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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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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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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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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9. 아사(餓死)

DUMMY

어느 산골 마을, 피골이 상접한 듯 형편없는 몰골의 두 사내가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벼룩에 간을 빼먹어라.”


“이 영감이! 간이 배 밖에 나왔나? 우리가 누구인줄 몰라?”


“탈옥수? 그래서? 네 놈들이나 우리나 먹을 것이 없으면 죽는 것은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좀 나눠 먹자는 거 아니야.”


“없어. 없다고... 먹고 죽으려고 해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 통하지 않는 영감이군. 얘들아 모조리 싹 다 뒤져!”


“네, 형님!”


형님이라고 불린 사내의 뒤에 서있던 패거리가 마을 곳곳으로 흩어졌다.


“뭐라도 나오면 영감은 각오하는 것이 좋을 거야.”


“마음대로 하게... 나도 뭐라도 찾으면 좋겠어.”


“...”


얼마쯤 시간이 지나고 흩어졌던 똘마니들이 하나 둘 다시 모이기 시작하였다.


“... 너도 빈손이냐?”


“네. 이 영감 말처럼 먹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환장하겠네...”


“크크크, 자네들도 운이 없구먼. 하필이면 이런 마을을 털러오다니...”


“저 영감이 진짜! 정말 죽으려고 환장했나?”


“됐어. 그냥 둬.”


“네, 형님.”


부하를 제지한 뒤 두목은 밀려오는 허탈함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영감, 물이라도 주쇼. 설마하니 물은 있겠지?”


“물은 얼마든지... 본의 아니게 손님 대접이 박해서 미안해.”


영감의 이죽거림에 화도 나지 않았다.


“크크크, 이거 미치겠구먼. 여하튼 고맙소.”


두목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는 그때였다. 부하 중 한명이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혀, 형님!”


“저 녀석! 이제야 오는군. 야, 인마 너 혼자 왜 이리 늦어? 뭐라도 찾은 거야?”


“그게 형님... 사람이... 죽어있어서...”


“뭐?”


“또 한 명이 갔군... 굶어 죽은 거야. 저 친구가 오는 방향을 보니 아무래도 혼자 사는 이 씨 할매가...”


이런 일이 익숙한 듯 영감은 크게 놀라지 않고 있었다.


“이런 씨발! 감옥 안이나 밖이나...!”



***



어느 상단의 물자수송트럭 안에서 선후배간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한 마을에서 양곡판매를 마치고 막 떠나가는 참이었다.


“다음 상행에는 이 마을은 제외해야겠어. 이 봐 신참, 잘 기록해둬.”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아까 살기등등한 마을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을 보지 못했어?”


“무슨 말씀이신지?”


“다음에 그 마을을 다시 들렸다가는 강도로 돌변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걸?”


“예?”


“예는 무슨... 이전 보다 이번 매출이 크게 줄지 않았어? 그것도 장부기록을 찾아 비교해 볼 것도 없이 확연히 말이야.”


“네, 확실히...”


“한계가 온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방금 전 마을에서 난 속으로 무척 떨었다. 내가 보기에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거든... 운 좋게 다음 상행에서도 괜찮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대로라면 결국 시간문제야.”


“그래도 설마하니 강도짓을 하려고 할까요?”


“그리 생각하다가 일이 터지면 우리가 먼저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될 거야.”


“그래도 원래 범죄자였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할까요?”


“허? 원래 범죄자? 평범한 사람?”


“...”


“... 요는 굳이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야. 위험을 미리 캐치하여 상단에 보고하는 일도 우리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마.”


“네, 알겠습니다.”


‘알긴, 뭐 알아? 그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칼만 안 들었다 뿐이지 우리가 오히려 강도라고... 휴~ 스트레스... 담배나 한 대 피자.’


선배 되는 남자가 창문을 내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잠시 뒤 그가 그 한 개비를 거의 다 태웠을 무렵이었다.


끼이익!


트럭은 급정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썅!”


추레한 복장을 하고 있는 일단의 무리가 길 한가운데를 점거하고 트럭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들은 총기를 들어 이쪽을 겨누고 있었다.



***



이번 탈옥수 체포 작전에서 단독으로 움직이기로 한 철수는 경찰의 지휘를 받지 않는 대신 의무적으로 탈옥수명부를 구입해야했다.


“거 참. 더럽게 비싸군.”


