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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가 마물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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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룡
작품등록일 :
2022.05.11 19:50
최근연재일 :
2022.09.0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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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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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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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2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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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3. 가디언

DUMMY

마물이 성 인근에서 별안간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은 도원형은 급히 현장으로 갔다. 막상 도착해보니 녀석은 별다른 공격 없이 단지 이쪽을 주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흉흉한 기세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있었다.


쿠오오오!


녀석의 단순한 울부짖음에도 부대원들은 덜덜 떨었다. 부대원들의 정신력이 나약해서가 아니었다. 저 마물의 울음소리에는 공포를 부르는 마력 같은 것이 있었다.


“전 부대원들에게 명한다. 신속히 이곳을 이탈해라. 마물과의 전투는 최대한 회피하고 주민들의 대피를 최우선으로 한다. 저 마물은 나 혼자 상대한다.”


도원형은 목소리에 법력을 담아 외쳤다. 순간 부대원들이 정신을 차렸다. 도원형의 법력에는 정신의 미혹됨을 깨부수는 힘이 실려 있었다.


도원형은 자신 혼자서 상대하겠다고 선언하였지만, 마물을 만만히 여겨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이 녀석은 위험하다.’


현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


마물 중에 위험하지 않는 놈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본능은 눈앞의 저 원숭이 마물 녀석은 초인인 자신에게도 버거운 존재라고 말하고 있었다.


괜히 지금 부대원들에게 전투명령을 내렸다가는 얼마 되지도 않는 쇠머리성 특전부대원들을 모두 전멸시킬 것 같았다.


단순히 본능에 의지한 판단만은 아니었다. 도원형이 마물을 살펴보니 녀석은 특이하게도 머리에 금속 재질로 보이는 테를 두르고 있었다. 예전에 ‘금테를 한 원숭이 마물, 오공’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소문에 따르면 숙련된 미골 초인이 상대하여도 감당하기 어려운 놈이었다. 소문이라는 것이 과장되고 왜곡되기 마련이지만 마냥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태도이다.


‘행여 소문이 사실이라면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테지...’


도원형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쯧. 한심하군... 싸우기 전부터 기가 꺾여서야... 행여 감당할 수 없더라도 싸워야 한다. 그것이 영웅의 소명이다.’


도원형은 홀로 원숭이 마물과 싸우기로 결심하였다. 지금 여기에서 저 마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자신 밖에 없었다. 그것이 안 된다면 적어도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야한다.


도원형의 명에 따라 특전대대는 평소 훈련한 대로 일사분란하게 현장에서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도원형과 부대원들은 행여 마물이 기습하지 않을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마물의 동태를 예의주시하였다. 특히 도원형은 언제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태세를 갖췄다. 다행히도 원숭이 마물은 특전대대 전원이 퇴각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어느 새 특전부대는 모두 물러가고, 도원형과 원숭이 마물만이 현장에 남았다.


쿠콰아아아!


원숭이 마물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 듯 한 행동을 하면서 고개를 접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쿵쿠쿵쿠쿵.


그러더니 고릴라가 그러듯이 자신의 가슴을 치며 도원형에게로 달려들었다. 도원형도 이에 질세라 성벽에서 뛰어내려 마물이 있는 쪽으로 달려 나갔다.



***



콰쾅.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하였다. 도원형과 원숭이 마물이 싸우고 있는 주변은 흡사 폭격이 있었던 듯 이곳저곳 깊은 구덩이가 수 없이 패여 있었다.


소문은 틀리지 않았다. 도원형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다. 도원형의 마물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는데 급급할 뿐 공격다운 공격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크읏!”


양팔을 겹쳐 원숭이 마물의 일격을 가까스로 막은 도원형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튕겨지듯 날아갔다.


콰콰콰.


원숭이 마물의 완력이 얼마나 강한지 땅에 떨어진 도원형은 관성에 의해 멈추지 않고 그대로 자신의 등으로 지면을 긁고 있었다.


도원형의 몸은 진작 만신창이가 되었다.


“으으...”


쓰러진 도원형의 입에서 신음이 세어 나왔다.


쿵쾅. 쿵쾅.


도원형이 미처 다시 일어나기 전에 원숭이 마물은 무서운 속도로 도원형에게 달려들었다. 도원형이 하늘을 올려다보니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놈이 자신에게 떨어지고 있었다. 마물은 도원형을 깔아뭉갤 작정이었다. 녀석의 커다란 발바닥이 도원형의 눈에 점차 확대되었다.


