 사람입니다. 아 그런데 홍콩반점 사장님은 혹시 보셨습니까? 홍콩반점 사장님도 북경반점으로 안내하던데요? (사정이 있어 직접 확인을 못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다만 믿을 만한 사람에게 전해들은 바로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하더군요. 별빛바라기성 태수를 혹시 보셨습니까? 대구부로 가고 있었던 같았습니다.)

- 네. 좀 전에 봤습니다. 역시나... 홍콩반점에 주방장들은 남아 있나요?(나머지 엘더들과 군관은 건재하나요?)

- 글쎄요. 손님이 많은데 주방장들도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니요.)

- 상해반점은 어떻습니까? (갈대소리읍은 어떻습니까?)

- 거기도 만원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북경반점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박살났습니다. 지금 대구부로 가는 길입니다.)

- 대략 어디쯤인가요?

- 북경반점과 상해반점 중간쯤입니다. 삭스핀이 눈앞에 아른 거리는군요. (대구부와 갈대소리마을 중간쯤입니다. 마물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 알겠습니다. 홍콩반점 사장님이 북경반점 사장님에게 언질을 줄 것 같으나 제가 빨리 가서 미리 주문을 해 놓겠습니다. (태수가 부백에게 보고를 하겠지만 저도 별도로 가능한 빨리 대구부에 보고를 하겠습니다.)

- 저도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삭스핀이 준비되기 전에 도착하겠습니다.


중대장과 교신을 마친 철수는 차량의 속도를 최대로 높였다. 마물을 유인하는 것은 이제 포기하고, 아예 마물을 앞질러 대구부에 먼저 당도하여 대비하는 것으로 생각을 굳혔다.


부아앙.


철수는 순식간에 마물을 제치고 멀찍이 앞서 나갔다. 불과 몇 분 지나자 마물과의 거리는 상당히 벌어졌다. 이제껏 자신을 귀찮게 하던 철수가 행동에 변화를 보였으나 여전히 마물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대구부의 부백(府伯)은 대구부에 있는 가디언과 엘더들을 급히 소집하였다. 군에서 들어온 보고와 좀 전에 화륜장갑차를 타고 도망쳐온 태수 강석주의 증언을 바탕으로 판단해 본건데 자신이 직접 나서도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부백이 판단하기에 마지막 남은 방위 수단은 대(對)마물요격탄도미사일 뿐이었다. 이것을 유효하게 발사하기위해서는 가디언과 엘더의 힘이 필요했다.


대마물요격탄도미사일의 탄두는 크게 신진철(神珍鐵)과 마보석(魔寶石)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물이 나타나면서 함께 나타난 것이 보패만은 아니었다. 후에 신진철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수상하기 짝이 없는 금속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그것도 광석의 형태가 아니라 이미 제련되어 있는 잉곳(ingot)의 형태로 말이다. 처음에는 이 금속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으나 곧 이 금속에 ‘파마(波魔)’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진철은 초인의 활약에 버금갈 정도로 마물을 물리친데 있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대형 공룡이라면, 아니 영화 속에서 나올 법한 대형괴수일지라도 어쩌면 현대의 화기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물은 달랐다. 물리법칙을 벗어난 것처럼 비정상적으로 튼튼하였다. 코끼리라도 한 방에 잡을 수 있는 화력으로도 중형견 크기의 최하급마물을 겨우 상대할 정도였다. 한 번은 거대마물에게 핵을 쏜 적이 있는데 괜히 주변만 파괴하고 오염시켰을 뿐 막상 마물은 거짓말처럼 멀쩡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과거 여러 가지 설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른 바 마력보호설이 제1의 정설로 굳어졌다. 마물의 육체 그 자체가 터프한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마력이라는 정체모를 힘이 일종의 보호막처럼 마물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어서 화기의 위력이 상당부분 감소된다는 것이다. 초인들이 효과적으로 마물을 공격할 수 있는 것도 초인이 지닌 특유의 법력이 마물의 마력과 반응하여 상호간에 상쇄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마물과 직접 전투하는 초인들 거의 대부분이 이 가설을 지지하였다.


신진철의 효능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 사람들은 이 수상한 금속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군은 신진철로 탄환 바깥을 코팅해 보았다.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일반탄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물에게 효과적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마력을 효과적으로 부수는 힘이 있다는 것으로 여겨졌다.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신진철에 파마의 효능이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으나, 여하튼 실전에서 효과가 분명하였다.


신진철은 그 질량에 따라 ‘파마’의 힘이 보다 강력해졌다. 코팅이 아니라 통짜로 탄두를 만들어보았다. 같은 양의 화약으로 발사하여 그 위력을 비교하였다. 먼저 일반물체에 발사해보니 그 위력에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마물에게 사용해보니 통짜로 만든 탄환이 코팅탄환보다 훨씬 강력하였다.


신진철의 효능이 입증되자 영웅, 군과 관에서만 독점적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의 법률이 즉시 만들어졌다. 입법 초기에는 민간에서 조금이라도 신진철을 사용하다가는 중한 형사 처분을 받았다. 그나마 지금에 와서는 법률이 일부 개정되어 민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으로 경우를 제한적으로 두고 있기는 하였다. 예컨대 자유기사가 되면 일정 규격 안에서 신진철로 된 냉병기를 소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신진철이 군과 관에서 사용되었다.


“부백님, 모두 모였습니다.”


“그럼, 어서 시작하지. 시간이 없네.”


마물이 점차 대구부에 접근해왔다. 탄도미사일을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최소거리가 필요하였다.