과연 김 주임이 철수를 만류할 만 하였다. 명부의 가격이 꽤나 비싸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탈옥수를 체포해야했다. 대구부 입장에서 보자면 단독으로 움직이는 자유기사의 태업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렇기에 철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자유기사들이 단독행동 대신 경찰지휘를 받기로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뭐, 상관없나?”


철수는 탈옥수명부를 대충 훑어보고는 차량 조수석에 대충 던져버렸다. 김 주임에게 한 몫 벌어 보겠다고 말 했던 것과 달리 철수는 이번 체포 작전에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번 탈옥수 체포 건은 형식적으로는 대구부에서 발주한 의뢰였지만 실상은 자유기사 동원령에 지나지 않았다. 철수는 몸으로 때울 것 돈으로 때우자는 생각이었다. 탈옥수명부를 구입한 비용만큼 손해가 나겠지만 처음부터 손해를 감수할 생각이었다.


철수는 전과 변함없이 양곡판매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지금도 트럭에 양곡을 실은 체 별빛바라기성의 마을들을 부지런히 돌고 있었다. 수중에 있는 양곡을 처분하기에도 바쁜데, 체포 작전까지 참가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응? 뭐지?”


양곡 판매를 위해 한 마을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저 멀리서 한 남자가 팔을 흔들며 무언가 소리치며 철수에게로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철수는 미리 계획한 분량만큼 쌀가마니를 트럭에서 내리고 있던 와중이었다.


“얼라리요? 용팔이?”


생각치도 못한 감방메이트와의 재회였다.



***



“웬일이야 면회를 다 오고? 혹시 무슨 일 있는 것은 아니지?”


용팔이는 자신의 아내를 마주하고 있었다.


“철수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아는 사람 맞아?”


“뭐? 철수? 이철수라고 하던?”


용팔이는 자신보다 먼저 출소한 이철수를 떠올렸다. 용팔이는 성탄절 사면을 받기 위해 교도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건만, 결국 사면추천을 받지 못하였다. 덕분에 철수와 함께 겨울을 보내어만 했고, 봄이 되자 그 철수도 출소했지만 자신은 여전히 복역기간이 남아있었다.


- 사면을 받으려면 그래도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되지 않겠어?


교도소장을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지만 애초에 돈 때문에 죄를 짓고 감옥에 오게 된 용팔이였다.


“그래.”


“그 사람이 왜?”


“세영이 수술하라고 돈 주고 갔어.”


용팔이는 자신의 어린 딸 세영이의 수술비를 구할 생각으로 돈을 훔치다가 그 과정에 사람을 다치게 하였다. 그리고 하필이면 다친 사람이 엘더가의 사람이었다. 그 덕분인지 용팔이는 중형을 면치 못하였다.


“뭐?! 그 사람이 왜...?”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그런데 혹시 그 사람... 감방에서 만난 사람이야?”


“뭐... 그렇지.”


“그래... 그렇단 말이지...”


“...”


“그 사람이 그 많은 돈을 왜 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그 돈 쓸 거야. 그래서 꼭 우리 세영이 살리고 말거야. 혹시 더러운 돈일지라도 상관없어.”


“... 미안하다.”


“그러니 당신이 책임져. 갑작스럽겠지만 여기 이혼서류야.”


“?!”


용팔이는 적잖이 놀랬다. 긴 옥살이에도 한 번도 이혼을 말하지 않던 아내였다.


“그 사람은 별말 없었지만 아무렴 그 큰돈을 대가없이 괜히 줬겠어? 언젠가는 당신을 찾아가겠지.”


“...”


“괜히 나중에 세영이에게 불똥이 튀게 만들지 말라 말이야. 나... 그 돈을 받는 순간 그 이철수라는 사람에게 당신을 판 거라고.”


“그래... 알았다.”


용팔이는 더는 말하지 않고 이혼서류에 자신의 지장을 찍어주었다.



***



어느 한 농촌 마을, 그 곳의 마을 뒷산에서 일단의 수상한 무리가 은밀히 숨어있었다.


“처음부터 상인들을 노려야 했어.”


탈옥수들은 그간의 강도짓으로 꽤나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죄수들은 교도소를 탈옥한 후 평소 친분관계에 따라 끼리끼리 뭉치고 흩어져 일당을 이룬 후 각기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무리들 중 어느 하나 예외 없이 상인들의 양곡을 집요하게 노리고 있었다. 마을을 털어봤자 별것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잘 보고 있으라고. 곧 도착할 것이라고 정찰조에서 연락이 왔으니까.”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런 대화가 오가고 잠시 후,


“형님! 왔습니다.”