쾅!


도원형은 몸을 몇 바퀴나 굴려 겨우 피했다. 도원형은 마물의 다음 공격에 대비하여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방어 자세를 취했다.


‘녀석의 공격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도원형은 이를 악물었다. 곧 있을 충격을 견뎌 내기 위함이었다.


‘응?’


예상과는 달리 녀석은 다음 공격을 이어나가지 않고 좀 전에 도원형이 누워있던 자리에 우둑 커니 서 있었다. 도원형이 그런 놈을 잠시 지켜보고 있으니 녀석 역시 도원형을 마주 쳐다보았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마물은 눈에서 진득한 광기가 느껴졌다.


씩.


마물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순간, 도원형은 오싹하였다. 그와 동시에 굴욕감도 느꼈다. 너 따위는 자신의 상대가 안 된다고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


놈은 도원형이 자세를 잡은 것을 확인한 후 그제야 돌진해왔다. 무서운 속도였다. 도원형은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인간 도원형 보다 비교가 안 되게 큰 덩치를 가진 마물의 몸통박치기였다.


쾅!


도원형의 몸이 하늘을 날았다. 잠시 뒤 도원형의 몸이 땅으로 떨어져 박혔다. 의식은 흐려져 갔고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물은 좀 전의 일격으로 도원형이 죽었다고 생각했는지 도원형에게 더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마물은 발길을 쇠머리성쪽으로 돌렸다.


‘아, 안 돼!’


도원형은 소리 없이 절규했다. 마물과의 전투는 그리 길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아직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직접 상대해보니 저 원숭이 마물에게서 짙은 피 냄새가 느껴졌다.


도원형의 머릿속에 자신의 아내, 별이와 돌이, 연문찬을 비롯한 자신의 가신들, 그리고 주민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사이 제법 익숙해진 쇠머리마을 주민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도원형은 직감하였다. 여기서 저 마물을 막지 못한다면 쇠머리마을은 피로 물들 것이다. 도원형 자신의 목숨이 다하더라도 그것만을 막아야한다.


“크아아!”


도원형은 기적적으로 정신을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저만치 가고 있던 원숭이 마물이 소리를 들었는지 도원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다려! 새끼야! 아직 안 끝났어!”


이번에는 도원형이 먼저 원숭이 마물 쪽으로 몸을 부딪쳐 나갔다. 이윽고 원숭이 마물에게 접근한 도원형은 요리조리 마물의 주먹질을 피하더니 마물의 몸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전혀 상대하지 못한 놈이었다. 이대로라면 자살행위에 불과하였다.


“뇌폭술(雷爆術)!”


도원형에게도 마지막 한 수가 남아있었다. 다만 그것이 여전히 자살행위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도원형의 몸에 일순 푸른빛이 감도는 것 같더니 이내 폭발하듯 빛이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곧 원숭이 마물마저도 삼켜버렸다.


우르르 쾅쾅! 뒤늦게 벼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쿵.


도원형과 원숭이 마물이 동시에 쓰러졌다.



***



이번에 연문찬이 맡은 역할은 마물과의 전투를 맡은 도원형과 주민대피를 맡은 특전부대 사이의 상황을 중계하는 것이었다. 언뜻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상당히 위험한 임무였다. 전투현장에 가디언 도원형 다음으로 가까이에 있는 것이었다.


“아! 안 돼!”


연문찬은 성 위에서 도원형과 마물이 싸우는 것을 모두 보고 있었다. 연문찬은 도원형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도원형은 자신을 희생해 마물을 막아낸 것이다.


“크윽.”


도원형이 죽은 것을 직감한 연문찬은 어느 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쿠오오.


쓰러진 줄 알았던 원숭이 마물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났다. 마물은 뭔가 이상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럴 수가?! 젠장!”


연문찬은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원숭이 마물이 연문찬의 존재를 인지했는지 연문찬이 위치한 곳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문찬은 긴장감 속에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주민대피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저 원숭이 놈이 성으로 들이닥친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원숭이 마물은 한 동안 문찬을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


쿵. 쿵.


“?!”


뜻밖에도 마물은 등을 돌려 성에서 멀어지기 시작하였다. 나타날 때와 달리 그 어떠한 포효도 없었다. 심지어 어깨를 떨어뜨리고 가는 모습이 마치 패잔병처럼 보이기까지 하였다. 쿵쿵거리던 발소리도 점점 작아져 갔고, 어느 새 거짓말처럼 마물은 그 모습을 완전히 감췄다.