부백의 지시에 따라 대구부의 영웅들은 탄도미사일탄두부에 자신들의 법력을 주입하기 시작하였다. 정확히는 탄두부 안쪽에 있는 마보석에 주입하는 것이었다. 마보석은 마물을 퇴치하면 간혹 얻을 수 있었다. 마보석은 법력을 머금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탄도미사일은 신진철이 마물의 보호막을 깨부수고 법력을 머금은 마보석이 폭발하는 식으로 그 위력을 증대시킨 물건이었다. 법력이 담긴 마보석이 핵폭발보다 마물에게 있어서는 더 강력하였다.


대구부에는 대마물요격탄도미사일이 비록 한 발 밖에 없었지만, 천재지변급 마물을 퇴치할 수 있는 위력을 가졌다. 그 만큼 미사일에 들어간 신진철과 마보석의 양이 엄청나게 많았다.


“힘들겠지만, 서두르시게.”


영웅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윽고 법력주입이 끝나자 곧바로 발사 절차에 들어갔다.


-3, 2, 1, 발사


쿠쿠쿵.


탄도미사일이 동쪽 하늘로 솟구쳐 날아갔다.



***



철수는 차를 세웠다. 부지런히 달린 덕분에 마물과는 꽤나 멀리 떨어졌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마물은 대구부 앞에 나타날 것이다.


쿠우와와.


철수가 막 대구부 동쪽 성문 근처의 야지에 당도했을 때였다.


“뭐야? 뭐가 날아간 거야.”


성내의 사람들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미사일을 신기하다는 듯이 구경하고 있었다. 그건 성 밖의 철수도 마찬가지였다.


“북경반점 사장님이 상어를 잡으려고 작살을 던지신 모양이군. 제발...”


탄도미사일 그 자체 대해 들은 적이 있어 짐작 가는 바였지만 대구부에 탄도미사일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을 실제로 보는 것 역시 처음이었다.


우르릉.


잠시 뒤 땅이 울렸다.



***



“성공했나?”


부백이 대구부 특전군단 사령관에게 물었다.


“적중은 확인하였습니다. 다만, 마물이 퇴치됐는지 여부는 잠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령관님! 드론으로부터 영상이 들어옵니다.”


부관이 사령관에게 보고하였다.


“연결하게.”


“넵.”


상황실에 있던 모니터에 영상이 들어왔다.


작은 동산 같은 크기의 마물이 그 어떠한 방해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마지막 희망이 날아갔다. 상황실은 순식간에 탄식으로 가득 찼다. 천재지변급 마물이라서 걱정이 전혀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부백 이하 대구부의 모든 영웅들의 법력이 모은 탄도미사일이었다. 아무리 천재지변 급이라도 충분히 해치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천재지변’을 뛰어 넘는다는 것인가? 대구부도 이제 끝장이군. 아니, 대구부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


“부백님, 플랜 B를 실시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사령관이었다.


“그렇게 하게. 부탁하네, 사령관.”


플랜 B라고 해봤자 대구부를 버리고 도망가는 것이었다.



***



‘내 결국 이럴 줄 알았어!’


월령이 철수에게 투덜거렸다.


‘뭐가?’


철수와 월령은 지금 대구부 성 밖에서 마물을 마주하고 있었다.


‘뭐긴요? 결국 ‘동귀어진(同歸於盡)’을 사용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흐흐, 눈치 챘니?’


‘여기까지 오면서 저 마왕을 상대로 턱도 안 되는 오행신공으로 깔짝거렸는데 어찌 모를 수가 있겠어요. 그나마 개죽음이 되지 않으려면 ‘동귀어진’ 밖에 뭐가 있나요? 그리고 지금 웃음이 나와요? 열 받게?’


자신의 생명력을 모두 소진하여 마물을 그대로 승천시키는 비술을 철수는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나도 허탈해서 그런다.’


‘그럼, 지금이라도 미련 없이 도망가죠.’


‘그럴까?’


‘... 에휴. 도망갈 생각이 전혀 없구먼.’


‘미안하다. 월령아.’


‘뭐가요?’


‘내가 널 또다시 혼자로 만든 꼴이니까 말이다.’


‘...’


‘국공에게 빼앗긴 ‘마정정화(魔精淨化)’의 비술이 새겨진 보패를 되찾아야 하는데 결국 그러지는 못하겠네. 현자님이 실망하실까? 이 세계를 무책임하게 내 팽겨 쳤다고?’


‘아니요, 그 누구도, 설사 현자님이라도 주인님께 무엇을 강요할 권리는 없습니다. 실망할 권리도 없고요. 그 이전에 주인님도 현자님도 그저 한 명의 인간일 뿐입니다. 주인님이 이제... 생을 마감하게 되면... 마물과 싸워가는 사람이 그저 한 명이 줄 뿐입니다. 혹여 이 세계의 인간들이 모두 죽고 마물만 가득해진다하여도 그건 이 세계의 운명입니다. 그래도 저는 도망가실 길 권하지만 결국은 주인님 뜻대로 하십시오.’


‘고마워. 그리고 그간 고마웠다.’


현재와 과거가 섞인 감사의 말이었다.


‘칫.’


‘흐흐.’


‘에잉, 역시 마음에 안 드는 주인님이야.’


‘자, 간다! ‘동귀어진’.’


마물과의 거리가 좁혀지나 철수는 비술을 사용하였다. 순간 세상은 시간이 멈춘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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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6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5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4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0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7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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