“그렇군. 다들 준비해. 이동한다.”


“예!”



***



“그런데 알고 보니 나였다는 것이지?”


용팔이는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철수와 만났다. 용팔이가 낯선 마을사람들에게는 심마니라고 둘러댔다. 다행히 용팔이는 어디서 옷을 구해... 아니, 훔쳤는지 더 이상 죄수복을 입고 있지는 않아 그를 의심하는 주민은 없었다.


“네.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마찬가지야.”


“저기... 덕분에 세영이는 건강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딸 이름이 세영이인가 보지?”


“네.”


“다행이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게 말이죠...”


다시 자리를 옮긴 후 용팔이는 그간 교도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



“뭐? 이게 끝이라고? 장난해?”


배식판에 아주 초라한 양의 주먹밥이 하나 덜렁 놓였다. 배식량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아주 가관이었다. 예전에 편의점이 있던 시절에 그곳에서 팔던 삼각김밥 하나 정도의 양이었다. 그것도 아침, 저녁 하루 2번만 제공되고 있었다. 그것이 하루 식사량의 전부였다.


“어쩔 수 없잖아. 왜 나보고 지랄은 지랄이야.”


“뭐? 지랄? 네 지금 말 다했냐?”


“그래, 오냐 말 다했다. 지금 네놈만 배고프냐? 불만 있으면 여기서 함 뜨까?”


“에라이! 네놈 다 처먹어라!”


식판이 배식을 하고 있던 죄수에게 날아갔다.


“이 새끼가 정말!”


우당탕. 결국 주먹이 오고 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싸움이 났음에도 주변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평소라면 죄수끼리 싸움이 나면 주변의 죄수들이 싸움을 말리던가 아니면 더욱 부추이며 환호성을 지를 터인데 다들 무관심하였다.


‘아직도 기운 넘치는 놈들이 있구먼...’


‘저것들이 아직 배가 덜 고픈가 보군.’


‘아... 난 말할 힘도 없다고.’


‘...’


그렇다. 다들 계속되는 굶주림에 지쳐가고 있었다.


“이 새끼들 쳐 돌았군!”


퍼억! 퍼억!


뒤늦게 교도관들이 싸움을 일으킨 죄수들을 몽둥이로 무자비하게 제압하였다.


“이 놈들 일단 독방으로 끌고 가! 나중에 내가 교도소장님에게 보고하지.”


“넵.”


선임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싸움질 한 죄수 둘이 식당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 그렇게 끌려가는데도 흡사 죽은 것처럼 끽 소리 없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고성을 치며 싸움을 시작했지만 그들 역시 계속된 굶주림에 기운이 없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 와중에 매타작을 받았으니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은 당연하였다.


‘그러게 왜... 얌전하게 있지.”


‘아이고... 밥도 못 먹고 골병만 들겠군...’


‘그래도 저건 너무 심하게 때린 거 아니야?’


‘씨발, 저 독사 새끼, 아주 사람을 개 패듯이...’


“어이... 정말로 죽은 것은 아니겠지?’


그런 그들을 나머지 죄수들이 측은하게 쳐다보았다. 간간히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읽었던 모양인지 선임교도관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기 시작하였다.


“야 이 개돼지 새끼들아. 네 놈들도 잘 들어! 지금 바깥에서는 기근이 들어 이것도 못 먹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인간이라면 염치가 있어야지. 어디서 죄수 따위가 밥투정이야! 한 번만 더 이런 일은 있으면 이마저도 못 먹을 줄 알아! 알아들어!”


“네.”


“얼씨구 대답 봐라? 딱 한 번만 더 묻는다. 알아들어?”


“넵!”


“좋아. 부디 명심하길 바란다. 이제 그만 식사들 해.”


“네!”


‘아무리 우리가 죄수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씨발, 개돼지라서 염치가 없네요. 그런데 정말로 바깥에 기근이 든 것이 맞아?’


‘독사 새끼! 얼굴에 기름기가 돈 거 봐라. 이제 독사가 아니라 돼지새끼네.’


다들 불만이 가득했지만 좀 전에 끌려 나간 놈들이 생각나 속으로만 구시렁거릴 뿐이었다.


쿵!


“어... 어이 할배! 왜 그래? 괜찮아?”


한 늙은 죄수가 주먹밥을 먹다 말고 옆으로 쓰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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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9. 아사(餓死) 22.09.01 17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6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1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4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8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8 1 12쪽
34 033. 가디언 22.06.22 42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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