***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가디언 도원형의 아내인 배은소 여사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여보... 밉고도 자랑스러운 나의 당신... 이제 편히 쉬세요.”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일어섰다. 배은소, 별이, 돌이, 연문찬 그리고 철수 등은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상여는 읍내의 가장 큰길을 따라 움직였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길옆에는 쇠머리성의 주민들이 나와 있었다. 상여가 그들 앞을 지나가자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주민들은 하나 둘 조용히 상여 뒤를 따르기 시작하였다. 어느 새 상여 뒤로는 수많은 주민들이 따라 오고 있었다.


상여가 성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도 그 뒤를 따르는 행렬은 계속 길어졌다. 비단 쇠머리마을의 주성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인근의 마을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도 가디언 도원형의 소식을 듣고 성 밖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역시 상여가 지나가자 그 뒤를 말없이 따랐다.



***



철수는 한 동안 쇠머리성에 머물고 있었다. 사태 수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철수가 나설 일은 없었다. 도원형의 가신단(家臣團)과 쇠머리성의 군인과 관리들은 제 노릇을 하고 있었고, 도원형이 전사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번 일로 인해 딱히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철수는 도원형 생전에 제법 친분이 있었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쇠머리성 입장에서 보자면 어디까지나 외부인이었다.


“딱히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철수 씨 덕분에 많은 위로가 됐습니다. 특히 별이와 돌이가 크게 걱정이 되었는데 철수 씨가 계셔서 그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배은소 여사는 애서 웃으며 말했다.


“제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후후, 말씀만 들어도 든든하네요. 고맙습니다.”


철수는 자신이 딱히 하는 일이 없음에도 당분간 쇠머리성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빠른 속도로 쇠머리성은 안정을 되찾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것은 도원형의 후계에 관한 문제였다.


원래라면 도원형의 자녀가 뒤를 이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별이와 돌이 모두 도원형의 뒤를 이을 수 없었다. 도원형 부부가 남매를 입양했으나 피로 이어진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의 집이라면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으나, 영웅의 후사는 잇기 위해서는 반드시 혈연관계여만 했다. 몽룡 가문의 예처럼 선대 초인이 남기는 ‘엘더의 사리’는 유전적으로 가까운 자에게만 반응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겠으나 혹시라도 별이, 돌이 남매의 위치가 어정쩡해질 가능성 있었다. 철수는 그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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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49. 아사(餓死) 22.09.01 17 0 13쪽
49 048. 치안불안 22.07.27 31 1 12쪽
48 047. 민생불안 22.07.26 35 1 12쪽
47 046. 황 감독 22.07.23 36 1 12쪽
46 045. 태수대리 22.07.19 40 2 13쪽
45 044. 이별 22.07.14 36 1 12쪽
44 043. 술은 적당히 22.07.13 35 1 12쪽
43 042. 집행 22.07.11 41 1 12쪽
42 041. 누가 요괴인가? 22.07.07 35 1 12쪽
41 040. 성씨 둔갑사건 22.07.05 32 1 12쪽
40 039. 말뚝에 묶여 있는 망나니 22.07.01 35 1 11쪽
39 038. 금선탈각 22.06.30 38 1 11쪽
38 037. 번운복우 22.06.29 43 1 13쪽
37 036. 파업과 항명 22.06.27 41 1 12쪽
36 035. 충(忠) 22.06.25 38 1 13쪽
35 034. 상속 22.06.23 39 1 12쪽
» 033. 가디언 22.06.22 43 2 12쪽
33 032. 월령 22.06.21 44 2 12쪽
32 031. 식철(食鐵) 22.06.17 43 1 12쪽
31 030. 이름 짓지 못한 마을 22.06.16 52 2 12쪽
30 029. 달빛 아래에서 22.06.15 48 2 12쪽
29 028. 마왕 불가살 22.06.14 52 4 12쪽
28 027. 최후의 수단 22.06.11 57 4 12쪽
27 026. 폭주하는 마왕 22.06.10 61 3 12쪽
26 025. 가는 날이 장날 +1 22.06.08 66 4 12쪽
25 024. 토지매입 22.06.07 59 2 13쪽
24 023. 흙도깨비 22.06.03 64 2 13쪽
23 022. 야반도주 22.06.02 63 4 12쪽
22 021. 연인 22.06.01 6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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